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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49

※ 연장자 우선의 법칙...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만약 네이슨이 살아 이 모습을 보았다면 사내는 진작에 도망쳤을 것이다.
그리고 윌리엄이 수단에 있지 않고 이곳에 있었다면 청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위험하니 모두 뒤로 물러서세요!」경고부터 했을 거다.
불행하게도 두 사람 모두 림보에 있지 않아 리스는 아무런 주의도 듣지 못했고, 따라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까마득히 몰랐다. 그 탓에 CIA 전직요원은 해체가 불가능한 폭탄을 무신경하게 툭툭 건드렸으며, 심지어 몇 가닥 남은 안전장치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휘발유가 가득 들어간 드럼통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엑스타시에 취한 고용주가 불꽃을 토하는 전자렌지 앞에서 막춤을 췄다는 걸 귀로 들어 알고 있었어도 리스는 막연히「설마, 그래도 핀치인데」이러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

『알콜은 고루한 문학과 같아요, 미스터 리스.』
『문학이라고요?』
『단어들을 눈으로 보고 입력해도 졸리거나 피곤하면 그게 머리에서 문장으로 조합이 되질 않죠. 두뇌의 활동에 일종의 제약이 발생하면 책을 아무리 읽어도 혼란된 마법사의 주문처럼 의미가 사라져요. 잘못된 구문으로 스크립트 에러가 발생하는 거예요. 나는 이걸 뇌의 흑질과 선조체에서 신경충적의 전달을 억제하는 것으로 그 효과를 바꾸려고 해요. 그러니까 문장을 단어로 해체하려는 거죠. 통증은 머리로 전달되지만 인식을 하지 못하니까 흡혈을 하지 않는 클라리몽드가 되는 겁니다. 들어봐요, 미스터 리스. 그게 제대로 된 책이겠냐고요.』
『핀치?』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리스 앞에서 핀치는 책상을 탕탕 두드려댔다. 목소리도 올라갔다.
『뭐냐, 지금 그 찌푸린 표정은. 어렵게 설명하는데 감히 짐에게 투정을 부리겠다는 거냐.』
『그런게 아니라 무슨 말인지 도무지...』
『바스티유에 당장 투옥을 해야 마땅하나 날 아저씨라 부르면 용서하겠다! 아저씨라 부르도록.』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리스를 보며 핀치가 황급히 손은 흔들어댔다. 고개가 아파 머리를 흔들 수 없으니 대신 팔을 흔드는 것이다. 알콜의 힘으로 단절되었던 몇 개의 신경회로가 제자리를 찾자 통증과 같이하여 이성이 돌아왔다. 흐려졌던 눈빛이 살짝 밝아졌고, 에헤헤 소리를 흘리며 헤프게 웃던 입술은 일그러졌다.
어렵게 숨을 고르고 설명에 들어갔다.
『R.J는 매우 심한 편집증 환자더군요. 2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병적 증후를 보일 정도는 아니었는데 방아쇠가 당겨진 건 아무래도 여자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 탓인 것 같습니다. 빗길에 버스가 미끌어져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죠. 악천후와 정비 불량이 맞물려 불운으로 닥쳤습니다. 세 명의 승객과 운전수가 크게 다쳤고, 헤나는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을 거뒀어요.』
평소의 핀치의 모습이었지만 리스는 무서워하며 저출력 인공위성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맴돌았다.
『핀치? 당신 지금 괜찮아요?』
『어허! 아저씨라고 부르라니까.』
리스와 핀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심호흡했다.

이야기는 다시 계속되었다.
『그걸 R.J는 사고가 아니라 선량한 미국인들을 노린 테러리스트의 음모라고 생각했어요. 증거를 수집한답시고 버스 회사에 침입해서 컴퓨터와 장부를 훔치고, 도촬을 하고, 아랍계 직원을 폭행했습니다. 그리고는 경찰서에 테러계획을 발견했다며 신고했어요. 폭행 및 불법침입으로 약식 기소되었다가 정신과 치료를 명령받고 벌금형에 처해졌습니다. 하지만 망상은 더 심해져... 후. 심해져서. 아이, 어지러워.』
말을 끊고 출력된 인쇄물을 리스에게로 내밀었다. 홈페이지에서 바로 뽑아낸 것 같은 자선단체 홍보물이었다. 메마른 시골 풍경을 뒤로하고 여덟에서 열다섯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 공책과 연필을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이 정면에 박혀 있었고, 중간에는 후원계좌 및 후원회의 목표가 적혀 있었다. 단체는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필기구 및 교과서를 보내는 운동을 했다.
『R.J는 이게 사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이들은 산수와 국어를 배우는 대신 코란과 총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들은 모집된 자살 테러리스트들이고, 후원금은 테러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거죠. 그는 이 단체에 기부하는 아랍계 미국인들 전부를 비난하기에 이르러... 마침내 국토보안부에 한 식당 주인을 고발했는데. 어. 그게...』
불행하게도 이쯤해서 정보 영역과 연결된 신호가 단선되었다.

핀치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미안합니다. 호출 클라이언트의 보안 토큰을 가장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네?』
『우... 속이 메슥거려요, 미스터 리스.』
『그럼 화장실로! 일어설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 아니다 말없이 핀치는 양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 손을 잡아 일으켜달라는 보편적인 제스츄어가 아니었다.
『그냥 업어주라.』
『뭐라고요?』
『업어줘.』
『해롤드!』
『싫냐? 커다랗게 생겨서 쪼잔하긴. 아님 나 여기다 막 토한다? 으흐흐.』
취기 탓에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건 맞지만 하는 행동으로 봐선 아직 토할 단계는 아니다. 핀치는 악당처럼 웃으며 손가락에 침을 발라 그걸 키보드와 모니터에 문질러댔다. 내버려두면 코도 후벼 팔 기세다. 아닌게 아니라 검지손가락을 콧구멍에 찔러넣었다.
이런 식으로 위협을 받을 거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리스는 당연히 멘붕 상태였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 서툰 전직 CIA 요원은 이도저도 아닌 막연한 자세를 취할 뿐이었다.
혼자서 잘 놀게끔 그냥 내버려둘까. 아님 살살 달랠까. 포기하고 억지로 끌어내어 바닥에 쓰러뜨려?
고용주의 안색을 살피고자 자세를 낮췄다.
핀치 역시 리스의 눈치를 보며 아까처럼 두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쨌거나 일단 화장실에 갑시다.』
『넵.』
『팔을 잡고 부축을 해줄게요. 의자에선 혼자 일어설 수 있지요?』
『고럼.』
『하나, 둘, 셋 하면 일어서는 거예요. 이해했습니까?』
리스는 핀치의 안색을 보다 자세히 살폈어야 했다.
이해는 무쉰.
소리를 내어 숫자를 세고 있는 사람을 예고도 없이 확 잡아당긴 핀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사람의 입에 번개처럼 키스했다. 놀란 그는 본능적으로 핀치를 뒤로 떠밀려고 했다. 하지만 사장에게 멱살이 잡혔다는 건 둘째고 이로 아랫입술을 물렸다. 이 상황에서 강제로 떨어지려 했다간 피부가 찢긴다.
애매하게 끌려가며 신음했다. 어쩌겠는가.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도 호소할 수밖에.
『아파요. 놓아주세요.』
눈으로 보지 않아도 핀치가 씨익 웃는게 느껴졌다. 그는 진실로 좋아 죽으려 하고 있었다.
「설마, 이 양반이 지금 이걸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쪽에서 몸부림치자 세게 물고 있던 걸 관두고 대신 쪽쪽 빨기 시작했다.
낯간지러운 소리와 같이하여 입술에 눌러지는 압력이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했다.
「이 술주정뱅이가!」
리스는 핀치의 양팔을 잡고 그만 뒤로 물러서라는 의미로 힘을 주었다.
그게 제법 아팠던 것 같다. 핀치가 침을 꿀꺽 삼키는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손아귀에서 힘을 뺐다. 그러자 그걸 동의의 의미로 착각한 고용주는 다시 신이 나 리스의 입술을 꽤 심각하게 탐닉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혀가 들어왔을 적에 - 리스는 에라 모르겠다 눈을 감았다. 시작은 분명 핀치가 했으니 비난받을 일은 없다. 아마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아니라면... 알게 뭐람. 혀를 얽으며 핀치의 뒷목으로 손을 둘렀다. 달아오른 호흡이 콧잔등을 타고 올라 안경알에 서리가 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 모두 안경의 존재를 잊었다. 체온과 체온이, 그리고 뛰는 서로의 맥박이 입술의 얇은 피부를 타고 오르내리는 것에 열중하느라 호흡도 잊은 마당에 그깟 안경이 무슨 대수라고.

Posted by 미야

2012/12/28 11:26 2012/12/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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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48

※ 낙서 식으로 짧게 이어가고 있는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
어떻게 도서관 3층까지 올라왔는지 기억에 없다.
덧문에 채운 자물쇠를 풀기 전, 보호대로 감싼 허리로 손을 올리고 신음했다.
사정도 모르고 그 반대편에 자리한 베어는 온몸으로 환영의 의사를 표현하느라 바빴다. 껑충 뛰었다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가, 좁은 창살 틈새로 주둥이를 내밀어 핀치의 바지를 물려고 애썼다. 여의치 않자 앞발로 바닥을 파는 시늉을 했다.
빨리 열라고, 빨리 - 안달이 난 개를 보고 핀치는 문 여는 걸 주저했다. 저 커다란 덩치가 환영 인사를 한답시고 덮치면 말 그대로 대재앙이 될 터, 그 체중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핀치는 뒤돌아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뒤뚱거리며 도망치려 하는 친구를 보고 베어의 안색이 싹 변했다.
《돌아와! 어디 가는 겨! 헤이, 통통한 친구! 어서 돌아오지 못할까!》
훈련받은 개는 짖지 않는다고 하던데 순 거짓말이다. 개는 도서관 건물이 쩌렁쩌렁 울릴 지경으로 울부짖었고, 더하여 철창에 몸통 박치기까지 시도했다. 기겁할 정도의 소음에 놀란 핀치는 귀를 막을 생각도 못한 채 눈만 동그랗게 떴다.
『맙소사, 베어! Neem plaats, aub!』
그에게 버림을 받는다 착각이라도 했던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리하여 빠르게 걸으며 명령했다. 천만다행으로 네덜란드어를 알아듣고 늑대 울음소리가 겨우 진정되었다.

사서 전용 의자에 걸터앉고 나서야 베어의 표정이 좋아졌다. 그래도 아직 긴장이 덜 풀려 개는 리스가 마련해준 전용 방석에 가서 앉으려 하지 않았다. 핀치가 일어나 다시 나가버리진 않을까 여전히 의심하는 눈치였고 - 이 부분에서 핀치는 가볍게 실소했다 - 네 다리로 똑바로 서서 아무도 없는 출입구 방향을 쳐다보며 위협조의 으르렁 소리를 냈다. 누가 들어와도 물어뜯을 기세고, 반대로 사람이 나가도 물어뜯을 기세다. 완전히 제멋대로다.
「이 녀석, 하는 짓이 점점 주인을 닮아가네.」
달리는 택시를 강제로 멈추게 한답시고 멀쩡한 오토바이를 구겨 차바퀴 아래로 날려버리는 인간이 저 정신 나간 개의 주인이다. 무모하고, 과격하고, 내일은 없다는 식으로 돌진하고, 덕분에 다치고, 멍들고...
지나친 거 아니냐며 화를 냈더니 가만히 끌어안는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핀치.」
끌어안긴 상태에서 숨을 멈췄다. 웃기게도 리스 역시 숨 쉬는 걸 잊고 뻣뻣해졌다. 이래서는 두 사람 중 누가 더 놀란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리스는 한동안 팔을 풀지 않았다. 사고를 내고 멈춰선 택시에서 쏜살같이 튀어나간 수수께끼의 승객을 쫓아야 한다는 건 잊어먹은 듯했다. 더 웃긴 건 핀치 또한 그 생각을 못 했다는 거다. 아스팔트 표면에 잔뜩 문질러져 헤어지고 상해버린 바람막이 점퍼를 꼭 움켜쥐고는, 떨림이 가라앉자 기껏 한다는 얘기가「데리러 와줘서 기뻐요, 미스터 리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날파리가 사방에 날아다닌다며 손을 휘저었다.
「부끄럽게 그런 말을.」
게다가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며 미적거리는 것으로 번호의 행적을 놓쳐버렸다. 남자는 전속력으로 뛰어 전철역으로 들어갔고, 순식간에 인파에 섞여 머리통 구분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뒤늦게 정신을 수습한 리스가 고인에게서 훔친 경찰배지를 꺼내 보이며 빠르게 따라갔지만 남자는 이미 상행 방향 전동차에 올라탄 뒤였다. 이것만으로도 혀를 끌끌 찰 지경인데 핀치가 어렵게 호주머니 속으로 넣어둔 추적기의 존재도 금방 발각되었다. 그로부터 1시간 반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퀸즈 40가 7번역에서 여전히 작동 중인 추적기를 찾아냈다. 장치는 피 묻은 휴지에 싸여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출혈량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코피를 닦았던 것 같다.

《청소원이 코피를 흘리던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그게 전부네요. 세수를 하고 세면대를 정리한 뒤에 조용히 나갔답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어요.》
『그는 검정색 가방을 무척 신경 써서 가지고 있었어요, 미스터 리스. 혹시 청소원이 가방을 기억하던가요.』
《가방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핀치. 그렇다고 가방이 없었다는 건 아니고요.》
『알겠습니다. 자동차 면허증에 기입된 주소지를 메일로 알려 드릴테니 그의 집으로 가보세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우리가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까요.』
《Ten-4》
『그리고 미스터 리스? 어쩌면 그건 가짜 주소일지도 몰라요.』
《확인할게요.》
이래서는 평소와는 다른 전개다. 이미 한 번 부닥쳐 얼굴과 목소리가 어떠하다는 걸 파악한 상태이건만 컬러 프린터는 이제 막 사진을 인쇄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뿌려놓은 바이러스성 프로그램이 R.J의 정보를 찾아 각 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털고 다녔다. 번호가 가진 계좌내역, 신용카드, 소유한 부동산, 직업, 가족관계, 건강상태, 결혼과 자녀유무... 핀치는 욕심이 끓어 넘치는 전당포 주인처럼 탐욕스럽게 정보들을 갈퀴질했고, 여섯 개의 모니터 화면은 정리되지 않은 내용들을 검색된 순서에 따라 무작정 뱉고 있었다. 이들 중에서 버려야 할 종류와 기억해야 할 종류를 구분하는 건 컴퓨터가 하지 못한다. 그것은 온전히 핀치의 몫이다.
키보드를 조작하기 위해 양팔을 뻗자 충격을 받은 허리가 욱신거렸다.
『..........』
아픔을 참아보려고 쌔근거리며 숨을 내쉬는데 이마를 접은 개가 가까이 다가왔다.
《털을 쓰다듬어줘, 같이 놀아줘, 내게 간식을 줘. 그런데 것보다 자네, 이대로 괜찮은겐가?》
상대가 짐승이라는 것도 잊고 핀치는 거짓된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키려 했다.
『난 괜찮아.』
동물은 속지 않는다. 베어는 끙끙거리며 핀치를 핥으려 했다.
하는 수 없이 마지못해 인정했다.
『네 말이 맞아. 등이 아파 기절할 것 같아. 여기서 계속 작업을 하려면 하는 수 없이 약간의 마법을 부려야겠다. 잠시 일어나야겠는데... 베어. 진정해. 난 서랍을 여는 것뿐이야.』

리스가 추적을 일단 접고 림보로 돌아왔을 적에 핀치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리스는 기겁했다.
『이게 무슨... 핀치!』
『미스터 리스, 그렇게 놀랄 것 없어요. 눈으로 보이는게 전부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은 맥주도 잘 못 마시잖아요!』
『맞습니다. 전 알콜에 약합니다.』
『그러면서 위스키를 물처럼 마셔요?! 당장 이리 내요!』
『것보다 R.J의 집은 어땠습니까.』
『어떻긴요. 이미 텅 비어 있었...』말을 끊고 숨을 삼켰다.『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술병을 당장 내놓아요.』
『아유, 무셔. 고렇게 인상을 쓰면 귀신도 도망치겠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말투.
투덜대며 쥐고 있던 술병을 그에게로 내밀었다.

서둘러 뚜껑을 닫았음에도 지독한 냄새가 확 풍겼다. 리스의 인상이 어두워졌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예요.』
다그침에 핀치는 손가락을 구부려 3cm정도 높이를 만들었다.
『글쎄요. 아마... 요만큼?』
『그거 진짭니까. 혀가 풀렸다고요,』
『물론 고짓말이지. 그걸 믿냐? 순진하게. 것보다 리스. 으흐흐, 내가 이걸 찾아냈어요.』
술주정뱅이가 신 난다 이러며 출력된 종이를 흔들어댔다.

Posted by 미야

2012/12/27 13:29 2012/12/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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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47

※ 낙서 식으로 짧게 이어가고 있는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번호는 작성 순서를 의미할 뿐으로 연속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


택시기사는 패닉에 빠졌다.
눈 멀쩡히 뜨고 차를 가로등에 처박기 전에 그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운전 중인 사람을 총으로 위협해봤자 좋을 거 없습니다. 그가 의식을 잃으면...』
핀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말라붙은 입술에 침을 발랐다. 여기서《총알로 만약 그의 머리를 날려버린다면》이러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라미시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성난 벌떼를 내쫓는 시늉을 하며 비명을 질러댈 거다. 그러니 보다 완곡한 어법으로 에둘러 표현하는게 좋을 것이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으면 뒷좌석에 앉은 우리도 크게 다칩니다. 그건 그쪽 입장에서도 그다지 환영할 일이 아닌 듯한데요. 그러니 흥분하지 말고 총구를 보다 아래로 내리는게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차라리 절 위협하는게 어때요. 네?』

한손으로는 가방을 꽉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운전석을 권총으로 겨누던 불청객이「이것 좀 봐라?」이러며 핀치의 제안에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흥분한 것처럼 보여?』
순간 핀치의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솔직히 말해볼까?
전혀.
신호대기 중인 택시에 능숙하게 올라타 승객과 운전자를 총으로 위협하며 이대로 똑바로 직진하라 을러대고 있다. 강도인가 보다 짐작하고 돈을 가져가라 했더니 푼돈엔 관심 없댄다. 대신 사내는 따라오는 차량이 없는지 계속해서 주변을 힐끔거리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이게 또 정신없이 허둥거리는 모양새라고 하기 어려웠다. 총을 든 자세는 안정되어 있고, 무엇보다 손 떨림이 없었다. 초짜 강도, 탈주 중인 수배범 등등의 가설을 하나 둘 접으며 핀치는 이 사내의 분위기가 리스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폭력에 익숙하고 스트레스에 강하다. 흥분하면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빠르게 뛰며 숨이 차오르는 법인데 이 자는 헐떡거리며 호흡하고 있지 않다.
그러고 나서 깨달았다. 남자는 짧게 끊었다가 잠시 후 길게 내뱉는 식으로 숨을 조절하고 있다.
이런 남자가 아드레날린 과다분비로 고통 받고 있을 것 같은가.

『택시 기사는 흥분한 상태입니다.』
방향을 다르게 해서 다시 접근해봤다. 그러니까 설득이다. 설득을 해보자.
『이봐요. 나는 다른 걸 원하는게 아녜요. 우리 모두 안전하길 원해요. 이 상태가 계속되면 저 사람은 기절을 할 거고, 그러면 십중팔구 사고가 날 겁니다. 그러니 제발 총을 치우고 그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자고요. 어... 그러니까 기사분 성함이?』
『라미시 바르하이야.』
『라미시 바르하이야 씨가 긴장을 풀고 운전에 집중하게 해주자고요.』
남몰래 연결되어 있던 리스가 핀치를 칭찬했다.
《잘 했어요, 핀치. 라미시 바르하이야가 운전하는 택시 번호를 조회했어요. 현재 위치가 브룩클린에서 퀸즈 경계이군요. GPS 정보를 따라갈테니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상대를 너무 자극하지 말아요. 총구를 나에게 겨눠 - 이딴 거 하지 말고요.》
그래봤자 어차피 그들의 돌발 동승자는 핀치의 제안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눈치다. 운전석을 겨누는 총구의 방향은 변함이 없었고 압력은 아까보다 더 낮아지지도, 높아지지도 않았다.
그 상태에서 남자가 곁눈질로 뒤쪽을 관찰했다. 핀치의 관심도 뒤편으로 쏠렸다.
『누가 따라오고 있는 겁니까.』
《핀치, 제발. 자극하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듣고 있던 리스가 야단을 쳤다. 하지만 핀치는 약간의 정보를 캐내고자 위험부담을 기꺼이 감수했다.
『혹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건가요.』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남자는 코웃음만 쳤다.
『당신, 지나치게 관심이 많군. 그래서 다음엔 내 이름이 뭐냐 질문할 거야?』
순간 주먹이 날아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팔을 들어 입을 때리려고 했다. 핀치는 각오를 단단히 한 채 질끈 눈을 감았다.
못 견디고 애원한 건 라미시 쪽이었다.
『학교 선생님이라서 그런 거예요. 당신도 알잖아요. 선생님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러니 화내지 말아요, 화내지 말라고요! 얌전히 입 다물게요. 협조한다고요!』
남자는 시늉만 했을 뿐으로 핀치에게 직접적인 손찌검은 하지 않았다.

키는 큰 편이다. 그런 부분이 역시 리스를 떠올리게 했다.
입고 있는 점퍼는 평범했고 워커 부츠를 신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이거나 후반.
말투나 행색으로는 추측할 꺼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꽉 쥐고 놓으려 하지 않는 가방에는 아마도 많은 돈이 들어가 있는 듯하다.
이때 라미시가 우는 소리를 냈다.
『이봐요. 또 직진해요? 신호 대기가 길어질 것 같아요. 차가 많아졌어요.』
『그럼 우회전.』
『어디로 가고 싶다는 목적지는 없어요?』
『말해주면 미터기를 꺾을텐가.』
『미터기는 이미 꺾인 상태인뎁쇼. 저어... 그러고 보니 요금이.』
핀치는 신음했다. 타인의 강요에 의해 뉴욕을 가로지르면서 돈까지 지불해야 하다니. 비록 그가 천문학적인 갑부라고 해도 이런 무의미한 지출은 억울하다.

『저어, 있잖아요!』
택시기사는 핀치가 요금을 내지 않겠다고 우길까봐 걱정이 된 모양이다.
핀치는 될 대로 되라 식의 기분이었다.
『라미시, 돈 걱정은 나중에 합시다.』
『돈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걸 봐요! 보라고요!』
전방으로 오토바이가 한 대 나타났다.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바짝 긴장했다.
생김새로 보아 경찰은 아니고.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다. 어... 아니다.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흔한 오토바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했다. 눈을 시리게 하는 은빛 몸체를 보고 라미시가 짧게 비명을 질러댔다. 아니, 크게 소리를 지르려 했는데 뱃속에 공기가 부족해 도중에 잘려나갔다는 느낌이었다. 오토바이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그들을 향하여 곧장 달려오고 있었다. 충돌을 피하고자 라미시가 중앙선이 아닌 인도 방향으로 바짝 붙으려 하자 오토바이도 택시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미친!』
술에 취했거나 제정신이 아닌 거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속도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졌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일부러 넘어진 것처럼 보였다. 최소한 라미시가 보기에는 그랬다. 여기서「부드럽게」라는 표현을 써먹는게 안 어울린다는 걸 잘 알지만 커다란 철제 몸체가 부드럽게 측면으로 15도 각도로 뒤틀리며 쓰러졌다. 오토바이 운전자 역시 쓰러져 관성의 법칙에 의해 쭉 미끌어졌다. 오토바이 또한 지면을 맹렬하게 긁으며 택시를 향해 돌진해왔다.
이건 뭐 흡사 미사일이다. 그것도 불꽃을 튕기는 미사일이었다.
『씨발!』
라미시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고, 상체가 앞으로 휙 소리를 내며 쏠렸다. 머리통을 겨누고 있는 권총은 순간 잊었다. 이대로 낮은 자세로 돌진해오는 오토바이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쇳덩이는 자동차의 본네트만 찌그러뜨리는게 아니라 허공으로 붕 솟구쳐 앞 유리창을 덮치게 된다. 그러면 어떨 것 같은가. 야구방망이에 이마를 얻어맞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질 터,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세 사람 전부 그들이 처한 위험을 깨달았다.

『숙여!』
총을 들고 있던 남자가 비행기 추락에 대비하는 요령을 시전하며 몸을 낮췄다.
핀치만 곤란해졌다. 허리가 아파 상체를 구부릴 수가 없었으니까.
『당신도!』
얼어붙은 그의 목덜미로 차가운 손바닥이 닿았다.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면 목이라도 숙이라는 의미인가 보다.
「그래봤자 전혀 도움이 되어줄 것 같지는 않은데... 리스 씨! 이건 너무 과격하다고요!」
속으로 비명을 질러대며 아무거나 붙잡고 보았다.
쾅 하고 충격이 왔다.

Posted by 미야

2012/12/26 12:37 2012/12/2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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