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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0 낙서-일상생활56 by 미야

낙서-일상생활56

※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내일은 연말정산 관련 교육이 있어 자리를 비웁니다. ※

강박관념 탓에 다른 사람이 옆에 있으면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아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핀치는 잠귀가 얇은 편에 속했고 힘겹게 잠들고 나서도 부스럭 소리만 나면 깨곤 했다. 궁여지책으로 귀마개를 사용해 보았지만 조그마한 기척에 저절로 눈이 번쩍 뜨였다. 결국 원하는 숙면을 이루려면 방문을 안쪽에서 걸어 잠그고 반드시 혼자 자야 했다.
스물 발자국 건너편 소파로 사람이 누워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버릇이다. 고전적 방법대로 울타리를 뛰어넘는 하얀 양떼를 상상했으나 핀치의 고집스러운 의식은 도무지 깊은 수면의 세계로 가라앉으려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가도 다시 파도를 타고 훌렁 수면 위로 올라왔다.
「차 지나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아, 방금 존이 방구를 뀌었다. 냄새 나려나.」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이런 잡생각을·꾸준히 하고 있는 걸 봐선 절반은 의식의 끈을 붙잡고 있는게 맞았다.

『핀치. 그만 일어날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리스가 그의 어깨를 흔들었을 적에 그는 자고 있는 상태였다.
축 늘어져 있던 뇌세포가 깜빡깜빡 점등되는 것과 동시에 핀치는 졸린 목소리를 냈다.
『5분만 더요.』
그 요청을 듣고 리스는 군소리 없이 떨어져 나갔다. 어차피 그들은 정시 출근과는 담을 쌓은 사람들이라서 5분 더 꾸물거린다고 하늘이 반으로 두 쪽 날 일은 없다. 그리고 핀치는 게으름을 피우는 인종이 아니다. 알아서 잘 하겠거니 생각했는지 이불을 끌어안은 채 옆으로 돌아누운 고용주는 내버려두고 묵묵히 소파를 정리하고 담요를 갰다. 겸해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면 좋겠지만 조심성 많은 그는 블라인드조차 올려두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서 드륵 소리가 났다. 붙박이장을 열고 닫은 눈치다.

짧은 군대식 샤워를 하러 가기 전, 리스는 침대가 놓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핀치는 여전히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다.
뭐랄까,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그런 기분이다.

5분만 더 자겠다고 해놓고 정작 침대를 떠난 건 30분 이상 시간을 지체하고 난 뒤였다.
의외로 꾸물거리며 느린 동작으로 안경을 찾아 썼다. 시야가 밝아졌으니 그만큼 정신도 밝아졌음 참 좋으련만 수마의 뒤끝은 영 개운치가 않아 여전히 멍한 기분이었다.
주방에서 소음이 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화장실은 이제 비어 있을 터,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아닌데 좌우방향을 확인한 뒤에 거실을 가로질러갔다. 눌린 자국이 선명한 뒤통수를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었음이다. 화장실에 들어간 뒤에는 제일 먼저 문을 잠그고 혹시라도 문고리가 헛돌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이 또한 강박관념이다. 이 절차를 마치고 나면 뚜껑을 덮고 변기 물을 내린다. 그렇게 물을 낭비하는 죄를 저지른 뒤에야 쭈그리고 앉은 자세로 방광을 비운다. 남자라면 무릇 서서 용변을 봐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사고로 척추를 다친 뒤로는 서서 볼일을 보는게 곤란했다.
캐비넷을 열어보니 포장을 뜯지 않은 칫솔이 여러 개 들어가 있었다. 그중에서 파란색을 골라 포장을 벗기고 입에 넣었다. 꼼꼼히 양치질을 마친 후에는 사용한 칫솔을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1회용 면도기는 서랍 어디에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자라난 수염을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물만 사용해 세수를 끝내고 손은 비누로 두 번 반복하여 씻었다.
샤워는 생략했다. 다른 사람의 집에서 속옷까지 전부 벗을 용기 따윈 없다.

『좋은 아침입니다, 핀치. 뭐, 시계를 보면 전혀 아침이 아니지만요.』
기이할 정도로 명랑해 보이는 리스는 이리 와서 앉으라며 손짓을 했다.
주방 테이블에는 접시 두 장이 올라와 있었는데 버터를 바른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 바짝 익힌 베이컨 두 장씩을 각각 담고 있었다. 카페인 중독자인 리스는 커다란 머그컵으로 이미 자기 몫의 커피를 홀짝거리느라 바빴고, 시커먼 국물은 질색이라는 핀치를 위해 대신 등장한 건 마트에서 파는 오렌지 주스다.
핀치의 눈이 휘둥글 벌어졌다. 어린애도 눈 감고 만들 수 있다는 간단한 메뉴지만 깡통을 사랑하는 남자가 프라이팬을 꺼내어 계란을 직접 조리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계란의 모양새는 늘씬한 타원형으로 찢어지거나 구멍이 난 부위가 보이지 않았다. 여러 번 해본 솜씨 - 분하지만 요리를 전혀 못 하는 핀치보다 월등히 실력이 좋다.

얼이 빠진 상태로 의자에 앉으니 리스가 포크와 나이프를 쥐어주었다.
『어쩐지 궁금한게 많아 보이는 표정이네요.』
『어, 그게.』
『물어봐요. 대답해줄게요.』
소파에서 새우잠을 잤음에도 숙면을 취했나보다. 빤질빤질 광이 나서 눈이 부시다. 비싼 침대에서 자고 일어났음에도 형편없이 푸석거리는 누구와는 대조적이다.
덜 마른 머리카락에선 좋은 냄새가 풍겼다. 방금 전 포장을 뜯었을 셔츠는 눈부신 흰색이다.
핀치가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자 리스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 모습이 멋있게 보여서 누린내가 진동하는 속옷을 갈아입지 못한 노인네 입장에선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리스 씨는 여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항상 비어뒀고요.』
『맨날 자물쇠만 채워둬선 생일축하 의미로 선물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그리고 핀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다니,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요?』
『전 이곳이 좋아요.』
『다행이네요.』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삼켰다. 차고 달았다.
『특이하다 생각해서 그럽니다만, 미스터 리스. 잠자리에 드는 사람의 다리를 모포나 홀겹 이불을 사용해 그렇게 꽁꽁 싸매는 까닭이 따로 있나요?』
『여긴 난방이 잘 되지 않아요. 다리가 차가우면 좋지 않을까봐 그런 거예요.』
사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게 하려고 다리를 감는 거지만 - 설명은 그럴 듯했다.
「밤중에 몰래 일어나 나갈까봐 그랬어요」솔직히 말 하지 않았어도 핀치는 그렇구나 납득하고 넘어갔다.
『저어. 것보다 계란이...』
『장을 봐둔지 보름 정도 되었는데 그 정도 기간이면 보관만 잘 하면 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콜레스테롤 걱정 때문에 그래요? 매일 먹는게 아니라면 괜찮아요. 그리고 오히려 계란 노른자를 먹으면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겐 혈중지질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거기까지 말한 리스는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덥썩 베어 물었다. 보는 사람이 식욕이 동할 정도로 맛있게 먹고 있어서 핀치는 자기 몫의 토스트를 그에게 줘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콜레스테롤 걱정이 아니고.』
『혹시 반숙이 아니라서 그러는 거예요?』
『아뇨, 아뇨. 그런게 아닙니다. 완숙이든 반숙이든 전 달걀을 좋아해요, 미스터 리스.』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리스는 다시 기쁜 모습으로 웃었다.
더욱 혼동되는 느낌.
『아, 그게.』
『달리 필요한 거라도?』
『야채가 부족해요.』
『sorry.』
중요한 순간이 닥치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여 말을 빙빙 돌리는 버릇은 진짜지 어떻게 해결이 안 되나 보다. 정작 하고픈 말은「다른 사람을 집에 데려와 재우고 아침을 만들어 먹이는 모습이 익숙한 것 같네요. 여러 번 해봤던 거예요?」라는 거였지만... 주스를 마시고 빵을 먹느라 입이 바쁘다보니 결국은 꺼내지 못한 질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핀치는 짐짓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가 이곳으로 여자를 데려오든 말든 그것은 온전히 그만의 사생활이다. 고용주의 신분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주제가 아니다.

침울해진 핀치는 그만의 안전한 장소로 달아났다.
『이번에 나온 번호 이야기를 해보죠. 이름은 데보라 윙필드. 직업은 사립탐정입니다.』

Posted by 미야

2013/01/10 16:38 2013/01/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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