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repentance 07

Supernatural 팬픽으로 (아직까지는) 건전 지향입니다. 그래봤자 사랑은 모두 형님의 것. 임팔라 부릉부릉까지 모두 형님의 것. 새미는 당연히 형님의 것.


현관 문을 거의 때려부수다시피 해가며 집안으로 진입했다.
그런 샘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창틀과 문지방을 따라 소복히 뿌려진 하얀 가루... 소금이었다.
『이건 또 뭔 수작이야?!』
분도패를 배치하면서 소금을 쓴다는 이야긴 금시초문이다. 사제들이 의식을 행하면서 소금을 뿌려댄다? 돼지 고기 염장할 일 있느냐며 바티칸 교황청에서 웃음 소리를 낼 거다.
순간 머리 꼭대기로 엉덩이 빨간 원숭이 다섯 마리가 올라가 노래방 템버린을 신나게 두둘겼다.
『나에겐 이렇다 말도 없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었던 거야?! 딘~!!』
이에 호응하듯 윗층에서 나무 판자 부러지는 와지끈 소리가 들렸다. 딘의 비명 소리도 같이 해서 들렸다. 맙소사, 샘은 숨을 멈춘 채 한 걸음에 다섯 계단을 한꺼번에 밟았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축축한 땀으로 젖은 겨드랑이가 추워지려 했다.

하느님, 오버하셨습니다. 제가 딘의 머리통을 때려달라고 기도했다는 걸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그치만 살짝 때리는 것과, 뼈 부러지도록 두둘겨 패는 건 달라도 무지 다르지 않습니까.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시면 곤란합니다. 제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기도 같은 걸 하나 봐라. 딘이 다치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 가는 것도 취소할 겁니다.

침실 문은 안에서 잠겨져 찰칵 소리만 내고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주먹으로 문을 두둘겼다.
『딘! 무사해?!』
대답 대신 와장창 소리가 또 들렸다. 야구 방망이로 전등이라도 때려 부순 기색이다. 샘은 신경이 극적으로 곤두선 나머지 어지럼증을 느꼈다. 가구도 치워졌을 방구석에서 도대체 뭐가 박살나고 있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었다. 문가에서 약간 떨어진 다음, 이를 악물고 문짝을 세게 걷어찼다. 한 번, 두 번... 머리털까지 찌릿거린다. 발이 먼저 부숴지던가, 아님 문짝이 먼저 부숴질 거다. 글쎄다. 어쩌면 양쪽 다 사이좋게 망가지는 걸로 이야기가 끝날지도? 샘은 눈에서 불이 나가는 걸 느꼈다.
『으아아아~!!』

잠시나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딘은 샘이 지르는 고함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동생이 울부짖고 있다! 찬물을 확 뒤집어 쓴 기분이다. 놀라 허둥대며 고개를 들자「고질라 대 괴수 가메라」리메이크판 영화가 고스란히 다가왔다. 1954년도 원작 영화보다 당연히 특수 효과가 뛰어난지라 딘은 자신도 모르게 질겁했다. 평소엔 똥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곤 하는 동생이 티라노사우루스로 변신하는 걸 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것도 쿵쾅거리며 혼신의 힘을 다하여 사냥 중인 T-렉스다.
딘은 바닥을 기어서 동생에게로 갔다. 그리고 팔을 벌렸다.

『샘?! 임마! 어디 다쳤냐? 이리 와!』
『아냐! 난 안 다쳤어!』
동생이 말짱하다는 말에 딘은 희미하게 웃었다.
『좋아. 잘 됐네. 그런데 왜 그렇게 소리 지르고 그래.』
『형이 다쳤어~!!』

그제서야 깨달았다. 코피는 쌍으로 터졌지, 눈두덩이는 부었지... 입술도 찢어져 찝질한 피 맛이 났다. 시야도 흐릿해서 동생이 지금 신들린 것처럼 연기하고 있는게 고질라인지 아님 가메라인지 판단이 힘들었다. 짜증이 나서 손등으로 눈가를 비비려 했다. 그러다 짜릿한 통증에 이크 하고 손을 치웠다. 젠장이다. 바늘로 꿰매야 할 정도의 상처만 아니었음 좋겠다. 훤칠한 얼굴 한 가운데로 바느질 자국이 남는 건 딱 질색이다. 여차하면 흉터를 가리기 위해 길게 기른 앞 머리를 내려야 하는데, 그랬다간 촌뜨기 분장을 한 것처럼 정말 웃길 거다. 깻잎 머리 스타일에 5:3 가르마... 차라리 그냥 죽게 해줘.

『딘! 지금은 망상 극장에서 혼자 놀고 있을 때가 아니야!』
샘은 넋을 완전히 놓아버린 형을 부축하고 빨리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렇게 몇 발자국 옮기려던 찰나, 쾅 소리를 내며 발로 걷어차 망가진 문이 도로 닫겼다. 그는 경악했다. 언제부터 미국의 일반 가정에 자동문 사용이 보편화 되었던고.
뿐만 아니다. 이번엔 팟, 하고 천장 등에서 노란 스파크가 튀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낮춘 샘은 팔을 뻗어 딘을 보호했다. 누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불꽃이라니. 거기다 전등엔 전구도 안 끼워져 있다.
『아이고, 맙소사. 폴터가이스트?*』
파라락 소리를 내며 커튼이 거꾸로 뒤집혔다. 아니, 뒤집힌 정도가 아니라 아예 뽑혀나가려 했다. 창문이 덜컹거리며 조임 나사 하나를 총알인양 튕겨냈다. 이거 제법 아찔하다. 나사는 퓽~ 하고 벽을 뚫어버렸다.

샘은 두 손으로 딘의 옷자락을 잡았다.
『딘? 빨랑 설명해. 집안에서 혼자 뭘 하고 있었어?!』
『뭘 하긴. 특수 와이어 하나 없이 원더랜드의 피터팬 영화를 찍고 있었지. 날아다니고, 벽에다 내동댕이쳐지고... 스턴트맨 없이 주연 배우가 직접 열연했단다. 진짜야. 볼래? 이 멍자국.』
『장난하지 말고!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아아, 글쎄다. 아무리 얌전한 유령이라도「철창에 가둬버리겠다」고 협박하면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어. 왜 있잖아. 뺨 맞으면 발끈하는 거. 그래서 분도패를 들고 위협했지. 형은 그게 약간의 도발이라 여겼는데... 와우! 그쪽은 선전포고라고 여겼나봐. 이렇게 과격하게 반응할 거라고는 미처 몰랐...』

딘의 변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와들와들 경련을 일으키던 창문이 마침내 풍선처럼 부풀었다. 유리가 깨질 거라고 판단한 샘은 재빨리 딘의 머리통을 감싸안고 바닥으로 넙죽 엎드렸다. 엉겹결에 터치 다운 당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린 딘의 눈 앞으로 아동용 만화에서나 나옴직한 노란 별똥별이 튀었다.
『윽!』
딘은 고통에 겨워 눈물을 찔끔 흘리며 중얼거렸다.
내가 럭비공이냐. 일부러 그런 거라면 이 자식을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머리를 찧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이 샘은 끙끙 신음하는 딘을 다시 붙잡아 일으켰다.
『집밖으로 당장 나가야 해!』
『어떻게. 문은 닫겼고 창문은 너무 높아. 아님 지붕으로 올라갔다가 다리 몽둥이야 부러져라 이러면서 점프할래?』
『정 뭐하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알았어, 새미. 넌 그냥 점프해. 말리지 않으마. 하지만 난 안 그럴 거야. 왜냐면 난 멍청한 동생과는 달리 무쟈게 똑똑하니까. 대신 녀석을 한방에 잡고 현관으로 당당히 걸어서 나갈 거야.』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곳곳을 관찰하며 특수 탄환이 장전된 권총을 꺼내들었다. 주택가에서 총질하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랬다간 5분 안으로 경찰이 달려와 확성기에 입을 대고「너희는 포위되었다!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당장 밖으로 나오도록!」라고 떠들게 된다. 하지만 텔레비전 만화 주인공처럼 입으로 초강력 레이저를 뿜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니 경찰 걱정은 나중에 하자. 투덜거리며 안전 장치를 풀었다. 당장에라도 사격할 수 있도록 조준 자세를... 젠장. 딘은 발을 구르며 욕을 퍼부어댔다. 오른쪽 팔이 위로 안 올라간다. 한바탕 구르면서 어깨를 다친 모양이었다. 식은 땀 나는 일이다. 왼손으로 사격은 진짜지 형편 없다. 유령을 맞춘다면서 동생을 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행운을 빌며 오른팔을 들었다 놓았다 다시 해봤다. 틀렸다. 역시나 일정 높이 이상은 안 올라간다.

『우왓?! 나왔다!』
검은 연무 같은 것이 천장에서부터 내려와 사람의 형상으로 뭉쳤다. 더러운 먼지처럼도 보이고 새카만 곰팡이를 빗자루로 쓸어다가 한꺼번에 뭉쳐놓은 것으로도 보인다. 그런게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샘은 어찌할 바 모르고 있는 딘을 바깥으로 힘껏 밀쳤다. 윽 소리를 내며 그가 벌러덩 넘어졌다. 동시에 기다랗게 늘어진 손가락이 - 또는 손가락일 거라 짐작되는 그 무언가가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할퀴고 지나갔다.
샘은 벽쪽으로 두 바퀴 구르면서 형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딘!』
『몰라... 꼴사나워 죽겠다, 야.』
대답하는 딘의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배를 쭉 깔고 넘어진 모습 그대로에서 이제는 총까지 놓쳤다. 흘깃 보아하니 뱀처럼 쉭쉭 소리를 내는 연무는 천장까지 단박에 올라갔다가 기회만 노리고 있는 중이다. 딘은 자신이 꼼짝 없이 올빼미 발톱에 걸린 개구리 신세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 해부대 위의 개구리다. 클로로포름으로 마취된 개구리다. 교수대의 밧줄을 눈으로 본 죄인처럼 몸이 꼼짝을 하지 않았다.

허공으로 새카만 여자가 둥실 떠올랐다.
딘과 샘은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여자다! 여자가 집에서 죽었다는 기록은 못 봤는데!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만하면 젊은 측에 속하는 여자였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입술이 파랗다. 피부가 건조해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머리카락은 방금 전에 샤워하고 나온 사람처럼 곰삭 젖어 있다.

욕조 속에 처박힌 골동품 축음기에서 나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으릉거렸다.
《잘못했다고만 말하면 괜찮을 줄 알아? 후회한다고 말한다고 용서받을 거라 생각해...?》
여자가 악의를 드러내며 살벌한 미소를 흘렸다.

급한 마음에 더듬거리며 권총을 찾았다.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딘은 비굴하게 웃으며 뒷걸음질했다.
『저기... 잠깐만요, 아줌마. 우리, 그냥 말로 하면 안될까요.』
대답은 않고 여자는 다시 검은 연무로 돌아갔다.
『그러시겠죠. 물론 안 될 거라고 짐작은 했어요.』

갑자기 숨이 막혔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목을 조르면서 세게 눌러댔다. 딘은 어떻게든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순수한 악의」를 손으로 잡고 떼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시에 몸이 또다시 둥실 떠올랐다.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어진다. 또다시 와이어를 몸에 감고 피터팬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자 아찔해졌다. 뜰채로 건져올린 물고기 취급은 짜증난다. 이리저리 뒤집고, 여차하면 내던지고... 감독 나오라고 해라. 당장 사표 쓰고 도망가련다. 아니, 그 전에 배우를 죽도록 혹사시킨 연출가를 뒷골목으로 불러내 평소의 원한을 해소하고저 주먹질을 약간만...

『커억!』
맞고만 있을 연출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연출가는 반격을 시도하며 딘을 무섭게 패기 시작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야...》
유령의 목소리가 더욱 스산해졌다. 동시에 해머로 배를 내려친 듯한 통증이 급습했다.
《용서하지 않아... 잘못했다고 빌어도 나는 절대로 용서 못해...》
등짝을 밟고, 걷어찼다. 뺨을 갈기고, 흔들어댔다.
멎었던 코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도와줘! 샘! 나 죽어! 이 아줌마를 어떻게 좀 해봐!』
굳이 애원하지 않더라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다. 샘은 딘이 떨어뜨린 권총을 집어들고 방아쇠에 검지손가락을 걸었다. 그런데 누굴 쏘라고? 검은 안개에 은과 소금으로 코팅된 총알이 과연 통하기나 할까? 샘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틀렸다, 자신이 없다. 연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한 총알이 딘을 그대로 꿰뚫어버리기라도 하면? 의심이 들자 더 이상 방아쇠에 손가락을 댈 수 없었다.
『샘! 쏴!』
『못 해!』
치명상을 입고 피 흘리는 형을 보는 건 사절이다. 차라리 내 심장을 쏘고 만다. 샘은 쓸모 없는 총을 도로 던져버렸다.
『샘~!!』
『포기한 거 아니야. 날 믿어!』
이거다 싶자 망설이지 않았다. 딘을 향해 달려가며 찍찍이 물통의 캡을 땄다.
그럼 간닷!
부드러운 플라스틱 표면을 힘껏 누르자 어린애 오줌줄기처럼 내용물이 찍- 하고 튀어나왔다.

『푸웁!』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딘은「어쩜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덟 살 이후, 물총 세례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든 말든, 샘은 가지고 있던 성수 전부를 딘의 머리에 부어버렸다.
『딘, 외쳐!』
『외쳐? 무엇을?』
『아멘!』
『뭐? 아멘?』
영문을 몰라 반문하는 것과 동시에 사악한 기운이 거짓말처럼 뚝 떨어져 나갔다.

Posted by 미야

2006/12/13 13:12 2006/12/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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