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마

텟소의 우리를 내놓으란 말이다.
백귀야행 번역할 짬이 있음 그걸 먼저 번역해서 풀엇~!! 철컹철컹.

아무래도 이 속도라면 교고쿠도 시리즈 다 못 읽고 죽을 것 같다.
출판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서도.
알라딘 전쟁은 언제나 끝날까. 누가 이기든 말든 상처만 가득할 듯.
움베르토 에코가 새 책을 냈다. 그런데 읽어보기 싫다. 이윤기님이 세상에 없어... 다들 그 소리만 하고 있음.
피니스 아프리카에, 은근 무서운 곳일지도. 에드 멕베인 87분서 시리즈 중 하나를 번역.
오래된 책이라 망설여지는데 그래도 읽어보고 싶다. 1권인 경관혐오도 재밌게 봤었고... 웅.
그런데 할부 아직 안 끝남. 지자스.

Posted by 미야

2013/01/24 20:58 2013/01/2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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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65

※ 자급자족은 배가 부르지 않아~!! 짜증나~!!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리스가 도서관으로 돌아왔을 적에 무슨 영문에서인지 핀치는 예의「단골 재단사가 갑자기 사업을 접고 시골로 냉큼 이사를 가버린」표정을 짓고 있었다.
리스는 상심에 빠진 고용주를 위로하고자 했다.
걱정 말아요, 핀치. 괜찮은 실력의 재단사는 분명 다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고용주는 돌려서 뚜껑을 닫는, 손가락 정도 크기의 무색투명한 플라스틱 통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제법 근엄하게 눈짓했다.

플라스틱 통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려봤다.
병원에서 쓰는 종류다. 그러니까... 리스의 속이 불편해졌다. 대학생들이 푼돈을 벌기 위해 정자 기증을 하러 가면 거기 직원이 무뚝뚝한 얼굴로 집어주는 것과 정확히 같은 종류다. 순간 편두통이 몰려왔다. 아니, 그러니까 불혹을 넘긴 내가 왜 이 나이에...? 콧잔등을 가득 찌푸린 채 의혹이 담긴 시선으로 핀치를 훑었다. 차마 입에 담기가 껄끄러웠던지 핀치는 조가비처럼 입을 다물고 애꿎은 키보드 자판을 - 탭 키를 꾹꾹 누르기만 했다.
죽으라고 하면 바닥에 뒹굴며 숨 넘어가는 시늉도 할 각오지만 이건 아니다.
여보세요 이러며 플라스틱 통을 눈앞에서 흔들었다.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 겁니다만... 여자들 사진이 들어간 잡지는 안 주는 겁니까, 핀치.』
『예? 소변을 보는데 왜 잡지가 필요합니까?』
『어... 소변이오?』
『네. 큰 거 말고 작은 거요. 아니면 다른 걸 생각하셨던 건가요? 미스터 리스.』
『그게... 음.』
『아이고, 저런.』
거기까지 말한 두 사람은 동시에 낯을 붉혔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까놓고 물어보기가 뻘쭘하다.
리스는 손을 들어 귀를 긁었고, 자기가 먼저 시작했음에도 답지 않게 크게 동요한 핀치는 짐짓 헛기침을 하며 책상을 정리하는 척했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도 걸레질 한 번 안 하던 양반이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더니 연필꽂이 대용품으로 삼은 머그컵을 책상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빙빙 돌렸다. 그러고도 진정이 되질 않자 이번엔 모니터를 붙잡고 각도를 조정했다. 하지만 열을 내며 달아오른 귀는 여전히 빨간 빛이다.
『제가 저, 정ㅇ... 정, 아니. 그, 그걸 요구할 리 없잖습니까, 리스.』
『저야 모르죠.』
『뭡니까, 그 벌레 뒷다리 씹은 표정은. 전부 제 잘못이라는 거예요?』
『발끈해서 절 쳐다보지 말아요. 그럼 그게 제대로 된 설명 한 마디 듣지 못한 관계로 엉뚱하게 착각을 해버린 사람 잘못인가요?』
핀치의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가 한참만에 다시 아래로 뚝 떨어졌다. 성가시게 날아다니는 벌레를 쫓는 시늉을 하더니 이윽고 지은 죄를 자백하고 의자 등받이에 깊게 무너졌다.
『듣고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요. 제 잘못입니다.』

똥, 오줌, 정액 이런 단어는 일반명사임에도 아무래도 입에 담기가 어렵다. 지뢰를 피해가려니 그거, 이거, 이런 식으로 빙빙 돌려 말해야 하는데 그만큼 서로 착각하고 딴 얘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시작은 해야 할 터, 핀치는 손가락으로 플라스틱 통을 가리키며「그것」이라고 말했고, 그 다음엔... 어쩐다.
주먹을 쥔 손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적당한 다음 단어를 골랐다.
『카터 형사님이...』
『네?』
『그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입안으로 고운 모래알갱이가 서걱서걱 굴러다니는」동네에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스트레스와 피로가 심한 군인들에게 투약되는 정체불명의 약들에 대해 들은게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겪을 불쾌감을 알기에 미리 말해두는 거지만 카터는 당신이 걱정되어 저에게 연락을 한 겁니다. 음... 그러니까 리스,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그녀가...』
『하아?』
『그렇게 된 거니까 빨리 화장실에 다녀오세요.』

리스는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대신 팔짱을 꼈다. 그리고 핀치를 쏘아봤다.
『뭐예요. 제가 메탐페타민이라도 복용했을까봐요? 아서요.』
『아니, 그게...』
『피로를 풀어주고 생체활력 증강, 중추신경계 흥분 작용으로 수면 억제 등의 효과가 있죠. 이라크 전에서 병사들에겐 비밀로 하고 사용된 전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고백하자면 CIA 시절에 몇 번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이런 종류들은 반드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면 극심한 피로감에 휩싸인다. 약을 더 먹거나 아니면 24시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의존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중독 증세가 나타나는데 혈압 상승 및 심박수 증가, 편집증 같은 부작용 말고도 표정이 멍하게 되며 기억력이 빠르게 감퇴한다.
『생각을 해봐요 핀치. 당신이 만든 기계가 줄리엣, 알파, 이러고 암호를 불러주는데 머리가 망가져서 암기를 못 하는 거예요. 그래서 수화기를 움켜쥐고「미안한데 한 번만 반복해서 더 말해줘. 약 때문에 바보가 되어버려 전부 까먹었어」애원을 해요. 그러고도 일을 참 잘 하겠죠?』
『어...』
『나는 이 일을 사랑해요, 핀치. 그러니 제가 펑펑 소리를 내며 불꽃을 뿜는 전자렌지 앞에서 막춤을 추면 그때 가서 다시 소변 제출을 요구하세요.』
포물선을 그리며 플라스틱 통이 허공을 날았다.
캐취볼 놀이를 하는 요령으로 날아오른 플라스틱 통을 받은 핀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인상을 구겼다. 그러다 넌더리가 난 것 같다. 아니면 통 안에 든 노란색 오줌을 상상한 것일 수도 있다. 부르르 떨더니 격앙된 몸짓으로 사용한 적 없는 빈 통을 쓰레기통에 휙 버렸다.

옷깃을 잡아당기며 의자에 바르게 앉았다.
『좋아요. 그럼 트레비노가 말한「모죠」에 대해 얘기해보죠. 출생신고서에 모죠라고 적었을 리 없으니 별명임이 확실한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뒷골목 마약 판매상이 아니라...』
『핀치는 그저 숨 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적 없습니까?』
경찰서에서 해킹한 것이 분명한 자료를 모니터 화면에 띄우다 말고 핀치가 입을 다물었다. 곁눈질로 리스를 쳐다보는데 어쩐지 불안해 보인다. 이런 화제는 달갑지 않다는 건 분명해서 대답이 빠르게 돌아오지도 않았을뿐더러 회피했다.
『좀도둑질이나 하는 불량배더군요.』
『핀치?』
고용주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미스터 리스? 당신과 나는 17세 사춘기를 겪는 소년이 아닙니다. 호르몬 탓에 감정의 급격한 변화를 겪을 일이 없지요. 갑자기 행복해지지도 않고, 갑자기 슬퍼지지도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감정 기복은 있지만 옆에서 다른 사람이 보고「뭘 잘못 먹었나보다」이럴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적 있느냐고요? 글쎄요... 계란 프라이에 노른자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을 적에 좀 기뻤습니다. 결국 그 정도라는 거지요.』
구석구석 살피는 시선이 리스의 피부 위로 쏟아졌다.
『당신도 계란 노른자가 두 개인 달걀을 먹은 겁니까?』
『오, 그건 아니고.』
『어쨌든 우울한 것보다 좋은 거겠지요. 행복한 기분이라는 건... 자, 어쨌거나!』
잡담은 그만하고 일을 하자며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군대식 3분 샤워를 하고 있는데 욕실 선반장 꼭대기로 사용한 흔적이 있는 파란색 칫솔이 보였다.
칫솔은 빈 컵에 담겨「아침에만 쓰지 말고 저녁에도 꼭 사용을 해 주세요~」즐겁게 허밍을 하고 있었다.
매번 포장을 벗겨선 한 번만 쓰고 바로 버리더니만 자원을 아끼자 마음을 바꿔먹은 듯하다.
꺼내어 한참을 바라보다 에라 모르겠다 이러고 자신의 것과 나란히 두었다.
그러자 미칠 듯이 행복해졌다.
단지 그뿐이었다.

『미스터 리스, 제가 하는 말을 잘 따라오고 있나요.』
『듣고 있어요.』
싱긋 웃으며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어댔다.

Posted by 미야

2013/01/24 12:13 2013/01/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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