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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8 낙서-일상생활61 by 미야

낙서-일상생활61

※ 아, ㅆ밤. 오늘 휴방이야.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지금과 같은 리스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핀치를 향해 이런 말을 했다.
《내려요. 노트북은 그냥 두고 차에서 내려요, 해롤드.》
위압적인 분위기에 원래 약한 남자다. 그의 고용인이 명령조로 얘기했을 적에 핀치는 만성적인 허리의 통증도 잊고 지체 없이 차에서 튕겨 나왔다.「서둘다보니 지갑을 두고 나왔는데요」이딴 얘기 전혀 못 꺼냈다. 넋을 잃은 얼굴로 미친 속도로 웨스트-사이드 고속도로로 향하는 자동차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때 맛보았던 탈진감이 오늘에 이르러 다시금 반복되었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 것 같지만 목구멍에 고무로 만들어진 마개가 끼워진 기분이다.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에서 흘러넘치는 녹차와 굳어진 리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뜨거운 물이 닿아 리스의 손등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피부가 보내왔을 독특한 화상의 통증은 태평양 한 가운데에 위치한 이름 모를 무인도에 떨어진 조난자가 휘둘러대는 흰색의 런닝 셔츠처럼 취급되었다. 리스의 두 눈은 온전히 핀치에게로 고정되어 있었고, 굶주린 로빈슨 크루소가 바다 생선을 날로 잡아먹든 그다지 관심이 없는 눈치다.
그래도 리스와 달리 비릿한 생선 냄새를 맡은 핀치는 머뭇거리며 손수건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물기는 도서관과 상극이다. 책들도 그러하지만 손수 설치한 여러 컴퓨터 장치들은 물을 아주 싫어한다. 바닥으로 작은 웅덩이를 이룬 녹차를 근심스럽게 여기며 약간의 용기를 내어 리스에게로 반보 접근했다. 쉽게 말해 오른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콧물=병균」생각이 떠오른 건 그 무렵이다. 병균이 잔뜩 묻은 손수건으로 그의 손을 닦을 수는 없었다. 감기를 옮겨서는 안 된다. 판단을 달리해 티슈 상자로 팔을 뻗었다.
『미스터 리스, 녹차를 엎질렀...』
그리고 뒤로 강하게 떠밀렸다.

떠밀렸다, 이러고 적는 건 지나치게 함축적인 표현일지도.
철퍽 소리를 내며 종이컵이 추락했다. 도서관 바닥으로 뜨거운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키 188cm의 거한이 온 체중을 실어 핀치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목을 조르지만 않았을 뿐으로, 잔뜩 짓눌린 탓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책이 꽉 들어찬 책장이 등에 닿았고, 크기가 남달라 삐죽 튀어나온 책이 중세 시절의 고문도구처럼 살을 찔러댔다. 본능적으로 고통을 덜고자 상체를 앞으로 숙였지만 수평으로 들어 올린 리스의 팔이 다시 한 번 더 힘을 주어 흉부를 압박했다. 그러자 멱살이 잡힌 것도 아닌데 몸이 벽을 타고 저절로 들려 올라갔다.
『윽, 리스!』
이런 난폭한 취급을 받을 까닭이 과연 있는가.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팔을 뻗어 리스를 밀어내려 했다. 그리고 단호하게 외쳤다.
『물러서! 뒤로 물러서! 존!』
새된 외침을 듣고 리스의 눈동자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그렇다고 해도 핀치를 곱게 놓아줄 생각이 없는 건 분명해서 밀어붙이는 팔에서 약간의 힘만 빠져나갔을 뿐이었다. 서로 대치하고 서로 노려보는 상황은 아까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지지 않... 아니, 말을 바꾸겠다. 분위기는 보다 험상궂게 변해 리스의 목에서 짐승의 으르렁 소리가 새어나왔다. 여유라고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그대로 핀치의 목을 부러뜨릴 기세다. 활짝 펼쳐진 커다란 왼손이 - 리스는 왼손잡이다. - 넥타이 매듭 위를 덮었다. 순간 핀치의 심장이 엇박자로 뛰었다.

「위기에 처했을 적에 당신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폭력의 당사자가 직접 가르쳐준 방법을 시도해봤다. 그러니까 엄지손가락을 잘 갈무리한 다음, 상대방의 눈을 찌르고, 안구가 뇌에 처박힐 때까지 좌우로 비벼... 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 비언어로 이루어진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엄지손가락으로 리스의 배와 옆구리를 아무렇게나 찔렀다. 리스는 실소했다. 침착함을 잃고 싶지 않았으나 핀치의 몸은 스트레스에 반응, 사시나무처럼 진동했다.
흉해, 흉해, 이런 거 흉해.
수차례 이루어진 엄지손가락 공격은 금방 그 기세를 잃고 무기력하게 되었다.

리스의 왼손이 위쪽으로 미끌어져 올라가 턱 아랫방향으로 이동했다. 강요를 받아 고개를 바짝 쳐든 핀치는 본인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먹이사슬에서 상위를 차지한 포식자인 짐승의 눈을 정면에서 마주해야 했다.
『나에게 왜 이러는 겁니까, 미스터 리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핀치.』
『내가 무엇을 했다고 이러는 건가요.』
『방금 전 그 전화...』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 통화는 당신과는 상관없는 겁니다, 미스터 리스.』
『어째서 나와 상관이 없나요, 해롤드. 우린 파트너잖습니까.』
『나의 사생활이니까요.』
『그렇지 않아. 당신에겐 사생활 같은 건 없어.』
『정말이지... 리스! 그런 억지가...!!』
격분한 핀치가 좌우로 몸을 비틀어댔다. 성하지 않은 다리로 발길질도 시도했다. 리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체격과 체중을 이용해 그런 고용주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봉쇄시켰다. 바짝 엉겨 붙은 상태로 몸싸움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움 몸부림이 벌어졌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도로 잠잠해졌다.
『당신은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그게 무슨 전화라고 생각한 겁니까. 지인과의 안부 전화였을 뿐입니다!』
『해롤드.』
『이제 그만. 등이 아파! 뾰족한게 등을 찔러서 아프다고요!』
『해롤드.』
『제발 존. 날 그만 놔줘요!』

존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핀치는 이제 그가 설명, 혹은 변명, 그것도 아니라면 일방적인 주장 따위를 꺼낼 거라 여기고 거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삼켜진 공기는 밖으로 다시 나오지 않았다. 핀치는 눈살을 찌푸렸고, 리스의 미간으로도 역시 세로로 길게 골이 파였다.

윌리엄 잉그램은 친근함을 표현하며 그를 아저씨라고 부른다.
-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으면 바스티유에 투옥시키겠다. 으하하.
술에 취해 정신 사나운 몸짓을 보였던 해롤드가 떠올랐다.
더하여 알콜 냄새 진동했던 깊은 입맞춤도 같이.
- 나는 한때 당신이 내 아들과 같이 잤을 거라 의심했어요.
그리고 올리비아의 서슬 퍼런 비난까지.

리스는 초조하게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이번에는 과연, 이러고 핀치가 채비를 갖추고 그의 입술의 움직임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존은 어떠한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상대를 미행하고, 도청하고, 스토킹해서 마음은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화가 치밀었고, 분노했고, 의심했으며, 좌절했다.
자, 그래서? 이제 누구를 비난하면 좋은 거지? 이건 누구의 잘못인 거지?
『존.』
초조해진 핀치가 재차 그의 이름을 불렀다.
리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가족이 없어요. 나에게는 친구라고 할 사람이 당신밖에 없어요.』
이것은 변명? 아니면 다른 무엇?
리스의 눈동자가 흐려졌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사랑한다」말하는 걸 보면서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어.

위협적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반대로 그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Posted by 미야

2013/01/18 10:55 2013/01/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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