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은 도대체 뭘 보고 다니는 건지

시력은 나쁜 편이다. 0.4에 0.6인데 교정되지 않는 난시가 약간 있고, 발열을 안구로 하는 특이체질로 컨디션이 나빠지면 <본다>는 행위 자체가 지옥이 된다. 감기를 앓는다 싶으면 눈 감고 살아야 할 지경.
어쨌든 안경을 쓰는 것으로 시력을 커버하지만 걸어다니면서 주변을 주의깊게 살피는 편도 아니고 해서 많은 걸 놓친다. 한 마디로 관찰력 꽝이다. 외계인이 옆으로 지나가도 눈치를 못 챌지도. 그래서 가끔 친구들은 화가 잔뜩 치밀어 쌩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성격 나쁘다고 지적도 많이 받았다. 특히 어른들이 흥분하여 야단인데 그분들 눈엔 난 뻣뻣하게 턱을 치켜들고 다니는, 인사성 제로의 문제아다.

각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건 보인다는게 문제.
다리가 없는 새카만 여자가 휙 지나가는게 보여요
이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살짝 더 엄한 것이 보인다.

50대 아저씨들, 뭔가를 즐겁게 말하며 지나가신다.
그런데 왜 한 아저씨가 다른 아저씨의 엉덩이를 은근슬쩍 쓰다듬는 것이다.
1초의 찰나였는데 왜 그런 건 잘도 보이는 건지. 진짜로 손가락이 엉덩이에 닿은 건 딱 1초였다. 뒷주머니에 꽂은 지갑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러나 내 레이더망에 딱 걸린!
커억 각혈하고 다시 보았다. 그냥 알아차렸다. 아아아, 또 보았어. 싫어. 제발 그런 건 알아차리지 좀 마라. 절규해봤자 쓸데없는 건 눈에 잘 들어온다. 그 손가락이, 희미한 열기를 담은 50대 남자의 주름 투성이 손가락이이이이~!! 제기랄~!! 차별하고 싶진 않아. 그치만 오후 6시에 길바닥에서 뭣들 하는 짓거리야!
이럴 적엔 냄새도 못 맡는 담배가 피우고 싶어진다.
젊은 놈이나 늙은 놈이나 연애한다고 티내는 것들은 그냥 빗자루로 쓸어버리고 싶어진다.
40대가 가까워지는 영원한 솔로부대는 남들 애정 행각에 세상 만사가 짜증스럽다.


* 이어서 깨작거리는 짤퉁 감상, <연쇄살인범 파일>

지루하다. 역겹다. 왜냐. 연쇄살인범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고 그러니까. 사람들 이름만 바뀌고 도시 이름만 바뀌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이코 살인마가 이런 짓을 저질렀답니다 - 강간, 살인, 그리고 시체 훼손. 그걸로 500페이지나 써내려가는 건 너무했다.
어쨌든 한 가지 의심이 드는 건... 사이코들의 코는 죄다 비뚫어졌나 하는 점이다.

나는 피를 보고 놀라진 않는다. 그 색감이라던가 질감이라던가 하는 걸 보고 토하지는 않는다. 물감 섞으면서 신선한 피, 굳기 시작한 피, 말라붙은 피, 이러고 즐겁게 논 적도 있다...;; 슬쩍 말해두자면 피의 색감 내는 건 무척 어렵다. 식용 색소로 특수효과용 피 만드는 사람들, 존경한다. 피처럼 붉다는 거, 어렵다. 정맥피와 동맥피 차이 내는 건 하느님 레벨임.

호기심에 살점을 제거한 개의 두개골을 손으로 만지기도 했다. 솔직히 별 느낌 없었다. 내가 그걸 유심히 만지는 걸 보고 한 아줌마가 질겁하여 비명을 질러댔는데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다.
해부학 책도 가지고 있다. 의학 전공도서가 아니라 미술 해부학이라 덜 전문적이라는게 차이점이 있지만 아무튼 안면 절개도를 봐도 식겁하진 않는다. 죽은 시체는 그저 슬플 뿐이다.

그러나 냄새라면 다르다. 나는 내장의 날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생선가게 앞을 지나면 웩웩거린다. 정육점도 싫다. 고기는 환장하게스리 먹어치우지만 날고기는 두렵다. 냄새 때문이다. 차에 치어 죽은 개나 고양이의 시체가 싫은 건 그놈의 독특한 냄새 때문이다. 썩어 문드러진 시체를 그림으로 보는 건 괜찮지만 (CSI 시청하면서 밥 먹기 가능함) 아마 직접 바디를 보게 된다면 그 들큰한 악취를 견딜 수 없어 그 즉시 발광해버릴 거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는 거다. 시체와 성교? 코가 비뚫어졌냐! 내장을 손으로 막 만져? 코가 비뚫어졌냐! 살점을 뜯어 먹었어? 코가 비뚫어졌냐!

본문에는 덱스터의 아이스트럭 킬러가 연상되는 프레드 웨스트도 나온다. 프레드는 아이스크림 트럭을 몰았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기념품으로 챙겼다. 하긴, 무수한 영화나 드라마가 실제 사건을 본따 만들어졌을테니까 닮았다 싶은게 당연히 나올 법하다.

최근에 작성된 저서는 아니다. 제프리 다머는 감옥에서 동료 수감자에게 맞아 죽었는데 이 책에선 여전히 감옥에서 썩고 있는 걸로 나온다. 실베스타 스텔론이 나오는 모 SF 영화에선 냉동되어 영구 동결된 걸로 묘사된 적도 있으니 거기서 거기지만.
 

Posted by 미야

2007/06/21 19:00 2007/06/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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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다!

바비 싱어였구나... (역시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다시 보자 슈퍼내츄럴!)
엘리스님 블로그에서 퀴즈 답을 보다가 식겁.
<B. B> 라는 이니셜을 적은 자신의 책을 샘에게 빌려줬다는 팬픽 줄거리는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어익후. 바비가 아끼던 책을 머리를 베고 누웠음을 깨닫고 딘이 난감해하는 장면이 아직 안 나와서 천만다행. 덕분에 줄거리의 수정이 필요해졌다. 그냥 베로니카 내지는 바바라 여사의 책이 되는 거다.
바비? <내 책, 내 책~ 구겨졌잖아~> 이러는 당신의 출연 장면은 방금 전에 삭제되었습니다.

어째서지? 당연하다며 바비 브라운이라 생각했다. 설마... 스누피?
뭐, 어쨌든 상관 없겠지. 팬픽션은 말 그대로 망상 극장이니까.
데릴 사위여서 결혼 전의 성이 브라운이라고 우기면 안 될까. (<- 그게 될까보냐!)


네이트 CSI 공구 <연쇄살인범 파일> 책 도착. 우호호호~!! 두껍다!

Posted by 미야

2007/06/21 08:43 2007/06/2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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