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2013/01/21'


1 POSTS

  1. 2013/01/21 낙서-일상생활62 by 미야

낙서-일상생활62

※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콧물의 양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코를 하도 풀어대 콧구멍이 헐어 아프다.
그래도 강박적으로 손수건을 얼굴로 가져갔다. 자칫하면 뇌수까지 흘러나오겠다며 옆에서 경악의 시선으로 쳐다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요령껏 코에 힘을 줬다. 그래봤자 덩어리진 분비물은 코를 곽 틀어막고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대신 점막에서 약간의 출혈이 생겨 피가 손수건에 묻어나왔다.
『약은 먹은 겁니까?』
『감기를 치료하는 기적의 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푸스코 형사님. 우리가 감기약이라고 부르는 종류는 그저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밖에는 하지 않지요.』
『그럼 질문을 다르게 하지요. 그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은 먹은 겁니까?』
친애하는「미스터 전자사전」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10% 정도 담겨 있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10%는 조수석에 앉은 사내로부터 감기에 옮으면 어쩌지 하는 거였다. 유난히 춥고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감기가 유행, 오늘 한 명이 훌쩍거리면 내일은 세 명이 훌쩍거리는 판국이다. 덕분에 경찰서 내부에는 때 아닌 긴박감이 감돌았으며, 농담으로 재비를 뽑아 순번을 정해 앓아누워야 한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는 중이다. 순서가 아니니까 아직 아프면 안 된다 - 푸스코는 바짝 긴장했다. 병에 걸리고 낫고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사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으나 재채기를 연거푸 하며 열에 들뜬 상태로 운전하여 아들을 학교에 대려다 주는 건 죽기보다 싫다.
살집이 두툼한 엉덩이를 찔끔찔끔 움직여 어떻게든 핀치로부터 거리를 벌려보고자 애썼다.

『괜찮을 겁니다, 형사님.』
의도가 빤히 보이는 그 동작에 울컥했던 것 같다. 핀치가 답지 않게 이죽거렸다.
『속설에 의하자면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잖아요?』
푸스코는 화를 냈다.
『그럼 내가 바보가 아님을 증명하려면 감기에 옮아야 한다는 거요?!』
핀치는 대답을 회피한 채 손수건으로 또 코를 풀었다.
뚱한 표정이 된 형사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혐오감을 애써 참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그들이 지켜보고 있는 대상인 트레비노의 집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게다가 외출이라도 하려는 건지 창문으로 언뜻 보이는 트레비노는 바람막이 점퍼 차림새다. 야구장에서 써먹던 망원경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전등불이 언제 꺼지나 감시했다.
『과자라도 드실라우?』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형사님.』
『그럼 캔디라도?』
『(패앵!)』
차안에서 꼼짝 못하고 쳐다본지 벌써 2시간 째, 드디어 트레비노가 어둠을 틈타 집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 미행을 할 차례다. 차에 시동을 걸면서 형사는 툴툴거렸다.
『미행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거든요? 도중에 병원이 보임 내려드릴테니 함 가보시구려.』
『이 정도로는 죽지 않습니다.』
『퉁퉁 부어 지금 눈이 절반은 감긴 거 알아요?』
『트레비노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군요. 그런데 세 번째 시도해도 상대방이 받질 않네요.』
『......』
곁눈질로 감기 걸린 천재 양반을 쳐다보았다.
콧물을 달고 있는 그는 엄지손가락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자기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싸구려 넷북만 가지고도 펜타곤 해킹을 시도한 전적이 있었던지라 푸스코 입장에선 그가 뭘 하고 있는지 묻기가 심히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 이곳엔 이미 감기에 걸려 바보가 아님을 멋지게 증명한 전직 CIA 요원이 있으시다.
『집에 가 누워있으라고 했을텐데요, 미스터 리스.』
『아아. 그게 말이죠...』
담요를 망토처럼 두른 그는 수퍼맨을 닮았다기 보다는 당나귀를 탄「판쵸」와 더 흡사해 보였다. 커다란 체격과는 별개로 오늘따라 대단히 납작한 인상이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개를 세우지도 못하고 키보드에 거의 머리를 박고 있었다. 나름 의자에 앉아 컴퓨터로 조사를 해보겠다고 시도를 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시도만. 결국엔 어지럼증에 굴복,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뜨거운 김만 푹푹 뿜어대고 있었다.
『못 움직이겠어요, 핀치.』
『진작에 제가 하는 말을 들었어야죠.』
『그래도 당신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핀치, 당신도 아프잖아요.』
『제 걱정을 할 때가 아닌 것 같군요, 미스터 리스.』
그도 그럴 것이 핀치와 대화하기 위해 책상에서 3cm 가량 들려진 고개가 다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면서 키보드의 스페이스 키를 지그시 눌러 오작동을 경고하는 창이 수백 개는 열렸다. 기진맥진한 리스는 그걸 알면서도 책상에서 이마를 들지 못했다. 기껏 한다면서 마우스를 찾아 더듬었는데 실제로 그가 찾아 쥐고 있었던 건 연필꽂이 대용품으로 쓰던 머그컵이었다. 그리고는 마우스의 왼쪽 버튼을 누른답시고 손잡이를 고집을 담아 꾹꾹-
골치가 아프다는 걸 숨기지도 못하고 핀치는 이마를 짚었다.
『리스.』
『아아, 이것만 마무리하고요. 어랍쇼, 그런데 왜 화면이 파랗지.』
『적당히 해요. 그러다 다 날려먹겠다!』
 
묘한 일이다. 옮긴 사람은 콧물감기고, 옮은 사람은 몸살감기라니.
뜨거운 물에 부어 마시는 감기약을 약국에서 사왔다.
쌍둥이처럼 닮은 머그컵 두 개를 선반에서 꺼내 그 안에 뜨거운 물을 붓고 봉지에 든 노란색 알갱이를 털어 넣었다. 가루가 물에 녹자 톡 쏘는 레몬 향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맛도 레몬 맛이라고 믿어선 곤란하다. 머뭇거리며 혀를 대자 비위 상하게 쓰고... 토기가 올라오는 특유의 향취가 났다. 웩 하는 표정으로 입가를 닦는데 구석에서 무거운 물체 - 사전 같은 물건이 떨어지는 쿵 소리가 났다. 바벨탑처럼 쌓아올린 책 더미를 아마도 실수로 무너뜨린 듯하다.
걱정이 되어 서둘러 돌아가 보니 바닥에 엎드린 리스가 떨어뜨린 책을 도로 줍는답시고 이상한 동작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하나를 주워 품에 안으면 다시 하나를 발잔등 아래로 떨어뜨리는... 더하여 횡설수설 무어라 혼잣말을 하는데 이쪽에서 귀 기울여 들어보니 영어가 아니다. 절반은 스페인어, 나머지 절반은... 음. 외계어?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저것들이 달아나고 있어요, 핀치.』
『고용주로서 명령하는데 책은 냅두고 소파로 가서 앉아요.』
『그 전에 잡으러 가야할 것 같은데요.』
『됐으니 앉아요.』

어떻게 어떻게 소파에 앉은 남자에게 컵을 내밀자 멍하니 쥐고만 있다.
시범을 보인답시고 핀치가 한 모금 마시자 그제야 핀치의 행동을 고스란히 따라했다.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맛도 모르는 눈치다. 핀치는 그대로 쭈욱 들이키라고 손짓하며 리스의 행동을 격려했다. 그리고는 정작 본인은 절반도 채 마시질 못했다.
『추워요, 핀치.』
『열이 나서 그런 겁니다.』
『당신은요?』
『괜찮습니다.』
『우리, 담요를 나눠 덮을까요?』
『모양새가 이상해질 것 같으니 그러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그럼 이 담요를 핀치가 덮도록 해요.』
날생선 주제에 넙치가 팔을 들어 담요를 벗으려 했다. 단, 마음만 굴뚝이라 옆에서 보자니 촌극이 따로 없었다.
핀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쯧쯧...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게 좋을텐데.』
『우. 메슥거려. 속이 뒤집어진다.』
『제가 뭐랬어요. 자요, 쓰레기통.』
『웨엑-』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꾸라졌다.

Posted by 미야

2013/01/21 15:00 2013/01/21 15:00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834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3320
Today:
346
Yesterday:
37

Calendar

«   2013/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