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뺨과 턱에 돋아난 작은 수염 가시들이 쑤세미처럼 뾰족거렸다. 이럴 적엔 피우지도 않는 담배 생각이 간절해지곤 한다. 폐를 시커먼 쑥대밭으로 만들든 말든, 답답함을 덜어버리려면 뭔 수를 쓰긴 써야 할 것이다. 그는 한때 아버지 존이 줄담배를 피워댔던 걸 떠올렸다. 나이 어린 샘이 기침을 시작하자 단호한 얼굴로 담뱃곽을 꾸겨버렸지만 말보로의 냄새는 그러고도 한동안 아빠의 어깨를 맴돌았다. 딱 부러지는 성격의 해병대 출신 아버지가 담배 끊는 일 만큼은 망설였다? 당시엔 영문을 몰랐는데 지금은 그 까닭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까칠한 얼굴을 아무리 만지작거려봤자 초조함은 그리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으아, 하다못해 박하 사탕이라도 먹었으면. 딘은 혀를 내밀어 까끌해진 입술에 침을 발랐다.
『일단은 무덤이 없다는 거니까 다른 걸 고려해야겠지? 머리카락이라던가, 결혼반지라던가, 실수로 물에서 건져올리지 못한 팔뚝이라던가...』
웃기는 소리라며 샘이 노골적으로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베드로가 아니야, 딘. 그러니까 미드 호수로 내려가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말은 제발 하지 말아줘.』
그거야말로 배꼽을 잡고 웃다 기절하는 소리였다. 딘의 한쪽 눈썹이 활처럼 구부러졌다.
『걱정을 마셔, 샘. 이 형은 네가 술집에서조차 여자 하나 제대로 못 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어. 그런 네가 물이 차오르는데만 2년이 넘게 걸린 동네에서 여자 낚는 실력을 보여줄 거라곤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아. 기껏해야 깨진 콜라병에 찌그러진 맥주병이나 끄집어 올리겠지. 그것도 운이 따라준다면 말이야.』
설령 보트의 프로펠러에 걸려 팔뚝이 잘려나갔다 해도 10년이나 지난 지금에 이르러 잃어버린 조각을 물 밖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당시에도 못 찾았으면 지금도 못 찾는다. 물고기가「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맛있게 먹었거나, 박테리아에 의해 완전 분해되었다. 따라서 남은 신체 조직 어쩌고 하는 가설은 그냥 접는게 낫다.
샘이「어째서 내가 여자를 못 낚는다는 거야!」라며 불만을 표시하던 말든.
딘은 질리도록 뻣뻣한 목언저리를 주물렀다.\
『무시하지 말라고, 딘. 나도 버지니아 주를 지나칠 적에 예쁜 웨이츄리스에게서 전화번호를 받...』
『샘? 그 어린이 암환자 후원회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걸 알고 있을지 몰라. 가서 리들리 먼치가 죽고 나서 그의 재산이나 소지품 정리를 어떻게 했는지를 물어보자. 또 알어? 줄리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 정말로 그랬다면 엽기의 극단을 달리는 거겠지만... 하여간 시작은 거기서부터 해보자. 후원회의 주소는 알고 있겠지?』
『말 끊지 마, 딘. 나도 웨이츄리스에게서 전화번호를 받...』
『알았어, 호색한. 가슴 빵빵으로부터 전화번호 받아서 기뻤겠구나. 그럼 주소는 알고 있는 거지?』
『으이그!』
주소라면 물론 잘 알고 있다. 샘은 중앙 센피널 메모리얼 병원을 기억해내고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렸다. 코럴빌에서 그리 멀지 않다. 자동차를 남쪽으로 돌려 40분 가량 쌩쌩 달리면 된다.
그러면 어깨를 다친 딘을 대신하여 임팔라의 핸들을 잡도록 하자.
샘은 키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운전할게, 딘.』
『뭐? 나의 베이비를 네가 운전하겠다고?』
『거울을 못 봐서 그래. 권투 글러브를 끼고 마이클 타이슨과 15라운드는 뛴 몰골이야. 열쇠를 이리 던져.』
열쇠를 넘기기 싫었나 보다. 딘이 상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미적거렸다. 입술도 삐죽 나왔다.
하여간 고집쟁이 어린애가 따로 없다. 샘은 민망한 헛기침을 해가며 내어민 손을 재촉을 담아 가볍게 흔들었다. 오른쪽 팔이 일정 높이 이상 안 올라가는 주제에 핸들을 잡겠다고? 자살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은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눈치다. 할 말이 많다는 투로 샘을 노려보는데 그게 꼭 좋아하는 간식을 박탈당한 성질 고약한 시츄 강아지 같았다.
샘은 약간의 짜증을 느끼며 시선을 옆으로 살짝 치웠다.
분노에 찬 그르렁 소리가 들린다. 무섭다, 무서워. 조금만 더하면 이빨로 물어뜯겠다.
어쩌면 진짜로 물려버릴지 모른다고 걱정하며 바닥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별안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멈칫했다.
내가 현관 출입문을 착실하게 닫고 - 그것도 방범 체인까지 얌전히 걸어두고 2층으로 올라갔던가.
눈으로 본 시각 정보가 뇌에 전달됨과 동시에 머리 한켠에서 붉은색 알람이 켜졌다.
샘은 놀란 표정으로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그때는 오로지 딘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었다. 물대포에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나동그라지는 딘을 보자마자 출입문을 거의 때려부수다시피 해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벌컥 열어젖힌 상태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따라서 현관문은 활짝 열려진 상태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맞다.
샘은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 넘겼다.
뭐, 바람이 불어 저절로 닫겼다고 치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멀쩡하게 제자리에 붙어있는 방범 체인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친절한 구두수선 요정이 크리스마스 시즌도 아닌데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여 원래대로 고쳐놨다? 구두만 고치는게 아니라 자물쇠도 고치다니. 동화책 작가가《반칙이다!》를 외칠 법한, 그야말로 과잉 친절이다.
『형!』
『알았어, 샘. 열쇠 주면 되잖어. 대신 운전 똑바로 해야 한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일 났어!』
일 났다는 동생의 말에 딘은 경찰에게 포위된 은행 강도인양 얼른 벽쪽으로 붙었다.
『젠장. 바깥으로 경찰이 보여? 경찰이 온 거니?』
세인트 루이스에선 살인 혐의로 사전 영장이 청구되었고, FBI 데이터엔 흉악범으로 공식 등록까지 되어 있다. 하여 딘의 움직임은 덜도 말고 영화 속의《도망자》였다.
해리슨 포드는 자세를 낮춘 채 창가 쪽으로 가서 화단 너머로 뭐가 보이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머리를 들었다가, 내렸다가, 옆 창문으로 엉거주춤 기어갔다. 아직까진 딘의 눈엔 이거다 싶은 건 보이지 않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사각 지대라는 건 늘 있는 법이다. 그래서 딘은 꼭꼭 숨은 경찰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기 위해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바깥을 주시했다. 땀으로 손바닥이 촉촉해졌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새미. 지하실 환풍구로 빠져나갈까?』
지금으로선 영화《쇼생크 탈출》에서처럼 냄새 끝장의 더러운 오물관을 헤치고 지나가는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었다.
샘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냥 스티븐 맥퀸이 나오는《대탈주》라고 하자.《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팀 로빈슨은 아내를 살해했다고 누명을 쓴 회계사였다. 그의 까치머리 형은 아내를 살해하지도 않았고 - 아직 결혼도 못해본 몸이라 죽일 마누라 자체가 없다 - 회계사는 더더욱 아니다. 공부에 취미가 없어 고등학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았는데 계산기를 잘도 눌러대겠다.
『저리 비켜봐, 딘.』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팔꿈치를 세웠다. 그리고 유리창을 깨려 했다.
『워워, 뭐 하려는 거냐, 샘!』
이게 미쳤나. 딘은 동생의 머리통을 녹색의 벌레가 맛있게 파먹어버린 것이 분명하다며 질겁했다.
『경찰에게 들키게 되면 어쩌려고!』
그러다 두 번 놀랐다.
팔꿈치가 아프다며 샘이 눈물을 찔끔거렸다.「어휴, 죽겠네!」소리를 하며 제자리에서 뛰었다.
유리창은? 요지부동. 깨지기는커녕 얼룩 하나 안 생겼다.
『뭐냐. 그거 방탄 유리냐?!』
정말로 우주공학용 특수 재질인가 싶어 손등으로 툭툭 쳐봤다.
환장하시겠다. 먹먹한 소리가 달팽이 토악질하는 소리 정도로 작게 들렸을 뿐, 이게 유리인지 바위인지 구분이 안 갔다.
그 즉시 딘은 표정을 달리하고 유리창에서 물러섰다.
그리고 그럭저럭 움직임이 자유로운 왼손으로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화약이 폭발하는 커다란 굉음에 반응, 샘이 본능적으로 눈을 감은 채 몸을 움추렸다.
『젠장!』
새끼손가락 하나 겨우 들어갈만한 구멍만 겨우 뚫렸다.
유리창은?
총알이 저 혼자 빠져나간 동그란 자국만 빼고 여전히 건재하시다.
최소한 금이라도 가야 정상이잖아. 딘은 서둘러 동생의 소매를 붙잡았다.
물리학을 넘어선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밖엔 없다.
『이거 진짜 일 났네. 샘, 내 옆으로 바짝 붙어!』
『형, 부탁 하나 할게. 다음부터는 분도패를 구입하려면 최소한 10달러 이상을 주고 사도록 해. 1달러 20센트짜리 싸구려니까 효과도 1분 20초밖에 안 가잖아. 덕분에 이게 뭐야.』
『미안하다. 싸구려라서. 하지만 최근 우리들 지갑 사정이라는 건 낙엽과 신문지를 두 장 붙인 두께밖에 안 된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신용카드 사기는 안 된다고 지랄할 때는 언제고.』
『잘못했어. 다음부턴 지랄하지 않을게. 포커 게임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도 권장해줄게.』
『말은 잘 한다. 아침이 되면 눈 감아주겠다는 약속은 죄다 까먹고 아줌마 잔소리를 퍼부어댈 거면서.』
거기까지 말한 딘은 허겁지겁 주머니를 뒤져가며 쓸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네 발의 특수 코팅 총알이 남은 권총이 하나, 성수 주머니가 하나, 얼마 남지 않은 소금통에 유통기한이 끝난 분도패가 둘... 지포 라이터가 하나. 하느님 맙소사. 가진게 이것 뿐이라면 목숨이 위태롭다. 딘은 주머니 속에서 굴러다니다 결국엔 살짝 찌그러진 성 베네딕트 메달을 멀직이 던져버렸다. 이걸 워쩌면 좋노. 자신의 미흡한 준비성을 저주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체내의 혈액이 말라붙어 혈압이 자꾸만 내려갔다.
『샘. 너에겐 뭐가 남았냐.』
『미안해, 딘. 난 사정이 더 안 좋아. 몸뚱아리밖엔 안 남았어.』
샘 또한 멎적은 표정으로 내용물이 텅 빈 찍찍이 성수통을 바닥에 버렸다.
몸뚱아리밖에 없다고라?
딘은 두말할 것 없다며 자신의 재산을 샘에게 양도했다. 기겁하며 뒤로 빼는 동생의 윗도리에 성수통을 끼워넣고 억지로 손에 권총도 쥐어주었다.
『딘! 왜 이래. 형도 몸을 지켜야 할 거 아냐.』
『잔말 하지 말고 이건 네가 가지고 있도록 해. 난 지금 오른손을 제대로 쓸 수 없어.』
뭐, 오른손이 멀쩡했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억지로 건네주었겠지만.
딘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어차피 틀린 얘기도 아니지 않는가. 무기는 무조건 샘이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일리 있다고 판단한 샘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마지못해 총을 받았다.
『알았어. 총은 내가 가질게. 그럼 소금통은 만일을 위해 형이 갖고 있어.』
『인석아. 날 그렇게 소금에 절이고 싶어? 아이고, 새미. 내가 아무리 나쁜 놈이라지만...』
『모르겠어? 형이 나보다 훨씬 더 위험하단 말이야!』
발끈해서 무어라 하려던 딘에게 샘은 잠시 잠깐의 짬도 주지 않은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까 2층 침실에서도 그랬다고. 줄리는 오로지 형만 공격했어. 거기에 나도 있었는데 나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단 말이야! 형이 내던져지는 동안 난 아무렇지도 않았어. 아예 그 방에 없는 사람 취급이었다고!』
그 말을 들은 딘의 표정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오우, 그 아줌마 생각보다 남자 보는 눈이 있구나. 나에게만 관심이 있었다고? 넌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이거, 다시 봐야겠는데. 나쁘다고 욕만 할게 아니야. 취향이 좋아.』
저 답답한 붕어 대가리를 그냥 콱 때려줬음 좋겠다... 샘은 절망하며 악을 썼다.
『지금이 농담할 때야?! 닥치고 내 옆에 있어.』
『지금 무시라.』
『지켜줄게.』
그건 별로 반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딘의 눈초리가 또다시 장난감 공을 빼앗긴 시츄 강아지의 그것으로 돌변했다. 지켜? 누가 누구를. 이런 시건방진 동생을 다 봤나.
목울대가 진동하면서 제법 위협적인 그르릉 소리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뜯기는 걸 단단히 각오한 샘은 딘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부엌은 어떨까. 딘이 만들어 놓은 소금 결계가 아직까지 건재하다면 한동안 시간을 벌어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세탁실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을 거다. 서두는게 좋다. 어쨌든 지금은 거실에서 벗어나는게 우선이다.
『샘, 샘!』
동생에게 잡힌 손이 아팠던지 딘이 깽 소리를 냈다.
그러든 말든 샘은 형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대단히 수상쩍은 덜걱덜걱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축 빌딩 공사장이 코앞으로 있나보다 싶을 지경의 진동이었다. 아니면 땅밑 50m 아래로 수백 명의 인부가 대형 땅굴을 파고 있다. 딘의 눈이 휘둥글 벌어졌다. 2단 책장이 깡총 걸음으로 10cm나 튕겨나왔다. 동시에 사은품인 것이 분명한 싸구려 액자가 정확하게 자신의 미간을 향하여 돌격해왔다. 물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딘은 액자에 찍혀진 가게 상호명이 뭔지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레드 코피스 이탈리안 피자 전문점.
어우야, 다시는 내가 이태리식 피자를 먹나 봐라.
『딘! 위험해!』
샘은 등을 돌리고 재빨리 형을 껴안았다. 그래봤자 액자니까 아마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울러 자신의 커다란 등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그렇게 했다.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온몸으로 형을 감쌌다.
『썩을...』
여기서의 문제는 딘이 그렇게 되길 전혀 원치 않았다는데 있다.
내가 무슨 허리 사이즈 23인치의 연약한 공주님인줄 아냐. 썩은 잿빛의 오라를 풀풀 풍겨대며 곰 덩치의 동생을 뒤로 밀었다. 동시에 옆으로 구르면서 두 팔을 세워 얼굴을 방어했다. 피자집 액자가 머리통 한 뼘 위를 날았다. 뒤이어「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소설책이 팔을 정통으로 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얇은 두께의 책이라서 살았다. 얼얼한 팔뚝을 어루만지며 딘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샘! 달아나! 내가 표적이니까 넌 피해!』
『싫어!』
『하여간 저 녀석은 고분고분 말을 듣는 법이 없다니까. 임마! 지금 당장 형이 시키는대로 안 하면 엉덩이가 시퍼렇게 되도록 때려줄테다!』
『흥! 누가 그런다고 무서워할줄 알어?』
샘의 고집도 영 만만치 않다. 나 혼자 달아나라고? 차라리 스탠포드 대학으로 돌아가라고 해라.
흥분한 불곰처럼 번쩍 몸을 세우더니만 웅크리고 앉은 형의 몸을 농구공처럼 붙들고 안전 라인을 찾아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괜찮을지 아닐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흰색 페인트가 발려진 문을 무작정 어깨로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오던 빈 화분이 머리 바로 위를 맞추고 산산조각이 났다. 펑 소리를 내며 둥근 전구가 터졌다. 떨어지는 유리 파편을 가리고자 눈을 감은 샘은 잠시 비틀거렸다.
동시에 깨끗이 치워진 벽장이 활짝 열렸다.
「어?」소리를 낸 것도 잠깐.
보이지 않는 힘에 확 떠밀려 열려진 벽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샘~!!』
딘이 놀라서 팔을 뻗었다.
하지만 늦었다. 잡지 못했다.
벽장은 동생을 한 입에 꿀꺽 삼키고 도로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