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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6 [S☆N-fanfic] Paradise Lost 05 by 미야 (4)

조깅은 매우 훌륭한 운동이다. 적당한 뜀박질은 심혈관 상태를 개선시키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해소시킨다. 하루 20분에서 30분 가량의 시간, 편안한 운동화와 땀 흡수가 잘 되는 옷만 있으면 건강의 유지․  증진은 누워서 떡먹기다.

여기서의 주의사항. 뒤에서 성난 곰이 앞발을 들고 쫓아온다는 식으로 달려선 관절이 상할 수 있다. 무장한 FBI 요원이 어디서 총을 쏠까 전전긍긍해하며 반복해서 뒤를 돌아다보는 것도 안 좋다. 전문가의 조언이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혹처럼 튀어나온 나무뿌리 같은 것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으니 앞을 똑바로 보고 100미터를 55초의 숨으로 천천히 달리도록 하라. 무조건 빨리 뛴다고 다리가 곱절로 튼튼해지진 않는다. 여유를 가지도록. 그러지 않았다간...
『아욱!』
지금의 딘 윈체스터처럼 보기좋게 나무에 박치기를 할 수 있다.

노란 별똥별이 왔다갔다하는 가운데 자신을 공격한 나무를 부둥켜 안았다. 숨이 턱 밑에까지 차올라 당장은 이마가 깨졌다는 고통도 접수 불가다. 다만 그가 느낄 수 있었던 건 광란하며 펌프질하는 심장, 그리고 터질 것처럼 부풀어올라 한계를 호소하고 있는「남성」이었다.
『빌어먹을... 이놈의 지퍼가... 지퍼가...!!』
아무리 외진 곳이라고 해도 주변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알게 뭐냐. 체면이고 뭐고 당장 죽게 생긴 사람에겐 공중 도덕은 필요 없다. 자제력은 진작에 고갈되었다. 다급하게 옷을 풀러 흉폭하게 날뛰고 있는 물건부터 꺼냈다.
『끄응.』
손바닥으로 딱 한 번 훑었을 뿐인데도 기세좋게 반응하는게 끝내준다. 날생선처럼 퍼득거리는게 미워서 죽을 지경이다. 따뜻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난 페니스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려 들었다. 딘은 숨가쁘게 헐떡거렸다.
『이게 뭐냐고... 내 꼴이 이게 뭐야.』
이를 가는 것과 동시에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해서 사정했다.
『흑!』
가로수에 보란 듯이 튕겨오른 하얀 분비물이 그저 기가 막혔다.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인생 자체가 끔찍하게 여겨졌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물론 제법 있었다. 돌이켜보면 좋다고 할 일이 별로 없는 28년이었다. 늑대 인간을 쫓는답시고 달려나가다 시궁창을 굴렀을 적에도, 무덤을 파다 실수로 생매장 당할 뻔했을 적에도, 그는 후지고 후진 자신의 이름을 누렇게 뜬 혓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람 빠진 공처럼 굴리곤 했었다.
엉망진창이라고, 딘 윈체스터. 누굴 닮아 이렇게 엉망진창인 건지.
칸이 채워지지 않은 답안지를 든 교사는「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비웃었다.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생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그의 맹꽁이 아버지는 아들의 청바지가 언제 작아지는지를 눈치채지 못했다. 딘은 늘 사이즈가 맞지 않은 신발을 질질 끌며 학교에 가야 했다. 좋아했던 여자 친구는 비밀을 털어놓자 웃음을 터뜨렸다.「자기가 유령을 사냥한다고?」방향을 지시하는 깜빡이 전구는 오른쪽에서 점등했다. 그런데 딘 윈체스터는 기계 회로가 고장나 왼편으로만 회전이 가능한 탈 것에 앉아 있었다. 별들이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타고 뒤쪽으로 물러섰다. 도중에 뛰어내릴 수도 없어서 그는 그쪽으로 가면 안된다는 신호와는 별개로 엉뚱한 곳으로 집어던져질 수밖에 없었다. 여자 친구는 흥분해서 뺨을 때렸다.「내가 싫증났다면 그딴 식으로 둘러대지 말고 솔직하게 헤어지고 싶다고 말해!」바짝 말라붙은 낙엽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거지 같았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뒤로 꺾자 씁쓸한 뒷맛이 등줄기를 타고 발목까지 흘러갔다.
메스꺼웠다. 죄책감과 혐오감이 어지럽게 뒤섞여 곰팡이 빛깔의 푸른 덩어리를 반죽했다. 그리고 그 반죽은 무슨 플라스틱 껍데기처럼 그를 포장하기 시작했다.
잘 한다. 길바닥 나무에 대고 아무렇게나 수음이나 하고.
손바닥에 남은 비릿한 냄새의 체액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며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처음 샘이 딘에게 입술을 부벼댄 건 순전히 싸움의 의미에서였다.(* MLR)
효과는 끝내주게 확실해서 3시간 40분동안 쉬지 않고 욕설을 퍼부어대던 딘은 그 즉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샘은 그렇게나 원하던 침묵을 획득할 수 있었고, 딘은 패닉에 빠졌다.
대륙을 횡단하는 장거리 운전 중이라 두 사람 모두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지쳐 있었다. 더하여 임팔라 뒷자석엔 자칭 천사라는 유령도 타고 있었다. 상황은 통제를 잃고 있었다.
「이거 마음에 든다. 앞으로 형을 조용하게 만드려면 키스해야겠네.」
「닥쳐.」
「닳고 닳은 주제에 새색시처럼 그러지 말라고. 혀는 안 집어넣었으니까.」
「닥치라고 그랬지!」
딘은 운전대를 돌려 전속력으로 건물 정 중앙으로 돌진할 작정이었다.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져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부상한다고 해도 맹세코 그럴 생각이었다. 그는 운전대 앞으로 몸을 바짝 숙이고, 두 눈을 있는대로 크게 뜨고, 임팔라의 뒷바퀴가 비명을 질러대는 걸 듣고 있었다. 얄밉게도 샘은 그 옆에서「맘대로 해」팔짱을 끼고 있었다. 딘은 가속기를 세게 밟아 자갈과 먼지를 뿜어올렸다. 진땀이 흐르는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거머쥐고 정면을 응시했다. 니트로글리세린이 가득찬 유리병처럼 거대한 힘이 위태롭게 축적되고 있었다.
「자살은 명백히 살인입니다.」
뒷자석에 앉은 남자 유령이 보다 못해 차분한 목소리로 설교했다.
「안전 운전, 당신의 배려가 소중한 생명을 지킵니다.」
얼토당토한 캠페인에 샘과 딘은 동시에 울컥해서 고함을 질러댔다.
「닥쳐! 귀신아!」
달빛 가득한 도로 위에서 형제는 그렇게 송곳니를 드러내고 다퉜다.

돌이켜보니 그때 왜 마음을 바꿔 계기판의 바늘이 제한속도 아래로 내려가게 했는지 후회스럽다. 그냥 다 죽고 끝장을 보는 건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꼴사나운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세상이 두쪽난 고통에 몸서리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뒤집어져 옆으로 구르는 임팔라 안에서 동생과 손 붙잡고 죽었더라면... 그냥 세상이 까맣게 변했다면 오죽 편했을까. 재미없는 한 편의 영화가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새카맣게... 눈물이 우러나왔다. 우울증과 거역하기 힘든 무력감이 다시 엄습했다. 뽑아낼 수 없는 커다란 못이 가슴에 박혀있다. 아프다. 아파서 미칠 것 같다. 고름이 흐르는 상처를 움켜쥐고 흐느꼈다.

『안돼, 안돼...』
사랑하고 있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도록 사랑한다.
그 머리카락에서 나는 냄새만 떠올렸을 뿐인데도 아랫도리가 꿈틀거렸다.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좋아서 - 섹스하고 싶어서 - 물기를 뚝뚝 흘리며 자극을 종용했다. 그 몸을 좌우로 벌리고, 깊게, 더욱 깊게 - 당황하여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봤자 떨쳐지지 않는 영상은 요나를 삼킨 고래처럼 그를 덮쳤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작게 몸을 떤다. 귀엽다. 손을 뻗어 그 팔목을 붙잡는다. 샘은 흠칫하고 몸을 사리지만 결코 저항하지 않는다. 어떤 충격적이고도 무서운 일을 염려하고 있을지언정 그보다 더 깊은 내면으로 거대한 신뢰가 자리를 잡고 있기에 안심한다.
딘 윈체스터는 그를 해치지 않는다. 아프게 하지 않는다.
아득하고 몽롱한 눈빛이「자, 그래서?」라며 물어온다. 두 사람은 모두 뜨거운 열기를 느꼈고, 그 열기는 어디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밖으로, 그리고 다시 안으로... 흥분한 성기가 빨리 밖으로 꺼내달라며 벽을 두드려댔다. 동시에 그 말썽꾸러기들은 자신들이 가야할 장소를 두고 재잘재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샘은 두 팔로 딘의 어깨를 감싸안고 그의 목 뒤에서 두 손을 깍지꼈다. 딘도 같은 몸짓으로 동생을 감싸안았다. 서로에게 몸을 기울여 이마를 맞붙였다. 샘의 몸에서 희미하게 비누 냄새가 났다. 두 사람의 입술은 거의 붙을 것처럼 가까워졌고, 딘은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누군가 불타는 석탄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했다.
「나도야.」
샘이 수줍어하며 동감을 표현했다. 뿐만아니라 갈작대며 남의 목덜미를 손톱으로 긁는 동작엔 조바심이 가득이었다.
「내 것도 뜨거워. 다리미를 올려놓고 깜빡 잊은 것처럼 말이야.」
마지막 호흡을 앞두고 눈을 감은 건 샘이 먼저였다. 그 뒤를 따라 딘이 눈을 감기 전에 볼 수 있었던 건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동생의 웃는 낯, 그리고 깨끗한 피부였다.

『안돼. 잘못된 일이야. 그래서는 안 되는 거라고.』
딘은 이마를 나무에 대고 쿵쿵 소리가 나게끔 부딪쳤다.
그것은 상처를 주는 행위다. 맹세하지 않았더냐. 언제까지고 동생을 보호하겠다고.
오물로 범벅이 된 더러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자제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동생을 밀쳤을 적에.
벌러덩 드러누운 샘은 기대에 가득차 그 형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을 온전히 덮어 뜨겁게 사랑을 속삭여주길 기다리며.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무릅쓰고 스스로의 의지로 다리를 벌리고.
어서, 라고 종용하며 그 입술을 혀로 핥았다.

『맙소사, 샘...』
범하지 않으려면 허겁지겁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샘은.
부숴졌다.

「딘!」
「돌아와!」
「나에게 이러면 안돼!」

입구가 없는 미로에 갇혀 언제까지고 헤매고 방황한다.
소중한 아이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 기묘한 불안감과 함께하여 넘쳐흐른다.
얼마나 특별한가. 요람에 누운 작은 아기의 뺨에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가져갔을 적부터 애정은 마구 끓어올랐다.「엄마! 새미가 배가 많이 고픈가봐요!」아기는 그때부터 이마를 찡그리며 그의 성가신 형에 대한 불만으로 끙끙거렸다.

「사랑스럽지 않니?」
「네. 사랑스러워요.」

마지막으로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던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면 지금이 처음일 수도.

널 사랑해.
하지만 나는 널 사랑해선 안돼.
운석이 떨어져 세상에 우리 단 두 사람만 살아남아도.
네 짝은 내가 아니니까.

목구멍에서 날이 선 차가운 비명이 올라왔다.

Posted by 미야

2008/04/06 22:15 2008/04/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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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4/07 00:55 # M/D Reply Permalink

    세상에나 세상에나...ㅠㅠ 정말이지 저는 오밤중에 미야님에 대한 감사함이 너무 넘쳐나서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이렇게 애타고 감질나는 글이라니요. 딘이 너무 안타깝고, 갈등하는 마음이 절절히 와닿아 가슴아파지는 밤입니다.. ㅠㅠ 너무 잘 보고 갑니다 미야님.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ㅠㅠㅠㅠ

  2. 밤맛만쥬 2008/04/07 19:50 # M/D Reply Permalink

    아니ㅜㅜㅜㅜㅜ언제 글이 올라왔던거지요.ㅜㅜㅜ
    딘 이놈자슥!ㅜㅜㅜㅜ으앙, 자제력이 강한 딘이 미워요ㅜㅜㅜㅜ

  3. 소나기 2008/04/09 21:47 # M/D Reply Permalink

    왜 항상 눈물나게 불쌍하고 짠하고 안쓰러운건 딘의 몫인지 모르겠어요.ㅠ.ㅠ
    이를 어쩌냔 말입니까.

    너흰 서로가 짝이란 말이다!!!!

  4. 비밀방문자 2008/04/12 12:06 # M/D Reply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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