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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01 시즌2 : 공주님, 위험해 by 미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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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 공주님, 위험해

어느날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축 늘어진 삼겹의 뱃살이 보였습니다...

공주님, 위험해!

냉동식품 미야쨩 프레젠트


하루 8시간씩, 정해진 휴일도 없이 필립오넬 황태자와 같이 국정을 보고 있다.
그렇게 과로사의 위협에서 어푸 헤엄치고 있건만 놀랍게도 만성적 운동 부족이랍신다.
힘들어 생긴 눈 밑의 다크 서클도 못 봤느냐며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지만 곳간에 차곡차곡 쌓이는 쌀푸대 - 가 아니라 뱃살을 보면 왕실 담당의의 지적도 그리 틀린 것만도 아니다. 비록 몸은 축났어도 운동 부족인 것이다.
하긴, 매일 앉아서 정신 없이 펜대만 굴리고 있으니 얇아지는 건 손목과 발목 뿐이다.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하며 리나 일행과 야생 멧돼지 사냥에 목숨을 걸었던 옛날과 비교하면 운동량은 현저히 작다.
어디 보자, 아멜리아는 슬픈 표정으로 주판을 끌어당겼다. 악당을 응징한다며 15분간 슉슉 주먹질하면 소비되는 총 칼로리의 량은 189. 점심으로 먹은 치즈 해물 스파게티 - 585 칼로리가 약오르지롱 하며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것 같다. 이어지는 건 긴 한숨 뿐이다. 저울이 한쪽으로 와지끈 기울어진다.

최근 드레스가 작아졌다.
그녀를 돌보는 유스티아 부인은「공주님은 성장기니까요」라며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슬프게도 공주의 키는 그리 자라지 않았다. 옷의 길이가 짧아진 것이 아니다. 허리가 작다, 등의 버클을 채울 수 없다, 가슴이 꽉 조인다, 패티코우트 및 코르셋을 모조리 새로 장만해야 한다, 기타등등. 직설적으로 말해 드레스의 품이 작아진 것이다. 이는 곧 = 살쪘다, 라는 것.
옷장을 모조리 불사르고 싶은 욕구가 펄펄 솟는다.

국무대신과 얘기하다 말고 참고로 삼을 서류를 들쑤시던 필립오넬 전하를 향해 공주는 애원했다.
『아바마마.』
『왜 그러느냐?』
『정의의 용사 놀이를 저와 딱 30분만 같이 해주시면 안될까요.』
『아앗, 허리 통증이...;; 허억, 나이가 들어선지 갑자기 엽구리가...;;』
시간을 못 내어 정말로 미안하다는 걸 이상하게 표현하는 필립오넬 황태자였다.

어쨌든 정의의 용사 놀이는 열 한 살에 이미 졸업했다. 목에 보자기를 걸치고 날아라 호빵맨 흉내를 내는 건 12세 미만 소년, 소녀에게나 가능하다는 법이 있... 어라. 있던가 아니던가.
『뭐였지?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네.』
아멜리아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궁금한 건 못 참는다. 공주는 굵게 생긴 표준 법전을 찾아 서가를 뒤졌다.
아, 저 맨 윗줄에 있다. 그럼 발돋음을 하고 팔뚝 운동 삼아 꺼내어 보자.

『법령으로 딱히 정해진 건 아니고 어린이 생활 준칙으로 38년 전에 폴 대공 전하의 명으로 포고된 적이 있습니다. 명판으로 만들어 어린이 신관 학교와 기초 능력 학습소에 보급하려던 걸 예산 낭비라며 지금의 폐하께서 적극 말리셨지요. 참고로 그때 나온 준칙 5번은《어린이는 높은 곳에서 절대로 뛰어내리면 안 됩니다》였습니다. 정의의 용사 놀이에 한창 열중하던 필립 오넬 황태자님이 발끈하여 크게 반발했던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죠. 자아, 공주님? 그러니까... 후호호, 후호~ 쮸쮸쯧.』
바빠 죽겠는데 딴 짓은 하지 말아달라면서 에른스트 보좌관이 오리 궁둥이 쫓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아멜리아를 책상 쪽으로 몰아갔다.

올해 29살의 에른스트 보뉘는 평민 출신이다. 내세울 것 없는 빵가게 아들이면서 왕궁에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대며 추경 예산안 짜는 일에 머리를 빌려주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자타 공인 천재다. 오늘에 이르러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어린이 생활 준칙 5번이 뭔지를 여지껏 꿰고 있는 걸 봐라.「그게 정말이예요?」라고 반문할 맛도 나지 않는다.
공주는 불만에 가득차 - 내 엉덩이는 오리 궁둥이가 아니란 말이닷! - 다시 펜대를 잡았다.

『세일룬의 북서부 지방으로 가뭄이 2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의 작물 현황도 형편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농촌 지역으로 구제금을 신속히 풀어야 합니다.』
『지하수 개발은 어쩌죠, 에른스트. 이미 예산의 120%를 초과 사용했군요.』
『이 이상 계속하면 땅이 꺼질까 염려가 되니 농부들더러 반석에 구멍을 더 내라 권장할 수 없습니다. 비상 제한 급수 체계를 갖추고 무지 급한 곳에만 마법사를 파견하는게 차라리 낫겠습니다.』
에른스트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숫자로 가득 채워진 보고서 용지 40매를 아멜리아의 책상 위에 차곡차곡 올려다 놓았다.
『아울러 채소의 가격이 팍팍! 올라갈 터이니 곡물 가격 안정 보조금도 적극 활용을...』
더하기 50매 용지 추가다.

공주는 더위를 느끼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맨날맨날맨날맨날...×200 숫자만 읽어대느라 머리만 아프다.

두통이 심해졌다.
『머리가 무거우니 좀 쉬었다 하죠.』
『그럴까요. 그럼 오후의 차를 지금 마시도록 하지요. 유스티아 부인을 부르겠습니다.』
아멜리아의 표정이 대단히 좋지 않았기에 에른스트는 그 말에 쉽게 동의했다.
하지만 공주는 차를 마시는 것보단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고 싶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각설탕을 두 개 넣은 프림 커피는 205Kcal.
주판알을 튕기다 재차 한숨 쉬었다.

근위병에게 가볍게 목례하며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허락된 쉬는 시간은 앞으로 30분.
몸이 찌푸드하다.
가볍게 몸 풀기 체조라도...
으쌰~ 하고 옆구리 굽히기 동작을 하던 공주는 갑자기 충동질되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 정도로 살이 빠지겠어? 빠진다고 생각하면 그거야말로 자기 기만이지.
아멜리아는 무엇에 씐 사람인양 복도를 쿵쿵 달리기 시작했다.
30분 빠르게 달리기로 252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다. 그러니 달리고 보자.

『아앗, 공주마마?! 왜 갑자기?!』
『그렇군!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공주님께서 악당을 쫓고 계신다! 무얼 하고 있는 거냐! 달려라!』
남의 이목을 깜빡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수십 명의 근위병들이 창을 들고 일제히 따라 달려나오고 있다. 그것도 하나같이 놀란 얼굴이다.
『공주님이 달리고 계신다! 큰일이다. 큰일인 것이 분명하다!』
그들에게 있어 공주가 달린다는 건 나라의 위기를 의미한다.
식은땀이 나려 한다. 갑자기 멈추어 서서「별 거 아닙니다. 나무 그림자를 보고 착각했어요」라며 웃는다고 해결이 될랑가. 에잇, 모르겠다. 공주는 정말로 악당이라도 발견했다는 듯이 뛰는 속도를 더욱 올렸다. 다리가 꼬일 지경이었다. 그래도 발목이 사큰거리든 말든 죽어라 달렸다.

『아멜리아씨. 여기 계셨군요. 안녕하셨습니까. 제로스가 모처럼 좋은 걸 가지고 오랜만에...』
복도를 돌자 익숙한 단발머리가 상냥히 웃고 있었다. 손에는 오랜만에 훔쳐낸 귀한 전리품 하나를 들고 있는 채였다. 평소 눈 감고 다니는 신관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뭔지를 미처 알지 못했다.
아멜리아는 속으로 죄송합니다, 라고 외쳤다. 물론 겉으로도 외쳤다.
『미안하지만 제로스씨! 모두를 위하여 잠시만 악당이 되어주세요!』
『예?』
『왕실 근위병들도 같이 덤비자! 세일룬 만세!』
『우와아! 아멜리아 공주님이 침입자를 찾아냈다!』
『여기는 세일룬 궁정입니다. 안녕하셨습니까, 시민 여러분. 지금부터 아멜리아 공주님께서 수수께끼의 침입자를 평화주의자 크러쉬 기술로 무찌르는 멋진 장면을 생중계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나운서, 말을 마치자마자~ 아앗~ 멋지게 날았습니다~!! 끝내주는 펀치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은 제로스는 화가 단단히 나서 제르가디스의「엄마랑 아기랑, 특선 이유식 100선」책에서 꺼내가지고 온 말린 네잎 클로버를 도로 자기 가방에 넣어버렸다.
인사도 없이 사라진 걸 보면 뿔딱지가 제법 났던 것 같다.

『궁정에서 뛰면 안된다고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난리가 났다는 소식에 허겁지겁 달려온 유스티아 부인 역시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마마님이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공주는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식사량을 줄이십시오!』

말이 쉽지.
부담스런 스테이크를 절반 정도 남겼더니 요리장이「그렇게 맛 없는 요리를 만든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라면서 식칼로 할복이라도 할 태세를 보였다. 제자들이 흥분한 그에게서 칼을 빼앗아 들자 이번엔 왕궁이 무너져라 울었다.
여기까지도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할지 몰라 민망할 지경인데 다음날 아침 왕궁으로 들어온 에른스트는 얼마나 배가 부르면 음식을 남기는 거냐며 겁 대가리 없이 눈을 흘겼다.
『쌀 한 톨에 깃든 신이 모두 몇 분인지 알고는 계십니까! 음식을 남기다니. 그런 천벌 받을.』
하는 수 없이 점심은 꾸역꾸역 모두 먹어 치웠다.
요리장과 에른스트는 그제야 만족스런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나 좀 도와줘~!!
툭 튀어나온 삼겹의 뱃살을 내려다보던 아멜리아는 자신이 일생일대 대 위기에 빠졌음을 실감했다.

Posted by 미야

2006/08/01 15:44 2006/08/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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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뮤 2006/08/02 21:50 # M/D Reply Permalink

    이,,이런,,, 아멜리아, 리나와 헤어진 후로 그런 고생을!!

  2. Yuri 2006/08/03 20:57 # M/D Reply Permalink

    만세 ! 저는 시즌 2가 제일 좋답니다!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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