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Next »
리스에게 "주먹밥 형벌" 을 시전하는 핀치.
주먹밥 형벌이 뭔지 모르시나욤.
쿠루네코에 나와욤.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꾸욱꾸욱 해주는 거예욤.

그림 그리고 싶다.

Posted by 미야

2012/10/16 16:03 2012/10/16 16:0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672

Leave a comment

낙서-일상생활02

※ 모티브는 와카타케 나나미의「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입니다.
※ 교양이 형편없는 관계로 책의 제목과 작가는 대략 사실이 아닙네다.

요즘 출판 관련 업계는 사양길이다.
다양한 오락거리가 넘쳐나는 이 시대엔 독서는 고풍스러운 구시대적 취미라 젊은이들은 책을 쳐다보지 않는다. 활자는 골치가 아프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있다. 대신 소형 전자장비로 무장하고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친구들과 무선 인터넷으로 수다를 떠느라 바쁘다.
핀치는 지난 10년 전부터 책들 들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고색창연한 인버네스 코트를 입은 사람 취급을 받기 일수다. 마치 핀치 뒤편으로 이륜마차가 지나가고 있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그가 좋아하는 책들이 따끈따끈한 신간이 아닌, 하나같이 오래된 종류이다 보니 착각은 더욱 깊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나 행복하다며 한 무더기의 책을 끌어안고 걸어가는 여성을 마주보게 되았을 적에 핀치가 느낀 감정은 그야말로 신선한 것이었다.

그녀는 할인행사장에서 최고급 웨딩드레스를 단돈 3달러에 쟁취한 처녀처럼도 보였다. 두 뺨은 빨갛게 상기되었고 눈빛이 반짝였다. 기분이 좋은 나머지 제어를 못하는 상태 - 약 빨았다 - 맙소사, 행복해 미치겠네! - 그 순수한 기쁨의 오라는 철판이라도 뚫을 기세였다.
핀치는 흥미가 동했고, 그녀가 뛰어나온 가게의 간판을 쳐다보았다.
불량 캔디를 팔 것처럼 생긴, 오래된 구멍가게를 닮은 서점이었다.

『화장실은 2층 코너에 있습니다.』
투실투실한 몸집의 여주인은 의외로 불친절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핀치가 책을 사러 왔다고는 아예 생각을 안 하는 눈치다. 이쪽을 한번 흘깃 쳐다보더니 - 양복, 포켓치프, 샤류가방, 종합 결과 우리와는 상관이 없음 - 말 그대로 엠프티 칼로리 취급이었다. 
『음.』
『화장실이 아니우? 그렇담... 공중전화는 여기엔 없어요.』
『그게.』
『길을 묻는 거라면, 어디보자. 지하철은 여기서 좌회전, 우회전, 직진, 직진. 제법 걸어야 하니까 그러지 말고 택시를 타요.』
이래선 흡사 다이애건 엘리의 마법사들 가게에 멋모르고 들어온 머글이 된 기분이다.
핀치는 어색해질 적마다 반사적으로 짓는 표정을 하고 주인을 쳐다보았다.
쉽게 말해 입술을 당겨 기계적으로 방긋 웃었다는 얘기다.

『이곳은 서점이 아닌가요?』
『서점이 맞소이다.』
『그렇담 제가 책을 사러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음...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 성차별은 위법이지. 실수를 사과하리다.』
여기서 성차별이 왜 튀어나오는 건데?! 책에 남녀 구분이 있단 말이야? 핀치는 뜨악했다.
『성차별이오?』
『것보다 금발? 아니야. 검정에 가까운 갈색머리가 맞겠군.』
『네?』
『가슴도 크지 않아야겠어. 건강이 좋지 않고, 여리여리한 타입. 그러면서 영특한 여성.』
『네?!』
『전문직 여성도 타입은 아니야. 그렇담 이 책을 추천하지요. 침묵의 다리. 1981년. 벙어리 여성이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방황하던 중 친구에게 구애를 받고 재혼한다는 줄거리라오. 특이한게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을 비유하는 장면이 곳곳에 나와요. 여주인공이 유리로 된 조각을 모은다는 설정으로...』
『네?』
『금붕어처럼 입만 뻥긋거리면 어쩌자는 거유. 아니면 혹시... 저어, 취향이 그쪽이우? 미안하게 되었군. 진작 말을 하지. 그렇담 가슴털이 많은 쪽이우, 아님 맨질맨질한게 좋수?』
털!! 그것도 가슴털!!
『반응을 보니 없는 쪽이군. 그렇담 이거. 핏빛 루비가 박힌 십자가에 얽힌 모험물이지. 아랍의 해적과 베네치아의 공녀로 위장한 고급 창부와의 로맨스라오. 아주 섹시한 해적이지. 가슴이 넓고 맨질맨질해.』

이쯤해서 감이 잡혔다. 핀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서가를 둘러봤다.
여기는 로맨스 소설 전문 서점이다.
『저는.』
『뭐야... 초보인가. 그렇다면 시작은 할리퀸이나 실비아처럼 카달로그 로맨스로 시작해보지 그래? 게중 유명작을 몇 골라줘봐? 아님 평범하게 앤 타일러의 신작으로 나가볼까?』
『음.』
『혓바닥을 고양이가 물어갔나. 말을 해요, 말을.』
핀치가 핀치에 몰렸다. 그의 이마로 땀방울이 송글송글 솟았다.

리스는 관찰력이 뛰어나 림보에 방치된 도서관 책들과 핀치 소유의 책들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알았다. 도서관 책에는 색인카드와 태그가 붙는다는 점에서 구분을 못한다는게 이상할 것도 같지만 워낙에 방대한 양이다보니 일단 섞여 들어가면 언뜻 봐선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무수히 많은 감자에서 딱 하나의 당근 조각을 골라내는 그런 기분이랄까. 붉은색 당근도 트럭 분량의 감자 앞에선 색을 잃는 법이다.
하지만 그 책은 특이했다.
「이 양반이 이런 것도 읽나?」
리스는 당황했다.
『아, 그거요. 우유와 쿠키만 주고 밥을 주지 않는 것으로 고문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굶기면 물도 주지 않고 굶기는거지 그게 고문 맞아요? 살은 더 찔 것 같은데.』
『우리와 기준이 달랐던 시대의 사람들 이야깁니다. 첫사랑을 닮은 여성에게 구애했다가 딱지를 맞은 귀족 영감이 치졸한 방법으로 처녀를 정신고문 한다는 줄거립니다. 그 가엾은 여인을 신흥 부자인 미국인 남성이 돕지요. 그리고 둘이서 결혼을 하고 신대륙으로 떠나요.』
책 표지는 두꺼웠다. 정장이다. 그것도 매우 희귀한 정장이다.
그런데 삽화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모자를 쓴 신사와 포옹하고 있다.
리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발가벗은 여인 사진도 아닌데 기이하게 낯 뜨겁게 느껴진다.

앞뒤로 뒤집어보며 질문했다.
『이거 재밌나요?』
『남자 주인공에게 가슴털이 없다며 추천받았습니다. 안 사면 빗자루로 얻어맞을 위기였구요.』
『네?』
『것보다 카터 형사와 연락은 닿았나요.』
핀치는 일이 우선이라며 들고 있던 머그컵을 모니터 앞으로 내려놓았다.

Posted by 미야

2012/10/16 10:29 2012/10/16 10:29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671

낙서-일상생활01

「이 녀석은 네덜란드어밖에 못알아 먹습니다.」
리스는 간단한 (여행자용) 회화집이 도움이 될 거라며 손바닥보다 작은 책자를 내밀었다.
이 나이에 네덜란드어로 앉아, 일어서, 엎드려, 착하지, 이런 말을 배워야 한단 말이냐 - 자유의 여신상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다볼 정도로 절규했지만 그 절망의 토로는 은밀한 화장실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리스는 자신의 고용주가 변비에 걸렸다고 오해했다. 어쨌든, 용무를 끝마친 뒤 손을 씻고 밖으로 나왔을 적에는 감정을 추슬러 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어른이었고, 성숙한 어른이었고, 지성은 그를 다독였다. 힘내자.

하지만 베어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지 이틀째 저녁이 되자 네덜란드어가 굳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령으로 인식하지만 않을 뿐, 영어로 말해도 잘 알아들었던 것이다.
『착하지? 베어. 목욕을 할 시간이예요.』
순간 개껌 대신으로 실크 넥타이를 씹어대던 녀석이 귀를 세우고 그를 쳐다봤다.
개에게도 표정이 있었다. 아울러 그 일그러진 표정이라는게 가관이었다.


진짜? 진심이야? 내가 그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것보다 마음을 바꿔 산책을 하러 가지 않겠는가, 토실토실한 양 친구. 궁댕이를 이 훌륭한 이빨에 물어 뜯기기 싫다면 그러는게 좋을 것 같은데.

거부의 의사는 의외로 명확해서 욕실 문을 열고 저리로 들어가라 손짓했을 적에 베어는 바닥에 엎드려 꾸벅꾸벅 조는 척했다.
『베어.』
이름을 불러봤자 한쪽 눈만 살짝 뜨고 귀찮다는 투로 반응한다.
『네놈의 사료 값을 대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니. 응?!』
열이 뻗쳐 개의 엉덩이를 밀어봤지만 몸집 커다란 수캐를 힘으로 어쩌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는 수 없이 핀치는 전화기를 들어 애견 미용실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다행이었다. 돈은 썩을 정도로 많다. 불알을 먹어치우는 사나운 개라고 설명하고 다섯 배의 이용 요금을 제시하자 수화기 저편의 전문가는 그렇다 아니다 일절 말을 삼갔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부자에게는 욕을 하지 않는다.
《고객님. 그러지 마시고요. 최근 전자동 애견 목욕기라는 기계가 발명되었다는 건 아세요? 고가이긴 하지만 고객님께 필요한 건 우리 서비스가 아닌 것 같아서요.》
세상이 많이 편리해졌다. 인터넷으로 찾아낸 카달로그 속의 물건 사진이 세탁기를 닮았다는게 큰 부담이긴 했지만... 동물 학대가 결코 아님을 강조한 광고의 붉은색 글자를 믿어주어야 할 것이다.

『베어. 천천히 걷자꾸나. 나는 다리가 안 좋아요.』
목걸이에 줄을 채우고 앞장서라는 시늉을 했다.
개는 알겠다며 총기 있는 눈으로 거리를 응시했다. 그리고 옆에서 몸을 붙이고 걸었다. 앞장서는 법은 없었다. 특이하게 베어는 가끔씩 경고 신호를 주려는 것처럼 다리에 몸을 부딪쳐왔는데 그때마다 개의 표정이... 표정이...

위를 쳐다보고 걷지 마, 위험하다고. 너, 바보냐? 차가 오잖아. 오케이. 이제 길을 건널 거야. 한 눈 팔지 말고 따라와, 이 퉁실퉁실한 양아. 그리로 가지 말고 이리로, 오케이.

림보엔 리스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또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고 책을 보는 척했다. 커피는 이미 다 마신 후였다.
『굳모닝, 핀치.』
대답은 베어가 더 빨랐다. 개는 쏜살같이 달려가 리스에게 아양을 떨어댔다.
양을 무사히 데려왔쪄욤. 뿌잉뿌잉. 나, 참 잘 했죠?
이쪽의 복잡한 심정도 모르고 리스는 칭찬의 의미로 개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 * * 노아드롭은 연중 관련으로 2편 부분은 비공개로 돌렸습니다.
본격적으로 자판을 다다다닥 눌러봅시다, 신호가 오면 그때 가서 다시 풀겠습니다
.

Posted by 미야

2012/10/15 12:41 2012/10/15 12:41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670

« Previous : 1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3122
Today:
148
Yesterday:
37

Calendar

«   2012/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