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컁, 이번 일요일에 토코쿠키 마을에서 낚시대회가 열려요. 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 ※
톡 쏘는 맛의 음료를 권하던 제러드의 배려는 썩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한 것 같았다.
누가 보더라도 젠슨의 안색은 지나치게 창백했는데 모텔에서의 장면 89번을 찍고 난 다음에는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리기까지 했다. 샘이 켜둔 노트북의 하얀 빛이 반사되자 이건 뭐「뱀파이어와의 인터뷰」속편이었다. 렌즈 너머의 피사체에 집중했다가 도로 눈을 떼어낸 조나단은 뒤편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젠슨, 괜찮나.』
『여기에 맞는 22구경 탄창은 이게 아닌 것 같아요. 딱 소리를 내며 맞물리질 않는데요.』
어디 아픈 곳 없냐고 물어봤더니 예스도 아니오, 노도 아니오, 소품이 이상한 것 같다고 대답한다. 요컨대 촬영엔 지장이 없을테니 꼬치꼬치 캐묻지 말라는 뜻이다. 너구리 마흔 다섯 마리가 한꺼번에 재주를 넘었다. 눈치가 백단인 조나단은 맥스를 향해 재차 수신호를 보냈고, 그래서 젠슨의 손에 쥐어진 물건은 글락에 끼워넣을 탄창이 아니라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홍차가 되었다. 배우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한숨이 터져나왔다.
『말콤 부부가 구입한 골동품의 정체가 뭔지 알아?』
『그 새카만 돌조각? 선반에 놓여져 있던 거? 강아지 불알 닮은 그거 말이지.』
『강아지 불알... 형. 제발. 그런 표현은...』
『뭐가 어때서 그래, 새미. 거시기랑 비슷하게 생겼잖아.』
『내가 못 살아. 아무튼 그건 선반에 놓고 그윽하게 쳐다보고 할 장식이 아니야. 크기가 작아도 그건 젤로스 신상이라고.』
침대 위로 도구를 펼쳐두고 권총을 깨끗하게 정비하던 딘은 한쪽 눈썹을 치켜뜬다.
『젤로스? 그게 뭐여.』
『질투의 여신이야.』
『여신?! 에엑? 농담이겠지. 그 강아지 불알이?』
여기서 샘은 기가 막히다는 투로 딘을 3초간 쳐다봤다가 만사 포기한다는 식으로 도리질한다. 그리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젤로스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지독한 사팔뜨기이고, 빼빼 말랐는데다, 치아는 군데군데 썩어... 항상 찌푸리고 있는 그녀가 히죽 웃을 때는 남들이 불행하다고 여길 때이며, 반대로 사람들이 행복하다 생각하면 질투심에 몸부림치다 결국 몸이 야위는...
순간 툭 소리가 났다.
젠슨이 쥐고 있던 총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노트북으로 시선을 주고 있던 제러드는 흠칫해서 어렵게 외운 대사를 날렸다.
『컷.』
손바닥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과 함께 조명이 꺼졌다.
『잠시 얘기 좀 하자. 어제 잠 안자고 뭐 했어, 젠슨. 축구 경기 봤지! 그렇지!』
『어... 안 보고 그냥 잤는데.』
『그런데 왜 눈이 절반은 감겼나.』
『어... 커피를 안 마셨어요.』
『거짓말 말아. 자네의 그 손... 넉 잔, 내지는 다섯 잔? 그러니까 떨리고 있는 거잖아.』
젠슨은 손을 감추기 위해 얼른 주먹을 쥐었다.
『피곤해서 그래요. 맹세해요. 맨날 베스트 컨디션일 수는 없잖아요.』
『물론 맨날 베스트 컨디션일 수는 없지. 수퍼맨도 슬럼프에 빠지는데 말이야. 나 역시 가끔은 특별한 이유 없이 지칠 때가 있어. 그런데 지금의 자네는 중간도 아니고 바이오 리듬이 바닥을 뚫고 지하 3,000m 암반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야. 그러니 말해보게. 어쩌면 좋겠나.』
아까부터 안절부절 좌불안석인 제러드가 얼른 끼어들었다.
『순서를 바꿔서 장면 212번을 찍으면 어때요.』
샘이 커피를 사들고 모텔로 돌아온다. 공동묘지에서 밤새 삽질하다 돌아온 딘은 곤하게 자고 있다. 샘은 겉옷을 벗은 뒤에 신문을 테이블에 올려다 놓곤「다녀왔어」라고 말한다. 코를 고는 드르륵 소리가「어, 왔냐」라는 인사를 대신한다.
『저거... 연기야?』
샘은 떫은 - 떫은? 떫은 표정 맞아? - 미소를 지으며 사방에 흝어진 양말과 셔츠를 정리한다. 방안을 돌아다니는 인기척이 귀찮다며 딘이 크릉 소리를 내며 돌아눕는다.
『저거 연기 맞냐고.』
제발 조용히 하라며 누군가 맥스의 머리통을 쾅 하고 때렸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