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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08

카터는 경찰서 내부에서 소매를 걷고 뭔가를 집어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셜록 홈즈가 그랬다지요? 수사 중일 때엔 식사를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당신도 그런 거냐는 의미로 에드워드 알렉산더 경장이 실죽 웃었다. 몸집이 투실투실한 그는 이미 오늘의 일용할 도넛을 세 개나 먹어치웠다. 덕분에 소매에 설탕 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다. 그러니 입안이 텁텁해져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 것이다.
『형사님에게도 하나 드릴게요. 맛있어요. 잡숴보세요.』
경장이 권유한 도넛상자를 향해 애매하게 손을 휘저은 카터는 다이어트 핑계를 댔다.
사실 카터가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슈가 파우더가 떨어지거나 버터 얼룩이 묻는게 싫어서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파일도 네모반듯하게 정리하는 버릇을 가진 그녀다. 당연히 서류에 기름때가 묻는 걸 참지 못했다. 끈적이는 시럽이나 잼은 더더욱 악몽이다.

알렉산더가 네 개째 도넛을 방금 먹어치웠다.
카터는 혐오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저렇게 지방 덩어리를 흡입하면 10년도 채 되지 않아 바이패스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나저나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다들 피식피식 웃고 있던데.』
『아아... 곤란하게 되었군. 사실 웃으면 안 되는데.』
경장이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다말고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웃겨 죽을 지경인데 영감님이 우리가 웃었다는 걸 알면 NYPD 전부를 고소하려고 할 겁니다. 그런데 표정 관리가 잘 안 되긴 해요.』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오랜만에 데이트 겸 외출을 나온 점잖은 노부부를 젊은 놈팽이 셋이서 에워쌌댄다.
강도구나 직감한 노인은 겁에 질린 안사람을 보호하려 하면서 가지고 있던 지갑을 땅바닥에 던졌다고 했다.
『그런데 놈들은 지갑을 안 가져갔어요. 처음부터 노렸던 건 지갑이 아니었거든요.』
『그렇다면 무얼 노린 거죠?』
『영감님의 자존심을 박살냈죠. 똥을 밟았다고 욕을 퍼붓곤 영감님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하고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달아났어요.』
『뭐라고요?』
『그러니까 10대 청소년이 일흔 다섯의 노인을 강제 추행을 했다고요.』
『돈은 안 훔치고?』
『단순한 애들 장난인 것 같은데 당한 영감님은 혼이 절반은 달아났어요. 옆에서 보고 있던 할머니도 충격을 받아 병원 신세고요.』
『저런!』
『뭐, 인상착의는 그럭저럭 알아냈으니까 탐문도 하고 순찰도 돌아야지요.』
참 재밌는 세상이다. 누구는 사체로 발견된 노숙자의 신원을 파악하느라 죽을 맛인데 누구는 장난꾸러기 10대를 찾아 엉덩이를 뻥 걷어차야 한다.
『불공평하군.』
그녀는 원한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똑같은 말을 입에 담은 소년이 이곳에 있다.
『불공평해! 뉴욕 시민이 모두 얼마나 되는데! 예쁜 누나들은 모두 죽었대?!』
중고 아이패드를 걸고 내기 중인 소년들 중 둘은 킬킬거리고 웃었고, 하나는 펄펄 뛰며 화를 냈다.
내기의 규칙은 간단했다. 횡단보도를 50번째 건너는 사람을 뒤따라가서 입을 맞추면 된다. 그리고 무사히 도망치면 미션 성공. 잡히면 실패.
『내가 볼 적에 넌 임마 무지하게 운이 좋은 거야. 저 사람 걷는 걸 봐, 절대 못 뛰어.』
눈물까지 찔찔 짜며 웃던 소년 쪽이 위로랍시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저씨잖아. 양복을 입은 아저씨라고!』
『야, 난 엊그제 영감님이랑 했다. 누구는 기분 좋았을 것 같냐?』
『제기랄. 꼭 혀까지 넣어야 해?』
『당연히 넣어야지! 사진 잘 찍어줄게.』
이건 정말 아니야 아니야 중얼거리며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옆으로 돌려썼다.
그걸 신호로 세 명의 소년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핀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상대가 애들이라는 걸 깨닫자 심장마비가 오려던 건 다행히 가라앉았다.
그래도 덩치 커다란 남자애 셋이서 포위하며 둘러싸자 무서워서 오줌이 찔끔 나오려 했다.
강도? 돈을 노리고? 아니면 다른 까닭으로?
베어가 옆에 있었다면 사정 봐주지 않고 애들을 우적우적 물어뜯었을 거다. 그런데 그 베어는 지금 심장사상충 감염여부 검사 및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있다.
『원하는게 뭐니. 얘들아.』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리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우아함이니 평정심이니 뭐니 따질 겨를이 없다. 눈을 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땀이 났다.
『해치워!』
해치워?! 질겁하고 소리를 지른 소년을 쳐다봤다. 총으로 날 쏘려는 건가! 아니다.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을 자세를 취했다. 이게 다 무슨 소동이지 당황하고 있는데 다른 소년이 끌어안았다. 이대로 자동차로 끌려들어가는 건가. 납치인가. 펄쩍펄쩍 뛰는데 시커먼 음영이 휙 다가왔다. 그리고 아이는 숨도 못쉬고 차렷자세를 취한 핀치의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삑- 그건 무효.』
『분명 했어. 했다고.』
『그게 키스냐?! 얼어 죽을. 그건 말 그대로 접촉 사고잖아.』
『사진 찍었지? 사진으로 확인해봐. 분명 했다니까!』
『이게 어디서 구라를... 어?』
충격 받은 핀치는 나 몰라라 하고 자기네들끼리 왈가왈부하던 소년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악 비명을 지르며 광속의 속도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니까 그 다음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조서를 작성하던 경관이 흐느껴 우는 소년을 다그쳤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미친개랑 시커먼 저승사자가 나란히...』
세계 신기록 보유자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처럼 뛰어왔단다.
『그래서?』
『정말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는데...』
결국엔 우사인 볼트에게 등을 밟혔고.
『그리고?』
『미친개가 제 모자를 빼앗아 맛있게 먹어치웠어요.』
『혹시 개에게 물렸어?』
『물리진 않았어요.』
『주사를 맞진 않아도 되겠네. 다행이군.』
『다행이지 않아요! 왜냐하면어언~!!』
소년은 책상 위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그 사이코패스는 그 남자 입술에 키스했을 적에 느낌이 어땠느냐며 무려 3시간이나 붙들고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해 자수할테니 경찰서로 보내달라고 애원했다더군요. 그나저나 도넛 안 드실래요?』
카터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Posted by 미야

2012/10/24 14:05 2012/10/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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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OOO 대통령 후보를 지지합니다?

다음 정치 캠페인 클릭했다가 헋. 이것들이 선거법 위반 아닌가 어쩐가 고민하게 만들고 이써.
그런데 정말 얼마 안 남았다. D-57일이란다.
나는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 안 했고... 당일에도 손가락 빨고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국회의원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후보를 찍겠다.
국회의원 월급 기준을 최저임금으로 하겠다는 후보도 적극 환영하련다.
아무도 그렇게 공약을 걸지 않을 것임을 잘 알기에 맹냉이 피식이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어디서부터 나오더라? 말과 행동이 다들 달라.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크리스탈 피라미드 발견했다며 구라치는 뉴스가 더 재밌다.

Posted by 미야

2012/10/23 17:18 2012/10/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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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말 쓰면 셜록이냐. 때려쳐 - 이러고도 3화까지 감상 완료.
이 약 빨아먹은 노출증 문신남은 셜록이 아닙니다, 이러면 재밌다는 거.
이게 환장할 노릇인데 셜록은 셜록이 아니다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몰입이 된다. 그러다 등장인물 중 누군가 셜록의 이름을 외치는 순간 와장창. 그만큼 셜록 홈즈의 이미지는 공략 불가의 영역이라는 말씀. 독특하고도 소프트한 추리물이라고 세뇌하면서 보도록 합시다.

왓슨이 여자라서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만하면 절묘한 궁합 아닐까. 양놈들 사고방식엔 아시아인과 흰둥이의 섹스 장면은 공중파를 타지 않는다는 불문률을 가지고 있어서 (인종차별이다!) 왓슨과 셜록이 한 침대에서 뒹굴 가능성은 없다. 홈즈가 왓슨에게 집착하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왓슨이 남자였다면 보다 더 이상해졌을 거다.
그러니까 자매님들, 아서 코난 도일이 원조라니까여. 홈즈가 죽었다고 소설을 썼을 적에 빗자루를 든 여성이 저놈 잡아라 외치며 코난 도일을 후드려팼던 건 "누님 월드" 의 거룩한 분노였던 거듸.

POI에서 엑스트라로 나온 배우들이 보여 낄낄거리고 웃곤 한다.
"우리 할머니 굴똑에 권총" 이랑 "또 내 눈에 밟히면 그때는 손모가지 댕겅" 분들이 경찰로 나옴.
뒤로 핀치 사장님이 안 지나가심. 역시 뉴욕은 넓음.

Posted by 미야

2012/10/23 15:06 2012/10/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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