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한 방으로 온 식구(라고 해봤자 엄마와 오빠밖에 없음)가 모여서 잠을 자는데 벽에서 제로스를 닮은... 요괴가 나타나서 길죽한 자주색 가죽 가방을 바닥에 공손히 내려놓는 겁니다.
그 가방이라는게 길이만 1미터 20cm 정도라 어린애 시체가 누워있음 딱인 사이즈인데 모양은 괜찮아도 무지 낡았더라고요.
정말 시체인가 싶어 감히 열어볼 생각도 못 하고 있는데 그 요괴 왈,
" 지참금입니다."
지참금 : 혼인할 적에 신부가 친정에서 가지고 가는 돈, 내지는 데릴사위가 가지고 가는 돈.
가방을 열었다간 더 큰일나게 생김. 그런데 정말로 시체인 건가... 궁금해 죽을 지경인데... 이게 뭐냐고 확인하러 들었다간 승락했다 착각하곤 옳커니 경사났네 분위기일 것 같고... 물건이 뭔지부터 보자고 하면 모욕했다 난리칠 것 같고... 가방, 가방, 가방, 이러면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더라고요.
아아, 정말로 시체?! 머리를 잡아뜯으면서 상대를 쳐다봤는데 눈매가 정말 제로스 비슷해서... (좋았다는 거긔) 상대에게 호감이 생겨 이게 다 돈이었음 좋겠네 하고 시체설을 당장 뒤집었다는 거 아입니껴. (이런 나도 참 문제)
그치만 상대가 요괴이든 인간이든 결혼 문제는 신중해야 하니까 가방은 아예 만지지 않았어요.
무슨 특정한 의미가 있는 꿈이 아니었음 좋겠군요.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