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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8 [S☆N-fanfic] Moon-light Road 03 by 미야 (2)

※ 느리게 흘러가는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그녀는 내 꺼야!』
『기세 좋게 올라탔다가 토한게 언제라고 그래. 그러지 말고 내게 넘겨.』
『젠장, 사람이 어쩌다 실수한 거 갖고 너무 그러지 말자!』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러대다 말고 목소리를 억지로 낮췄다. 아침 댓바람부터 주차장에서 옥신각신 다투면 아무래도 사람들 주의를 끌기 마련이다. 아닌게 아니라 피곤에 지친 몸으로 렌터카에 열쇠를 끼어넣던 세일즈맨이 고개를 번쩍 들고 이쪽을 쳐다봤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인가. 그 표정에는 놀란 부분도 있고, 흥미진진한 것도 있다. 비유하자면 여행객들의 텐트를 후리고 통조림을 훔쳐내는 반달곰을 우연히 목격했다는 식이다. 겁은 나지만 동영상으로 찍어「아메리카 홈 비디오」프로그램에 내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눈치다.

으이그, 내가 못 살아.
딘은 다치기 싫으면 저리 꺼지라는 식으로 몸짓했고, 말귀를 얌전히 알아들은 사내는 얼른 운전석 쪽으로 몸을 감췄다. 부르릉 시동을 거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래봤자 한 여자를 두고 삼각관계에 빠진 (절대로 오해!) 두 변태를 훔쳐보는 눈길은 그대로여서 딘은 등껍질이 가려워 미칠 지경이었다.

어깻죽지를 긁적거리며 다시 시작했다.
『어디까지 했더라... 도중에 방해를 받았더니 헷갈리네. 그래! 운전은 내가 할 거야. 그러니까 임팔라 열쇠 내놔.』
『좀 현명해질 수는 없어? 형이 구토를 하기 위해 등을 구부리면 전봇대는「안녕하쇼~ 형씨들」 이러고 우리에게 다가올 거야. 난 그런 끔찍한 일은 겪고 싶지 않아.』
『누가 할 소리! 넌 차렷 자세로 핸들을 꼭 잡고도「전봇대 형씨들, 안녕하쇼~ 이 몸은 샘 윈체스터라고 하오. 이제부터 잘 부탁하오」이러잖아. 나도 그건 사절하고 싶다.』
『뭐?!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내가 맨날 담벼락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카미카제인 줄 알겠다. 억울해! 내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운전하는데!』

샘은 화가 나면 입을 앙 다물고 턱을 뾰족하게 만드는 버릇이 있다. 그때마다 온화하고 상냥한 성품의 청년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대신 등장하는 건 발톱을 세운 사나운 야생 고양이다.
온몸의 신경줄이 24시간 세탁소 간판처럼 불을 밝혔다. 발끈해서 덤비는 동생이 썩 달갑지 않은 딘은 일단 신중해지기로 했다.
『이거 왜 이러시나. 넌 신호위반 딱지도 끊었잖아.』
『그거야 형이 옆에서「밟아, 아~씨, 밟아」난리치며 정신을 사납게 만들었으니까 그랬지!』
『굼벵이 마실 나가는 3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내가 참견을 안 하게 생겼냐. 생긴 건 멀쩡한데 왜 그리 둔해 터졌는지.』
『누가 둔하다는 거야! 그게 동생에게 운전을 가르쳐준다고 해놓고 귓청 떠나가라 메탈리카 테이프를 틀어놓은 사람이 할 말이야?!』
『어허라, 경고하는데 감히 메탈리카를 욕하지 마, 샘.』
『누가 메탈리카를 욕했다는 거야! 내가 욕한 건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은 형이야!』
『그럼 할머니 자장가나 졸리는 찬송가라도 틀었어야 했다는 거니? 이거 왜 이러셔!』
『할머니 찬송가도 필요 없어! 내 말은 익숙하지 않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형이 날 적극적으로 도와줬어야 했다는 거야! 그런데 형은 킬킬 웃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방해만 했잖아!』
『이게 어디서 기억을 각색하나. 난 안 웃었어. 대신 비명만 질렀지. 왜냐하면 그 망할 놈의 전봇대가「안녕하쇼~ 형씨들」이러고 반갑게 인사했으니까.』
거기까지 말한 딘은 동생의 잘난 머리를 찰싹 후려갈겼다.
『그만 투덜거리고 열쇠나 내놔.』

자동차에 올라타는 것에만 반나절을 소비하고 앉았으니 갈 길이 멀다.
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샘은 노란 빛깔의 거미를 잘못 삼켰다는 식으로 굴었다.
그래봤자 네 살의 차이는 뛰어넘기가 불가능한 저승과 이승의 간격과 비슷해서 샘은 형님의 말씀에 깍듯이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형이 운전할거야?』
깃대가 꺾어진 흉물스런 전장의 깃발을 신경질적으로 뭉개며 샘이 물었다.
『그게 지금 내가 원하는 거야.』
『알았어. 하지만 몸 상태가 나빠진다 싶으면 곧바로 나에게 말하고 차를 세워야 해.』
『오냐.』
『약속하는 거다?』
『지긋지긋한 녀석! 그렇게 할게. 약속하마!』
딘은 길게 뻗어나간 도로를 주시했다. 오전의 햇살에 벌써부터 달아오른 아스팔트 포장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햇빛을 즐기기엔 다소 더운 날이 될 듯 싶다. 전선주에 연결된 고압선들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늘어졌다. 찌는 듯한 여름도 머지 않았다.

『평소보다 속도를 낼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목요일까지는 어떻게든 도착해야 해. 우린 너무 많은 시간을 길바닥에서 허비하고 있다고. 금요일부턴 바비 아저씬 댁에 안 계셔.』
『어... 무슨 일 있어?』
팔짱을 끼다 말고 샘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표면적으로 폐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바비네 집은「사업을 접은지 한 3년은 되었거든요」싸늘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전표를 끊는 직원은 당연히 없고, 거래하고자 나타나는 손님들도 없다. 고철을 취급하는 앤서니라는 이름의 사내가 어쩌다 두툼한 현찰을 들고 찾아오지만 그나마 1년에 한 두 번 정도다. 윈체스터 형제들도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 딘은 LA 다저스의 야구 모자를 쓴 앤서니가 대머리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다.
『유나바머*(문명혐오주의자 테러리스트로 20년간 숲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우편물로 폭탄을 발송했다)를 흉내내는 아저씨가 무슨 일로 집을 비우신다는 거야?』
샘은 바비가 새장가라도 드는 건 아니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쁜 아줌마랑 데이트라도 있대?』

소년이여, 핑크빛 꿈은 그만 꾸어라.
차이라면 조금 늦게 시작했다는 것 정도다. 샘 역시 딘과 마찬가지로 10대가 되자마자 총을 잡았고, 암연탄을 빵빵 갈겼고, 썩은 시신을 불살랐다. 궂은 일은 형이 앞장서서 해치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생은 덜했지만 기본적으로 샘이 해야 하는 일은 모두와 비슷했다. 그러니까 클립으로 수갑 풀기와 같은 낭만과 담 쌓은 모든 행동들 말이다.
『아저씨가 오랜만에 외출한다고 하면 넌 제일 먼저 데이트가 떠오르니?』
당혹감에 휩싸인 채 동생을 쳐다봤다.
동화적인 (계집애처럼) 사고방식이 가능한 그는 누구인가. 샘이 낯설다.
『바비 아저씨게 그 말씀을 드리면 어떤 얼굴을 하실지 엄청 궁금하다.』
동생은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청바지의 보풀을 뜯어내는 척했다.
『아니, 말하자면 그냥 그렇다는 거고...』
자기 딴에도 부끄러운 줄 아는 모양이다. 그 모습에 딘은 조금은 안도했다.

『데이트는 아니야. 그렇다고 사건인 것도 아니고.』
『그럼 무슨...』
『친분이 있는 사람과 만날 약속이 있다고 하셨어. 구체적으로는「책」때문이라고 하셨고. 구하기 힘든「그쪽」으로의 책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왔나봐. 원본이라면 박물관으로 가야 하는 귀한 물건인데 짝퉁이라고 최종적으로 판명이 나서 업자들 손으로 넘어간 것 같아. 하지만 우리들 입장에선 거기에 적힌 내용만 중요하지 양피지나 제본의 상태, 역사적 가치는 언급할 까닭이 없는 거잖아?』
『그건 그래.』
동의의 뜻을 담아 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샘 윈체스터다. 책 이야기에 수긍하기가 무섭게 새로운 의문이 솟구쳤다.
『잠깐만. 그럼 우리가 이렇게 서두를 까닭이 없잖아.』
『에?』
『바비 아저씨가 외출했다 댁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느긋하게 가면 된다고. 우리야말로 급한 용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꽁지로 불이 붙은 것도 아니잖아?』
그들은 바비네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도 야단을 맞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
잠겨져 있는 현관은 알아서 따고 들어가면 된다. 단, 주방에 있는 냉장고는 건드리지 말고 - 식탐이 강한 딘이 그의 일주일치 식량을 단박에 거덜내는게 영 탐탁치 않았던지 바비는 단서조항 하나만큼은 확고히 달아놓았다. 그거 빼놓고는 대체적으로 환영받는 입장이다.
『난 형이 이렇게 옴죽거리며 안달하는게 이해가 안 가.』
스탠포드 전액 장학생 씨는 손가락까지 동원하며 헤아렸다.
『아저씨가 안 계시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만이고, 그딴 짓은 예의가 아니다 판단이 들면 돌아오실 때까지 관광이나 하면서 얌전히 기다리면 돼. 내 말이 틀려?』
샘은 딘을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문제라도 있어?』

뱃속이 간질거렸다. 기분 좋은 쪽은 아니었다.
손가락으로 위장이 있는 부위를 지긋이 눌렀다. 이래서 공붓벌레는 문제다. 접근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남의 속사정도 모르고 구멍을 깊게 판다. 그리고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 기어코 머리를 숙이고 흙더미 안에 뭐가 숨었는지를 캐내고야 만다. 몹쓸 벌레에 물린다고 엄포를 놓아도 소용이 없다.
『문제? 글쎄다... 그런 거 없어.』
『내 눈을 보고 다시 한 번 더 말해주겠어?』
『미안한데 지금 운전 중이야. 전방 주시의 의무가 있어.』
『형!』
『그거 아니? 샘. 난 아까 네가 불평했던 내용을 그대로 곱씹고 있어. 부탁이니 이 형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렴. 같지도 않은 불평을 퍼부으며 방해만 하지 말고. 전봇대가「안녕하쇼~ 형씨들」이러고 인사하는 건 너도 싫지?』

콜트는 사라졌다. 악마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그들의 유일한 무기는 현재 행방불명이다.
존의 갑작스런 죽음과 딘이 혼수상태에서 기이하게 깨어난 걸로 봐선 그것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대략 짐작은 가고 있다. 굳이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원인과 결과가 너무나도 훌륭하게 맞아 떨어져 구태여 다른 가능성을 떠올릴 필요도 없었다. 배후에는 노란 눈의 악마가 있다. (* 본문의 배경은 2시즌 중반입니다.)

운전하던 자세를 바로 잡았다.
노란 눈의 악마.
그들의 원수.
엄마가 죽었고, 제시카가 죽었고, 아빠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샘은... 그의 하나뿐인 동생은...

먼지라도 들어간 모양이다. 눈이 쏘는 듯 아파왔다.
운명은 믿지 않는다. 그러나 공책에 씌여진 대본처럼 미리 정해진 그 무언가가 있다면?
피해갈 수 있는가. 과연 무사히 거기로부터 도망칠 수 있겠는가.

어둠속에 괴물이 있다. 사악한 악마가 있다.
그리고 그 악마는 말했었다.
「계획이 있단다. 샘과 다른 아이들을 위한 나의 계획이...」

가슴속에서 심장이 돌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악마를 무찌를 수 있을 만큼 딘 윈체스터는 충분히 강하던가?
작은 아이로 되돌아간 것 같다. 길게 잡아당겨진 뼈가 엿가락처럼 가늘어지는 기분이다.
순간 신경통을 닮은 불쾌한 통증이 발 아래까지 빠르게 흘러내렸다.

Posted by 미야

2008/09/28 20:45 2008/09/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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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틀 2008/09/29 00:03 # M/D Reply Permalink

    미야님, 슈내에 미쳐 돌아다니다가 몇 달째 숨죽여 블로그를 스토킹하던 그림자인데 말이죠, 대체 님의 정체가 뭘까요? ^^* 실제로 출판하시는 작가분은 아니신거죠? (참고로 명색이 에디텁니다) 늘.. 감탄하다 쳐울고 갑니다. 정말 미야님 글 사랑해요 ㅠㅠ 진심으로, 설령 전업이 아닐지라도 부업작가라도 추천드려요. 아웅 부끄러...

  2. 멍든물고기 2008/09/29 02:07 # M/D Reply Permalink

    캬악~~ 3편이네요ㅠ 너무 반가워요ㅠㅠ 과연 샘이 저사실을 알게되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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