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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0 [S☆N-fanfic] Bloody blast 07 by 미야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원작 설정에서 한 100만광년쯤 멀어졌습니다.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메텔과 기념 사진 찰칵. ※


프로 도박꾼이 스페이드 에이를 찾는답시고 돋보기를 들고 한참을 쳐다봐도 속내를 제대로 감출 줄 아는 딘이다. 그가 포커판에서 잔뼈 굵은 꾼들을 상대로 판돈을 거머쥐는 건 다 까닭이 있다. 배회하는 유령마저 가뿐하게 속여넘길 줄 아는 능청스러움은 지금도 제 기능을 다하는 중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색색으로 빛나는 요란한 경고등에도 불구하고 태평스런 어조로 눈 하나 꿈쩍 않고 반문했다.
대신 테이블 아래에선 상황이 달라 부지런히 발을 움직여 동생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 즉시 샘은 억지로 꾸며낸 것이 역력한 웃음을 띄고「오늘은 날씨가 참 좋죠? 하.하.하.」식의 엉뚱한 소리를 읊었다. 백설공주가 독을 바른 사과를 일곱 조각으로 잘라 상한 굴요리와 같이 해서 난쟁이들에게 권하는 식이었다. 리가 눈알을 굴려댔다. 어쨌거나 이제 바톤은 딘에게로 넘어왔다.

『헛수작 부릴 생각일랑 말고 내 눈을 똑바로 봐, 딘 윈체스터. 방금 말한 그「콜트」라는 거 말이야. 1835년에 사무엘이라는 작자가 만든 오래된 총을 말하는 거겠지? 은으로 만들어진 총알은 모두 13개. 손잡이에 펜타곤이 음각되어 있고, 기다란 총신에 브라브라 뭐라고 문자가...』
『제법 잘 아네.』
뜨거운 풀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바비큐를 굽느라 고생하는 사람처럼 그녀가 짜증을 부렸다.
『빌어먹을! 농담이 아니야. 콜트가 너희들의 목적이라면 난 여기서 깨끗이 손을 떼겠어.』
『어째서?』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은 처음이다. 그거야 내 수용 범위를 한참 넘기 때문이지! 난 그렇게 엄청난 건 감당할 수 없어. 맨주먹으로 뱀파이어 임금님과 맞장을 뜨는게 차라리 낫겠다. 맙소사, 이걸 봐. 너희들 때문에 소름이 돋았잖아!』

일단은 그녀더러 진정하라 다그쳐야 했다. 보통의 인간은 소름이 돋았다고 하면서 팔뚝을 내미는 법인데 저놈의 여자는 블라우스 자락을 좌우로 벌려 자기 가슴을 드러냈다. 덕분에 식당 안의 남자들 눈이 죄다 앞으로 돌출되어 나왔다.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고 하면서 입이 아니라 엉뚱한 어깨에다 들이붓기도 했다. 쓰고 있던 안경을 밀어올리고 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이때다 터뜨리는 작자도 있었다.
이가 갈린다. 뜬금 없는 플래쉬가 성가시기도 하거니와 딘은 도대체 이 상식 밖의 여편네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아울러 어딘가로 굴러가버린 자신의 이성을 찾아 식당 바닥을 열심히 더듬거리고 있는 다수의 손님들 또한 충분히 골칫덩이였다.「마이클」이라는 이름이 적혀진 조각 하나를 주워 원래 주인을 향해 재빨리 던져주면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쳤다.

『언니는 스트립 쇼가 취미야? 보는 우리가 부끄러워 죽겠어. 제발 가슴 좀 가렷!』
『뭐가 어때서 그래. 여자 가슴 처음 봐? 두 사람 다 R등급 시청이 가능한 나이잖아.』
『나는 몰라도 내 동생은 아직 아니야! 얜 아직 어리단 말이야. 진짜지 이대로 쫓겨나고 싶어?! 경고하는데 자꾸 이러면 우리가 먹는 밥 값의 전부를 그쪽이 부담하게 될 거야. 아무튼 우리가 콜트를 찾고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당신을 부른 건 뱀파이어 때문이지 콜트 때문이 아니라고. 댁은 그 점을 염려할 필요가 없어.』
『잠깐만. 콜트로 루더를 죽였다며. 그건 다시 말해 콜트가 너희들 수중에 있다는 얘기잖아.』
『있었다 - 과거형으로 정정해야 옳아.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으앗! 설마, 그걸 뱀파이어가 낼름 집어갔다는 건 아니겠지?!』
『그렇진 않아. 젠장... 하여간 설명하려면 무지 길어.』

정말로 길다. 딘은 노란 눈의 악마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딱 하나 남은 콜트의 총알을 차례차례 떠올리고는 이마를 접었다. 머릿속에서 잔뜩 녹이 쓸어버린 그네가 끼익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귀에 거슬리는 금속의 높은 음이 싫어 그네의 움직임을 멈추고자 줄을 잡았다. 순간 무거운 문이 탕 소리를 내며 닫겼고, 한 남자가 사무적인 어조로「사망 시각은 오전 10시 41분...」이라 선언한다. 참지 못하고 샘이 아빠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여기에 동조하여 영혼을 갉아대는 쇳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꼭 쥐어오는 샘의 손이 차갑고 축축하다. 아아, 미칠 것만 같다. 머리카락을 모조리 쥐어뜯고 싶다. 손바닥으로 귀를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시선을 내리깔고 커피잔을 들었다.
이런 격정,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맹세라도 해줘?』
『알았어, 딘 윈체스터. 콜트가 목적은 아니라는 거지?』
상체를 뒤로 젖혀 등받이로 몸을 기대면서 리는 어깨를 가볍게 들썩였다.
『믿을게.』
그녀는 이외로 쉽게 넘어갔다.

『하지만 이보다 더 고약할 순 없겠다. 하필이면 콜트로 뱀파이어를 죽이다니.』
『어째서? 콜트는 초자연적 존재를 죽일 수 있는 궁극의 무기잖아.』
『쯧쯧...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구먼. 너희들, 그 무기를 만든 사무엘이란 자에 대해 전혀 아는게 없지? 그러니까 그렇게 태평스런 소리를 지껄이는게야. 질문 하나 할게. 그가 만든 콜트의 총알이 하필이면 13개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어?』
당연히 그런 적 없다. 딘은 검지손가락으로 턱을 지긋이 눌렀다.
『글세. 딱히 그 문제로 고민해본 적은 없는데... 그가 평생에 걸쳐 죽이고 싶은 대상이 아마도 모두 열 셋이었나 보지. 총알 하나당 유령 한 마리. 어때?』
진지함이라는게 요~만큼도 없는 무성의한 대답에 리의 목소리가 음침해졌다.
『기가 막혀서. 너는 바보냐.』

오늘날의 호텔이나 아파트엔 13층이라는게 없다. 불길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매달 13일에는 비행기나 기차 여행의 예매가 취소되는 일이 빈번하다. 여기다 금요일이라는 특정 요소까지 겹치게 되면 직장인들은 갖은 핑계를 대고 결근을 감행한다. 덕분에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손실액만 수 십억 달러를 가볍게 상회한다.
『독일에는「13시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라는 표현이 있어. 당연히 좋지 않다는 의미야. 중국에선 음력 13번째 달을「근심의 지배자」라고 부르지. 이스가리옷의 아들 유다는 예수의 13번째 제자였어. 고대 바빌로니아 천문학에서는 13번째 궁이 까마귀 자리였는데 이는 불행의 상징이었지. 동화책에 나오는 13번째 아이의 대부는 커다란 낫을 든 죽음이고 말이야.』
이쯤해서 샘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하지만 헤브라이의 카발라에선 13을 행운의 수로 여깁니다. 아랍어에서 유일자를 의미하는 단어인「아하드」의 키 값은 13이거든요.』
아는체 하는 참견이 결코 반갑지 않은지라 리의 눈초리 쌀쌀맞았다.
『그래서 뭐. 사무엘 콜트가 유일신을 찬양하는 의미로 은총알 13개를 만들었다고?』
『아뇨. 그러니까 제 말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특정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그다지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리는 여러가지 의미가 뒤섞인 긴 호흡을 내쉬었다.
『틀린 소리는 아니군. 확실히 그럴지도. 허나 이것 하나만 말해두지. 보통 불을 제압하는 건 물이지. 물을 부으면 불은 꺼지니까. 그런데 사무엘 콜트는 여차하면 맞불을 놓아 불을 끄려고 했던 사람이야. 천재였거나, 아님 이단아지. 산불을 끄려면 폭탄을 빵 터뜨리는게 최고라고 주장하는데 그게 정상이야? 그러니까 나라면 콜트에 손을 대지 않아. 주인을 닮아 상식 밖일게 뻔하니까. 그런 물건은 상자에 넣어두고 그대로 납땜해서 봉인하는게 최선이야. 어차피 뱀파이어는 목을 베면 죽게 되어 있다고. 수상쩍은 콜트로 쏴죽일 수고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봐. 안 그래?』
그 말에 형제들은 그 어떠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안 그러냐고.』
재차 묻는 말에도 딘은 대답을 안 했다.

눈치는 멀쩡하다. 리의 눈이 바늘처럼 가늘어졌다.
『이런. 너희들... 쓰고 싶은 거구나. 그 콜트를.』
그들의 적이 노란 눈의 악마라는 얘기까지는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 빌어먹을 악마를 죽이려면 반드시 그 콜트가 필요하다는 걸 설명하기도 싫었다. 어차피 지금은 콜트가 문제가 아니었고, 그 점이 형제들을 침묵시켰다.
딘은 샘에게 은밀히 눈짓했고, 샘은 뭔 소리인지 잘 알았다며 속눈썹을 깜빡거렸다.
공유하는 비밀에 그들의 영혼 만큼의 무게가 실렸다.

리는 한바탕 발광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이것들이 진짜...! 악을 악으로 물리친다고 해도 상관 없어? non timebo mala. 사무엘은 자신의 좌우명대로 어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어둠을 사용하기도 했지. 그치만 어둠은 누가 뭐래도 두려운 존재야. 이용한다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고. 이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지만 말고 뭐라고 대답을 해! 사람이 기다리고 있잖아!』
『커피가 식어요.』
『으이그!』
그녀는 포크와 나이프를 거칠게 내던지는 것으로 즐거운 아침 식사가 끝났음을 선언했다.
그럼 이제부터는 담배를 피울 시간이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 신호했다.
뭐, 사람에겐 각자의 사정이라는게 있는 것이고... 오른손 손가락에 담배 한 가치를 끼우면서 그녀는 쓰게 웃었다. 참견할 일도 아니고 참견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인생에 뭣 모르고 깊게 관여했다가 커다란 댓가를 치룬게 엇그제다. 그 상처가 너무나 지독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맹세했었다. 그들이 콜트를 원한다면 원하도록 내버려 두자. 뭔가를 숨기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라지.
이것은 비즈니스. 재화와 기술을 서로의 이해 관계에 따라 재배치한다.
입술 사이에 문 담배의 위치를 바꿔보았다.
뭉게구름이 되어 날아가는 허연 연무에 동생 쪽이 콜록거리고 기침을 터뜨렸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몸이 튼실하진 않은 것 같다. 두꺼워 보이는 팔뚝은 근육이 아니라 풍선으로 만들어진 것일지도.
그런 동생을 흘끔 쳐다본 딘이 귓가에 대고 무어라 소곤거렸다. 샘은 부랴부랴 고개를 가로저었고, 리는 그 내용이「내가 가서 담배를 꺼달라고 말해볼까?」라는 걸 알아차렸다.
알았다, 이놈들아. 그녀는 재빨리 바람을 등지고 서서 연기가 그쪽으로 가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거다 하고 생각해둔 건 있어?』
『특별한 건 없어. 단지...』
리는 계속해 보라는 시늉으로 손가락을 빙글 돌렸다.
『근방으로 수상한 무리가 나타나진 않는지 주의깊게 살펴봐야겠지. 행방불명 되었다가 피 한 방울 남지 않은 시체로 발견된 사람은 없는지도 확인하고. 그리고 루더의 가족에 대해 조사할 거야.』
『진짜로 특별한 건 없네. 꽤나 스탠다드 하잖아.』

딘은 화를 낼지 말지를 정하려는 듯 약간 뒤로 물러섰다.
『뭐야, 그 재미 없다는 식의 반응은. 우리가 어리석게 굴고 있기라도 하다는 거야?』
『흥분할 것까진 없잖아.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어, 보이. 하지만 너무 정석대로라 의외라고나 할까. 조금은 과격하게 나올 수도 있겠거니 기대했거든. 예를 들자면 말이야, 흡혈귀 한 마리를 잡아 무섭게 고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걸 모두 불게 만든다... 어때?』
『그거야 댁의 방식이지. 어이가 없다, 정말.』
문제는 리가 농담으로 그런 소리를 꺼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녀라면 정말로 뱀파이어를 생포해 거꾸로 매달아놓고 커다란 바늘로 피부를 쿡쿡 찔러대고도 남을 것이다. 그것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이다. 상상하자마자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딘은 정색하고 말했다.
『당신, 이거다 하고 결정하면 막 나가는 그런 면은 고든과 비슷하군.』
『그건 욕이야~!!』
고든을 잘 아는지 리가 버럭 고함을 지르며 반박했다.

Posted by 미야

2007/06/10 23:24 2007/06/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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