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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0 [S☆N-fanfic] Bloody blast 10 by 미야 (1)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정확히 닷새만에 형제들 앞에 나타난 여자는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좌중을 훑어보았다.
『왜들 그래.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네.』
아닌게 아니라 귀신 맞다. 그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다. 화장이 들뜬 피부는 푸석푸석했고 눈두덩이까지 부어올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입술이 터서 아파 보인다. 길게 기른 손톱 중 세 개가 부러졌다. 커다란 핀을 아무렇게나 꽂은 머리카락은 잔뜩 뒤엉켜 더 이상의 빗질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난리가 난 사막에서 선인장을 마주보고 국민 체조를 열심히 하고 돌아오기라도 한 건가.
고개를 길게 빼고 굵은 모래가 파우더처럼 뿌려진 신발을 살폈다. 그리곤 다시 턱을 쳐들었다.
설마, 코흘리개 아이들과 어울려 놀이터에서 모래탑 쌓기에 열중했던 건 아닐테고. 구릿빛 피부를 연출하기 위해 플로리다 해변가를 산책했다고 가정하기엔 굽 높은 부츠가 마음에 걸렸다. 저런 부츠를 신고 모래사장을 멋대로 걸어다녔다간 다리가 푹푹 빠져 결국엔「사람 살려!」고함을 지르게 된다.

뭐, 먼지 투성이로 변해버린 멋쟁이 신발은 그렇다 치고.
연극적인 몸짓으로 어깨를 으슥였다. 만사가 수수께끼다. 이곳은 그들이 먼젓번 만났던 동네로부터 약 180km 가량 떨어진 곳이다. 딘은 자신들이 어디로 갈 거라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애쉬나 앨런, 바비 아저씨에게조차 행선지를 말한 적이 없다. 형제들 몰래 위치 추적기를 달아놓았다고 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녀가 앞으로 100년 뒤의 미래까지도 예언할 수 있는 용한 점쟁이라면 그 즉시 게임 오버. 하지만 그런 줄거리라면 에르큘 포와르의 조수로 헤이스팅스가 아닌 나이 120세의 중국인이 등장하는 변칙적인 탐정소설이 되어 버린다.
의문을 표현하며 손등으로 테이블을 콩콩 찍었다.

『재주도 좋군.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지?』
『그냥 알았어.』
성의 없게 대꾸한 리는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다며 샘의 뒷통수를 손바닥으로 찰싹 후려갈겼다. 그것도 살짝 때린게 아니다. 눈알이 튀어나온다 싶을 정도로 세게 때렸다.
『아윽!』
쓰라린 뒷통수를 부여잡고 신음을 토했다. 검정색 크레용이 도화지에 새카맣게 발라졌다. 만화책에서나 나옴직한 통통 별이 콧잔등 주변을 팽그르르 돌았다. 그것도 토성처럼 띠를 두른 별이었다. 흉폭한 수탉이 부리로 쪼았다고 해도 이보단 덜 아팠을 거다. 리는 손맛이 대단히 매웠다.
『고백해봐. 너, 자기 전에 양치질도 대충하고 그러지!』
『뜬금없이 그게 뭔 소리예요.』
『게을러 빠진 녀석! 뱀파이어의 코를 속이려면 하루에 한 번은 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말했잖아. 그동안 얼마나 발랐어. 앙?! 보아하니 하나도 안 발랐군. 네 형은 제대로 하고 있는데 넌 그게 뭐야. 변한게 전혀 없잖아. 맨손으로 바르는 시늉만 했냐?!』
『.......... 시늉만 한 건 아니예요.』
변명조로 대꾸하는 샘의 목소리는 개미가 기어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작았다.
그치만 리의 지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다. 지저분한 고양이 똥을 재료로 해서 만든 크림 따윈 절대로 바를 수 없다 - 아침마다 투덜대며 뚜껑을 열었다 닫은게 전부다. 벼룩의 뒷다리 정도만큼만 덜어 손등에 찍고는 그 즉시 수도꼭지를 열고 흐르는 물로 씻었다.
샘이 그렇게 한 건 일차적으로 혐오감이 컸기 때문이었지만 리에 대한 신뢰가 적었다는 점도 한 몫 거들었다. 그는 여전히 - 아직까지도 리가 달갑지 않았다.

『샘. 지금 리가 한 말이 사실이야?』
추궁하며 쳐다보는 딘의 시선을 애서 외면했다. 손가락으로 귓불을 뭉기적대며 입맛을 다셨다. 궁지에 몰렸다 싶으면 보이는, 어릴 적 버릇 그대로의 행동이었다.
『양이 좀 적었던 것뿐이예요. 음... 앞으론 잘 할게요.』
『후회하면 늦어, 꼬맹아. 젱킨스 영감처럼 되고 싶어?!』
호되게 야단치며 리가 또다시 손을 들려 했다.
이크, 또 맞겠다. 얼른 고개를 가슴팍에 파묻고 소련의 핵 공격시 주민 대피 요령을 답습했다.

『우리 못난이 그만 괴롭혀.』
『쳇! 앞으로 동생 감독을 더 잘 하셔야겠어, 딘 형씨. 용변 후에 변기 물을 잘 내리는지만 살피지 말고 다른 것도 꼼꼼이 보고 그래.』
『동생아? 지금 여사님께서 하신 말씀 잘 들었냐. 속옷은 하루에 한 번씩 갈아입는 거다.』
『형! 무슨 소릴 그렇게 해! 딘보단 내가 더 자주 갈아 입...』
휙 소리가 나게끔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었다. 리의 얼굴은 창백하고 진지했다. 그리고 딘은 그보다 열 배쯤 더 심각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죄인입니다. 지금은 잠자코 그들의 비위를 맞춰야 할 시간이었다. 샘은 미처 소리내어 발음하지 못한 나머지 단어들을 잘 녹지 않는 사탕인양 혀로 감싸 한참을 입속에서 우물거렸다.

남의 머리통을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만드는 건 도중에 때려치웠다. 대신 그녀는 나무 의자를 끌어다가 옆으로 해서 앉았다. 그리고는 중요한 거라며 날짜가 제법 지난 신문을 한 부 던졌다.
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기사는 제5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기서의 문제. 가방끈이 짧아 슬프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와 보름달처럼 살집이 통통하게 오른 여자의 증명 사진 위로 인쇄된《desaparición》라는 단어를 뭐라고 발음해야 좋은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들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만 어림짐작 해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으로선 손을 무릎 위로 올려놓고 얌전히 추가 설명을 기다리는 것 외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중고차를 세일즈하던 안토니오 구데라토와 그의 아내 세릴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기사야. 주변 사람들 말로는 4월 13일이 그들의 결혼 기념일이었대. 그래서 저녁 6시 무렵에 4살짜리와 두살바기 아들을 데리고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외식을 하러 나갔다고 하더군. 그걸 마지막으로 이들 부부는 실종되었어. 폐차 직전의 고물 자동차는 외딴 마을 국도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상태로 발견되었고.』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아니, 방금 전에 동생에게 설명한 사건과 완전히 똑같다.
『뭐, 치안이 극도로 나쁜 나라인만큼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외계인 납치 부대가 도시의 스모그 구름 위로 상주하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을 정도니까.』
여기까지 말한 리는 누가 엿듣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사람들이 경악한 건 다른 문제 때문이야. 차량 트렁크에서 아이들이 허기져 잠들어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거든.』
순간 윈체스터 형제들의 얼굴이 굳었다. 딘과 샘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쪽 지역은 전반적으로 기온이 높으니까 찜통 같았을 트렁크 속에서 의식을 잃는 건 잠깐이지. 미리 말해두겠는데 공식적인 아이들의 사망 원인은 탈수증이야.』
『부모들은?』
『요술처럼 휘리릭. 글세다. 어린 자녀들을 포기하고 자기들끼리 도망쳐버린 걸까?』
그녀가 여기서 의문형을 사용한 건《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뜻의 완곡한 표현이다.

그 새끼들도 피를 빠나니, 살륙당한 자 있는 곳에는 그것도 거기 있느니라...

등받이로 몸을 기대면서 리는 단호하게 주장했다.
『낙태를 죄악이라 믿고, 자녀를 신이 주신 크나큰 축복이라 믿는 사람들이야. 핏줄이라면 꿈뻑 죽지.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팔 다리를 잘라버릴 인간들이 사방에 널렸어. 부모가 일부러 아이들을 트렁크에 가둬둘 리가 없다고.』
『그렇담 제3의 인물이군.』
『악질적인 제3의 인물이지. 그리고 대단히 유능해. 운전 중인 차를 세우고, 그 속에서 부모를 끌어내고, 아이들을 트렁크에 가두면서 어떠한 흔적도 안 남겼어.』
『기관총으로 위협했나 보지.』
『농담이 아냐, 딘 윈체스터! 이들 부부는 솔직히 하층 부류였고 결혼 기념일에 겨우 햄버거를 사먹을 수준이었단 말이야. 그런 사람을 뭐하러 기관총으로 위협을 하지?』
『고물차 판매는 표면적인 직업이고 마약과 관련된 일에 손을 댔을 수도 있잖아. 자동차 실린더에 코카인을 가득 채워 콜롬비아까지 배달했다면 어쩔래. 자동차 바퀴에 공기가 아닌 하얀 가루를 주입했을 수도 있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구먼.』
『아닌게 아니라 멕시코 경찰은 이들 부부가 마약 거래상에게 처형된 거라 추정하고 있더군.』
이쯤해서 눈치 빠르게 샘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마약이 아닌 거지요?』
『마약 운반책이었다면 왜 그들 부부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거지? 만약 그랬다면 결혼 기념일에 최소한 통돼지 바비큐는 뜯었어야지.』
그거 말 된다.

리는 공책에서 찢어낸 것처럼 보이는 종이를 세 장 꺼냈다.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걸 감안하고 이걸 한 번 봐주겠어?』
근육질의 흑인 남자가 하나, 백인 여자가 둘. 아마추어 실력으로 그린 몽타주였다. 길거리 초상화가를 데려다 돈을 주고 설득해 한 번 그려보게 한 모양이다. 나름대로 애는 썼는데 결과물은 영 탐탁치가 않아 어딘지 모르게 만화 분위기였다. 입술에 피어싱을 세 개나 한 흑인 남자는 다음 페이지에서 스파이더맨과 정식으로 한 판 붙게 생겼다. 말풍선을 구석에 그려넣고「뉴욕이 어둠에 잠기는 건 잠깐이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적어놓으면 딱일 것 같다.
나머지 여자 둘 역시 의상을 벗고 편안한 청바지로 갈아입은 캣 우먼이었다.

억지로 수학 공식을 푸는 기분이 들었다. 딘은 가렵지도 않은 머리를 만졌다.
『상태 정말 안 좋네. 사진은 없는 거야?』
『없어.』
딱 부러지는 대답에 한숨을 내쉬며 딘은 다시 그림 감상에 몰입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게중에 한 여자가 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이는 약 30대 초반. 눈매가 날카롭고 계란형의 얼굴이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카락이 깡마른 어깨를 덮었는데 미용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보인다. 인상이 나쁘다. 표정이 신경질적이다. 크게 휘어지게 해서 그린 가느다란 눈썹은 유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염병할.』
제대로 미술 공부를 하지 않은 화가의 투박한 표현력은 그렇다치고 이미 아는 얼굴이다. 더 보시고 할 것도 없었다. 딘은 몽타주 그림을 거의 내던지다시피 해서 리에게로 다시 돌려주었다.

『루더의 짝짓기 암캐잖아.』
『바로 맞췄어. 이 여자의 이름은 카밀이야. 안토니오 구데라토와 세릴냐 구데라토의 살해 혐의를 받고 지금 멕시코의 뱀퍼 그룹이 열성으로 추적 중이지.』
『에엑?』
그림들을 도로 주섬주섬 치우며 리가 말했다.
『죄질이 나빴어. 어른들은 먹이로 잡고 아이들은 죽게끔 내버려두다니. 애들을 그딴 식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이미 사형 선고는 내려진 셈이야. 최소한 한 달 뒤엔 목이 잘릴 걸. 감정적으로 분노한 뱀퍼가 많아서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달아나긴 힘들 거야. 멕시코와 콜롬비아쪽의 뱀퍼들은 미국 뱀퍼와는 차원이 달라. 실력이 아주 좋지. 그리고 자비심이 없어. 무지막지하지.』
『잠깐만!』
『끝장났대도, 윈체스터. 이 여잔 미국으론 다신 못 돌아와.』

의외의 소식이었다. 딘은 잠깐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타임 아웃을 외쳤다.
『안토니오 부부가 뱀파이어에게 붙잡힌게 4월 13일 밤이지? 그렇다면 그때 카밀은 - 루더의 암캐는 멕시코에 있었다는 거잖아.』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러고보니 너희들, 루더의 가족이 노린다는 경고는 언제 받았나.』
『올해 2월 중순. (* night-traveling 편 참조)

이래선 순서가 거꾸로 뒤집힌다. 사람을 잡아 죽인다고 해놓고 외국으로 날랐어?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리와 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끄응 소리를 내며 팔짱을 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내릴 수 있는 합당한 결론은 둘이다.
루더의 가족이 그들 형제들을 노린다는 정보는 애초부터 틀렸다.
그게 아니라면 카밀 말고 루더의 다른 가족이 남았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알아봐야 한다.

『이상하네. 젱킨스 영감이 루더의 가족을 모조리 잡아죽인 걸로 알고 있는데.』
리는 후자가 아닌 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니엘 젱킨스와 루더와의 악연은 제법 알려진 편이다. 그들 패밀리는 서로를 못 죽여 안달이었고, 안달한 만큼 양편에서 희생자가 속출했다.
『젱킨스가 루더의 아버지를 죽였고, 루더의 어머니가 젱킨스의 누이동생 둘을 죽였어. 젱킨스는 다시 루더의 어머니를 잡았고, 루더의 형이 사촌 다섯을 참살했지. 그 형을 10년에 걸쳐 추적하여 죽였고, 루더는 부리나케 달아났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복수가 잠시 소강 상태를 맞았던 건 루더가 의식적으로 친형의 복수를 포기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의 짝짓기 상대였던 카밀이 젱킨스의 목을 가져갔고, 너희들 아버지가 루더에게 콜트를 쐈어. 아이고, 복잡해. 자, 그럼 다음 순서가 어떻게 되는 거지?』
딘은 눈을 뒤집었다.
『내가 알게 뭐야. 카밀 말고 생존한 다른 식구는 없나.』
『내가 알기론 없어. 카밀이 아니라면 도대체 너희들을 노린다는 건 누구지?』

Posted by 미야

2007/06/20 14:03 2007/06/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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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즈 2007/06/20 21:59 # M/D Reply Permalink

    우리 못난이 그만 괴롭혀!!라니...이 대목에서 웃음이...^^;;
    미야님의 글 하나하나가 너무 재치있고 재밌습니다...기분이 좋지 않을때 읽어도 항상 웃고 간다는...^^a; 근데 정말 새미는 크림을 저리 건성건성 바르다 뱀파이어에게 잡히는거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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