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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30 낙서-일상생활69 by 미야

낙서-일상생활69

※ 상태 메롱이라능...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어렸을 적 그는 침대 아래로 자신만의 비밀기지를 건설했다.
손전등과 장난감 모형, 사탕과자를 숨겨뒀고 좋아하는 책도 거기로 가져갔다. 시트를 매트리스 아래로 집어넣지 않고 커튼처럼 늘어뜨려 입구를 가렸다. 벽돌처럼 책을 쌓아 바벨탑을 만들기도 했다. 또래의 아이들과 달리 몸집이 작았기에 좁은 공간에서 얼마든지 뒹굴어도 괜찮았다. 그곳은 양철식물이나 저승사자와 같은 괴물이 침입할 수 없는 안전한 장소였다.
다만 네 살 터울의 형은「계속 그러다간 시력이 나빠질 거다」충고를 잊지 않았다. 족집게 예언이었다. 여섯 살이 되었을 때 핀치의 부모님은 아들의 손을 붙잡고 안과를 방문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적엔 검정 뿔테의 안경이 작은 콧잔등에 걸쳐져 있었다. 형들이 그걸 보고 혀를 끌끌 찼다. 뱅글뱅글 도는 안경을 쓴 상태로 우리와 같이 야구를 할 수 없어, 이 멍청아 - 축구도 마찬가지야 - 넌 망했어 - 그리고는 야구 글로브로 머리를 툭툭 때렸다. 그게 안타까움의 표현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당시에는 잘 몰랐다. 아무튼 형들은 그를「깍두기」취급하며 패밀리 리그에 자주 데리고 다녔다. 직접 공을 치거나 던지지는 못했어도 외야로 날아간 공을 주우러 다닐 수는 있었다. 둘째 형이 파울볼을 잘 쳤기에 운동량은 벅찰 정도였다.

「어두컴컴한 비밀기지에 처박혀 손전등 불빛을 비춰가며 책을 읽는 것보단 낫지.」
「낫긴 뭐가 나아. 이건 바보 짓 같아.」
「공 주우러 다니기 싫냐? 그럼 계집애처럼 치마 입고 응원석에서 폴짝폴짝 뛰며 응원을 하던가.」
「응원 따위 절대 안 해. 우~우 이러고 야유할 거야.」
「어쭈? 건방진 동생이로고.」
그리고 새우몸통꺽기 기술을 멋지게 당했다.
길고 튼튼한 팔을 가지고 있었던 형의 몸에선 태양의 오존 냄새와 운동장의 먼지 냄새가 풍겼다.

몸이 어느 정도 커지고 난 뒤로「비밀기지」에 집착한 적은 없다.
그래도「비밀기지는 이런 거야, 이렇게 생겼고 이렇게 만드는 거야」라는 추억이 머리에 남았다.
비밀기지 -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기에.
멸치처럼 비쩍 마른 소년의 행동을 모니터로 전부 지켜보았음에도 가만히 있었더랬다.
좁은 구석으로 들어가, 손전등의 불빛에 의지하여 악몽을 내쫓고, 행복한 꿈을 꾸고, 슬픈 꿈을 꾸고... 그것은 샤먼의 주술과 닮았다. 작고 연약한 동물은 자신만의 안전한 장소에 몸을 누인다. 그리고 한 줌의 허락된 위로를 갈구한다.
아아, 그렇기에...

『핀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반응, 현실로 돌아왔다.
차가운 바닥에 닿은 뒤통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닌 허리가 골치 아픈 통증을 호소하려 들었다. 당연한 반응으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건강한 사람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사고를 당했던 핀치의 척추는 별 거 아닌 충격에도 요란한 심벌즈 소리를 내며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명절을 축하하며 마구 쏘아대는 차이나타운의 싸구려 폭죽 느낌이랄까. 매우 요란하고, 정신없고, 혼을 쏙 빼놓는다.
뭔가를 말하고자 하는 리스의 시선이 따라붙어도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건 그 때문이다. 시선만이 아니고 못이 박힌 거친 손바닥이 올라와 턱을 누르듯 어루만졌음에도 멀리 떨어진 남의 집에서 불이 났다는 식의 반응밖에 할 수 없었다.
혼란된 혼돈.
등이 아프다.
올려다보는 도서관의 얼룩진 천장은 어릴 적 그가 바라보았던 침대의 상판을 많이 닮아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그의 비밀기지인가.
그렇고말고.
사악한 부기맨이나 성질 고약한 후크선장이 들어올 수 없는, 그만의 안전한 장소다.

속눈썹이 부르르 경련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그 아이가 다시 이곳에 올 수는 없어요. 제이크의 가족은 지난 10월에 유타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승진을 하게 되어... 그러니까 그녀를 해당 지점으로 보내기 위해 약간의 트릭을 사용했지요. 나쁘진 않을 겁니다. 더 많은 보수와 그리고 더 많은 해택이...』
턱을 누르는 리스의 손가락이 스치듯 피부를 긁었다.
소년 제이크에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려던 핀치는 입술 가장자리를 만지는 촉감에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런가? 설명은 그다지 필요치 않은 것인가? 눈을 깜빡거리며 어둠을 많이 닮은 사내를 쳐다보았... 그렇지 않다. 그는 어둠과 흡사하지 않다. 리스의 정신은 조만간 해가 지려는 그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빛이 그 힘을 잃은 세계로 땅거미가 수군거린다. 들판으로 쪽빛의 어둠이 번져간다. 빛의 잔해를 갉아먹으며 밤이 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둠은 바닥까지 닿지 않았다. 지평선에 걸린 태양이 붉게 잔상을 남긴다. 혼란된 혼돈, 일몰의 감각 - 사내의 눈빛으로 빛과 그림자가 아슬아슬하게 공존하고 있다.
핀치는 직감했다. 힘의 균형은 곧 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아아, 왜냐하면 이곳은... 그리고 이 사람은...
오래된 추억의 냄새를 맡았다. 햇빛의 잔상으로 남은 오존의 냄새, 그리고 먼지의 냄새.

머뭇거리며 그 손이 핀치의 얼굴을 타고 올라왔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저울질하던 눈빛이 돌연 결심의 각오를 품었다. 순간 전신을 압박하던 체중이 미열을 내고 가냘프게 진동했다.
그러한 변화가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뭐랄까. 이 모든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해롤드. 당신을 만지고 싶어요... 만지게 해줘요.』
말라붙은 리스의 입술 틈새로 미지근한 호흡이 새어나왔다. 그 숨결이 코를 간질이자 재채기가 나올 것만 같아 초조해졌다. 콧물을 튀기고 싶지 않았기에 숨을 참으며 시선을 돌렸다. 부적절한 판단이었다. 그 움직임을 멋대로 해석한 남자는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그 즉시 덤벼들었다. 손가락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아래턱을 꽉 움켜쥐곤 목표물을 찾아 입술을 마구 찍어댔다.

짧은 간격으로 뚝뚝 끊어지는 호흡소리가 낯설다. 세련되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무식하다 싶을 정도의 완력으로 입술을 누르고 찍고 누르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경계에 한참을 머물러 있던 거대한 일몰이 임시로 세워진 가교를 건너 핀치에게로 도달하려고 했다.
감염되는 것, 확산되는 것,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것 - 해일처럼 밀려오는 암흑을 두 눈으로 모두 보았다. 유령과 마찬가지인 사람에게로 온전한 밤이 그 존재감을 피력하며 엷은 막을 펼쳤다. 그런다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아니건만 - 슬프다. 생명이 있어도 살아 있지 않다. 그런 사람에게 암흑은 온전히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불안은 그저 아득히 뻗어나가기만 할 뿐으로...
하여 핀치는 상상했다.
저 새카만 곳으로 팔을 길게 뻗으면.
결국 도달할 미지의 장소는 어디인가.

『해롤드. 해롤드.』
이름을 불러도 그의 고용주는 마치 잠이 든 사람처럼 반응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몸부림치며 완강하게 반항했더라면 좋으련만.
그랬다면 별다른 감흥 없이 힘으로 굴복시켰을 터인데.
『이러기에요. 나에게 정말 이럴 거예요...?!』
핀치의 눈동자는 굉장히 고요했고, 그리고 움직임이 없는 늪처럼 정지되어 있었다.
입술을 떼어낸 리스는 금방에라도 흐느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용주의 뺨을 쓰다듬었다.

Posted by 미야

2013/01/30 18:56 2013/01/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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