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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19 [S☆N-fanfic] Bloody blast 18 by 미야 (2)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두꺼운 닭살을 대패로 밀어버리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어디로 가고「황당한 새벽의 저주」를 쓰고 있습니다. 달달한 설탕이 필요해욤. ※


감미로운 사색에 잠겨 100m 길이의 산책로를 걷는다고 가정해보자. 아직 쪼개어지지 않은 거대한 곤드와나 대륙과 그 넓적한 표피를 감싼 백악기의 바다, 그리고「가짜 공룡」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키가 15미터에 이르는 아파토사우르가 쿵쿵거리며 발도장을 찍는 광경을 상상하며 즐거운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기후는 오늘날의 지구보다 습기가 많고 따뜻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조차 젖먹이 어린애의 따스한 체온처럼 느껴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빌딩만큼 큰 소철과 촉촉이 물기를 머금은 거대 이끼류 뭉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풍요로운 녹색에 눈이 핑핑 돈다. 영원보다도 더 긴 100m다.
이때 낙원에서의 몽환적 산책을 갑자기 방해하며 잔혹한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고 해보자. 당신은 크게 놀라 호흡을 멈춘 채 발바닥에 불이라도 붙었다는 식으로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던 100m는 단 13초만에 돌파된다.
날카로운 이빨에서 벗어났음에 감사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던 당신은「그런데 왜 스티븐 스필버그가 찍은 영화의 제목은 백악기 공원이 아니라 쥬라기 공원인 거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래서 만사가 꼼꼼한 그대는 과학을 위해 차를 타고 냉큼 뒤로 돌아가고자 마음을 먹는다. 차 문을 닫고, 안전밸트를 매고, 백미러의 각도를 조정한 뒤, 시동을 거느라 제법 시간이 잡아먹혔지만 자가용으로 운전하며 달리는 100m는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뛰어서 도달한 13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티.라.노.사.우.루.스. 이름을 발음하는 동안 도로의 끝부분에 이르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운전대를 쥐고 있는 샘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이놈의 공룡 이름을 발음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생각하고 판단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대단히 짧고, 바로 그 점이 그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
「맙소사, 저 종아리 굵은 여자를 보라고! 평범한 아줌마처럼 생겼잖아! 몽유병에 걸려 길가를 어슬렁대는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 남편과 싸우고 밤 산책을 나온 거라면 어쩔 거야!」
겉모습이 사람과 똑같이 생긴 괴물을 죽이는 일은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 그들의 눈빛이, 그리고 표정이 죽이는 일을 방해한다. 거기다 그것들이 인간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뻔하지 않겠는가. 무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백 만번 이상을 주저하게 된다.
샘은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을 죽여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모습이 흉측했고, 그 정체가 대단히 수상쩍었고, 무덤가의 썩은 악취를 뿜어댔다. 때문에 샘은 방아쇠를 당기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주저하게 된다면 그 일은 샘이 아니라 딘이 처리할 일이었다. 그랬다. 딘의 일이었다. 어쩔 줄을 모르고 망설이는 샘을 대신하여 항상 딘이 최후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총성이 들려오는 동안, 샘은 안전한 곳에서 얌전히 귀를 막고 있으면 되었다.

「딘이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했어! 딘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어야 했다고!」
어느새 여자들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와중에 샘은 힘든 일을 전부 형에게 떠밀고자 하는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다. 동시에 그런 자신을 결코 나무라지 않을 딘에게 원망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딘은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괜찮다 말해주며 동생의 경직된 피부를 쓰다듬는다. 마치 연인에게 호소하듯 감정을 실어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그리고 둥글게 뺨을 어루만진다.
맞아. 그건 내가 할 일이야, 샘.
비겁하고, 겁쟁이고, 머리 모양도 형편없고, 옷차림도 엉망인데다, 여자아이들의 인형놀이에서 졸업하지 못한 동생은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치심이 치솟는다.
「그래. 형이 해야 할 일이야.」

마른 침이 꿀꺽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이대로 자동차 바퀴로 밀어버리라고? 뼈와 근육이 파괴되는 우지끈 소리를 참아내라고? 사람처럼 생긴 몸통을 밟고 넘어갈 적의 덜컹이는 진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라고? 유리창으로 피가 튀고 바퀴 휠에 살점이 들러붙는 걸 당연시 여기고?!
무리다. 샘은 엑셀레이터 패달 위로 올려놓은 다리로 힘을 줄 수 없었다. 격해지는 마음의 동요도 다스릴 수 없었다.
「나는 못해. 나는 할 수 없을 거야. 왜나하면 나는...」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제야 샘은 브레이크 페달을 꾹꾹 누르며 도로에서 비켜나려 발버둥치는 자신을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차는 생울타리를 뚫고 멋지게 도랑을 구를 것이다.
박살나는 베이비를 보고 딘이 덩실덩실 춤추며 좋아라 하겠군.
쓰라린 패배감에 휩싸이며 왼편으로 핸들을 꺾을 적에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다.

『지금 뭐 하려는 거야! 똑바로 돌진하라고 그랬잖아!』
길길이 뛰던 리가 면허증을 반납해야 마땅한 엉터리 운전수를 향해 주먹을 날리려 했다.
『새미!』
그보다 약간 더 빠르게 해서 딘은 앞좌석을 향해 허리를 길게 뻗어 어떻게든 동생을 보조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차속에서, 그것도 뒷자석에 앉은 채 핸들을 잡으려 한다는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그는 진작에 학습했어야 옳았다. 튀어나온 돌이라도 밟았는지 차체가 크게 요동쳤고, 엉거주춤 일어선 상태로 도저히 균형을 잡을 수 없었던 딘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리쪽으로 쓰러졌다. 아니, 쓰러졌다는 표현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것이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리를 덮쳤다고 봐야 옳다. 그것도 하필이면 저녁을 든든히 먹어치운 남자였다. 쿼터백의 사투를 닮은 터치다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꾸엑!』
순식간에 뒷자석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짜부라진 리는 여백의 공간을 찾아 팔을 더듬거렸다. 차가 다시 한 번 더 위 아래 방향으로 흔들렸고, 딘은 이번엔 반대편으로 날아가 몸을 접었다. 재수가 나빠 손잡이에 뒤통수라도 부딪친 모양이다. 둔기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퍽 소리가 소름끼쳤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딘은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딘!』
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핸들을 꽉 잡고 - 그래봤자 임팔라는 신나게 3/4 박자로 왈츠를 추고 있었다 - 뒤를 돌아다보며 자신이 방금 사랑하는 이를 골로 보낸 것이 아닌지를 염려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염불은 나중에 외우고 제발 앞을 봐! 멍청아!』
너무 화가 치민 나머지 리는 샘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거나 좋으니 붙잡을 수 있는 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게 상책이었다. 단, 그게 신음하는 딘의 허벅지였다는 점에서 리의 선택은 진짜지 형편없었다.
『조심해!』
경고하는 것과 같이하여 배를 침몰시키는 세이렌들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몸을 붙여왔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이 어둠속에서 똑바로 떠올랐다.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은 하얀 얼굴의 출현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샘은 그녀의 다듬어지지 않은 눈썹이 송충이처럼 생겼다는 것과 콧잔등으로 거뭇거뭇한 점이 많이 돋아났다는 것, 그리고 한쪽 뺨에만 음푹 패어진 보조개 자국이 있다는 것까지 전부 알아볼 수 있었다. 젊은 사람이었지만 둥근 턱에 살집이 붙어 원래 나이보다 늙어 보였다.
『온닷!』
개구리가 연못가에서 펄쩍 뛰어오르듯 몸을 날렸다. 그 즉시 쿵, 하고 무거운 충격이 왔다.

『으아아~?! 저 망할 것이 본네트를 찌그러뜨렸어!』
나의 베이비, 나의 베이비 하고 바닥에 처박힌 딘이 흐느껴 울었다.
샘은 그저 눈을 감고 싶었다. 이제 세이렌의 하얀 얼굴은 새빨간 색으로 바뀌었고, 크게 찢겨진 상처 틈새로 오른쪽 안구가 흘러내리려 했다. 아랑곳 없이 여자의 갈색 눈이 샘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아, 숨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매달려 질질 끌려오면서도 여자는 활짝 열려진 창문으로 자신의 팔을 억지로 끼워넣으려 했고, 그 시도는 거의 성공했다.
피가 스며든 눈이 천천히 깜빡였다. 어둠을 삼킨 짐승의 광채가 번득였다. 동시에 주걱처럼 보이는 손이 샘의 어깨를 향해 돌진해왔다. 여자는 깡통에서 맛있는 사탕을 한줌 꺼내려는 것처럼 손가락을 휘저어 움직였다. 그녀가 샘을 밖으로 꺼내려 한다는 건 누가 봐도 명백했다.

『샘! 고개를 옆으로 돌렷!』
리가 칼을 꺼내들었고, 은색의 흉기가 번개보다 빠르게 가로로 움직였다. 멈추지 않고 이번엔 세로로 다시 그었다. 십자형으로 깊게 베인 자국에서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사방으로 적갈색의 피를 떨어뜨리며 여자가 큰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상처가 아파서라기보단 윤활류 역할을 하는 피 때문에 더 이상 창문을 붙잡고 달리는 자동차에 매달려 있기가 어려워서인 듯 싶었다. 마침내 미끌- 하고 균형을 잃는다 싶더니 그대로 만세를 부르며 손을 놓았다. 여자의 몸이 창문 아래로 스륵 가라앉았다. 동시에 임팔라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고, 샘은 망할 것의 다리가 자동차 밑으로 단단히 끼었다는 걸 깨달았다.

낭패감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텅 빈 쇳덩이가 울리는 듯한 투웅, 투웅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여전히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여자가 바깥면을 세게 두드려댔다. 기운이 어찌나 대단한지 오래된 장롱이 뒤집어진 듯한 굉장한 소리가 났다. 샘은「제발 떨어져라」주문을 외우며 좌로, 우로 핸들을 돌려댔다. 하지만 이물질이 단단히 틀어박힌 차량의 회전축은 제 기능을 절반 가량 잃었고, 그 증표로 임팔라는 옆으로 길게 미끌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둔중한 울림이 타이어를 삼켰다. 지면과 맞물린 여자의 살덩이의 일부가 반복되는 마찰력을 견디지 못하고 길게 찢어졌다. 신선한 고깃덩이 하나가 도로에 떨어졌다. 정강이 아래 복숭아뼈로는 하얀 구두가 신겨져 있었다.
『망할!』
그러고도 여자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바닥 아래서 퉁퉁 소리가 들려왔다. 샘은 까무라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무리 끈질겨도 그렇지, 몸통이 날아갔음에도 두드리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멍청아! 후진해!』
딘이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뭐?!』
『언제까지 저놈의 찌꺼기를 매달고 다닐 수는 없잖아. 밀어서 안 되면 당기는 거다. 후진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샘은 급정거를 했고, 기어를 조작한 뒤, 전속력으로 후진했다.
끼익 소리와 같이하여 마침내 틈새에 낀 굵직한 뭔가가 퉁 하고 빠져나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됐다! 성공이다!』
상향으로 조정된 헤드라이트가 도로 한 가운데를 비췄다. 검은 덩어리가 빛에 반응하여 꿈틀 움직였다. 멍한 눈빛을 띈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분홍 빛깔의 내장이 얼굴에 크리스마스 장식물처럼 걸려 있었다. 그것이 대단히 성가셨던지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는 표정으로 오물을 털어냈다. 병든 고양이 같은 나약한 울음 소리를 나지막히 낸 뒤, 둔부마저 잘려나간 여자는 피투성이 손으로 길바닥을 엉금엉금 기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샘이 외쳤다.
『워, 원래 이런 거예요? 저지경이 되고도 막 움직이잖아요!』
『그럴 리가 있겠냐. 뱀파이어라고 무적인 건 아니야. 이건 크게 잘못된 거야!』
리는 후방을 돌아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뿔싸다. 뒤편에선 네 마리의 뱀파이어가 도로를 점거한 채 어딘지 멍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홀리건처럼 두 팔을 흔들며, 그러나 환호하는 소리는 일절 내지 않고, 돌아오는 임팔라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하나같이 마약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시선에 초점이 없잖아!」
저런 식으로 흐느적거리는 뱀파이어를 본 것이 1966년의 일이라는 걸 떠올렸다.
순간 깨달음의 암흑이 벨벳 커튼처럼 천장에서 내려왔다.
「오리진!」

『아이고, 저게 누구야.』
총을 창틀에 올려놓고 당장에라도 조준 사격에 들어갈 태세를 갖춘 딘이 갑자기 신음소리를 냈다. 무리 중에 아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술집 전언판에「사람을 찾습니다」제목으로 올라갔던, 동그란 얼굴을 한 온순하고 멍청한 인상의 바로 그 남자였다.
『조 와이저잖아!』
표백된 하얀 얼굴엔 감정이라는게 전혀 없었다. 그자가 나플나플 춤추는 듯한 모습으로 덮쳐왔다. 모든게 비현실적이었다. 딘은 혐오스러움을 꾹 참고 조 와이저의 미간을 정확히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탕 소리와 함께 조 와이저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러고도 딘은 탄창이 텅 비도록 쏘고 또 쏘았다.
비명은 없었다. 다만 천둥치는 총성만이 메아리쳤다.

Posted by 미야

2007/07/19 01:46 2007/07/1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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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즈 2007/07/21 09:18 # M/D Reply Permalink

    새미 불쌍해요~~ㅠ_ㅠ 샘 성격에 절대로 밀어버리지 못할꺼 같은...;;;

  2. 뒤잔봉 2008/07/15 19:23 # M/D Reply Permalink

    하지만 만약 시즌3 끝판에 샘이라면
    망설임없이 엑셀을 밟으셨을것같다는..
    까딱하다간 리나 자기가 문제가 아니라 딘이 위험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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