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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3 [S☆N-fanfic] Paradise Lost 06 by 미야 (4)

핵폭탄이 터져도 바퀴벌레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 진절머리를 내며 잡지를 둥글게 말아 적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프랑스 일부 지방에서는 이놈의 망할 벌레를 재물의 수호 영물로 간주해서「그곳에 있었으냐?」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관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에드먼드 포는 바퀴벌레를 적그리스도의 화신으로 취급하는 아일랜드계 태생이다. 그의 할머니는 바퀴벌레를 보이는 족족 죽였고, 아멘 할렐루야를 외쳤으며, 더럽다고 질색하는 손주를 향해「이것들은 예수님을 배반했으니 죽어도 싸다」라고 가르쳤다. 벌레에겐 목사님의 설교를 알아먹을 귀가 없으니 배반이고 뭐고 없지 않느냐 대들어봤자 할머니의 믿음은 굳건했다. 바닷물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짠 것처럼 신념은 변함 없었다. 그것들은 죽어야 했다.
재밌게도 정작 나이가 들자 에드는 그토록 싫어하던 할머니의 행동을 고스란히 답습했다.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으라차차, 갈색의 윤기나는 곤충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게 되어 자신을 부리는 악마에게로 돌아갔다.

『우라질 것들.』
허연 내장을 까발리고 죽은 벌레를 씩씩거리며 노려봤다. 그리고 낙담하여 잡지를 집어 던졌다. 풍만한 여자의 가슴이 인쇄된 부분으로 등껍질의 일부로 여겨지는 부스러기가 옮겨 붙었다. 여자의 가슴이 D컵이 아니라 G컵이라고 해도 잡지는 이제 다 봤다.
『날이 밝는대로 소독업체를 불러야겠군.』
채 읽지 않은 잡지가 아까워 에드는 한층 더 으르렁댔다. 이번 여름에 유행할 비키니를 다룬 특집 기사엔 젖꼭지를 훤히 드러낸 여자들이 지방 흡입술의 완벽함을 으스대며 엉덩이를 흔들고 있을 터다. 그 멋진게 일시에 곤죽이 되어버렸으니 원망이 하늘을 찔렀다.
『싸그리 불질러 버려야지, 이거 원...』
그래서 에드는 창백한 안색의 젊은이가 오피스 데스크의 유리창을 가만히 두드렸을 적에 고양이 꼬리로 불 붙었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돈 벌자고 사업한다는 건 까마득히 잊고 말이다.

『뭐요!』
『실례합니다.』
『뭘 실례한다는 거요!』
『저어, 싱글 침대로 방을...』
『뭐? 방을 달라고?!』
전화번호부 책에 맨 처음으로 이곳 에이든 모텔의 이름이 올라간 건 어디까지나 알파벳 때문이지 친절 순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기분이 상했는지 남자의 얼굴에서 태연한 표정이 사라졌다.
『그럼 이대로 돌아갔다 낮에 다시 와야 합니까.』
낯 두꺼운 에드는 퉁명스럽게 변명했다.
『미안하오. 내 말인 즉, 체크 인을 하기엔 많이 늦은 시각이라는 거요. 어디 보자, 자정이 좀 넘었구먼... 현금으로 계산하실 거요? 아님 카드?』
『현금으로 계산하겠습니다.』
남자는 바지 뒷춤에서 지폐 다발을 꺼내 필요한 액수 만큼를 세어 내려놓았다.
『옛소. 18호실이오. 이곳에 서명하쇼.』
공손히 열쇠를 받아든 그는 숙박부에 깔끔한 글씨체로「짐 락포드」라고 적었다.
남자가 볼펜을 굴리는 동안 에드는 볼륨을 낮춘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려 둥글둥글한 여배우의 젖통이 위 아래로 마구 흔들리는 걸 집중하여 보았다. 등 뒤로 해서 여자를 안은 남자가 콘돔을 씌운 페니스를 거칠게 찔러넣었다.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붉게 달아오른 여자의 성기가 클로즈업 되었다. 에드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나는 짐 락포드라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연거푸 말하지만 이곳 에이든 모텔이 전화번호부 책에 제일 먼저 실린 까닭은 순전히 알파벳 때문이지 직원의 친절함과 서비스 정신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다.
『누굴 찾는다고?』
『짐 락포드.』
『지금이 몇 시라고 생각하쇼, 형씨.』
『새벽 3시가 좀 넘었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며 유리창으로 체중을 기대왔다. 그리고 짐짓 자신의 손목시계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시계의 유리판은 자잘한 흠집으로 가득차 대단히 거친 그의 인생을 어렵지 않게 상상하게 만들었다.
『흐음, 정확히 3시 13분이네요.』

내가 알게 뭐야 - 그것이 에드의 머리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가 그렇게 말할 거라는게 훤히 들여다 보인다며 낡은 가죽 재킷을 입은 사내가 빙긋 웃었다.
조심해, 이 양반아. 나는 완전무결한 미치광이라고.
그 미소는 유령처럼 싸늘했고 소름끼쳤다. 마치 시체가 웃는 듯했다. 에드는「내가 알게 뭐람」라고 떠드는게 결코 이롭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하고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그는 두 눈 시퍼렇게 뜬 상태로 다리 아래로 던져지는 걸 원치 않았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건 더더욱 사절이었다.

어두운 창고로 흐릿한 전구가 켜졌다.
아까보다 더 큰 불안감에 휩싸인 에드는 탐색하듯 상대방을 위아래로 쳐다보았다.
『잠깐만... 형씨. 찾는게 누구라굽쇼?』
『짐 락포드.』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는 침착한 어조로 그 이름을 한 번 더 반복하여 들려주었다.
덥지도 않은데 땀이 흘렀다. 미소도 어느새 지워지고 이제 그의 눈은 어두워졌다. 가까이 있어도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유령 - 두꺼운 고무창을 덧댄 신발을 신고 소리도 없이 복도를 걸어다니는 - 이래저래 복잡한 감정에 혼란스러워졌다.
『댁은 경찰이나 알바 짭새 뭐 그런 거요? 짐 락포드인가 하는 작자가 수배범이라도 되오?』
질문을 던져놓고 스스로 혀를 깨물었다. 경찰이라면 진작에 신분증부터 들이밀었다. 그리고 눈에 레몬즙이 들어간 사람처럼 굴지도 않았다.

『아뇨. 그저 말도 없이 가출한「건방진」애를 찾고 있는 것뿐이예요.』
남자가 많이 해본 솜씨로 지폐를 약간 던졌다.
『밤새 이러고 있고 싶진 않군요.』
하늘에서 내려온 불로소득을 움켜쥐고 에드는 말했다.
『18호실.』
그리고나서 에드는 지나치게 달아오른 오븐 속에서 회색의 연기를 풀풀 피워대고 있는 칠면조 요리를 떠올렸다. 새카맣게 타서 포크로 살짝만 건드려도 바삭 부스러지고 마는... 그리고 곧 혼잡한 LA 도로 한 가운데서 미친 사람처럼 뜀박질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곧 차에 치일 것이다.
머리가 무거웠다. 아스피린이 필요했다.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문을 부순다. 동전의 뒷면이 나오면... 그때도 문을 부순다.』
딘 윈체스터는 천천히 말하며 문앞에 적힌 숫자를 헤아렸다.
방금 전에 그는「15」를 봤고,「12」를 봤을 적보다 두 배는 흥분했다. 그리고「16」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오자 이제 세 배로 흥분했다. 머리로 피가 몰려 이마가 선명한 주홍색이었다. 화재경보기라도 울리면 아주 완벽할 것 같았다.
『이걸 그냥... 응? 아주 그냥...』
심장이 파열되지 않는게 이상했다. 아니, 사실 분노로 가득찬 그의 가슴은 진작부터 자글자글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다. 공허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과하게 쌓인 열기를 한줌이라도 덜어내려 시도를 해보았다. 허나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밖으로 내보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울화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서「쾅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라는 것으로 이야기가 종결될 지경이었다. 술꾼들에게서 나는 입냄새 만큼이나 그것은 제법 확실했다.
『살껍질을 벗기던가... 팔목을 확 비틀어...』
무지막지하게 살기등등한 미소가 얼굴에 퍼졌다.
『패버릴테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텅 비어버린 옆 침대를 발견하고 망연자실한 것도 잠시다. 악마가 잡아갔다 - 비명을 지르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공포는 그가 느낄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동생이 사라졌다. 딘은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침대를 마구 흔들었다.
「없어졌어요!」
콧물이 코에서 나오는 것도 모르고 딘은 핸드폰에 대고 아우성을 쳤다.
「자, 잠깐 눈을 뗐을 뿐인데! 어, 어쩌면 좋아요, 바비!」
날카로운 칼날이 배를 찌르고 들어왔다는 식으로 고함을 질러대서 바비는 딘이 말하는 내용의 절반도 알아듣질 못했다. 몇 개의 단어만이 가까스로 귀에 들어왔다. 짐승처럼 씩씩거리는 호흡을 곁들여 샘, 없어져, 사람 살려, 대충 이런 것들이 꼬리를 무는 뱀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딘. 무슨 문제지? 의자에 앉은 뒤에 심호흡을 하고 나서 차분히 말해보렴.》
『샘이, 새미가 없어졌어요!』
《소리는 그만 지르고 침착해라. 마지막으로 동생을 본게 언제지?》
『몇 시간 전에요!』
《그렇담 아주 멀리 가진 않았겠구나. 너희들, 뭘 하고 있었지?》
정확하게는 뭘 노리고 있었냐는 질문이었다. 어떤 놈을 사냥하고 있었는가에 따라 샘이 처한 위험도 달라질 터다. 연장자의 노련함으로 바비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저울질했고, 헨젤과 그레텔이 흘린 빵부스러기를 따라 샘을 서둘러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데바처럼 골치 아픈 종류가 아니라면 그들은 심각한 부상을 입기 전에 존의 막내 아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해내야 했다. 바비는 마지막 질문을 반복했다.
《너희들, 뭘 하고 있었지?》
남의 속도 모르고 딘은 다음처럼 낼름 대답했다.
『키스했어요!』
《......》
핸드폰 저편에서 거칠게 숨을 훅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열 여섯 살의 아이티 창부와 섹스해서 에이즈에 감염되었다고 고백하는 것보다 질이 나빴다. 신음하며 손으로 머리를 감싼 딘은 얼른 말을 바꿨다.
『어... 죄송해요. 싸웠어요.』
《싸웠다고?》
그제야 악마 어쩌고의 가능성을 배제한 딘은 여차저차한 인사말도 생략한 채 폴더를 닫아 통화를 종료시켰다. 체스판을 거꾸로 뒤엎는 행동에 바비가 앗 소리를 냈지만 이미 다른데 정신이 팔린 딘의 귀에까진 닿지 않았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악령은 이번 일엔 관계가 없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동생은 자진하여 제 발로 걸어나간 거였다.

목이 칼칼했다. 딘은 물을 마셨다.
총을 챙겼다.
전화번호부 책을 들어 모텔 항목을 찾아 첫 번째 페이지를 뜯어냈다.
「나는 잠을 자고 싶을 뿐이야. 걱정하지 마. 아침엔 반드시 돌아와」라고 적은 짤막한 메모가 협탁 위에 올려져 있는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마누라가 도망친 사내들이 다 그러하듯, 망가진 자동차를 도끼로 내려치는 상상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을 뿐이다.

Posted by 미야

2008/04/13 23:27 2008/04/1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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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4/14 01:03 # M/D Reply Permalink

    으악 ㅠㅠㅠㅠ 이렇게 좋을수가 ㅠㅠㅠㅠ 이렇게 빨리 6편을 보게 되니 너무나 좋습니다!! ㅠㅠㅠ 그나저나 샘이 결국 딘이 나간 사이에 자취를 감췄군요 ㅠㅠ 이제 딘이 샘이 도망친 곳으로 찾아왔으니, 다음편엔 어떻게 될지 너무나 흥미진진한겁니다!! ㅠㅠ 미야님 정말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해요!!! ㅠㅠㅠ

  2. 아이렌드 2008/04/14 08:38 # M/D Reply Permalink

    먼저 뛰쳐나간게 누군데 도망간 마누라를 탓하냐~~
    (그나저나 바비 아저씨 청심환이라도 드셔야할텐데...)

  3. 2008/04/15 21:16 # M/D Reply Permalink

    키스했어요 라니 딘이 너무 솔직했네요ㅋㅋㅋㅋ바비 아저씨는 어떻게 감당하라고ㅋㅋ 다 아저씨복인거죠ㅋㅋㅋ

  4. gin 2008/04/16 01:56 # M/D Reply Permalink

    잠깐 눈을 뗐을 뿐인데..라고 하는 대목에서 웬지 울컥;했어요...아마 딘은 어렸을 때도 '잠깐 눈을 뗐을' 사이에 동생을 잃어버리고는 온 동네를 뒤져 십 년은 감수한 기분으로 다시 동생을 찾은...그런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바비 아저씨는 의외로 키스했다는 얘기에 별로 안 놀라셨을 수도;; 오히려 '이것들이 드디어!' 뭐 이러지는 않으셨을까요;; 그동안 바비 아저씨 앞에서 형제가 막 신혼부부처럼 싸우고;; 그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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