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2008/09/03'


1 POSTS

  1. 2008/09/03 [S☆N-fanfic] Moon-light Road 01 by 미야 (3)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는 좌변기에 얼굴을 파묻은 채 심하게 구토하고 있다.
다른 한 남자는 만사 포기한 표정으로 세면대에서 참방거리며 체크무늬 손수건을 빨고 있고.

오줌을 누러 화장실을 찾은 트럭 운전수는 두말할 것 없다며 뒤돌아 나가버렸다.
최근에는 CCTV 설치가 늘어 자칫하면 전국적으로 개망신 당할 걸 각오해야 하지만... 에잇, 무릇 남자라면 으슥한 도로변 아무데서나 바지 지퍼를 내리는 것으로 요의를 처리해도 그만이다. 7년 가까이 화물 트럭을 운전하면서 나무에 공짜 비료를 갈긴게 어디 한 두 번이냐.
『왜애엑-』
지금으로서는 오장육부를 죄다 뒤집고 있는 저 불길한 사내가 그와 같은 식당에서, 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지 않았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케에엑-』
상한 굴 요리를 잘못 먹으면 죽기도 한다. 운전수는 근심에 젖어 자신이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를 차근차근 점검했다. 어디 보자. 소고기 케밥에 삶은 달걀 둘. 버섯 오물렛에 베이컨 추가... 아! 그리고 냉동 참치 샐러드. 가만 있자. 거기에 들어간 마요네즈는 과연 신선했던가.

『뒈질 소시지!』
더러운 타일 벽으로 체중을 기대다 말고 서너 마디 욕설을 덧붙였다.
『이러다 식도에 염증 나겠네. 썩을 주방장! 유통기한이 넘었던 거야. 분명해.』
물방울이 튄 화장실 거울을 통해 딘의 안색을 살피던 샘이 그 말을 듣고 즉각 코웃음을 쳤다. 그도 그럴 것이 딘이 고른 소시지는 그도 같이 주문해서 점심으로 먹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먹었는데 한 사람은 건강하고 다른 한 사람만 배탈이 났다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닥쳐. 넌 핫 소스 안 발라 먹었잖아.』
『흐응, 그래서 이젠 말을 바꿔 소시지가 아니라 소스가 이상했다?』
『평소 때와는 달랐어. 보다 맵고 시큼했달까, 아님 찝질했달까. 그런 걸 듬뿍 발라 먹었으니 속이 뒤집힐 수밖에.』

한숨만 나온다. 샘은「넌 바보냐」표정을 감출 필요성도 못 느꼈다.
딘은 애써 음식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토의 원인은 정작 단순하다.
그게 뭐냐고? 멀미다.
샘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정비된 스위스 기계처럼 냉정했다.
『덧붙이자면 멀미라는 건 배나 자동차, 비행기를 탔을 적에 속이 메슥거리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걸 말해. 혹시 형이 모를까봐 알려주는 거야. 고맙게 여겨.』

짐작했던바 그대로 딘은 발끈하여 샘의 주장을 송두리째 부정했다.
『이게 누굴 바보 취급하고... 하! 웃겨. 이 딘 윈체스터가 자동차 멀미라니. 차라리 내 정체가 화성으로 간 목성인이라고 하지 그러냐.』
바퀴 달린 탈 것에 대한 그의 유별난 애정은 멀미에 대해 이해하려는 생각 자체를 방해했다. 비록 면허증은 없었지만 열 네 살적부터 잠정적 묵인 하에 - 윈체스터가 남자들이 목을 길게 빼고 애지중지한 임팔라는 빼고 - 운전대를 잡았던 몸이다. 그것은 날아오는 공을 피해 몸을 굽히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어린애의 신체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가속기 페달을 밟으려면 가라데 발차기 비슷한 동작을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런 건 근성으로 아멘하고, 비디오 반납일에 맞춰 능숙하게 2차선 포장도로를 누볐다. 혹시 모를 단속에 대비하여 코 밑으로 가짜 티가 팍팍 나는 검정색 수염까지 붙이고서 말이다.
『알간? 넌 지금 이 위대하신 형님을 모욕한 거야. 간혹 방향 깜빡이를 켜는 걸 잊고 왼쪽으로 차를 튼 적은 있어도 태어나 지금껏 멀미를 일으킨 적은 없다.』
『틀려. 모욕을 주려는 의도는 없어. 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지적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그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는 거다, 새미. 세계 선수권 모터사이클 대회 우승자가 두 발 자전거를 타다 균형을 잃고 도랑을 굴렀다는 소리나 마찬가진데 그게 있을 수 있는 얘기니?』
『그 위대하신 모터사이클 대회 우승자의 나이가 올해 일흔 아홉이라면 가능하지. 농구의 황제라는 마이클 조던도 할아버지가 되면 3점 슛은 불가능해져. 영광은 그리 길지 않아.』

칵. 하여간 이놈의 자식은 한 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말대꾸해요.

잡아먹을 기세로 세면대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몸과는 반대 방향으로 뇌가 빙글 돌면서 다리가 풀려버렸다. 눈꺼풀 안쪽에선 하얀 반점이 너울거렸다. 이건 흡사「카드 빚 대신 내 한쪽 콩팥을 떼어가도 어떠한 군소리도 하지 않겠소이다」계약서에 서명이라도 한 기분이었다. 빨래를 금방 널었는데 하늘에서 굵은 소나기가 쏟아질 참이다. 변기로 다이빙하지 않고 뱃속에 머물던 약간의 소시지가 재차 부글부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 내뿜은 숨에서 시궁창 비슷한 냄새가 났다. 입안으로 떫은 맛의 침이 고였다.
한계다. 딘은 잔뜩 굶주린 사자가 피가 흥건한 신선한 고깃덩이에 달겨드는 것처럼 해서 샘을 밀쳤다. 이제 세면대는 그만의 독차지다.

제법 거친 취급을 당했음에도 샘은 그다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폭력을 다 이해한다는 투여서 딘은 속으로 열불이 났다.
『짜증은 나겠지만 어쩔 수 없어. 멀미가 나면 찬바람을 쐬면서 느긋하게 쉬는 수밖에.』
『멀미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 우게엑~!!』
『한 발 양보해서 그게 식중독이라고 해도 말이지. 지금의 형에게 더 이상의 이동은 무리야. 오늘은 그만 쉬어야 해.』
『뭐?! 벌써?! 아직 오후 2시밖에 되질 않았...』
『정확히 2시 3분이야. 그래도 형은 침대에 누워야 해.』
초침이 착착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샘이 단정지었다.

존의 큰 아들은 대놓고 신음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보편적으로 인간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약 열 여섯 시간 활동한다. 그중에서 제일 활발하게 움직일 때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사이. 그런데 뭐? 하늘이 멀겋게 하얀 대낮인데 침대로 가서 누워? 베짱이가 동료하자며 좋아라 할 소리다.
손이 떨리는 걸 애써 감추며 수도꼭지를 틀었다. 시설은 척 보기에도 낡았으나 손수건을 빨겠다며 동생이 미리 선수를 친 탓에 쏟아지는 물은 녹물 하나 없이 맑았다.
『눕긴 어딜 눕냐. 계획대로라면 우린 오늘까지 위스콘신 주를 넘어야 해.』
『알게 뭐야. 못 넘는다고 어디서 누가 망하는 것도 아니잖아. 뻐드렁니의 못생긴 여자가「임신했어요. 그러니까 책임져」구호를 외치며 형의 뒤를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비, 비유를 해도 어쩜 그 따위로...』
『쉽게 말해 무리할 까닭이 없다는 거지. 느긋하게 임팔라의 타이어를 바꿔 끼고, 바꿔 끼고, 또 바꿔 끼면서 달리면 돼.』

얼마 전에 딘은 뱀파이어에게 당했다.
다행이라면 딘이 뱀파이어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불행이라면 그가 병들었다는 것이다.
『샘? 난 안 아파.』
높은 선반에서 조미료를 꺼내야 하는 호비트 족의 비참한 심정을 모방하며 딘이 코를 찡그렸다. 화덕에선 야채를 익힌 국물이 끓고 있는데 팔을 꺼떡꺼떡 흔들어도 조미료 통까지 손가락이 닿지 않는다. 짜증이 치솟는다.
『이젠 환상을 보거나 하지 않아.』
오리진. 모든 뱀파이어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
그들의 힘은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진 사슴으로 하여금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변을 기어가게 만든다. 감각이니 사고능력이니 하는 것들이 엉망으로 휘저어지기 때문이다.「바닥을 기어라」라는 오리진의 명령은「움직일 다리가 없습니다」라는 현실을 가볍게 상회한다. 심지어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다 나았어. 말짱하다고.』
그렇다. 지구상의 어떠한 약물로도 흉내가 불가능한 강력한 최면이다. 영혼마저 굴복시키는 올가미다. 실로 묶어 잡아당기면 그대로 지옥까지 끌려가버린다. 어쩌다 운 좋게 풀려나 지상까지 도망친다 해도 뼛속까지 침투한 독기는 계속해서 그 정신을 갉아먹는다.
그리하여 일부는 발광, 더러는 자살.
『운이 좋았지.』
실제로 딘도 자살하겠다며 권총으로 자기 머리를 겨누었다고 한다. 여기서「그렇다고 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건 당사자가 그 사실을 정확히 기억 못하기 때문이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을 적에 느꼈던 격렬한 감정은 고스란히 남았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그의 머리통은 털 빠진 곳 없이 여전히 둥글다. 그래서 때때로 딘은 겉으로 표현은 안 했어도 모든게 질 나쁜 꿈이 아니었을까 의심을 품는 눈치다. 현실처럼 느껴진 생생한 악몽 말이다. 내용들은 하나같이 뒤엉켰고, 순서도 없었고, 뒤죽박죽이었다. 그리고 지독히 슬펐다.
『그러니 대낮부터 침대에 안 누워도 돼.』

샘은 눈에 띄게 여위어 뺨이 움푹 파인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을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음영이 도드라진 딘의 얼굴은 환자처럼 해쓱했다. 후 하고 불면 촛불처럼 꺼질까봐 무서웠다.
생각 같아선 부드러운 담요로 싸서 아기 어르듯 흔들어주고 싶다.
단, 정말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간 나중에 구둣발로 불알을 차이게 된다.
『길게 따질 것 없이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보자. 자, 그럼 심호흡을 한 뒤에 나에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철자를 말해봐.』
『엥?』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지금 네 머리에 꽃 폈냐?』
『하나도 틀리지 않게 말할 수 있으면 플러스 30점. 두 개 정도 철자가 틀리면 5점. 난 학교를 못 다녔거든요 수준이면 마이너스 10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을 못하면 마이너스 50점.』
『여보세요?』
『오케이. 바나나 케이크는 언제 먹나요 식으로 날 쳐다봤음. 그렇다는 건 마이너스 50점.』
『잠깐!』
『인정해. 형은 아직 정상이 아니야.』
『비열한 자식! 문제를 냈으면 최소한 10초의 생각할 시간은 줘야 하잖아!』

약이 바짝 올랐던 것 같다. 딘은 동생이 몸을 목까지 해변가 모래밭에 파묻어 버리겠다며 으르렁댔다. 그리고 러시아 불곰처럼 아랫배를 볼록 내밀며 대가리를 후려치려는 동작을...
『형! 위험해!』
그가 빈혈을 일으킨 만삭의 임산부처럼 비틀거린 것과 동시에 샘은 두 팔을 벌리며 똑바로 섰다. 딘은 2층에서 화분이 추락하는 것과 비슷하게 해서 안겨왔다.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단히 걱정스럽게도 그건 연극적인 몸짓이 아니었다. 때리겠다고 쥐었던 주먹은 맥없이 풀어졌다.
『맙소사! 똑바로 설 수 있겠어?』
『내 몸에 손대지 말아. 네 손을 내 어깨에 얹을 생각도 말아... 꿈도 꾸지마. 아유, 속이 울렁거려 미치겠군.』
『딘?』
『새미... 나 죽어.』
샘은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의미를 담아 딘의 어깨를 한층 더 세게 끌어안았다.

찰칵 소리를 내고 누군가 문을 열었다.
『헛! 실례했수다.』
놀란 외침과 같이해서 쾅 하고 화장실 문이 도로 닫겼다.

Posted by 미야

2008/09/03 20:44 2008/09/03 20:44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007

Comments List

  1. 멍든물고기 2008/09/03 22:18 # M/D Reply Permalink

    헉헉헉...ㅠㅠㅠㅠ너무 좋아요ㅠㅠㅠ아놔.... ㅠㅠㅠㅠㅠ 특히 마지막 부분이 좋네요 ㅋㅋ 운전수아저씨 오해하신것?ㅋㅋㅋ

  2. 아이렌드 2008/09/04 22:28 # M/D Reply Permalink

    아저씨, 그럴땐 사진을 찍으셔야 하는 겁니다...메일 주소 불러드릴테니 인증샷을 보내주시....(탕!!!)

  3. 우라포* 2008/09/05 00:31 # M/D Reply Permalink

    와우~! 새 연재로군요.
    안그래도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져 두근두근 거리고 있는데 이거 읽으면서 조금은 한숨 돌렸네요. ^^
    골병든 딘 설정이라니, 이거이거~ 전기찜질 당해 병원에 얌전히 누워있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는데요. 훈남형제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눈이 선~해요.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4915
Today:
14
Yesterday:
252

Calendar

«   2008/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