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후스코가 죽지 않고 돌아왔다 큰소리로 알려왔다.
다행이다, 안도감이 물밀 듯이 차오르는 것과 같이 해서 전원 스위치가 자동으로 내려갔다.
핀치가 까무룩 의식을 잃고 맨바닥에 드러눕자 당황한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맙소사. 방금 이 양반, 기절한 거야?』
『잠든 것 같은데.』
『눈꺼풀을 뒤집어봐. 눈동자가 뒤로 돌아갔음 기절한 거고, 아니면 잠든 거야.』
『그게 진짜야?』
『모르지. 난들 아나. 나는 잡화점 판매원이지 의사가 아니거든.』
『그러면서 눈꺼풀을 뒤집어보라는 소리는 왜 해!』
임시방편으로 그를 작은 손수레에 실었다. 그랬다가 좁은 산길에서 수레가 뒤집어엎어질 것을 염려, 도중에 포기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그를 등에 업었다. 마지막엔 그것도 여의치 않자 거꾸로 둘러메고 갔다. 무거운 마대자루 취급이었지만 그래봤자 핀치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의식은 전혀 다른 차원, 그리고 별개의 시간 속을 어지럽게 방황하는 중이었기에.
43번 구역의 전망대는 온도 조절 장치가 자주 말썽을 부리는 탓에 굉장히 춥다. 하얗게 입김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진작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시끄럽고 번잡한 걸 싫어하는 그는 이 사실을 알고부터는 습관처럼 이곳을 찾아오곤 했다.
창밖으로 생명이 넘치는 푸른 구슬이 떠오른다.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질리도록 보게 되는 만큼 썩 대단한 구경거리라고 하기는 그렇다. 그래도 그는 투명한「온실」너머로 달구경 하는 걸 은근히 좋아했다. 보고만 있어도 애잔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어디에고 존재할 리 없는 영원의 안식처가 저곳에 있다.
『향수병인가요, 해롤드.』
작업용 키트 상자를 든 젊은 여성이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여성을 과시하는 과장된 동작에 눈살을 찌푸릴 법도 한데 음탕하기는커녕 귀엽게 느껴진다. 해롤드는 동료를 향해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며 그녀의 이름이 뭐였는지를 잠시 생각했다. 그레이스이거나 크리스틴 비슷할 거다. 어쩌면 둘 다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해롤드는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빠른 시일 내로 처리할 일들이 산더미라 사람 관계는 필연적으로 소원해졌다. 그래도 미술 취미가 있는 그녀가「모천회귀」라는 제목으로 물고기 그림을 잔뜩 그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것도 캔버스에 붓으로 물감을 하나하나 찍어서! 요즘 같은 하이퍼-테크놀로지 시대에!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천연 안료를 구하기 위해 그녀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소문은 그 역시 들은 바 있다.
이름이 그레이스인지 크리스틴인지, 아무튼 그녀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손에는 작업용 장갑을 끼고 있었다. 가지고 온 도구도 그렇고 말썽을 부리는 회로를 손 볼 참인 듯하다.
『오늘도 여기서 고향을 보고 있군요. 차라리 도서관에 가보지 그래요? 여긴 춥잖아요.』
『견딜만 해요.』
『그러다 감기에 걸려도 몰라요.』
『괜찮아요, 이 정도는.』
『코가 빨개요. 콧물도 훌쩍이고 있었잖아요. 꼭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니까요.』
『하하하... 괜찮다니까. 것보다 이렇게 온실에서 이렇게 올려다보니 아득하네요. 아세요? 여기서 우리 집과의 거리는 무려 38만 4,000킬로미터 이상입니다. 그래도 세금청구서는 꼬박꼬박 날아들고 있죠.』
온통 유리로 덮힌 돔을 - 그것도 크게는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을 화초나 키우는 온실이라고 부르는 건 솔직히 악취미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레이스 - 혹은 크리스틴의 눈썹이 꿈틀거리고 움직였다.
『온실?』
『실례.』
자부심이 대단한 건설자들은 온실이 어쩌고 하는 커피 타임 수다에 늘 과민 반응을 하곤 했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온실이 아닙니다, 해롤드.「스카라베」라고, 정식 이름이 있잖아요.』
『제 생각엔 풍뎅이라 부르는게 더 이상할 것 같은데요.』
『왕쇠똥구리입니다. 스카라베는 태양의 원반을 굴리는 우주의 왕쇠똥구리죠. 그리고 대단히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의 자랑거리입니다.』
진공 상태에서, 그리고 규산염의 분자 결합을 방해할 수분이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 유리는 강철보다 몇 곱절 강하다. 여기에 특수 코팅을 더해 고속으로 퍼붓는 유성우도 간단히 튕겨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리는 빛을 굴절시켜 아름답게 빛난다. 하여 이곳 스카라베는 바벨의 둘도 없는 자랑거리다. 그걸 가리켜 온실이라니.
『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주의하겠습니다, 그레이스... 아니면 크리스틴?』
『어멋! 제 이름은 안드레아에요!』
토라진게 분명한 안드레아가 팔꿈치로 그의 등을 툭 쳤다.
보기와 달리 힘이 좋은 여자인가 보다. 살짝 친 것 같았는데 불붙는 통증이 덮쳤다.
『조심해라, 애덤. 그래가지고는 핀치 씨를 침대에 눕히는게 아니라 던지는 거잖니. 그 양반, 원래 허리가 부실해. 더 조심해야 할 거야.』
『삼촌. 지금 이 시점에선 잔소리보다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해요.』
의식을 잃은 사람은 평소보다 갑절은 무거워진다. 혼자서는 어떻게 제대로 할 방법이 없었다. 애덤은 나름 노력했지만 핀치의 몸을 험하게 굴린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오셔서 손을 빌려주심 안 돼요?』
『불가능하다, 얘야. 내 오른손엔 토마토비프-스튜가 올라가 있거든.』
『왼손은요.』
『왼손도 바쁘다. 토마토비프-스튜를 든 오른손을 거들고 있지.』
애덤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화를 냈다.
한편, 안드레아는 십자형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다 말고 생각난게 하나 있다며 핀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참. 이번 제세성절에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신청하셨던가요?』
『신청했습니다.』
공고가 올라오자 그는 1번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친한 친구가 곧 약혼식을 할 겁니다.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지요.』
『저런. 그거 유감이네요.』
약혼식인데 유감?! 순간 날카로운 침에 심장을 찔린 기분이 들었다.
곧바로 안드레아가 실수를 깨닫고 허푸덕거렸다.
『어머나, 나 좀 봐. 약혼식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고요... 이런, 이런. 항상 덤벙거린다니까. 박사님 친구분께 약혼식에 참석 못하게 되었다 빨리 연락을 하셔야 할 겁니다. 모든 일정은 취소되었어요. 모르셨어요?』
들은 적 없는 이야기였다.
『모든 일정이 취소... 언제요?! 왜요?! 무슨 까닭으로요?!』
『지상으로 신종 인풀루엔자가 확산되고 있다더군요. 위원회에서 신경질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걸 봐선 심각한가봐요. 그게 이름이 뭐라더라... 앗! 따가워! 전기가 흐르고 있잖아!』
그는 친구의 약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스카라베에서 나가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금지되었다. 위원회에 제발 부탁한다, 평생 소원이다, 하라는 대로 전부 할테니 이번만 봐달라 호소했음에도 방법이 없었다.
별 수 없이 일이 이렇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며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하지만 약혼식도 없었다.
네이슨은 병에 걸렸다.
그리고 위독해졌다.
우주로 인류가 진출한 마당에.
그까짓 빌어먹을 독감이 진짜지 뭐라고.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