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하게 한 마디 하자면

경기가 말종 상태이다보니 벼랑으로 몰린 사람들을 제법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돈이 없다고 뒤로 벌렁 넘어가는 것보다는 몸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아야 하는 거 아닌가.
썩을 년놈들이 너무 많아.
잘 하면 내일도 출근하게 생겼다.
그런데 내가 "미수금 받아 드립니다" , 이런 업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퇴근해서 푸념했더니 우리 어무이 말씀,
"손 붙잡고 같이 은행까지 가서 뒷문으로 도망치는 인간들도 많아."

인천은 진짜지 사람 수준이 개떡이다. 남자는 양아치, 여자는 술집작부. 교육수준 전국 최하위.

Posted by 미야

2012/09/21 19:49 2012/09/21 19:49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637

Leave a comment

노아드롭 2-01

2편은 틈틈이 적어 올리겠습니다.
오리지널 성향입니다. 배경은 아득히 먼 미래이거나 혹은 과거, POI 설정과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 괴물과 같은 적응력.
허리를 구부려 장화 코에 묻은 마른 진흙을 돼지털 브러쉬로 요령껏 털어내는 지금의 리스를 보고 있자니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브라운 씨네 밭에서 잡초를 뽑고 왔습니다.』
일은 힘들지 않았느냐, 잡초라고 착각하고 엉뚱한 싹을 뽑아대지는 않았느냐,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 잘 하고 왔느냐 - 입안에서 빙빙 돌던 말은 전부 다 까먹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100년 전부터 여기서 터줏대감처럼 살아왔다는 식의 천연덕스러움은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핀치와는 대조적으로 리스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마을 분위기에 녹아들어갔다. 지난 보름동안 그는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잡부 역을 자처하며 동네를 휘저었는데 도랑에 빠진 소를 끌어올리는 것부터 망가진 화장실을 수리하는 것까지 착착 해치워 부녀자들로부터 인기가 치솟았다.
『당신과 같이 먹으라고 브라운 씨가 찐 감자를 싸줬어요.』
여자들이 우리 편이라고 인정하면 남자들도 덩달아 여자들 의견에 따라가는 법이다.
어느새 그의 신분은 외부인이 아니고「핀치와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라는 것은 실은 점잖은 표현이고.
『핀치?』
이름이 불리워지자 화들짝 놀라 현실로 돌아왔다.
『수고하셨어요, 미스터 리스.』
복잡 미묘한 심정이 되어 리스가 내민 꾸러미를 공손히 건네받았다.
- 이러니 사람들이 누가 누구의 마누라니, 아내니 이러고 수군거리는 것이겠지.

먼 옛날, 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었고,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여 여러 훌륭한 업적을 쌓았다.
그리고 그는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에 걸렸다.
그래도 렌은 자신이 곧 죽게 될 거라는 사실에 그다지 슬퍼하지 않았는데 신은 없다고 확신하던 무신론자인 만큼 앞으로 맞이하게 될 죽음이 그다지 두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육신은 흙으로 돌아간다 - 원자로 분해되어 우주로 회귀하는 것이다 - 영혼이 있다고 믿는 건 한 마디로 미개한 미신을 신봉하는 것 - 편안함과 고요 - 이놈의 망할 세상과 바이바이 - 임종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렌은 오히려 평상시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정말로 신이 나서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 흥겨운 내용의 작별 인사를 편지로 적어 보냈다. 마지막에는 옅은 미소를 띄운 채 단풍나무로 제작된 관에 누워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악몽은 그 이후에 시작되었다.
나름대로 사후 세계를 만끽하던 렌은 30년 후에 저승에서 다시 이승으로 강제로 불려왔는데, 죽었다고 여겼던 것은 사실은 오해였고, 진실은 과학자들이 아무런 동의 절차 없이 그의 육신을 냉동 보관하여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거였다.
「무슨 소리야. 그렇게 해도 된다고 내가 언제 동의를 했던가.」
「위원회의 결정이었습니다, 박사.」
「시끄러! 모두 꺼져! 그놈의 망할 위원장에게 고액의 소송을 걸 테다!」
「당신을 냉동 보관하라 지시한 선대 위원장은 18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닥쳐! 정 안 되면 부관참시라도 할 테다! 내가 못할 줄 알아?!」
냉동 캡슐에서 꺼내어진 렌은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화를 냈다. 일단 개발되었다는 치료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데다, 흘러가버린 30년의 간격을 뛰어넘는 일 역시 상상을 초월하게끔 힘들었던 탓이다. 하여 분노의 감정이 그의 마음속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다. 불은 초원의 풀과 나무와 거기에 깃든 생명들을 말살시키며 맹렬하게 타올랐다. 적응 훈련은 무려 2년간 계속되었고, 그동안 화마에 시달린 렌의 인격은 잿더미가 되어 붕괴되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다.

렌은... 그는, 그 남자는.
적응이라는 걸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질 수 없었다.
사후 세계라고 착각했던 그 적막감과 공허감이 얼마나 압도적이었던지 이미 그 남자의 정신세계 대부분은 나쁜 벌레에 먹혀버린 뒤였다.

『핀치. 눈 뜨고 자요?』
『아.』
찐 감자를 손에 쥐고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있었던 모양이다. 놀리는 말에 핀치는「안 졸았어요」의미로 세차게 도리질을 했고, 그 어린애 같은 모습에 리스는 큭큭, 낮게 목을 울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젯밤 늦게까지 또 책을 봤죠? 당신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봤어요.』
인공 생명체라는 걸 잊어버릴 정도도 그는 잘 웃는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팔꿈치를 괴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 채 이쪽을 보고 지긋이 고개를 기울이는 그 모습은, 뭐랄까. 보는 이의 마음을 미치도록 설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여기서 곤란한 점은 리스도 그 사실을 잘 안다는 거였다.「나는 매력적입니다」광고하는 간판이 밤이나 낮이나 번쩍번쩍 빛났다.「나에게 반해도 괜찮아요」거기에 휩쓸려가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핀치는 감성보다는 이성에 치우친 사람이다.
최소한 본인은 자신을 그렇게 평가했다.

반쯤 남은 감자를 다시 접시에 내려놓은 핀치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것보다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느라고요.』
『고민?』
『리스 씨. 혹시 헤엄을 칠 줄 압니까.』
리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곧 곰곰이 이것저것 헤아리는 눈치다.
『헤엄? 글쎄요. 기본적으로... 음. 헤엄을 치기 전에 가라앉는 쪽이죠. 특수하게 제작된 장비가 없다면 물놀이는 저에게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봅니까?』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널 수 있을까 해서요.』
스틱스 강 저편 플레게돈 분지로는 30만 명이 넘는 노아들이 살았다던 고대 도시가 있다. 밤에도 훤하게 불이 밝혀지는 곳이다. 비록 노아는 사라졌지만 그곳으로 아직 로봇은 많다.
『저더러 그리로 가버리라고요?』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며 리스가 항의했다.
『밤새도록 날 어떻게 내쫓을까 궁리하고 있었던 겁니까. 그거 참 심하네.』
그리고는 삐졌다.
『아니, 그곳이 리스 씨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아서... 그러니까 제 말은.』
핀치는 허둥거렸다. 거리로 내쫓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리스에게 일말의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지하 세계에서 현실로 그를 끌어올린 장본인인 만큼 누구처럼 휘몰아치는 들불에 육신과 영혼이 송두리째 타들어가지 않도록 그를 보호해야 했다.

살살 달래는 핀치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리자 감겼던 리스의 눈꺼풀이 한쪽만 슬그머니 올라갔다.
『여기서 나가라는게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요, 리스.』
『가고 싶은 곳은 제가 알아서 갈 겁니다. 가기 싫음 가지 않고요.』
『그렇게 하세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면 당신도 같이 가는 거예요.』
『나까지 왜요. 그런게 어딨... 리스. 그리고 그건 제 찻잔... 내 허브 차!』
『윽, 달다. 세상에. 여기다 꿀을 얼마나 넣은 겁니까?!』
『한 숟갈밖에 넣지 않았어요.』
『그 한 숟갈이 스푼이 아니라 국자였던 거 아닌가요.』
이상한 취향이라며 리스가 핀치를 면박 주었다.

Posted by 미야

2012/09/21 16:03 2012/09/21 16:0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636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3133
Today:
159
Yesterday:
37

Calendar

«   2012/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