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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06 [S☆N-fanfic] repentance 04 by 미야

[S☆N-fanfic] repentance 04

※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글이 질질 늘어진다고 하시는데 이게 원래 제 스타일이라는 거 아시잖아요오오~ 아앙, 빨리 금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


상대방의 경계심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 보고자 딘 윈체스터는 빙긋 웃기부터 시작했다.
그치만 누구보다도 형을 잘 알고 있는 샘은 그것이「웃는다」가 아니라「그러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다」쪽이라는 걸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었다. 기뻐서 환하게 웃을 적마다 만들어지는 눈가의 주름도 깊지 않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놀란 고양이의 그것과 대단히 비슷하다.

딘 못지않게 당황한 것이 분명한 여자도 안전핀을 뽑아낸 수류탄인양 은색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기세가 대단하다. 여차하면 폭파 스위치를 눌러 적들을 한 방에 아작내... 가 아니라, 엄지손가락으로 단축키를 눌러 911에 신고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크게 외칠 것이다. 강간범이야.
『당신들,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요?!』
다음의 생략된 말은「경찰을 부를 거예요」가 분명하다. 여자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 저희들 말인가요. 혹시 연락을 못 받으신 건가요.』
온갖 거짓 나부랭이를 주워삼키며 여자를 꼬시던 기술을 총동원했다. 어떤 날엔 방송국 프로듀서, 어떤 날엔 신출내기 신문기자, 또 어떤 날엔 휴가 나온 해병으로 행세하던 그다. 딘은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며 상대방을 슬쩍 떠보았다.
『무슨 연락이요?』
『오늘 이맘때쯤 둘러보겠다고 사전에 알려드렸습니다만. 저어, 아무 것도 모르시는 건가요, 부인.』
『모르는데요.』
쌀쌀맞게 대답한 여자는 바지 지퍼를 절반은 내린 남자 쳐다보듯 해가며 눈을 부릅떴다. 붉게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이 경고를 담아 살짝《통화》버튼에 닿았다. 으악, 던진다. 수류탄!
딘은 이거 참 야단났네 하면서 코를 만졌다.

『음... 저희는 앤슨&에이크 인테리어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집을 수리하려고 하는데 견적을 내달라고 요청을 하셨지요. 이쪽은 제 동업자인 에이크고, 저는 앤슨입니다. 뒷문이 열려 있어 맘대로 들어왔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아무튼 가재도구는 이미 치워진 상태라고 하셨으니까... 괜찮죠? 에이크와 같이 1층을 둘러보고 막 2층으로 올라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딘의 말이 정말이라며 샘이 거들었다.
『전화로만 설명을 들었을 적엔 전형적인 프론트 앤 백 양식의 스프릿 레벨이라 생각했는데요. 크고 네모난 기둥들은 동부 사람들이 선호하는 미션 양식이네요. 운치 있게 잘 조화시켰어요. 현관 아케이드도 그렇고 가급적이면 기본 모습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싶어요. 물론 회반죽을 덧바르긴 해야겠지만요.』
엄마 무덤에 맹세코 동생이 한 말이 뭔 소리인줄도 모르면서 딘은 열성적으로 맞장구쳤다.
『바로 그거예요. 사실은... 음, 많이 발라야 할 겁니다. 회반죽이오.』
『예. 그래요. 잠깐 본 거지만 깨진 부분이 장난 아니더군요.』
『이 친구 말이 맞아요.』
『그치만 염려 마세요. 손만 잘 보면 값비싼 희귀 골든 호클로마 테이블처럼 번쩍번쩍 할 거예요.』
『호클로마... 뭐?』
『쉿! 잠자코 있어.』
『알았으니 그만 꼬집어라, 동업자 에.이.크. 어쨌든 부인? 혹시 저희가 엉뚱한 집을 잘못 찾아왔다던가 하는 건 아니죠? 부인의 표정으로 봐선 아무래도 저희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지금 대단히 불안해지고 있거든요? 잘못 찾아온 거라면 빨리 말씀해주세요. 슬프지만 저희들은 덤벙거리는 일이 많아 가끔씩 엉뚱한 집에 가서 대문을 뜯어고치곤 하거든요.』
『만약에 이번에도 그런 거라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빨리 이 집에서 나가겠습니다.』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형제는 다소곳이 두 손을 깍지꼈다.

그제야 여자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긴장을 늦추었다. 샘과 딘이 (꽤나 어벙한 것이 분명한) 인테리어 업자라라고 완전히 믿은 모양이었다. 후우 하고 한숨을 쉬며 손에 쥐고 있던 수류탄 - 핸드폰을 후딱 치웠다. 그리고는 짧게 손질한 옆머리를 만졌다.
『아뇨, 아뇨. 모르긴 해도 제대로 찾아오셨을 겁니다. 죄송해요. 내 정신 좀 봐. 확실히 집을 수리해서 내놓으면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제가 먼저 말을 꺼냈었죠. 요즘 가벼운 두통을 앓고 있어서 그런지 깜빡했어요.』
『음, 그렇다면...』
딘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죄송하지만 그쪽은 누구시죠.』
『알렉산드라 슈마허예요, 앤슨 씨. 부동산 매매업자죠.』

부동산 매매업자라... 딘은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여기서 살던 사람이 자살한게 언제라고. 문제 있는 건 후딱 치워버려, 이런 거야? 그런 거면 무지 섭섭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겉으로 내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맞아요. 그러고보니 우리 의뢰인께서 가까운 시일 내로 집을 팔 거라고 하셨죠.』
『예. 사실은 많이 서두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급매물이죠.』
『아항, 급매물이오.』
딘과 알렉산드라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사업적 뉘앙스로 씨익 웃었다.

『어흠. 그나저나 슈마허 씨? 우리가 많이 놀라게 해드린 것 같던데 사과드릴게요.』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다 민망하네요. 만나뵈어 반가워요, 앤슨 씨, 그리고 에이크 씨.』

알렉산드라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잘 된 일이예요. 좋은 소식이네요. 전화로 저와 통화했을 적엔 페인트를 새로 칠하는 것조차 관심 없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더니. 자, 그럼 공사는 언제부터죠? 일주일 후? 보름 뒤?』
그거 참 성급하시다. 딘이 워워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예요, 부인. 지금은 견적만 내보는 단계니까요. 결정은 아직 안 났어요.』
『저런, 그건 유감이네요. 수리는 꼭 하는게 좋을 거예요. 사람들은 무작정 일을 서두르기만 하는데 그래선 될 일도 되지 않아요. 집을 파는 것만 급한게 아니지요. 뭐니뭐니해도 좋은 값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정 뭐하면 벽지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달라질 거예요. 지금은 뭐랄까...』
기분이 나쁘잖아요, 라고 말하다 말고 그녀는 살짝 혀를 깨물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알렉산드라는 서둘러 목소리를 낮춰 변명했다.
『신문에 실린 이야기 때문은 아니예요. 제 말은, 그러니까 벽지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
『신문... 아, 저도 압니다. 전 거주자가 여기서 자살했다고 하죠?』
알렉산드라가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저어댔다.
『그거랑 상관 없다니까요. 그러니까... 이 집은 다른 쪽으로도 문제가 좀 있는 편이죠.』
순진한 척 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가요. 혹시 전선에 문제가 있나요? 그러니까 밤중에 전등이 깜빡깜빡 한다던가... 혹시 그런 이야기를 누가 하던가요.』
특별히 고장도 아닌데 전등이 깜빡깜빡 한다는 건 유령이 나올 징조다. 딘은 바짝 긴장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수도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거나?』

여자가「소리」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소리. 바로 그거예요. 아무래도 벽속에 쥐가 있는 것 같아요.』
『쥐요?』
딘과 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맨 처음에 제가 이 집에 왔었을 적에 말이죠. 북북- 하고 뭔가가 벽을 긁는 소리가 들렸어요. 정말이예요. 무척 기분이 나쁘더군요. 아시잖아요? 뭐랄까, 그 끔찍스런 작은 짐승이...』
알렉산드라는 한니발 렉터에게 간을 빼앗긴 시체라도 봤다는 투로 팔짱을 꼈다.
『쥐요.』
그리고 흡혈귀 앞에서 잽싸게 성호라도 그을 기세로 다음의 말을 이었다.
『지금은 21세기인데 말예요.』

싸구려 2인용 모텔 방에 가방을 내려놓은 윈체스터 사내들은 살짝 흥분했다.
알렉산드라가 언급한 쥐에 대해 샘은 도리질부터 하고 보았다.
『쥐는 아닐 거야, 형.』
가볍게 캔맥주를 마시던 딘도 가볍게 으흥, 소리를 냈다.
『분명 아니지.』
왜냐하면 그 어디에서도 쥐똥을 발견 못했다.
『쥐똥만 안 보였게? 쥐구멍 하나 없더라.』
싱글 침대에 앉아 신발을 벗으면서 샘은 킬킬 웃었다.
『맙소사. 그 아줌마, 평생 쥐 같은 건 보지도 못했을 거야. 집안에 쥐가 있으면 후다닥 하고 뛰어다니는 소리가 먼저 들리는 법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벽을 긁어댄다고 질색했잖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지.』

딘은 알렉산드라 슈마허의 히스테릭한 말투를 흉내내며 맥주캔을 두어 번 흔들었다.
『그 끔찍스런 작은 짐승이...』
『하하하.』
『21세기엔 멸종되었어야 마땅한 그놈의 짐승이...』
양말을 벗어 둥글게 말다 말고 샘은 박장대소했다.
그 모습을 보자 딘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활짝 웃는 샘은 어쩐지 어린애처럼 보인다.「형, 같이 놀자」이러면서 머리를 쿵쿵 들이밀던 시절의 동생 같다. 지금이야 소인국에 떨어진 걸리버처럼 덩치가 절망적이지만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까진 안 변했다. 커다란 강아지 같다. 소원 같아선 앞으로 30년이 지나도 안 변했으면 하는 바이다.

차가운 맥주를 한 모금을 삼킨 뒤, 딘은 훅 하고 숨을 불었다.
『어쨌든 네 말이 맞다, 샘. 쥐들은 치즈를 쏠아대기 이전에 뛰어다니지.』
『그게 언제였더라? 생각 나? 짐 신부님이 아빠의 부탁으로 우리를 노숙자 보호시설에 보름 동안 재워주었을 적에 말이야. 그때 난 불면증에 걸리는 줄 알았어. 쥐들이 어찌나 요란스럽게 뛰어다니던지... 끝내줬지.』
『어라? 그거 의외네. 그건 네가 여섯 살적 이야기야, 샘. 그런데 기억이 나니?』
『물론이지! 잠이 안 온다고 불평했더니 바보 동생아 하면서 형이 내 머릴 때린 것도 기억해.』
딘은 잠시 멍- 하니 서 있었다.
동생 머리를 때린 기억은 안 난다.
아직 어린 동생이 하도 보채서 힘들어했던 기억은 나지만. 혹시라도 열이 나는 건 아닐까 싶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면 얌전해졌다가 손을 떼는 즉시 발광했었다. 이유를 몰라 쩔쩔매던 딘은 결국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밤새 꾸벅꾸벅 졸았다. 그걸 동생은... 자기 머리를 때렸다고 기억하는 모양이다.
질린다. 여섯 살짜리 어린애다운, 그야말로 대단한 기억의 각색이다.

『내가 때렸다고. 진짜?』
『맹세코 때렸어.』
『안 때렸는데.』
『확신해?』
『쳇, 짜증스런 녀석.』

기억력이 엉망인데도 그 머리로 잘도 대학에 들어갔네 - 딘은 쓴 웃음을 삼키며 텅 비어버린 캔을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 역시 침대로 올라가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일단 그렇게 드러둡자 알콜의 기운이 확 돌기 시작했다. 제법 마신 것도 아니건만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딘은 끙 소리를 내며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졸음이 쏟아지려 했다.

『아무튼 그 집은 뭔가가 있는 거야.』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라, 형. 지금 자는 거야?』
『아니.』
『자고 있잖아.』
『아직 안 자.』

아빠가 자신들을 버리고 갔다며 샘이 울었다. 사흘만 지나면 돌아온다던 아버지는 사냥에 나가선 일주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짐 신부님은 걱정하지 말라며, 존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사히 돌아올 거라며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샘에게 사탕을 주고 장난감도 주었다. 동화책도 가져다 읽어주었다. 그래도 샘은 코를 훌쩍거렸다.
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동생 앞에서 울 수는 없었다. 그는 강한 척했다.
걱정 마. 아빠는 꼭 돌아오셔.
어쩌면 영원히 안 돌아오실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샘이 딘의 소매를 잡았다.
그리고 또 울었다.
「형도 날 버릴 거야? 갑자기 사라져서 안 돌아오고 그럴 거야?」
바보 같은 소리 한다며 샘의 머리를 딱콩 때렸다.
「형은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당장 뚝 그쳐, 이 못난아.」

확실히... 머리를 때리긴 때렸군.
딘은 웅얼거리며 엹은 잠에 빠져들었다.

Posted by 미야

2006/12/06 13:08 2006/12/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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