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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06

약 5분 전, 남자는 동석할 사람을 찾는다며 가게 내부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약속 상대를 못 찾았던지 키 큰 사내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서로 엇갈리는 경우는 제법 흔했기 때문에 웨이츄리스는 그 남자에 대해 곧 잊어버렸다. 꼬투리를 잡을 것처럼 흘깃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하나하나 굵은 소금을 뿌리는 바보짓을 할 여유 따윈 없다. 서빙을 맡은 직원 중 한 명이 아이가 아프다며 빠져나간 탓에 재앙의 핵탄두라도 떨어진 기분이었다. 눈썹을 휘날리며 일했음에도 잠시도 쉴 짬이 안 나고 있다.
『커피 리필해주세요.』
『네! 곧 갑니다.』
그나마 이제 곧 늦은 아침 식사를 주문하던 사람들도 이제 슬슬 포만감으로 배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주방 쪽도 한숨 돌리는 눈치다. 턱을 목 아래로 바짝 붙인 자세로 커피 주전자를 들고 홀을 한 바퀴 돌았다. 10분 뒤에는 담배를 피우러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예의 그 남자가 손짓하여 부르는 걸 알아차렸다.
언제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안경을 쓴 나이 지긋한 사내와 같이 있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남자는 식사보다는 커피가 급한 눈치였다.
시선이 그녀가 들고 있는 커피 주전자에 못 박혀 있었다. 전형적인 카페인 중독자다.
『그쪽은요. 커피 드려요?』
안경을 쓴 사내는 커피를 사양하곤 편안한 얼굴로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사실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다. 마치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투명인간이라도 된다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 큰 사내는 상대방의 무시하는 태도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이상한 커플이다.

두 사람은 간단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를테면 오늘 일기예보에 비가 내릴 거라고 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날씨가 좋다 - 등등. 그래봤자 잡담은 짧아서 키 큰 남자는 창밖을 응시하며 냅킨을 손가락으로 접거나 꼬았다.
『그릴 샌드위치와 토마토 계란 볶음 나왔습니다.』
『핀치. 식사가 나왔어요.』
『아아, 한참 재밌는 대목이라서...』
『그렇게 먹으면 콧구멍으로 밥이 들어가요.』
하는 수 없지, 이러고 안경 쪽이 읽던 책을 덮었다.
『것보다 리스 씨도 커피 말고 뭘 좀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전 커피면 충분합니다.』
『음... 충분해 보이지 않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혹시 말입니다, 리스.「현장에선 먹는 건 안 된다, 왜냐하면 언제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라서 그런 건가요.』
키 큰 남자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 없이 빙긋 웃었다.

『아참. 도서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베어가 먹을 사료를 사야 해요.』
『사료 말고 장난감도 알아봐요, 리스.』
『장난감?』
『씹는 뼈다귀 같은 거요. 녀석이 신발을 가지고 놀아서 골치가 아파요. 그나저나 이 스크램블, 정말 잘 만들었는데요.』
남자는 맛있다, 맛있다, 이러면서 부지런히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였다.
동석한 커피 중독자는 그저 흐믓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12/10/22 11:04 2012/10/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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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 : 203화 감상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인트로가 바뀌었습니다. 보다 디지털적인 감각으로 손봤어요. 세련되어졌으나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공상과학" 의 분위기가 짙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땀구멍 뻥뻥 뚫린 그런 인간적인 화면을 더 좋아하는 입장에선 "너무 과욕을 부렸다" 라는 것이 감상입니다.
사실은 지난 시즌 내내 익숙하게 보아왔던게 바뀌어 싫습니다. 전 변화를 안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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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는 재밌고 똥줄 타는 전개를 보여주는 대신 각 인물들을 정리하여 콕콕 찍어줍니다.
제작진은 앞으로 2시즌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다~ 라는 큰 그림을 그려 보여주지요.
일단은 존 리스.
엄훠훠. 지엄하신 사장님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으십니다.
그리고 머쉰은 핀치가 구조되었음에도 리스에게 번호를 보내는 걸 그대로 유지하는 듯해요.
"부사장으로 승진했냐."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이 남좌는 핀치가 돌아온게 걍 좋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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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쟈스. 빙구 웃음에 충격 받은 시청자 A씨. 졸라 C키를 누르며 이건 누구인가, 환각인가, 이게 정녕 존 리스란 말인가, 이러면서 눈을 비볐다는 이야기가... 그런데 이 풀어진 헤헤헤 웃음이 핀치 전용이라는 거죠.
다른 사람 앞에서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 사패의 향기가 돋아요. 신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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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미친 제작진들은 존이 POI 대상을 위해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통조림 음식만 먹는 줄 알았는데 좐 리스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어!!
사장님 댁에 가서 스크램블 이런 거 만들어 베드 트레이에 올려 가져다 바치겠구려.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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핡핡핡이 심해 에너지가 잠시 부족해진 관계로 사장님은 좀 뒤로 미루고.
도서관 수비대 일원인 푸스코는 적극적 개입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는 제스츄어를 취합니다.
자신이 놀아도 되는 어장이 아니라는 걸 알자 발을 빼는 분위긴데요. 이런 타입이 명줄이 길죠.
알리시아의 호텔방에서 꺼낸 증거물은 카터에게 넘기고 그녀에게도 그만두는게 좋다 충고합니다.
목표인 "핀치 구조" 는 성공했으니 알리시아 살인 사건은 더 깊게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을 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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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카터는 곰 같은 여성입니다. 이런 면은 철저해서 수사를 도중에 그만두지 않아요.
시체안치소에 찾아가 알리시아의 시신도 살펴봅니다.
카터가 리스와 지속적으로 적대관계였다면 무척 복잡했을 겁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리스 편에 서서 리스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경고도 없이 총을 빵 쏘지를 않나, 자동차 박치기로 용의자를 휙 날려버리지를 않나. "누나, 무서워요."
리스카터 커플링이 자매 플레이 느낌이 나는 건 아마도 그녀의 이런 분위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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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시 사장님으로 돌아와서.
사장님은 무얼 먹어 그렇게 예쁜 건가. 콩깍지가 문제인 건가. 사장님은 오늘밤 무얼 하고 계시는가.
도서관 밤풍경이 이렇게 근사해요. 미치는 줄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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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키우는 몫은 핀치에게로 굴러 떨어진 건 확실해 보이고.
일단 겉으로는 별 문제 없는 듯하지만 납치되었을 적의 스트레스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관계로 "공황장애" 를 보이시는 사장님. 당분간 바깥 출입은 전혀 없으실 듯합니다. 리스도 눈치는 멀쩡하니까 "밖으로 나와줘요" 부탁을 하지 않을 것 같고...
길 한가운데서 패닉에 빠져 급히 도서관으로 돌아와선 깐족거리는 베어의 발을 실수로 밟기도.
이런 부분은 분명히 말해 "약점" 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매우 궁금합니다. 핀치가 지속적으로 "보호" 를 받아야 하는 존재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언젠가 곪아 터질 부분이기도 하지요.
훌륭하게 극복하거나. 망가져 무너지거나.
그런데 사장님, 무너지셔도 됩니다. 리스의 품에 안겨 막 울어버리면 되욤. 맥주 한 잔 하시고 부비부비 해주시와요. 그리고 아침에 베드 트레이로 구운 계란 요리 꼭 잡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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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스탠튼과 스노우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 얄밉던 마크가 불쌍해 보이게 되다니. 누님이 화내면 정말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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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떠나서 드라마 줄거리는 기억이 안 나고 마지막 이 장면만 반복하여 보게되는 건 어째서일까욤.
이 거리에서 리스가 정줄 놓고 웃는게 보여! 사장님 넘 귀여워! 꺅! 호모다! 아저씨 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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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야

2012/10/21 18:05 2012/10/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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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마요

이곳은 심즈 게임 팬 블로그입니다. 프로필 사진은 어디까지나 위장입니다.


일단 구라치고.
왜 갑자기 아청법 이야기 도는 거야, 왜... 어? 뭐라고예? 갑자기가 아닌가? 긁적-
이웃글 개념 없는 태터에선 방법이 없단 말이야. 귀찮아 죽겠구먼.
3, 4년 전에 쓴 글들이 문제인데 어디에 처박혔는지 내가 다 검색해야 하는 상황이고. 아, 귀찮아.
요즘엔 퓨어하게 "손을 잡았어욤", 이러고 끝냈으니 문제 없고. 오케이.
비번 걸어놓는 거 진짜 귀찮은데... 솔직히 기준이 모호하잖아. 내가 그 기준글 읽어봤을 적에도 "경찰들 좃이 서면 체포 대상이다" 로밖엔 해석이 안 됐다고. 선거라고 아주 난리 부르스를 춰요. 이넘들아, 속 보여! 그러지를 말고 강간범들 잡아 징역 50년 이런 거 때려! 오원춘 무기징역도 이 누나는 마음에 안 든다.
어쨌거나 여기는 조용한 우물이니 나는 괜찮겠지. 괜찮... 음.
2년 잠수하고 돌아오니 포털 로봇들도 덜 돌아다니는 눈치고 이젠 나도 언더 중의 왕 언더다.
그러지마요. 난 아줌마라고. 젊은 애들처럼 빠릿빠릿하게 못 움직여!
숨쉬는 것도 가끔 귀찮은데 아주 공포감 조장하고 지랄을 해요.



* * * POI 추적하다 증거물로 압수한 대마쿠키를 단 거 환장하는 핀 사장님이 차와 같이 먹는답시고 덥썩 베어물어 그만 난리가 난다면... 볼만하겠지. 사장님 막 토하시고, 리스는 그걸 왜 먹었느냐 펄펄 뛰고, 카터는 증거물 없어졌다고 화를 내고, 그리고 리스가 아프다고 펑펑 우는 사장님 코 닦아주는 거야.
같이 술 마시는 거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쭉- 들이키고 사장님이 뻗으면 리스가 보쌈해가고.
카터와 리스가 찰떡으로 행동하면 핀치 삐져서 질투하고.
핀치와 리스 둘이서 쌍으로 라이오넬 갈구는 것도 재미질 것 같네.
그런데 난 바뀐 오프닝 마음에 안 든다. 지나치게 공각기동대 & 매트릭스 삘 난다.

Posted by 미야

2012/10/20 14:37 2012/10/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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