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교사범] 으로 바꿔야 한다. - 한 줄짜리 감상문을 적자면 이렇다.
1권이 술술 넘어갔던 것과 달리 2권은 개인적으로 싫은 느낌의 책이 되어버렸다. 내용이 싫어서가 아니라 등장 인물이 대단히 싫다. 피해자와 그 가족으로 포커스를 맞춘 1권과는 정 반대로 2권에선 피스와 히로미라는 범인이 주축을 이룬다.
그런데 이게 참 그렇다.
범죄 아트라는 느낌도 없고, 사회 부적응도 아니고, 성격이 비뚫어진 건 맞지만 동정이 가는 것도 아니고, 복수는 더더욱 아니며, 분노 키워드도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
이놈들은 그저 머리만 좋은, 덜 자란 녀석들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그걸 말하고 싶었다면 정말 잘 골랐다. 왜 있잖는가. 뿌리까지 썩어서 시커먼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수중 식물... 그 악취 나는 몸뚱이를 남에게 멋대로 비벼대며 자유니, 해방이니, 순수한 악이니 하며 지껄이는 거다.
뭐,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동기 없는 범죄이니 순수 악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게 남의 집 담벼락에 그래피티 낙서를 그리면서 [정 억울하면 경비원 세워~] 라고 떠드는 것의 300배 강화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애다.
불특정 다수의 부자들을 향해 식인 행위도 마다않은 지존파와 비교하자면 이들의 [순수 악] 프로젝트는 투정으로밖엔 안 보인다.
쉽게 말해 카리스마가 없다.
남의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세상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 라는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가 볼 적에 남의 머리 꼭대기고, 남의 눈으로 볼 적엔 화장실 변기 위 높이밖에 안될 수도 있다.
진실로 혁명적 범죄자가 되려면 머리만 좋아서는 안된다. 세상을 조롱하려면 세상을 먼저 초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히로미와 피스는... 2% 부족하다.
어쨌든 아직 출판되지 않은 3권까지 계속 이어서 봐야 전체적인 맛을 볼 수 있겠지만...
[모방범] 은 대단히 불편한 책이다.
깝죽대는 2인조 살인범이 세상을 이렇게나 바보로 만들고 있다 - 라는 걸 느끼는 순간 혐오감이 등줄기를 흐른다. 이건 흡사 날씨가 덥다면서 어떤 미친 남자가 공중전화를 걸고 있는 엉뚱한 여자를 칼로 쑤시고 죽여버렸다 - 라는 것과 비슷하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
살인자는 날씨 타령이나 하고 앉았고.
그렇다면 정말로 나쁜 건 찌는 더위일까.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핑계는 [더운 날씨] 로 맞춰진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걸 지적하고 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