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상생활48

※ 낙서 식으로 짧게 이어가고 있는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
어떻게 도서관 3층까지 올라왔는지 기억에 없다.
덧문에 채운 자물쇠를 풀기 전, 보호대로 감싼 허리로 손을 올리고 신음했다.
사정도 모르고 그 반대편에 자리한 베어는 온몸으로 환영의 의사를 표현하느라 바빴다. 껑충 뛰었다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가, 좁은 창살 틈새로 주둥이를 내밀어 핀치의 바지를 물려고 애썼다. 여의치 않자 앞발로 바닥을 파는 시늉을 했다.
빨리 열라고, 빨리 - 안달이 난 개를 보고 핀치는 문 여는 걸 주저했다. 저 커다란 덩치가 환영 인사를 한답시고 덮치면 말 그대로 대재앙이 될 터, 그 체중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핀치는 뒤돌아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뒤뚱거리며 도망치려 하는 친구를 보고 베어의 안색이 싹 변했다.
《돌아와! 어디 가는 겨! 헤이, 통통한 친구! 어서 돌아오지 못할까!》
훈련받은 개는 짖지 않는다고 하던데 순 거짓말이다. 개는 도서관 건물이 쩌렁쩌렁 울릴 지경으로 울부짖었고, 더하여 철창에 몸통 박치기까지 시도했다. 기겁할 정도의 소음에 놀란 핀치는 귀를 막을 생각도 못한 채 눈만 동그랗게 떴다.
『맙소사, 베어! Neem plaats, aub!』
그에게 버림을 받는다 착각이라도 했던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리하여 빠르게 걸으며 명령했다. 천만다행으로 네덜란드어를 알아듣고 늑대 울음소리가 겨우 진정되었다.

사서 전용 의자에 걸터앉고 나서야 베어의 표정이 좋아졌다. 그래도 아직 긴장이 덜 풀려 개는 리스가 마련해준 전용 방석에 가서 앉으려 하지 않았다. 핀치가 일어나 다시 나가버리진 않을까 여전히 의심하는 눈치였고 - 이 부분에서 핀치는 가볍게 실소했다 - 네 다리로 똑바로 서서 아무도 없는 출입구 방향을 쳐다보며 위협조의 으르렁 소리를 냈다. 누가 들어와도 물어뜯을 기세고, 반대로 사람이 나가도 물어뜯을 기세다. 완전히 제멋대로다.
「이 녀석, 하는 짓이 점점 주인을 닮아가네.」
달리는 택시를 강제로 멈추게 한답시고 멀쩡한 오토바이를 구겨 차바퀴 아래로 날려버리는 인간이 저 정신 나간 개의 주인이다. 무모하고, 과격하고, 내일은 없다는 식으로 돌진하고, 덕분에 다치고, 멍들고...
지나친 거 아니냐며 화를 냈더니 가만히 끌어안는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핀치.」
끌어안긴 상태에서 숨을 멈췄다. 웃기게도 리스 역시 숨 쉬는 걸 잊고 뻣뻣해졌다. 이래서는 두 사람 중 누가 더 놀란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리스는 한동안 팔을 풀지 않았다. 사고를 내고 멈춰선 택시에서 쏜살같이 튀어나간 수수께끼의 승객을 쫓아야 한다는 건 잊어먹은 듯했다. 더 웃긴 건 핀치 또한 그 생각을 못 했다는 거다. 아스팔트 표면에 잔뜩 문질러져 헤어지고 상해버린 바람막이 점퍼를 꼭 움켜쥐고는, 떨림이 가라앉자 기껏 한다는 얘기가「데리러 와줘서 기뻐요, 미스터 리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날파리가 사방에 날아다닌다며 손을 휘저었다.
「부끄럽게 그런 말을.」
게다가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며 미적거리는 것으로 번호의 행적을 놓쳐버렸다. 남자는 전속력으로 뛰어 전철역으로 들어갔고, 순식간에 인파에 섞여 머리통 구분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뒤늦게 정신을 수습한 리스가 고인에게서 훔친 경찰배지를 꺼내 보이며 빠르게 따라갔지만 남자는 이미 상행 방향 전동차에 올라탄 뒤였다. 이것만으로도 혀를 끌끌 찰 지경인데 핀치가 어렵게 호주머니 속으로 넣어둔 추적기의 존재도 금방 발각되었다. 그로부터 1시간 반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퀸즈 40가 7번역에서 여전히 작동 중인 추적기를 찾아냈다. 장치는 피 묻은 휴지에 싸여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출혈량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코피를 닦았던 것 같다.

《청소원이 코피를 흘리던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그게 전부네요. 세수를 하고 세면대를 정리한 뒤에 조용히 나갔답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어요.》
『그는 검정색 가방을 무척 신경 써서 가지고 있었어요, 미스터 리스. 혹시 청소원이 가방을 기억하던가요.』
《가방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핀치. 그렇다고 가방이 없었다는 건 아니고요.》
『알겠습니다. 자동차 면허증에 기입된 주소지를 메일로 알려 드릴테니 그의 집으로 가보세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우리가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까요.』
《Ten-4》
『그리고 미스터 리스? 어쩌면 그건 가짜 주소일지도 몰라요.』
《확인할게요.》
이래서는 평소와는 다른 전개다. 이미 한 번 부닥쳐 얼굴과 목소리가 어떠하다는 걸 파악한 상태이건만 컬러 프린터는 이제 막 사진을 인쇄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뿌려놓은 바이러스성 프로그램이 R.J의 정보를 찾아 각 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털고 다녔다. 번호가 가진 계좌내역, 신용카드, 소유한 부동산, 직업, 가족관계, 건강상태, 결혼과 자녀유무... 핀치는 욕심이 끓어 넘치는 전당포 주인처럼 탐욕스럽게 정보들을 갈퀴질했고, 여섯 개의 모니터 화면은 정리되지 않은 내용들을 검색된 순서에 따라 무작정 뱉고 있었다. 이들 중에서 버려야 할 종류와 기억해야 할 종류를 구분하는 건 컴퓨터가 하지 못한다. 그것은 온전히 핀치의 몫이다.
키보드를 조작하기 위해 양팔을 뻗자 충격을 받은 허리가 욱신거렸다.
『..........』
아픔을 참아보려고 쌔근거리며 숨을 내쉬는데 이마를 접은 개가 가까이 다가왔다.
《털을 쓰다듬어줘, 같이 놀아줘, 내게 간식을 줘. 그런데 것보다 자네, 이대로 괜찮은겐가?》
상대가 짐승이라는 것도 잊고 핀치는 거짓된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키려 했다.
『난 괜찮아.』
동물은 속지 않는다. 베어는 끙끙거리며 핀치를 핥으려 했다.
하는 수 없이 마지못해 인정했다.
『네 말이 맞아. 등이 아파 기절할 것 같아. 여기서 계속 작업을 하려면 하는 수 없이 약간의 마법을 부려야겠다. 잠시 일어나야겠는데... 베어. 진정해. 난 서랍을 여는 것뿐이야.』

리스가 추적을 일단 접고 림보로 돌아왔을 적에 핀치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리스는 기겁했다.
『이게 무슨... 핀치!』
『미스터 리스, 그렇게 놀랄 것 없어요. 눈으로 보이는게 전부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은 맥주도 잘 못 마시잖아요!』
『맞습니다. 전 알콜에 약합니다.』
『그러면서 위스키를 물처럼 마셔요?! 당장 이리 내요!』
『것보다 R.J의 집은 어땠습니까.』
『어떻긴요. 이미 텅 비어 있었...』말을 끊고 숨을 삼켰다.『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술병을 당장 내놓아요.』
『아유, 무셔. 고렇게 인상을 쓰면 귀신도 도망치겠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말투.
투덜대며 쥐고 있던 술병을 그에게로 내밀었다.

서둘러 뚜껑을 닫았음에도 지독한 냄새가 확 풍겼다. 리스의 인상이 어두워졌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예요.』
다그침에 핀치는 손가락을 구부려 3cm정도 높이를 만들었다.
『글쎄요. 아마... 요만큼?』
『그거 진짭니까. 혀가 풀렸다고요,』
『물론 고짓말이지. 그걸 믿냐? 순진하게. 것보다 리스. 으흐흐, 내가 이걸 찾아냈어요.』
술주정뱅이가 신 난다 이러며 출력된 종이를 흔들어댔다.

Posted by 미야

2012/12/27 13:29 2012/12/27 13:29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800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433 : 434 : 435 : 436 : 437 : 438 : 439 : 440 : 441 : ... 197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9492
Today:
1198
Yesterday:
133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