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분 전, 남자는 동석할 사람을 찾는다며 가게 내부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약속 상대를 못 찾았던지 키 큰 사내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서로 엇갈리는 경우는 제법 흔했기 때문에 웨이츄리스는 그 남자에 대해 곧 잊어버렸다. 꼬투리를 잡을 것처럼 흘깃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하나하나 굵은 소금을 뿌리는 바보짓을 할 여유 따윈 없다. 서빙을 맡은 직원 중 한 명이 아이가 아프다며 빠져나간 탓에 재앙의 핵탄두라도 떨어진 기분이었다. 눈썹을 휘날리며 일했음에도 잠시도 쉴 짬이 안 나고 있다.
『커피 리필해주세요.』
『네! 곧 갑니다.』
그나마 이제 곧 늦은 아침 식사를 주문하던 사람들도 이제 슬슬 포만감으로 배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주방 쪽도 한숨 돌리는 눈치다. 턱을 목 아래로 바짝 붙인 자세로 커피 주전자를 들고 홀을 한 바퀴 돌았다. 10분 뒤에는 담배를 피우러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예의 그 남자가 손짓하여 부르는 걸 알아차렸다.
언제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안경을 쓴 나이 지긋한 사내와 같이 있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남자는 식사보다는 커피가 급한 눈치였다.
시선이 그녀가 들고 있는 커피 주전자에 못 박혀 있었다. 전형적인 카페인 중독자다.
『그쪽은요. 커피 드려요?』
안경을 쓴 사내는 커피를 사양하곤 편안한 얼굴로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사실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다. 마치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투명인간이라도 된다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 큰 사내는 상대방의 무시하는 태도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이상한 커플이다.
두 사람은 간단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를테면 오늘 일기예보에 비가 내릴 거라고 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날씨가 좋다 - 등등. 그래봤자 잡담은 짧아서 키 큰 남자는 창밖을 응시하며 냅킨을 손가락으로 접거나 꼬았다.
『그릴 샌드위치와 토마토 계란 볶음 나왔습니다.』
『핀치. 식사가 나왔어요.』
『아아, 한참 재밌는 대목이라서...』
『그렇게 먹으면 콧구멍으로 밥이 들어가요.』
하는 수 없지, 이러고 안경 쪽이 읽던 책을 덮었다.
『것보다 리스 씨도 커피 말고 뭘 좀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전 커피면 충분합니다.』
『음... 충분해 보이지 않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혹시 말입니다, 리스.「현장에선 먹는 건 안 된다, 왜냐하면 언제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라서 그런 건가요.』
키 큰 남자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 없이 빙긋 웃었다.
『아참. 도서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베어가 먹을 사료를 사야 해요.』
『사료 말고 장난감도 알아봐요, 리스.』
『장난감?』
『씹는 뼈다귀 같은 거요. 녀석이 신발을 가지고 놀아서 골치가 아파요. 그나저나 이 스크램블, 정말 잘 만들었는데요.』
남자는 맛있다, 맛있다, 이러면서 부지런히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였다.
동석한 커피 중독자는 그저 흐믓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