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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5 낙서-일상생활66 by 미야

낙서-일상생활66

※ 오늘도 휴방.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그럼 자료를 보세요. 그는 투자 은행가입니다. 월-스트리트 사람이죠.』
『그라고 얘기하니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핀치. 존 워렌은 결국 저잖아요?』
출력된 인쇄물에 시선을 내리깔고 있던 핀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빨간색의 X자로 점칠된 답안지를 쥐고 있는 학교 선생님의 표정을 지었다.
야단맞을 거라는 짐작에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던 리스는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았다.
『미스터 리스? 당신과 존 워렌은 같지 않습니다.』

리스에게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신분증이 있다. 이름도 각각 다르고 주소도 제각각인데다 당연히 직업도 그때그때 달랐다.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건달부터 시작해 유능한 자산관리자, 해충 구제업자, 개인 보안 서비스 팀장, 택배기사, 리무진 운전기사... 고인으로부터 훔친 배지를 사용해 경찰관을 사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코스튬 이력을 직업 이력으로 착각하면 그는 정말이지 안 해본 직업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뇨. 소방관이 되어본 적은 없어요.』
『리스.』
『의사 가운을 입고 돌아다닌 적도 없고요. 음악가나 화가로 꾸민 적도 없는 걸요.』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다수가 일회성이었다는 거다. 돌아서서 가짜 이름으로 만들어진 가짜 신분증을 반으로 꺾어버리면 그만이었다는 말씀.

리스는 연대별로 상세하게 정리된 존 워렌이란 자의 이력을 읽어 내려가며 목덜미를 문질렀다. 아들이 성홍열로 앓아누운 리무진 운전기사의 대타로 활약하는「존」은 전화번호와 주소만 가진 가공의 인물이었는데 핀치가 제공한「존 워렌」은 엄청나게 상세한 디테일을 가진 인간이라서 지금 당장 도서관 안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와 그에게 악수를 청할 것만 같았다. 워렌은 부모가 있었고, 대학교도 졸업했다. 군대도 다녀왔다. 헤어진 여자 친구도 있었다.
『상당 부분이 당신의 이력과 흡사합니다. 그래야 기억하기 좋을 것 같아서요.』
쓰레기통도 제 날짜에 안 비우는 남자가 이런 면에선 엄청나게 철저하다.
특기사항이라며 메모가 별첨되어 있었다. 95년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으로 파견 나갔을 적에 클라단즈 지역에서 세르비아 무장단원과 마주쳤음 - 이건 농담인가 싶어 한쪽 눈썹을 활처럼 구부렸다. 하지만 핀치는 언제나처럼 진지했다. 세상에... 그는 95년부터 2001년까지라는 한 줄짜리 군복무 이력이 아닌, 화약 냄새가 나는 진짜 군인을 만들어냈다.

『약간의 양념은 당신이 마음대로 지어내도 됩니다만... 아시죠? 진실의 조각이 지나치게 섞여 들어가면 그게 꼬투리 잡혀 들통이 납니다. 그럼 뒷장으로 가보세요.』
자료로 준 출력물의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라며 핀치가 신호했다.
『이후 방황을 좀 해서 퍼시픽 캐피탈, 캠브리지 보안회사, BPC 등등의 회사를 전전했습니다.』
『그 이력은 확실한 건가요?』
『제가 소유한 회사들이니 워렌의 가짜 이력서를 끼워 넣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이건 마음에 안 들어요. 결국엔 파산했음.』
입술을 안으로 지그시 말며「파산」이란 단어에 대고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핀치와 리스 두 사람은 정체불명의 신사와 노숙자 신분으로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강변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 추운 날씨였다. 핀치의 코는 우스울 정도로 빨갰다. 그래도 리스는 추위로 빨갛게 변한 코를 보며 웃지 못했다. 주변으로 거구의 보디가드들이 에워싸고 있었는데다 핀치가 초면임에도「미스터 리스」라고 서스럼 없이 불렀기 때문이었다. 리스라는 이름은 존이 자주 써먹던 가명이었다. 그 가명을 지어준 사람은 CIA 선배 요원이다.

무엇을 떠올린 건지 모르겠다. 핀치의 눈매가 돌연 구부러졌다. 어떻게 보자면 재밌어 하는 눈치다.
『어쨌거나 워렌은 하워드 프렌치라는 은인을 만나 재기에 성공했고...』
『하워드 프렌치? 이름이 좀 그렇네요. 이 하워드 프렌치라는 사람은 진짭니까?』
『해롤드 핀치가 진짜가 아니듯 하워드 프렌치 역시 정교한 가짜입니다. 하지만 상세하게 뜯어보지 않는 이상은 눈치를 채지 못할 거예요, 미스터 리스. 진짜 정체는 단역을 주로 하던 배우인데 바지 사장 역을 제안하자 아주 신나 하더군요. 당신의 상사이고 회사의 이사 중 하나입니다. 은퇴하기 직전이라 외국 지부에 3년 이상 나가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렇게 생긴 사람이니 얼굴은 외워두세요. 당신과는 일주일에 두어 차례 업무상 통화를 합니다. 실제 통화는 물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 컴퓨터 시스템이 자동으로 기록만 만들어낼 겁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하진 마세요. 그래도 프렌치 씨의 사생활 몇 가지는 꿰고 있는게 좋겠죠. 그는 와인 애호가고 클래식 음반을 수집합니다. 골프도 즐기고요.』
『와우... 핀치, 당신 골프 좋아해요?』
『농담해요? 터벅터벅 걸어가서 작은 공 하나 치고, 다시 터벅터벅 걸어가는 걸 제가 좋아할 것 같습니까. 운동을 하려면 그냥 운동화를 신고 공원 한 바퀴 뛰는게 제일 좋아요.』
모르긴 해도 부자라고 다 골프를 좋아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페이지가 팔랑팔랑 넘어갔다. 대부분 타인의 이력서들이었다.
『동료직원들과 부하직원입니다. 특히 코라 콜렛 양은 당신의 알리바이와 같은 인물입니다.』
『알리바이요?』
『당신은 1년 전에 입사했고, 코라는 4년 전부터 입사해서 2012년 올해 9월부터 당신의 부하직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직위가 바뀐 것이 며칠 안 되었죠.』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잖아요. 그렇게 꾸미는게 가능합니까? 핀치.』
『존 워렌은 상사인 하워드와 같이 외국으로 자주 출장을 갔어요. 그동안 코라가 당신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한 까닭이 설명이 되지요. 그래도 승강기를 타러 가는 워렌의 뒷모습을 얼핏 보거나, 당신이 직접 작성한 생일 축하 카드를 받았습니다. 당신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그래도 단 한 번도 사무실에서 상관 얼굴을 못 봤다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 이제부터라도 가끔씩 사무실에 들러 얼굴을 비춰야 할 겁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이 코라는 하워드와는 달리 진짜입니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지금의 현 남편과는 재혼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지나치게 가까이 두지 말고, 그렇다고 멀리해서도 안 된다.』
『정답입니다.』

이쯤해서 리스가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팔자 눈썹이 되었다.
『그런데 말이죠 핀치, 요즘 전 장갑차 수송 서비스 업체에 신참 경호원으로 취업했거든요. 내일 아침 일찍 머레이 랭스턴과 만나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토미와 같이 잘 가는 가게라고 하더군요. 당신이 만든 존 워렌으로 변신하고 월-스트리트로 근무하러 가려면 분신술이라도 써야할 텐데 제가 도술이나 마술 같은 종류는 잘 몰라서...』
핀치는 산뜻하게 대답했다.
『아, 걱정 마세요, 리스. 당신은 지금 런던에 있는 겁니다. 아, 그러니까 존 워렌이 런던에 있는 겁니다. 항공권 구입의 기록도 서버에 들어가 있으니 마음 푹 놓으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핀치는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컴퓨터 쪽으로 옮겨갔다.
장갑차의 디지털 통신망과 연결되었고 이미 판독기가 범위에 들어오는 차량들의 번호판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핀치는 이들 자료 중 버릴 것과 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을 추려내는 코드를 짜고 있었다. 혹시라도 트럭을 뒤쫓는 무리가 있다면 아마도 반복하여 나타날 터, 이들 번호판을 대조하면 진짜 위협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미야

2013/01/25 13:04 2013/01/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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