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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가 되면 폭파.

평타. 역시 숨은 쉬고 살라는 배려.
앗싸, 시멘스키!
보스 대전은 체스로.
리스 형아,  이젠 정말 살을 빼야겠시요. 같이 다이어트 하십세다.
페이스스카, 혹은 반자동 브라우닝을 내놔라. 그쪽 커플도 모에하고 있단 말이다.


무엇보다 피가 나오는 걸 원한다. 피를 내놔라. 총알은 퓽퓽 날아다니는데 피가 없다는게 말이 되는가.

Posted by 미야

2012/10/26 12:37 2012/10/2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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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10

리스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난 상태다.
물론 그는 벽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거나, 휴지통을 걷어찬다거나, 프린터기를 창밖으로 집어던지는 짓은 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깍지 끼고 그저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었을 뿐이다. 엉덩이에 종기가 났다는 식의 불편하다는 표정을 빼면 언제나처럼 평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치는 그냥 알 수 있었다. 지금 그의 고용인은 폭발 일보직전으로 펄펄 끓는 기름을 용케도 얇은 사과껍질 하나로 포장 중이다.


핀치는 등을 웅크리고 제일 먼저 그의 급여 이체 내역부터 확인했다.
「내가 실수를 했을 리 없는데. 내가 실수를 했을 리 없...」
설령 착오가 생겨 급여가 제때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리스는 그다지 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비싼 양복을 사 입는 법도 없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도 않는다. 브랜드 시계를 차지도 않고, 최신 가전제품에 열광하는 일도 없다. 오죽하면 나가서 좀 즐겨보라고 핀치 쪽에서 등을 떠밀곤 한다.
「가서 취미 생활을 만들고, 돈도 쓰고, 좀 즐겨봐요, 미스터 리스.」
「섭섭한 소리. 저에게도 취미가 있어요. 내 취미 생활이 뭔지 몰라요?」
물론 알다마다.
차이나타운 콜롬부스 공원에서 장님 노인네와 장기 두는 것을 논외로 하자면.
푹 빠져있는 그의 취미는 무기 구입이다.
식사는 통조림으로 해결하면서도 총기류 구입에는 눈이 뒤집힐 정도의 거액을 투입하고 있다. 지금 민병대를 조직하려는 거냐 놀라서 펄쩍 뛴 적도 있다. 예상 금액에서 0이 세 개가 더 붙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 어쨌든 금액이 엄청났기에 핀치는 배려심 높게도 이를 급여가 아닌 활동비 내역으로 별도 지급하고 있다
. 뒷동네로 가서 수류탄을 한 박스 구했더니 땡전 한 닢 수중에 안 남았지 뭐예요 - 이런 일이 일어나면 곤란하다.
「시스템은 별 이상 없어 보이는데.」
사람이 움직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핀치는 자신의 사망이나 행방불명 탓에 리스가 큰 어려움에 빠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러니까 자금줄이 막혀선 안 된다는 거다, 시스템은 매월 일정 금액을 리스만 아는 비밀 계좌로 자동 송금한다. 만약 핀치의 사망을 확인하게 되면 천문학적인 거금을 추적이 불가능한 루트로 일시불로 지불토록 세팅이 되어 있다. 국가 1년치 예산에 맞먹는 거금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존 리스가 돈 문제로 곤란함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달 월급은 정상으로 빠져나갔네.」
안도하고 슬그머니 뱅크 조회 화면을 닫았다.


「돈 문제는 아니고. 그렇다면 뭐지. 혹시 치통이 생겼다거나...」
베어를 쳐다보는 척하고 리스의 얼굴을 훔쳐봤다.
「흐음, 그건 아니군. 치통은 확실히 아니야.」
이제 핀치가 가진 가상의 리스트는 겨우 두 개의 줄만이 그어졌을 뿐이다.
「그럼 집주인과 또 싸웠나?」
생일선물이랍시고 준 박스터 스트릿에 위치한 아파트는 진작에 버림을 받은 눈치다. 리스는 그곳으로 잠을 자러 가지 않는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느냐 차분하게 물어보고 싶지만 차마 그러질 못했다. 핀치 딴에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전직 CIA요원 기준으로는 합격점과는 거리가 먼 모양이다. 실망.
아무튼 리스는 예의 습성을 바꾸지 않고 여느 때처럼 세 곳의 안전가옥을 번갈아가며 사용했고, 수시로 숙소를 갈아치웠다. 최근에는 현금으로 월세를 내는 퀸즈의 싸구려 아파트에서 나와 모텔 장기 투숙객으로 들어갔다. 자의로 그런 건 아니고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쫓겨났다. 배관이 낡은 건 리스 탓이 아닌데 불운이 겹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집주인은 수리를 위해 문을 열어달라고 아우성쳤고, 리스는 기계가 뱉어낸 번호를 추적하느라 사흘 연속 외근이었다. 모르긴 해도 그걸 두고 싸운 눈치다. 아니, 리스가 일방적으로 야단을 맞았다.
「집안에 코카인이라도 숨겨뒀수?! 아님 시체라도 있는 거요. 이 굼뜬 흰둥이야! 아래층은 이미 물이 철철 넘쳐 한강이라고! 급하다고 했음 펄떡 달려왔어야지!」
리스는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화를 내지 않는다. 흥분한 관리인이 손바닥으로 그를 떠밀었는데 묵묵히 당하고만 있었다. 반격하면 관리인이 다친다. 마약상도 아닌 남자를 3층 창문 밖으로 내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릎에 총 두 발을 쏠 수도 없다.

손가락으로 턱을 긁었다.
「그래. 내가 놓친 부분이 바로 그거야. 극한에 몰리지 않는 이상 존은 화를 내지 않아. 모텔 침대에서 바퀴벌레가 단체로 춤을 췄다고 해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을 걸. 보다 심각한 다른 문제... 예를 들자면 일라이어스에게서 으스스한 내용물의 소포가 왔다거나.」
머리를 쫑긋 세우고 나름 요령을 부려 리스를 다시 훔쳐봤다.
「그런데 이 가설엔 문제가 있지. 일단 일라이어스가 존에게 감정이 있어도 그 사내는 치사하게 움직일 성격이 아니라서...」
그리고 바로 그때 핀치와 리스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순간 리스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새삼스럽게 그의 키가 무척 크다는 걸 깨닫고 핀치는 졸아붙었다.


『아니, 왜, 왜, 그러니까. 저기.』
『만지지 말아요, 핀치.』
『뭘? 뭘요?』
『다친 곳을 손으로 자꾸 만지면 상처에 좋지 않아요. 이리와요. 차가운 물수건으로 부기를 빼야겠어요.』
『응? 다친 곳?』
이틀 전에 길에서 묻지마 추행을 당했다.
그래봤자 애들 장난이라서 핀치는 가볍게 흘려보냈다. 혈기 왕성한 장난꾸러기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는데 당시엔 무서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매우 웃겼다. 세상에, 그러니까 녀석도 다리를 저는 나이 많은 아저씨와 입을 맞추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거다. 하기는 해야겠고 - 망할 아이패드, 얼어죽을 내기 - 박력 있게, 짧고, 굵게, 한 방에, 이러다보니 어색한 키스따위가 아니라 무슨 자동차 접촉사고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돌진해서 박치기를 했군 - 네이슨이 살아서 이 이야길 들었다면 웃다가 호흡곤란으로 무덤으로 직행했을지도.
그리고 비밀인데 놀람이 가라앉자 핀치 또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사내아이들은 정말 사고를 잘 친다.
윌리엄이 열 두 살이 되던 해에 겨우살이 아래서 핀치에게 했던 키스도 아주 고약했었다.
그때는 윗입술을 물렸다.
네 아들은 코브라라며 네이슨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핀치?』
『아, 미안합니다. 잠시 딴 생각을 했군요. 그런데 이거, 겉보기와는 달리 그렇게 많이는 안 아픕니다.』
신경 쓸 것 없다며 손을 휘젓고 방긋 웃었다.
그래봤자 리스는 그 웃음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더 냈다.
『웃지 말아요.』
『응?』
『그렇게 웃지 말라고요.』
그리고는 강압적으로 차가운 물수건으로 핀치의 코 아랫부위를 전부 덮었다.


화를 내는 포인트가 워째 많이 이상한 것 같은데.
핀치는 심기 불편한 고용인의 눈치를 살살 살폈다.
『존?』
대답 대신 씩씩거리며 의자를 가까이 끌고 와 핀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그리고는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오늘 날짜 신문을 넓게 펴서 읽는 척했다.
말주변이 없는 남자가 화를 내면 진짜지 답이 없다.
속으로만 끓고 왜 화가 났는지 이유를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커피 가게에서 맛있는 와플을 먹으려고 했는데 다 팔리고 하나도 안 남았다?」
핀치의 리스트에서 다시 줄 하나가 그어졌다.
「실수로 개똥을 밟았다.」
글쎄다. 줄을 수백 개 그어봤자 어차피 정답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다.

Posted by 미야

2012/10/26 10:08 2012/10/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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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09

훈련받은 개들은 특정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인이라고 인지한 사람의 말만 들어서는 군용견이나 경찰견으로 활용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수준의「난 이 사람이 너무 좋아, 핥핥핥~♡」이런 면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어서 베어는 핀치와 리스 두 사람 중 리스를 더 편애했다.
최소한 핀치가 판단하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어쩌다 림보에 두 사람이 나란히 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날엔 베어는 리스 쪽으로 가서 엉덩이를 슬그머니 들이밀곤 했다. 안아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애처럼 그 눈빛이 무척 절묘했다. 잔혹스럽게도 - 핀치가 보기에 그것은 애절한 짝사랑이어서 리스는 베어의 큐피트 눈빛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어쩌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전부, 욕구불만이 되어버린 개는 그래서 리스가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면 끙끙 앓았다.

『소매에 고기 냄새 묻혀 뒀어요?』
『네?』
『베어가 당신만 보고 있네요.』
『아... 이건.』
고기 냄새 어쩌고 대답하기 전에 리스가 어깨를 으쓱이는 동작을 해보였다. 답지 않게 그런 걸 신경 쓰느냐는 의미였다. 핀치는 타인에게 쉽게 곁을 주지 않는 성격이었고, 따라서 듣보잡 멍멍이에게도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니, 그건 수박 겉핥기식 판단이고 실제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개를 이곳에 두면 안 된다느니, 형편이 허락되지 않으니 베어를 다른 사람에게 키우게 하라는 말은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 대신 이 말을 했다. 녀석에게 애교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 뒤집어보면 애교가 적어 섭섭하다는 의미일지도.
리스는 베어를 내려다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냄새 탓은 맞는데 고기 냄새는 아닙니다.』
『오, 그럼 베어가 바디 로션이나 화장품 냄새를 싫어하나보군요.』
추측은 그럴 듯했으나 정답은 아닌 것 같다. 리스가 눈꺼풀을 연속해서 깜빡깜빡 움직였다. 속으로 동요했거나, 말문이 잠시 막혔을 적의 그만의 버릇이다.
『저도 얼굴에 스킨을 발라요, 핀치.』
이번에는 핀치가 동요했다. 당신 피부가 나빠 보인다는 얘기는 아니었다고요.
『무, 물론 그러겠지요.』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두 명 모두 헛기침했다.
로션이나 크림이 여자들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건 두 사람 모두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안 후 거칠어진 얼굴에 문지를 남성용 화장품은 두 개 이상은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것들이면서 동시에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이다. 남자는 외모에 관심을 두지 않는 법이다. 최소한 핀치 세대에선 그렇게 배워왔다.

『베어를 훈련시킨 사람들은 말이죠, 핀치.』
강아지 교육소라고 간판을 걸어놓고 말티즈 같은 작은 개들을 널빤지 위로 펄쩍 뛰어 올라가게 만드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두꺼운 천으로 감싼 팔을 내밀어 어서 물어뜯으라고 가르치던 사람들이다. 사냥 본능을 일깨우고 피 맛을 알게 하는데 주력했다. 사람의 목덜미를 일격에 물어 치명상을 입히는 비인가 훈련도 받았을 거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제 몸에서 총기름 냄새와 화약 냄새가 나서 그런 겁니다.』
『오.』
『보다 익숙하고, 덜 익숙하고의 차이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핀치-』
녀석과 빨리 친해지고 싶은 거라면 베어에게 공을 던져줘봐요, 이러고 핀치의 손에 지저분한 테니스공을 쥐어주었다.

Posted by 미야

2012/10/25 10:35 2012/10/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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