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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2 [S☆N-fanfic] Bloody blast 19 by 미야 (2)

※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는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3시즌 시작 전까지「Moon-light rod」편이 끝나야 딱 맞는데 이 속도로 봐선 워째 가능할 것 같지가 않네요. ※


모즈볼리 모텔의 입구를 장식한 깜빡이 색전등을 마침내 찾아냈음에도 샘은 그 안으로의 진입을 망설였다. 당연한 얘기지만「방금 전에 실수로 사슴 열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치어 죽였거든요. 아님 우리가 차로 들이받은게 아프리카 코끼리였을까요?」식의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그걸 고스란히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어둠이 그럭저럭 그 모습을 감추어주긴 했어도 채 굳지 않은 대량의 피는 녹슨 쇠붙이 냄새를 진하게 풍겨댔다. 누군가 바로 그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할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했고, 그것도 강력 사건으로 신고될 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죽을 맛이다. 이 마당에 뺑소니 혐의로 체포당하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서 샘은 모텔에서 한참 떨어진 으슥한 장소로 차를 세웠고, 굵은 한숨과 함께 엔진을 껐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사라지고 암흑이 주위를 포진하자 세 사람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을 삼갔다. 피곤한 탓도 있었지만 입을 열었다간 뭔 소리가 튀어나올지 그게 무서웠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히스테리를 부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특히나 딘은 무릎 위로 얌전히 손을 얹은 채 초긴장상태였는데 불결한 피를 뒤집어쓴 옷을 전부 벗어 태웠던 것처럼 더러워진 임팔라 또한 휘발유를 들이붓고 불을 당겨야 한다고 설득하려 할까봐 걱정이 산더미였다. 절대로 안돼, 라이터를 꺼내고 그러기만 해봐, 차라리 날 죽여, 속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서로 뒤엉켜 아우성을 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겠다며 동생이 조심스럽게 시선을 맞춰오자 딘은 한층 더 긴장하여 좌우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젖은 신문지처럼 빛이 바랜 피부 탓에 콧잔등 위로 뿌려진 자잘한 주근깨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화형식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면 그 즉시 자동차를 끌어안고 알라스카까지 단숨에 도망이라도 갈 태세다. 한숨만 나온다. 그놈의 망할 사랑의 도피행에 자신을 끼워주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한 샘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갖고 딘을 저주했다.

이 와중에 제일 먼저 운을 뗀 사람은 리였다.
『일단 좀 씻자. 내가 먼저 들어갈테니 5분 뒤에 신호를 보고 따라와. 108호실이다.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방이야.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만약 신호가 없으면...』
『화염병을 던질까요, 아님 기관총이라도 쏠까요.』
차에서 내린 그녀는 유리창에 두 손을 대고 서서 콧방귀부터 뀌었다.
『웃기고 있네. 지금 장난하나. 실력이 쥐뿔인 주제에 날 돕겠다고 참견하며 끼어들기만 해봐. 등껍질이 벗겨지도록 빗자루로 마구 때려줄테다.』
샘은 바보가 된 기분에 고개를 떨궜다.
『그럼 우리더러 어쩌라고요.』
『어쩌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달아나야지! 자, 약속해. 어떻게 한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고 난 뒤에야 리는 셔터가 굳게 내려진 전당포를 가로질러 빠르게 달려갔다.
신중하게 주변을 살핀 뒤, 셔츠를 두손으로 움켜쥐고 자세를 한껏 낮춘 채 울타리를 넘는 모습은 부모 몰래 외출했다 들키기 전에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틴 에이저를 많이 닮아 있었다. 복잡하고도 비밀스런 사생활을 즐기는 철부지들이 선호하는 출입구 - 이를테면 사다리가 놓여진 창문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빼면 영락없었다.
불현듯 샘은 그녀의 진짜 나이가 궁금해졌다. 딘과 비슷한 또래일 거라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터무니없는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록 콘서트와 남자친구,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은 MP3와 배꼽 피어싱이 관심사의 전부일 소녀들보단 확실히 삭은 외모였지만... 그놈의 두꺼운 화장이 변수였다. 여자들이 눈두덩이에 뭘 바르느냐에 따라 적게는 2년, 많게는 10년까지 자기 나이를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다는 건 가까이에서 제시카를 봐서 잘 알았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 것과 마찬가지다 - 라고 제시카는 웃으며 말하곤 했다. 실제로 하이힐을 신은 제시카는 원래의 키보다 10cm는 족히 커보였다.

딘이 고개를 길게 빼는 것과 동시에 리가 방문에 열쇠를 꽂았다. 하지만 바로 손잡이를 돌리진 않았다. 허리를 숙여 문 아래틈을 살짝 더듬거렸고, 딘은 그녀가 사전에 그곳에다 얇은 핀을 끼워뒀음을 눈치챘다. 예민한 상황에선 존도 종종 그렇게 하곤 했다. 만약에 핀이 움직였다면 그건 나쁜 소식이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적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꺼내드는 것이 현명하다. 아니면 최소한 연막탄 정도는 터뜨려야 했다.
다행히 침입자는 없었던 것 같다. 장치한 핀을 도로 집어들고 안전을 확신한 리는 그제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등 스위치를 켜자 내려진 커튼 틈새로 환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조금 있다 불은 다시 꺼졌고, 정확히 3초 뒤에 아까의 행동은 실수라는 듯이 도로 환해졌다.
『샘? 신호다. 우리도 들어가자.』
특대형 피자를 주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찌그덩 소리를 내는 자동차 문을 닫았다.

「어떤 의미에선 아빠보다 훨씬 더 대단해」
일주일치 선불을 내고 빌린 모텔방은 후텁지근한 차안에서 곰삭은 페스트푸드의 냄새를 풍겨댔다. 낡은 소파와 커피 얼룩이 남은 카펫, 반액 세일로 팔려고 해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창고에서 썩어나갔을 금속제 책상 같은게 어색하게 제 자리를 지켰다. 성전처럼 우뚝 자리를 지킨 싱글 침대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했지만 산더미처럼 벗어던진 옷가지와 읽다 만 프린트물 덕분에 이미 오래 전에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종이는 침대를 점령하고도 모자라 바닥과 벽면, 그리고 화장대까지 진출해 있었다. 빈 공간이 있다 싶으면 투명 셀로판 테이프로 무질서하게 붙여나간 뉘앙스다. 덕분에 1989년 12월자 미시간주 지역신문에서 오려낸 여교사 베르니카 부르의 납치, 살인사건 기사 옆으로 엉뚱하게 패밀리 레스토랑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다시 그 옆으로는 스페인의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인 후안 마누엘 소아레스 감보아가「엘 문도」의 편집자에게 보낸 협박편지의 사본이 올라가 있었다. 그녀가 무엇을 찾고 있고, 무엇을 알고자 한 것인지는 당사자의 설명이 있지 않는 한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나름대로의 법칙을 갖고 열심히, 열심히, 부지런히, 부지런히 자료들을 벽에 붙여나갔던 존과는 천지차이다.

딘은 심호흡을 한 다음, 거울 옆으로 붙은 사진으로 시선을 주었다. 도저히 진위를 모르겠다. 이 여자는 무슨 목적으로 피렌체의 명소인 베키오 다리를 찍은 관광용 엽서를 붙여놨을까.
『좋은 곳이야. 다리 위로 멋진 보석상이 죽 늘어서 있지. 낮이나 밤이나 금은보석으로 번쩍거린다고. 혹시 가본 적 있어?』
리의 질문에 샘은 눈알을 굴려댔다.
『그럴 리가요. 우리 형은 중증의 비행기 공포증이예요.』
딘이 그 장소가 어딘지를 알아본 건 순전히 사진에 장소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면 그곳이 일본 혼슈의 센다이라고 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대충 넘어갔을 것이다. 비행기가 무서워 대단히 미안합니다 - 흥, 소리를 내곤 엽서를 거울에서 떼어내 거꾸로 뒤집었다. 뒷면에는 대단히 훌륭한 필체로 짤막한 안부의 글이 적혀져 있었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글씨다. 멋지다는 느낌이었다.
친애하는 리디아님, 이곳에서 본 아르노강의 야경은 당신을 닮아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딘의 눈동자가 글씨를 따라 옆으로 게걸음을 치자 그 즉시 리는 누가 죽었기에 멋대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느냐며 펄쩍 뛰었다.
『뭘 보는 거야! 댁이 지금 구경하고 있는 건 은밀한 사생활이라고!』
성큼 걸음으로 다가와 엽서를 황급히 빼앗은 그녀는 골치 아프다는 투로 욕실을 가리켰다.

『부탁을 드리죠. 엽서엔 관심 꺼주시고 지금부터 샤워를 해주세요. 시간 절약을 위해 가급적 동생분과 같이 들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사이좋게 서로의 등에다 비누칠을 해주세요.』
『에?!』
『왜 깜짝 놀라는건데. 둘 다 남자잖아. 그리고 형제이고. 뭐가 문제지?』
정말로 의아해하는 리의 태도에 딘은 은밀히 충격받았다. 설마, 다른 사람들에겐 이게 문제가 안 되는 건가. 딘은 침을 꿀꺽 삼키고 목을 움츠렸다.
싱글 침대 2개가 나란히 놓여진 한 방을 쓰며 여행을 다닌게 벌써 2년이다. 상대가 있든 없든 껑충걸음으로 진 바지에 다리를 끼워넣은 것도 여러 번이다. 셔츠를 벗어던진 알몸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봐왔고... 그래도 같이 목욕까지 한다는 건 상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물거리며 샘을 쳐다봤다. 동생 역시 고양이가 혀를 물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할 말을 잊은 채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포르노 영화 감독이 검정색 속옷만 입은 출연자들을 향해 큐 싸인을 보냈다는 식이었다. 카메라는 돌아가고, 어색해 죽으려는 남자배우는 발기불능에 빠졌다.
『구, 궁금해서 그러는데... 자, 자매들도 같이 샤워하고 그래?』
『글세. 나는 외동딸이라.』
임대한 다기능 복합기에 메시지 알람이 켜진 걸 확인하던 리는 귀찮은 듯이 대꾸하곤 곧 등을 돌렸다. 가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삼파장 전구의 불빛을 받아 갈색의 머리카락이 탈색이 덜 된 백발처럼 보였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여러 단추를 조작했고, 이내 윙 소리를 내며 기계가 예약된 팩스 감열지를 길게 토해내기 시작했다. 토스터기 타이머 조작마저 서툴렀던 존과는 사뭇 대조적었다. 그녀는 다시 띡띡 소리가 나게끔 숫자판을 눌러댔다. 샘은 그 모습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과 많이 흡사하다고 여겼다.
『뭐 하나, 도련님들. 욕실로 안 가고.』
팩스에서 잠시 눈을 떼고 리가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설마, 샴푸로 머리를 감는 법부터 시작해 겨드랑이에 비누칠하는 방법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게 하는 것부터 알려줘야 하는 거냐? 그런 거야?』
딘은 가만히 눈짓했고 샘은 알았다며 먼저 욕실로 향했다.
용의주도하게도 샘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욕실 문을 걸어잠궜다.

『와... 저 자식 진짜 냉탱이 없네.』
걸쇠가 돌아가는 찰칵 소리에 리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나 딘이 그렇게 하라고 무언의 명령을 내렸을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기에 비난의 화살은 다시 동생으로부터 형에게로 돌아왔다.
『한심해서.』
금속제 테이블에서 포장을 뜯은 담배를 집어든 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텔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종이 성냥을 찾아 이곳저곳을 뒤졌다. 그러다 퍼득 깨달았다. 보드카를 흠뻑 뒤집어쓴 몸으로 성냥불을 댕겼다간「스턴트맨이나 특수효과 없이 연기하는 리얼한 잔다르크의 최후」가 될 터였다. 쳇, 소리를 내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도로 책상 위로 던져버렸다. 입이 텁텁해 미칠 지경이었으나 목숨을 걸 만큼 못 참을 것도 아니었다.
『아님 나에게 달리 할 말이라도?』
그도 그럴 것이 딘은 지은 죄를 자백하러 온 카톨릭 신자처럼 보였다.

딘은 대답하기를 잠시 미룬 채 욕실에서 물줄기가 터져나오는 기척을 기다렸다. 조금 지나자 쏴 소리가 들려왔고, 바로 지금이야말로 고해성사를 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걸 알았다. 물론 샤워기만 틀어놓고 문짝에다 귀를 바짝 대고 있을 수도 있다. 샘은 의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딘은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췄다.
『나도 헌터야, 리.』
『물론 그러시겠지.』
기껏 분위기를 맞춰줬더니 뚱딴지 같은 소리나 한다며 눈을 부라렸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가망이 없다면 우리 두 사람을 포기해도 원망하지 않아. 그쪽부터 살아남을 궁리를 해.』
『어머~ 그거 엄청 고마우셔라.』
리는 약간 화가 난 눈치였다.
『지금 내 생각을 해주는 거야? 맙소사. 아랫도리가 흠뻑 젖어올 정도로 감동적인데.』
그리고는 음란하게 손으로 사타구니를 꾹 눌렀다. 그 못난 태도에 딘은 손을 들었다.
『장난하는 거 아냐.』
『그럼 그게 진담이었수? 난 농담이라 생각했수. 닥치고 동생이랑 같이 머리나 감으슈.』
『아직 내 이야긴 안 끝났어, 리.』
딘은 더욱 목소리를 작게 했다. 이젠 거의 속삭이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만약 둘 중에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잠깐!』
『나를 포기해.』

진심이다.
때문에 불쾌하다.
리는 거부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팔짱을 꼈다. 목덜미로 기분 나쁜 오한이 달렸다. 리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다시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어댔다.
『이게 무슨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까, 아님 버거킹 햄버거를 먹을까 하는 문제인줄 알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는 알고 있는 거냐? 이건 음식을 주문하면서 양파를 빼달라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듣지 않고 딘이 말했다.
『저 녀석을 구해.』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확고했다.
『내 동생을 구하라고.』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에 리는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Posted by 미야

2007/07/22 10:08 2007/07/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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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푼젤 2007/07/22 21:28 # M/D Reply Permalink

    역시 딘!

  2. 뒤잔봉 2008/07/15 19:33 # M/D Reply Permalink

    이건 대체 우애인건지, 사랑인건지..(!!)
    아 한편한편이 완소장면들이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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