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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repentance 07

Supernatural 팬픽으로 (아직까지는) 건전 지향입니다. 그래봤자 사랑은 모두 형님의 것. 임팔라 부릉부릉까지 모두 형님의 것. 새미는 당연히 형님의 것.


현관 문을 거의 때려부수다시피 해가며 집안으로 진입했다.
그런 샘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창틀과 문지방을 따라 소복히 뿌려진 하얀 가루... 소금이었다.
『이건 또 뭔 수작이야?!』
분도패를 배치하면서 소금을 쓴다는 이야긴 금시초문이다. 사제들이 의식을 행하면서 소금을 뿌려댄다? 돼지 고기 염장할 일 있느냐며 바티칸 교황청에서 웃음 소리를 낼 거다.
순간 머리 꼭대기로 엉덩이 빨간 원숭이 다섯 마리가 올라가 노래방 템버린을 신나게 두둘겼다.
『나에겐 이렇다 말도 없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었던 거야?! 딘~!!』
이에 호응하듯 윗층에서 나무 판자 부러지는 와지끈 소리가 들렸다. 딘의 비명 소리도 같이 해서 들렸다. 맙소사, 샘은 숨을 멈춘 채 한 걸음에 다섯 계단을 한꺼번에 밟았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축축한 땀으로 젖은 겨드랑이가 추워지려 했다.

하느님, 오버하셨습니다. 제가 딘의 머리통을 때려달라고 기도했다는 걸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그치만 살짝 때리는 것과, 뼈 부러지도록 두둘겨 패는 건 달라도 무지 다르지 않습니까.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시면 곤란합니다. 제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기도 같은 걸 하나 봐라. 딘이 다치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 가는 것도 취소할 겁니다.

침실 문은 안에서 잠겨져 찰칵 소리만 내고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주먹으로 문을 두둘겼다.
『딘! 무사해?!』
대답 대신 와장창 소리가 또 들렸다. 야구 방망이로 전등이라도 때려 부순 기색이다. 샘은 신경이 극적으로 곤두선 나머지 어지럼증을 느꼈다. 가구도 치워졌을 방구석에서 도대체 뭐가 박살나고 있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었다. 문가에서 약간 떨어진 다음, 이를 악물고 문짝을 세게 걷어찼다. 한 번, 두 번... 머리털까지 찌릿거린다. 발이 먼저 부숴지던가, 아님 문짝이 먼저 부숴질 거다. 글쎄다. 어쩌면 양쪽 다 사이좋게 망가지는 걸로 이야기가 끝날지도? 샘은 눈에서 불이 나가는 걸 느꼈다.
『으아아아~!!』

잠시나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딘은 샘이 지르는 고함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동생이 울부짖고 있다! 찬물을 확 뒤집어 쓴 기분이다. 놀라 허둥대며 고개를 들자「고질라 대 괴수 가메라」리메이크판 영화가 고스란히 다가왔다. 1954년도 원작 영화보다 당연히 특수 효과가 뛰어난지라 딘은 자신도 모르게 질겁했다. 평소엔 똥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곤 하는 동생이 티라노사우루스로 변신하는 걸 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것도 쿵쾅거리며 혼신의 힘을 다하여 사냥 중인 T-렉스다.
딘은 바닥을 기어서 동생에게로 갔다. 그리고 팔을 벌렸다.

『샘?! 임마! 어디 다쳤냐? 이리 와!』
『아냐! 난 안 다쳤어!』
동생이 말짱하다는 말에 딘은 희미하게 웃었다.
『좋아. 잘 됐네. 그런데 왜 그렇게 소리 지르고 그래.』
『형이 다쳤어~!!』

그제서야 깨달았다. 코피는 쌍으로 터졌지, 눈두덩이는 부었지... 입술도 찢어져 찝질한 피 맛이 났다. 시야도 흐릿해서 동생이 지금 신들린 것처럼 연기하고 있는게 고질라인지 아님 가메라인지 판단이 힘들었다. 짜증이 나서 손등으로 눈가를 비비려 했다. 그러다 짜릿한 통증에 이크 하고 손을 치웠다. 젠장이다. 바늘로 꿰매야 할 정도의 상처만 아니었음 좋겠다. 훤칠한 얼굴 한 가운데로 바느질 자국이 남는 건 딱 질색이다. 여차하면 흉터를 가리기 위해 길게 기른 앞 머리를 내려야 하는데, 그랬다간 촌뜨기 분장을 한 것처럼 정말 웃길 거다. 깻잎 머리 스타일에 5:3 가르마... 차라리 그냥 죽게 해줘.

『딘! 지금은 망상 극장에서 혼자 놀고 있을 때가 아니야!』
샘은 넋을 완전히 놓아버린 형을 부축하고 빨리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렇게 몇 발자국 옮기려던 찰나, 쾅 소리를 내며 발로 걷어차 망가진 문이 도로 닫겼다. 그는 경악했다. 언제부터 미국의 일반 가정에 자동문 사용이 보편화 되었던고.
뿐만 아니다. 이번엔 팟, 하고 천장 등에서 노란 스파크가 튀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낮춘 샘은 팔을 뻗어 딘을 보호했다. 누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불꽃이라니. 거기다 전등엔 전구도 안 끼워져 있다.
『아이고, 맙소사. 폴터가이스트?*』
파라락 소리를 내며 커튼이 거꾸로 뒤집혔다. 아니, 뒤집힌 정도가 아니라 아예 뽑혀나가려 했다. 창문이 덜컹거리며 조임 나사 하나를 총알인양 튕겨냈다. 이거 제법 아찔하다. 나사는 퓽~ 하고 벽을 뚫어버렸다.

샘은 두 손으로 딘의 옷자락을 잡았다.
『딘? 빨랑 설명해. 집안에서 혼자 뭘 하고 있었어?!』
『뭘 하긴. 특수 와이어 하나 없이 원더랜드의 피터팬 영화를 찍고 있었지. 날아다니고, 벽에다 내동댕이쳐지고... 스턴트맨 없이 주연 배우가 직접 열연했단다. 진짜야. 볼래? 이 멍자국.』
『장난하지 말고!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아아, 글쎄다. 아무리 얌전한 유령이라도「철창에 가둬버리겠다」고 협박하면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어. 왜 있잖아. 뺨 맞으면 발끈하는 거. 그래서 분도패를 들고 위협했지. 형은 그게 약간의 도발이라 여겼는데... 와우! 그쪽은 선전포고라고 여겼나봐. 이렇게 과격하게 반응할 거라고는 미처 몰랐...』

딘의 변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와들와들 경련을 일으키던 창문이 마침내 풍선처럼 부풀었다. 유리가 깨질 거라고 판단한 샘은 재빨리 딘의 머리통을 감싸안고 바닥으로 넙죽 엎드렸다. 엉겹결에 터치 다운 당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린 딘의 눈 앞으로 아동용 만화에서나 나옴직한 노란 별똥별이 튀었다.
『윽!』
딘은 고통에 겨워 눈물을 찔끔 흘리며 중얼거렸다.
내가 럭비공이냐. 일부러 그런 거라면 이 자식을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머리를 찧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이 샘은 끙끙 신음하는 딘을 다시 붙잡아 일으켰다.
『집밖으로 당장 나가야 해!』
『어떻게. 문은 닫겼고 창문은 너무 높아. 아님 지붕으로 올라갔다가 다리 몽둥이야 부러져라 이러면서 점프할래?』
『정 뭐하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알았어, 새미. 넌 그냥 점프해. 말리지 않으마. 하지만 난 안 그럴 거야. 왜냐면 난 멍청한 동생과는 달리 무쟈게 똑똑하니까. 대신 녀석을 한방에 잡고 현관으로 당당히 걸어서 나갈 거야.』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곳곳을 관찰하며 특수 탄환이 장전된 권총을 꺼내들었다. 주택가에서 총질하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랬다간 5분 안으로 경찰이 달려와 확성기에 입을 대고「너희는 포위되었다!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당장 밖으로 나오도록!」라고 떠들게 된다. 하지만 텔레비전 만화 주인공처럼 입으로 초강력 레이저를 뿜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니 경찰 걱정은 나중에 하자. 투덜거리며 안전 장치를 풀었다. 당장에라도 사격할 수 있도록 조준 자세를... 젠장. 딘은 발을 구르며 욕을 퍼부어댔다. 오른쪽 팔이 위로 안 올라간다. 한바탕 구르면서 어깨를 다친 모양이었다. 식은 땀 나는 일이다. 왼손으로 사격은 진짜지 형편 없다. 유령을 맞춘다면서 동생을 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행운을 빌며 오른팔을 들었다 놓았다 다시 해봤다. 틀렸다. 역시나 일정 높이 이상은 안 올라간다.

『우왓?! 나왔다!』
검은 연무 같은 것이 천장에서부터 내려와 사람의 형상으로 뭉쳤다. 더러운 먼지처럼도 보이고 새카만 곰팡이를 빗자루로 쓸어다가 한꺼번에 뭉쳐놓은 것으로도 보인다. 그런게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샘은 어찌할 바 모르고 있는 딘을 바깥으로 힘껏 밀쳤다. 윽 소리를 내며 그가 벌러덩 넘어졌다. 동시에 기다랗게 늘어진 손가락이 - 또는 손가락일 거라 짐작되는 그 무언가가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할퀴고 지나갔다.
샘은 벽쪽으로 두 바퀴 구르면서 형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딘!』
『몰라... 꼴사나워 죽겠다, 야.』
대답하는 딘의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배를 쭉 깔고 넘어진 모습 그대로에서 이제는 총까지 놓쳤다. 흘깃 보아하니 뱀처럼 쉭쉭 소리를 내는 연무는 천장까지 단박에 올라갔다가 기회만 노리고 있는 중이다. 딘은 자신이 꼼짝 없이 올빼미 발톱에 걸린 개구리 신세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 해부대 위의 개구리다. 클로로포름으로 마취된 개구리다. 교수대의 밧줄을 눈으로 본 죄인처럼 몸이 꼼짝을 하지 않았다.

허공으로 새카만 여자가 둥실 떠올랐다.
딘과 샘은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여자다! 여자가 집에서 죽었다는 기록은 못 봤는데!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만하면 젊은 측에 속하는 여자였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입술이 파랗다. 피부가 건조해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머리카락은 방금 전에 샤워하고 나온 사람처럼 곰삭 젖어 있다.

욕조 속에 처박힌 골동품 축음기에서 나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으릉거렸다.
《잘못했다고만 말하면 괜찮을 줄 알아? 후회한다고 말한다고 용서받을 거라 생각해...?》
여자가 악의를 드러내며 살벌한 미소를 흘렸다.

급한 마음에 더듬거리며 권총을 찾았다.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딘은 비굴하게 웃으며 뒷걸음질했다.
『저기... 잠깐만요, 아줌마. 우리, 그냥 말로 하면 안될까요.』
대답은 않고 여자는 다시 검은 연무로 돌아갔다.
『그러시겠죠. 물론 안 될 거라고 짐작은 했어요.』

갑자기 숨이 막혔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목을 조르면서 세게 눌러댔다. 딘은 어떻게든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순수한 악의」를 손으로 잡고 떼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시에 몸이 또다시 둥실 떠올랐다.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어진다. 또다시 와이어를 몸에 감고 피터팬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자 아찔해졌다. 뜰채로 건져올린 물고기 취급은 짜증난다. 이리저리 뒤집고, 여차하면 내던지고... 감독 나오라고 해라. 당장 사표 쓰고 도망가련다. 아니, 그 전에 배우를 죽도록 혹사시킨 연출가를 뒷골목으로 불러내 평소의 원한을 해소하고저 주먹질을 약간만...

『커억!』
맞고만 있을 연출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연출가는 반격을 시도하며 딘을 무섭게 패기 시작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야...》
유령의 목소리가 더욱 스산해졌다. 동시에 해머로 배를 내려친 듯한 통증이 급습했다.
《용서하지 않아... 잘못했다고 빌어도 나는 절대로 용서 못해...》
등짝을 밟고, 걷어찼다. 뺨을 갈기고, 흔들어댔다.
멎었던 코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도와줘! 샘! 나 죽어! 이 아줌마를 어떻게 좀 해봐!』
굳이 애원하지 않더라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다. 샘은 딘이 떨어뜨린 권총을 집어들고 방아쇠에 검지손가락을 걸었다. 그런데 누굴 쏘라고? 검은 안개에 은과 소금으로 코팅된 총알이 과연 통하기나 할까? 샘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틀렸다, 자신이 없다. 연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한 총알이 딘을 그대로 꿰뚫어버리기라도 하면? 의심이 들자 더 이상 방아쇠에 손가락을 댈 수 없었다.
『샘! 쏴!』
『못 해!』
치명상을 입고 피 흘리는 형을 보는 건 사절이다. 차라리 내 심장을 쏘고 만다. 샘은 쓸모 없는 총을 도로 던져버렸다.
『샘~!!』
『포기한 거 아니야. 날 믿어!』
이거다 싶자 망설이지 않았다. 딘을 향해 달려가며 찍찍이 물통의 캡을 땄다.
그럼 간닷!
부드러운 플라스틱 표면을 힘껏 누르자 어린애 오줌줄기처럼 내용물이 찍- 하고 튀어나왔다.

『푸웁!』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딘은「어쩜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덟 살 이후, 물총 세례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든 말든, 샘은 가지고 있던 성수 전부를 딘의 머리에 부어버렸다.
『딘, 외쳐!』
『외쳐? 무엇을?』
『아멘!』
『뭐? 아멘?』
영문을 몰라 반문하는 것과 동시에 사악한 기운이 거짓말처럼 뚝 떨어져 나갔다.

Posted by 미야

2006/12/13 13:12 2006/12/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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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의 방법에서 문제가...

저는 뭐니뭐니해도 활로 파마하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활시위를 퉁퉁 튕기는 것도 좋고, 화살을 직접 쏘아서 제령하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트라이에서 리나가 화살 쏘는 장면이 나오자 그래서 이성이 뚝 하고 날아갔지요. (평생 여왕님으로 모시겠어욧~!!)

소년마법사에서 이부키군이 보여준 제령도 괜찮았습니다. 치아를 딱딱거려 운율을 맞춰 악령을 결박시킨다는 타천종은 유일하게 소년마법사에서만 봤습니다만, 그 방법도 쓸만한 것 같습니다.
작가가 지어낸 거라고 할지라도 신도의 주문 또한 시적이라 좋아합니다.
부적을 쓰는 방법 또한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하지요.

그런데 윈체스터 형제의 제령 방법은?
무덤을 파서 원령의 시신을 소금에 버무려선 태워버린다. 끝.
뭐야아~!! 단순무식의 결정판이잖아~!! (버럭)

이것 때문에 팬픽션 쓰는게 재미가 반감되어 버렸습니다.
형제들에게 무당 수업이라도 시키고 싶어진다니까요.


역시 에로인 건가... 므흣 팬픽 하나 건져놓고 좋아라 발광하고 있다.
여하간 담배 피우고 하는 키스보단 맥주 먹고 키스하는게 어쩌면 더 끔찍할지도.
새미? 딘이랑 뽀뽀해볼래? (콘티 수첩을 고쳐야 할지도...)

Posted by 미야

2006/12/13 12:05 2006/12/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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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repentance 06

생리통, 생리통, 망할 생리통... 내 허리 돌려줘, 아놔. 본문에 나오는 내용은 픽션입니다. 카톨릭 종교를 믿는 분들, 모쪼록 웃으면서 넘어가십시다.


『자, 착한 새미 어린이? 두 손으로 이거 받으세요. 딱지가 하나, 딱지가 둘...』
『이건 딱지가 아니잖아, 형.』

샘은 형이 자신의 손에 쥐어준 물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1개에 1달러 20센트밖에 안 하는 주석 재질의 성 베네딕트 메달이 모두 4개였다. 어디까지나 열쇠고리 장식용으로 판매되는 물건인지라 두께도 얇고 크기도 아담한게 엄지손가락으로 잡고 힘을 주면 휘어지게 생겼다.
뿐만 아니라 딘은 어린이용 감기약 시럽을 담아두기에 딱인 소형 찍찍이 물통도 하나 건네주었다. 사전에 솔로 깨끗하게 닦았음에도 혼합 딸기 향이 희미하게 풍겨났다. 약국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걸 적당히 주워온 것이 분명했다.
최근 들어 포커 게임으로 돈을 못 벌었다고 해도 그렇지. 샘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의 물병을 흔들었다. 이물질이 들어가 있지 않은 투명한 액체가 출렁 소리를 냈다.

딘이 킬킬 웃음을 삼켰다.
『반응이 왜 그래. 보면 몰라? 그건 성수야. 비눗물이 아니란다.』
『성수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야. 지금 장난해?』
그건 섭섭한 말씀이시다. 딘은「가엾어라. 넌 장난이 뭔지도 모르는구나」라고 말한 뒤, 눈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해서 동생의 뒷통수를 찰싹 후려갈겼다.
『아욱!』
『샘? 바로 이런게 장난이야. 성수는 장난이 아니지. 이제 알겠어? 하여간 이 녀석은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꼭 어디 하나가 부족하다니까. 자, 마지막으로 이거나 받아. 나침반이다.』

샘은 어금니를 빠득 갈아대며 형을 힘차게 노려봤다. 뒷통수가 욱씬거리는 건 둘째다. 아니, 첫째인가. 왜 이렇게 손이 매운 거냐. 머리통이 활활 달았다.
아무튼 7개의 분도패를 쓰는 건 반대다. 폐렴인지 독감인지도 확실히 모르는데 돌팔이 의사처럼 독한 항생제부터 처방해서야 쓰나. 그러니까 이성에 입각하여 어리석은 딘의 행동을 어떻게든 말려야 할 것이다.

『딘? 우리에겐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어. 이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으흥.』
『상대의 정체에 따라 대응법도 달라져야 해. 생 초보들도 이렇게 무식하게 일 하진 않아.』
『그래, 그래.』

성 베네딕트 메달을 허공에 던졌다 받았다 하며 손장난을 치던 딘은 대답마저 시원찮게 했다. 뿐만 아니라 가벼운 휘파람까지 입에 달았다. 끝장의 메탈리카 허밍이다. 귓구멍만 막지 않았을 뿐이지 그 의미는 분명하다.「아, 동생의 짬짜 소린 진짜 듣기 싫어」다.

샘은 단호함을 담아 나침반을 다시 형에게 돌려주려 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이건 옳지 않아. 내가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거야.』
『그려? 하지만 여기서 네 의견은 소용 없단다, 샘. 정 억울하면 뿅 하고 마술을 부려 나보다 4년 먼저 태어나던가. 자, 일등병? 움직이도록. 안은 내가 처리하고 밖은 너에게 맡기마. 알고 있지? 북서남동 순서로 네 개의 메달을 땅에다 묻도록 해. 그러니까 시계 방향이야.』
샘은 물러서지 않았다.
『명령하지 마. 난 딘의 부하가 아니야.』
단호한 거부 의사에 딘의 눈매가 살짝 얇아졌다.
『맞~아, 부하가 아니지. 넌 내 동생이야. 나는 네 형이고. 여기서 100년이 지나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세상의 법칙 한 가지를 가르쳐줄까? 곧 죽어도 내가 위야. 알아 먹었어? 그러니 작작 투덜거려.』
그리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복장 터지게 만드는 살인 미소를 슬그머니 덧붙였다.
『뭐야, 새미 어린이. 혹시 분도패 다루는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동생은 펄펄 뛰었다.
『새미 어린이라고 부르지 마! 내가 아직도 열 두 살인 줄 알아?!』
『알았어요, 새미 어린이. 라틴어 문구는 안 잊어버린 거 맞지요?』
『VADE RETRO, SATANA! (사탄아, 물러가랏!)』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일등병은 분기탱천하여 성큼 걸음으로 뒷마당을 향해 돌아갔다. 걷는 뒷 모습이 가관이다. 솟구치는 울분을 삭히느라 양 어깨가 위로 뾰족 솟아 있었다. 가뜩이나 키가 커다란 녀석이 들썩들썩 움직이자 없던 바람이 절로 생겨날 지경이다. 그것도 들판을 초토화시키는 토네이도급 돌풍이었다. 풀들이 알아서 비켜서는 걸 봐라. 대포가 터진 것도 아닌데 나뭇가지마저 휘고 있다.
『좋았어, 그럼 앞으로 15분... 서둘러야겠군.』
딘은 그런 동생을 냉정한 눈빛으로 지켜보며 시계를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다.

의식의 집행은 원래 카톨릭 사제들만 하도록 되어 있다. 나침반을 들고 이리저리 걷던 샘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북쪽을 가리키는 바늘의 움직임에 시선을 맞췄다.
성당에서 양초 한 자루 제대로 켠 적이 없는 주제에 참으로 잘 하는 짓이다. 그치만 민간인의 입장에서 꽤나 여러 번 엑소시즘을 성공시킨 적이 있으니「믿음으로 아멘」이라 주장하고 무난하게 넘어가도록 하자. 어차피 하느님 입장에선 모두가 한 자녀들이다. 로만 칼라의 검은 옷을 입지 않았으니 당신의 영광을 허락하지 않겠노라 할 것도 아니잖는가. 샘은 마음을 굳게 먹고 성호를 세 번 그었다.

『우리의 도움은 주님의 이름으로 오나니, 주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지으신 분이시로다.』
기도를 시작하며 적당한 장소에서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으로 흙을 헤집고 메달 하나를 땅에 놓았다.
『이 메달 위에 악마의 힘과 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베풀어 주소서... 뜻을 모아 기도합니다. 무한의 근원이신 하느님, 죽은 이를 불로써 심판하러 오실 주님. 청하오니 악마의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당신의 은총으로 도우소서.*』
메달 위에 성수를 뿌리고 그 위로 정성을 다해 십자가를 그었다.
『아멘.』

하나의 패의 위치를 잡았으니 똑같은 행동을 이제 세 번 더 반복해야 한다.
무릎에 묻은 흙을 털고 일어나면서 샘은 인상을 찡그렸다.
볼품 없는 찍찍이 물통에 든 성수가 그의 엿 같은 기분을 대변했다.
『자, 그럼 다음은 서쪽...』
고개를 돌려 흘끔 올려다본 집은 아무 일이 없다는 투로 조용하다.
샘은 집안에 매복해 있을 적군을 향해 캉~ 소리를 한 번 내곤 울타리를 넘어갔다.

『반복하여 기도합니다. 우리의 도움은 주님의 이름으로...』
신경이 곤두서는 기분이다. 높게 두른 담장이 없으니 부근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행동을 죄다 지켜볼 수 있다. 남들의 눈에 이게 정상으로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아는 샘은 목이 비틀려 죽은 카나리아 시체를 정원에 파묻고 있다는 식으로 허둥거릴 수밖에 없었다.
혀가 바짝 말라갔다.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아이가 보고「아저씨, 지금 뭐해요?」라고 물으면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별 거 아니란다. 여기다 추억의 타임 캡슐을 묻고 있어」라고 대답하면 과연 믿어나 줄까. 요즘 아이들은 영악하니 십중팔구 안 속아 넘어간다는데 한 표. 대신 수상한 사람이 마약을 숨기고 있다며 부모에게 당장 일러 바친다에 한 표.
덕분에 정신을 집중해서 기도문을 외우는게 힘들어졌다. 진땀이 나려고 했다.
흙투성이로 변한 손을 허벅지에 문지르면서 찍찍이 물통의 캡을 땄다. 서두른 탓에 성수를 옷자락에 제법 흘렸다. 속옷까지 축축해지자 기분이 한층 더 우울해졌다. 크리스마스를 눈도 없이, 가족도 없이, 선물도 없이 지내야 한다고 해도 지금보단 차라리 나을 것 같다. 끌어안을 건 식상한 프로그램만 내보내는 텔레비전밖엔 없다고 해도 그렇다.

『정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당신의 은총으로 도우소서...』
절망에 가득차 속으로 다음의 기도를 살짝 덧붙였다.
우리 형도 정의가 뭔지 깨달을 수 있도록 추가로 은총을 허락하소서. 딘은 저보다 4살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제 의견 같은 건 깡그리 무시하려고 합니다. 4살이란 나이 차이가 정의가 아니라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 동생인 제가 그의 머리로 킥을 날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러니 주님께서 저를 대신하여 살짝 딘의 머리를 치사, 벼락과도 같은 강력한 깨달음을 내리소서.
『아멘.』
기도를 마친 후, 손으로 대충 쓸어모은 흙을 분도패 위로 덮었다. 이렇게 해야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까마귀가 행여라도 둥지로 갖고 날아가는 걸 막을 수 있다. 행여라도 누가 보지는 않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힘 주어 꾹꾹 흙을 눌렀다. 이것으로 4개의 메달을 모두 땅에 묻었다.

『...?』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일게다.
누군가의 시선을 깨닫고 고개를 들자 2층 창문으로 해서 형이 보였다. 그것도 창가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서 있었다.
손이라도 흔들어 주어야 하나? 어쩐지 기이한 느낌이 들어 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에서도 할 일이 많을 거다. 한가롭게 바깥 경치나 구경하고 있을 짬은 없다. 집안에 분도패를 배치하는 일은 야외에서의 작업보다 훨씬 손을 타는 일이다. 벽속에 넣을 것인지, 마룻바닥 속에 감출 것인지를 판단하고 여차하면 마루를 뜯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샘은 바지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에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갔다.

《딘 윈체스터입니다.》
저 너머로부터 날아온 딘의 목소리는 물결 잔잔한 호수 같았다. 그래서 더 바짝 약이 올랐다.
『지금 거기서 날 감시하는 거야? 사보타주 할까봐 감시하고 있는 거냐고!』
《아니.》
『거짓말. 아까부터 나만 보고 있잖아!』
《아아, 맨날 둘이서 붙어 있다가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까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서... 이렇게라도 널 보고 있어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어.》
『뭐? 외로워? 말도 안돼! 교과서 읽는 말투로 그렇다고 해봤자 안 속아.』

동생의 비난에 딘은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틀렸어, 샘. 방금 내가 읽은 건 교과서가 아니라 연극 대본이었어.》

쌈빡하게 혈압 오른다. 금방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 뻥과자 굽는 기계가 폭발한다. 샘은 핸드폰을 노려봤다가, 2층 창문을 쏘아봤다가, 발광하며 다시 핸드폰을 붙들었다.
『그래서 그 연극 대본의 제목은 뭐야. 조지 오웰? 1984년? 빅 브라더*?』
《허허허. 무슨 빅 브라더 씩이나... 그렇게 말하면 내가 300kg의 뚱보라도 되는 것 같잖냐.》
『어쨌든 나,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거든? 그렇게 감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형.』
《감시하는 거 아니야, 샘. 네가 나 만큼 일을 잘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어.》
『아냐. 모르고 있는게 분명해.』
《왜 몰라. 똥 기저귀 찼을 적부터 널 키운게 나라고. 아, 잠깐만... 기다려.》
순간 유리창에서 사람 그림자가 지워졌다. 딘이 침실 안쪽으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동시에 핸드폰에서 지지직 하고 그리 반갑지 않은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잡음이라니? 샘은 핸드폰으로 귀를 바짝 가져간 채 긴장했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단순한 전파 방해 같지가 않았다. 뭐랄까,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EVP(전자음성현상 Electronic Voice Phenomenon)다.

『형? 형! 거기 있어?』
《아아, 듣...고 ...어. 샘? 4개의 분...패는 모두 제 자리... 둔 것 맞...?》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쁜 예감이 들었다. 샘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헝클어뜨렸다.
『딘?! 거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어. 안에서 분도패를 다 배치하긴 했어?』
《뭘... 하... 일... 하... 있. 당연한 걸... 묻... 아냐.》
『딘!』
《왜? 내... 목...가 잘 안... 니?》
『딘! 제발 그러지 마. 나 지금 무서워졌다고.』

겁에 질린 동생 목소리에 반응, 형이 다시 창가로 나왔다.
건들건들 걷는 모양새가 아주 멀쩡해 보인다. 샘은 조그맣게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그치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머리가 보인다 싶었는데 휙 하고 빠르게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정도가 아니었다. 누군가 그의 목덜미를 잡아채고 뒤로 강하게 끌어당긴게 분명했다. 딘의 몸이 거의 날아가다시피 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장난이 아니다. 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안돼~!!』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며 집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Posted by 미야

2006/12/10 23:40 2006/12/1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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