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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은 매우 훌륭한 운동이다. 적당한 뜀박질은 심혈관 상태를 개선시키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해소시킨다. 하루 20분에서 30분 가량의 시간, 편안한 운동화와 땀 흡수가 잘 되는 옷만 있으면 건강의 유지․  증진은 누워서 떡먹기다.

여기서의 주의사항. 뒤에서 성난 곰이 앞발을 들고 쫓아온다는 식으로 달려선 관절이 상할 수 있다. 무장한 FBI 요원이 어디서 총을 쏠까 전전긍긍해하며 반복해서 뒤를 돌아다보는 것도 안 좋다. 전문가의 조언이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혹처럼 튀어나온 나무뿌리 같은 것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으니 앞을 똑바로 보고 100미터를 55초의 숨으로 천천히 달리도록 하라. 무조건 빨리 뛴다고 다리가 곱절로 튼튼해지진 않는다. 여유를 가지도록. 그러지 않았다간...
『아욱!』
지금의 딘 윈체스터처럼 보기좋게 나무에 박치기를 할 수 있다.

노란 별똥별이 왔다갔다하는 가운데 자신을 공격한 나무를 부둥켜 안았다. 숨이 턱 밑에까지 차올라 당장은 이마가 깨졌다는 고통도 접수 불가다. 다만 그가 느낄 수 있었던 건 광란하며 펌프질하는 심장, 그리고 터질 것처럼 부풀어올라 한계를 호소하고 있는「남성」이었다.
『빌어먹을... 이놈의 지퍼가... 지퍼가...!!』
아무리 외진 곳이라고 해도 주변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알게 뭐냐. 체면이고 뭐고 당장 죽게 생긴 사람에겐 공중 도덕은 필요 없다. 자제력은 진작에 고갈되었다. 다급하게 옷을 풀러 흉폭하게 날뛰고 있는 물건부터 꺼냈다.
『끄응.』
손바닥으로 딱 한 번 훑었을 뿐인데도 기세좋게 반응하는게 끝내준다. 날생선처럼 퍼득거리는게 미워서 죽을 지경이다. 따뜻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난 페니스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려 들었다. 딘은 숨가쁘게 헐떡거렸다.
『이게 뭐냐고... 내 꼴이 이게 뭐야.』
이를 가는 것과 동시에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해서 사정했다.
『흑!』
가로수에 보란 듯이 튕겨오른 하얀 분비물이 그저 기가 막혔다.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인생 자체가 끔찍하게 여겨졌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물론 제법 있었다. 돌이켜보면 좋다고 할 일이 별로 없는 28년이었다. 늑대 인간을 쫓는답시고 달려나가다 시궁창을 굴렀을 적에도, 무덤을 파다 실수로 생매장 당할 뻔했을 적에도, 그는 후지고 후진 자신의 이름을 누렇게 뜬 혓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람 빠진 공처럼 굴리곤 했었다.
엉망진창이라고, 딘 윈체스터. 누굴 닮아 이렇게 엉망진창인 건지.
칸이 채워지지 않은 답안지를 든 교사는「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비웃었다.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생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그의 맹꽁이 아버지는 아들의 청바지가 언제 작아지는지를 눈치채지 못했다. 딘은 늘 사이즈가 맞지 않은 신발을 질질 끌며 학교에 가야 했다. 좋아했던 여자 친구는 비밀을 털어놓자 웃음을 터뜨렸다.「자기가 유령을 사냥한다고?」방향을 지시하는 깜빡이 전구는 오른쪽에서 점등했다. 그런데 딘 윈체스터는 기계 회로가 고장나 왼편으로만 회전이 가능한 탈 것에 앉아 있었다. 별들이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타고 뒤쪽으로 물러섰다. 도중에 뛰어내릴 수도 없어서 그는 그쪽으로 가면 안된다는 신호와는 별개로 엉뚱한 곳으로 집어던져질 수밖에 없었다. 여자 친구는 흥분해서 뺨을 때렸다.「내가 싫증났다면 그딴 식으로 둘러대지 말고 솔직하게 헤어지고 싶다고 말해!」바짝 말라붙은 낙엽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거지 같았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뒤로 꺾자 씁쓸한 뒷맛이 등줄기를 타고 발목까지 흘러갔다.
메스꺼웠다. 죄책감과 혐오감이 어지럽게 뒤섞여 곰팡이 빛깔의 푸른 덩어리를 반죽했다. 그리고 그 반죽은 무슨 플라스틱 껍데기처럼 그를 포장하기 시작했다.
잘 한다. 길바닥 나무에 대고 아무렇게나 수음이나 하고.
손바닥에 남은 비릿한 냄새의 체액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며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처음 샘이 딘에게 입술을 부벼댄 건 순전히 싸움의 의미에서였다.(* MLR)
효과는 끝내주게 확실해서 3시간 40분동안 쉬지 않고 욕설을 퍼부어대던 딘은 그 즉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샘은 그렇게나 원하던 침묵을 획득할 수 있었고, 딘은 패닉에 빠졌다.
대륙을 횡단하는 장거리 운전 중이라 두 사람 모두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지쳐 있었다. 더하여 임팔라 뒷자석엔 자칭 천사라는 유령도 타고 있었다. 상황은 통제를 잃고 있었다.
「이거 마음에 든다. 앞으로 형을 조용하게 만드려면 키스해야겠네.」
「닥쳐.」
「닳고 닳은 주제에 새색시처럼 그러지 말라고. 혀는 안 집어넣었으니까.」
「닥치라고 그랬지!」
딘은 운전대를 돌려 전속력으로 건물 정 중앙으로 돌진할 작정이었다.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져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부상한다고 해도 맹세코 그럴 생각이었다. 그는 운전대 앞으로 몸을 바짝 숙이고, 두 눈을 있는대로 크게 뜨고, 임팔라의 뒷바퀴가 비명을 질러대는 걸 듣고 있었다. 얄밉게도 샘은 그 옆에서「맘대로 해」팔짱을 끼고 있었다. 딘은 가속기를 세게 밟아 자갈과 먼지를 뿜어올렸다. 진땀이 흐르는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거머쥐고 정면을 응시했다. 니트로글리세린이 가득찬 유리병처럼 거대한 힘이 위태롭게 축적되고 있었다.
「자살은 명백히 살인입니다.」
뒷자석에 앉은 남자 유령이 보다 못해 차분한 목소리로 설교했다.
「안전 운전, 당신의 배려가 소중한 생명을 지킵니다.」
얼토당토한 캠페인에 샘과 딘은 동시에 울컥해서 고함을 질러댔다.
「닥쳐! 귀신아!」
달빛 가득한 도로 위에서 형제는 그렇게 송곳니를 드러내고 다퉜다.

돌이켜보니 그때 왜 마음을 바꿔 계기판의 바늘이 제한속도 아래로 내려가게 했는지 후회스럽다. 그냥 다 죽고 끝장을 보는 건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꼴사나운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세상이 두쪽난 고통에 몸서리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뒤집어져 옆으로 구르는 임팔라 안에서 동생과 손 붙잡고 죽었더라면... 그냥 세상이 까맣게 변했다면 오죽 편했을까. 재미없는 한 편의 영화가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새카맣게... 눈물이 우러나왔다. 우울증과 거역하기 힘든 무력감이 다시 엄습했다. 뽑아낼 수 없는 커다란 못이 가슴에 박혀있다. 아프다. 아파서 미칠 것 같다. 고름이 흐르는 상처를 움켜쥐고 흐느꼈다.

『안돼, 안돼...』
사랑하고 있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도록 사랑한다.
그 머리카락에서 나는 냄새만 떠올렸을 뿐인데도 아랫도리가 꿈틀거렸다.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좋아서 - 섹스하고 싶어서 - 물기를 뚝뚝 흘리며 자극을 종용했다. 그 몸을 좌우로 벌리고, 깊게, 더욱 깊게 - 당황하여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봤자 떨쳐지지 않는 영상은 요나를 삼킨 고래처럼 그를 덮쳤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작게 몸을 떤다. 귀엽다. 손을 뻗어 그 팔목을 붙잡는다. 샘은 흠칫하고 몸을 사리지만 결코 저항하지 않는다. 어떤 충격적이고도 무서운 일을 염려하고 있을지언정 그보다 더 깊은 내면으로 거대한 신뢰가 자리를 잡고 있기에 안심한다.
딘 윈체스터는 그를 해치지 않는다. 아프게 하지 않는다.
아득하고 몽롱한 눈빛이「자, 그래서?」라며 물어온다. 두 사람은 모두 뜨거운 열기를 느꼈고, 그 열기는 어디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밖으로, 그리고 다시 안으로... 흥분한 성기가 빨리 밖으로 꺼내달라며 벽을 두드려댔다. 동시에 그 말썽꾸러기들은 자신들이 가야할 장소를 두고 재잘재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샘은 두 팔로 딘의 어깨를 감싸안고 그의 목 뒤에서 두 손을 깍지꼈다. 딘도 같은 몸짓으로 동생을 감싸안았다. 서로에게 몸을 기울여 이마를 맞붙였다. 샘의 몸에서 희미하게 비누 냄새가 났다. 두 사람의 입술은 거의 붙을 것처럼 가까워졌고, 딘은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누군가 불타는 석탄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했다.
「나도야.」
샘이 수줍어하며 동감을 표현했다. 뿐만아니라 갈작대며 남의 목덜미를 손톱으로 긁는 동작엔 조바심이 가득이었다.
「내 것도 뜨거워. 다리미를 올려놓고 깜빡 잊은 것처럼 말이야.」
마지막 호흡을 앞두고 눈을 감은 건 샘이 먼저였다. 그 뒤를 따라 딘이 눈을 감기 전에 볼 수 있었던 건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동생의 웃는 낯, 그리고 깨끗한 피부였다.

『안돼. 잘못된 일이야. 그래서는 안 되는 거라고.』
딘은 이마를 나무에 대고 쿵쿵 소리가 나게끔 부딪쳤다.
그것은 상처를 주는 행위다. 맹세하지 않았더냐. 언제까지고 동생을 보호하겠다고.
오물로 범벅이 된 더러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자제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동생을 밀쳤을 적에.
벌러덩 드러누운 샘은 기대에 가득차 그 형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을 온전히 덮어 뜨겁게 사랑을 속삭여주길 기다리며.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무릅쓰고 스스로의 의지로 다리를 벌리고.
어서, 라고 종용하며 그 입술을 혀로 핥았다.

『맙소사, 샘...』
범하지 않으려면 허겁지겁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샘은.
부숴졌다.

「딘!」
「돌아와!」
「나에게 이러면 안돼!」

입구가 없는 미로에 갇혀 언제까지고 헤매고 방황한다.
소중한 아이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 기묘한 불안감과 함께하여 넘쳐흐른다.
얼마나 특별한가. 요람에 누운 작은 아기의 뺨에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가져갔을 적부터 애정은 마구 끓어올랐다.「엄마! 새미가 배가 많이 고픈가봐요!」아기는 그때부터 이마를 찡그리며 그의 성가신 형에 대한 불만으로 끙끙거렸다.

「사랑스럽지 않니?」
「네. 사랑스러워요.」

마지막으로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던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면 지금이 처음일 수도.

널 사랑해.
하지만 나는 널 사랑해선 안돼.
운석이 떨어져 세상에 우리 단 두 사람만 살아남아도.
네 짝은 내가 아니니까.

목구멍에서 날이 선 차가운 비명이 올라왔다.

Posted by 미야

2008/04/06 22:15 2008/04/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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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4/07 00:55 # M/D Reply Permalink

    세상에나 세상에나...ㅠㅠ 정말이지 저는 오밤중에 미야님에 대한 감사함이 너무 넘쳐나서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이렇게 애타고 감질나는 글이라니요. 딘이 너무 안타깝고, 갈등하는 마음이 절절히 와닿아 가슴아파지는 밤입니다.. ㅠㅠ 너무 잘 보고 갑니다 미야님.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ㅠㅠㅠㅠ

  2. 밤맛만쥬 2008/04/07 19:50 # M/D Reply Permalink

    아니ㅜㅜㅜㅜㅜ언제 글이 올라왔던거지요.ㅜㅜㅜ
    딘 이놈자슥!ㅜㅜㅜㅜ으앙, 자제력이 강한 딘이 미워요ㅜㅜㅜㅜ

  3. 소나기 2008/04/09 21:47 # M/D Reply Permalink

    왜 항상 눈물나게 불쌍하고 짠하고 안쓰러운건 딘의 몫인지 모르겠어요.ㅠ.ㅠ
    이를 어쩌냔 말입니까.

    너흰 서로가 짝이란 말이다!!!!

  4. 비밀방문자 2008/04/12 12:06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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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Dying Wish

※ 기분전환용 습작입니다. ※


곧 죽을 사람의 소원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 딘은 손을 모으고 합장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긍정하며 턱을 끄덕였다. 형을 위해서라면 사하라 사막으로 푸른 강이 흐르게 하고 싶을 정도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두 발로 서서 춤추게 만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치만 그놈의 망할《마지막》소원이라는게 지금까지 수십 개가 넘었다는 것, 더하여 그 내용이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철저히 담을 쌓았다는 점이 샘으로 하여금 욱하게 만들었다.
입덧하는 아내가 한밤중에 딸기를 찾으면 귀엽기라도 하지.
뜬금없이 달 뒷면에다 거대한 황금 피라미드를 건설하라는 주문엔 기가 막혔다.

『뭐? 누가 어디에 뭘 건설하라고 했다고?』
식어빠진 감자튀김을 우걱우걱 삼키던 딘은「잠깐만!」소리를 지르며 끼어들었다.
『황금 피라미드?』
『지금 그렇게 말 했잖아요, 형님.』
『내가 언제. 너, 귓속에 두꺼운 거즈 같은 거 집어넣고 있냐. 뭘 어떻게 하면 얘기가 그렇게 해석이 되지?』
딘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내가 말한 건《네가 검정색 실크 브래지어 입고 있는 걸 보고 싶어》라는 거였다고.』

그러니까 달 뒷면으로 피라미드를 건설하라고 한 거 맞잖아요. 샘은 노골적으로「이 문딩이 자식!」이라 욕하며 딘을 쏘아보았다. 세상에 어느 형님이 남동생에게 여자 속옷을 입히고 싶어하느냔 말이다. 놀려먹으려고 한 농담치곤 질이 나쁘다. 그것도 아주 나쁘다.

맞장구칠 기운도 없어 테이블에 벌려놓은 패스트푸드로 눈을 돌렸다.
눅눅한 햄버거는 냄새부터 역겨웠으나 어린애처럼 음식투정을 하기엔 현재 형제들의 지갑 사정은 매우 위태로운 상태다.「이런 쓰레기 같은 것밖에 먹이지 못하는 날 용서해」민망해하는 딘의 표정을 읽었기에 의무적으로 한 입 베어물었다. 옛 말에 배가 고프면 바퀴벌레도 날로 먹는다고 했다. 빠삐용과 비교하면 이건 양반이다. 가스렌지 위에서 위생적으로 조리가 된 고기, 그리고 빵이다. 집중하고 다시 이로 씹었다.

『주문할 적에 양파는 빼달라고 할 것이지. 내가 양파 싫어하는 거 잘 알면서.』
『이 형의 마지막 소원이야. 응? 한 번만... 응?』
『뭐야. 아직도 그 이야기야?』
샘은 이마를 찌푸리며 종이컵에 든 콜라를 마셨다. 그리고 엉뚱하게 답했다.
『그만해. 난 딘의 생각처럼 그렇게 많이 화가 나진 않았어.』
『어? 무슨 소리냐.』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르는 척하긴. 불가항력적으로 입술이 뒤틀렸다.
『형이 부른 쌍둥이 콜걸 말이야. 덕분에 알거지가 되었지만 난 용서했다고.』
정확하게는 100만분의 1 가량만 용서가 되었지 - 그렇게 중얼거리며 씹다 만 햄버거를 꿀꺽 삼켰다.

7대 죄악을 전부 짊어지고 있는 그의 형은 뒤틀린 욕망의 소유자라서 여자 둘을 동시에 데리고 으샤으샤를 할 만큼 정신이 썩었다. 그것도 일란성 쌍둥이 자매랑 한 침대에 누워 - 토기가 올라온다 - 섹스하는게 아무렇지도 않다. 솔직히 말해보랴.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고 엉덩이를 세게 쳤음 좋겠다. 그리고 존에게 가서 따지고 싶었다.
도대체 아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예요, 아버지!

피클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처럼 보였다. 곁눈질로만 흘깃 보곤 그 즉시 옆으로 치웠다.
『내 눈을 칼로 파버리고 싶었지만 말이야.』
다행히 애플 파이는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형이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내가 어떻게 말릴 수 있겠어.』
포장지를 벗겨 쓰레기통에 휙 던졌다.
『난 더 이상 무어라 할 자격도 없는 놈이야. 그러니까 형은 내 잔소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다 끝났고, 다 됐으니까 관점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고 날 놀리지 마. 알아 들었어?』

딘은 필요 이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알아 들었어.』
하지만 바로 치고 나왔다.
『그런데 말이지, 새미.「네가 부라자 찬 거 보고 싶어」라는 소원과 그게 무슨 상관이니?』
『......』

이성의 끈이 뚝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그러니까아아~!!』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팡팡 내리치며 발끈했다.
『하이힐 신어봐, 랩댄스 춰봐, 마릴린 먼로 포즈 취해봐, 다리털 밀고 망사 스타킹 신어봐, 그딴 쪽팔리는 소원은 그만 빌라는 거얏! 이 멍청아!』
『너무해, 이 형의 마지막 소원인데... 새미는 냉정하구나.』
『냉정한게 아니라 제정신인 거닷!』
『음... 정말로 안돼?』
『안돼!』

그래봤자 딘의 손에는 이미 실크 브래지어가 쥐어져 있었다.
곧 죽을 사람의 소원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 딘은 손을 모으고 합장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긍정하며 턱을 끄덕였다. 형을 위해서라면 남극 빙산을 모조리 녹여 아이스크림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럼 입어줄 거지? 응?』
『......』

하루라도 빨리 딘의 목숨이 1년밖에 안 남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의미에서) 큰일이다.

Posted by 미야

2008/03/26 14:00 2008/03/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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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6 15:16 # M/D Reply Permalink

    으흐 미스터리 스팟에서 등장했던 검은브라의 실체일까요.ㅋㅋㅋ내내 그게 왜 그런데 있어 했는데.ㅋㅋ

  2. 로렐라이 2008/03/26 17:02 # M/D Reply Permalink

    샘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딘의 목숨을 구하러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하는건 당연지사죠. 하지만 저런 바람직한(?) 딘의 소원은 들어주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

  3. 소나기 2008/03/26 21:23 # M/D Reply Permalink

    그렇지요. 그까짓(?) 소원 쯤 쉽잖아요!!
    들어줄 수도 있는거지요^^

  4. 아이렌드 2008/03/26 21:53 # M/D Reply Permalink

    소녀샘희의 소녀감성에 어떻게 남사스러운 검은색 실크브라를 입겠어요,
    부농색으로 준비해줬어야지, 딘 횽아~~.

  5. 밤맛만쥬 2008/03/27 03:44 # M/D Reply Permalink

    부라외의 소원은 다 들어준건가효...샘희 망사스타킹 신어도 이쁠텐데 말이죠.ㅋㅋㅋ

  6. kimmie 2008/03/27 05:25 # M/D Reply Permalink

    왠지 알거지가 된 이유가 쌍둥이 콜걸이 아닌, 7대 죄악을 짊어진 형님이 소원성취를 위해 사들인 물품들인 것 같아요. 우아하게 굽의 라인이 잘 빠진 하이힐, 하늘하늘한 실크 브래지어에 신축성이 좋고 반들반들한 망사 스타킹...고급 란제리는 비싸다고요

  7. 미야 2008/03/27 10:54 # M/D Reply Permalink

    고급 란제리. 눈알 빠지게 비싸죠. ^^
    그치만 전 그걸 입히기 전에 다리털 면도해주는 걸 상상하곤 뿜는답니다.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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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

금침대에 꽃베개, 천사의 깃털로 만들어진 이불을 덮고 공주님은 잠들었어요 - 남자니까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호사까진 바라지 않는다. 눈으로 봐서 적당히 깨끗하고, 손으로 눌렀을 적에 푹신거리면 된다. 까탈스런 성격의 누구 씨 동생처럼 천의 색깔, 이불의 두께, 세제의 잡냄새 어쩌고 불평한 적 일절 없다. 무릇 진정한 남자는 사소한 것에 불만을 품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사람 몸에 무거운 돌 이불을 얹어놓는 건 반칙이지...」
갑갑한 기분에 잠에서 깨어났다. 모로 돌아누운 상태에서 천천히 눈꺼풀만 올려 떴다. 그리고 잘 돌아가지 않는 흐릿한 머리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가만히 분석했다.
벼랑까지 몰려 코앞은 깎아지른 낭떠러지, 넘실거리는 파도가 가까이에서 보였다. 금방에라도 배는 좌초할 위기이고, 협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덩 소리를 내며 아래로 곤두박질하기 일보직전이다.
아찔한 위기감에 숨을 후후 불며 뒤로 엉덩이걸음을 해봤다. 그래봤자 적당한 공간 확보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앞으로 진격하는 것밖엔 허락하지 않겠노라며 코가 뾰족한 인간 말종이 등을 떠밀었다. 뭐야, 이거. 해적의 판자에서 고무 튜브도 없이 바다로 풀쩍 뛰어내리라는 것?

흘깃 어깨너머를 돌아다 보았다.
색색 숨소리를 내는 동생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어 있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이 등을 찔러서 성가시다.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빠진 그는 누가 엎어가도 눈치조차 채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땀에 살짝 젖은 앞머리 탓에 여전히 애띈 모습이다. 그런 주제에 덩치는 남산인지라 그 옆에서 반으로 쪼그라든 딘은 팔을 폈다 구부리는 동작마저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놈이 왜 여기에...」
라고 생각했다가 실수는 자신이 했음을 깨달았다.
계속된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에 쩔은 그는「부탁이니 제발 신발이라도 벗어」라고 꾸중하는 동생 목소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옷이 사람을 벗는 건지, 아님 사람이 옷을 벗는 건지, 아무튼 발버둥치며 겉옷에서 팔을 빼낸 건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외에는 깨끗한 백지, 언제 TV를 켰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텍사스 지방으로 강한 돌풍을 동반한 폭풍우가... 』
노란색 투피스 차림새의 여자가 다소 긴장한 듯한 딱딱한 목소리로 일기예보를 전해왔다. 배경으로는 애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회색의 구름이 빠르게 떠다녔다. 그래봤자 이곳은 미주리라서 바람 사이로 마구 날아다닐 불운한 젖소는 그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할 것이다. 딘은 끙 소리를 내며 몸을 반대쪽으로 뒤집었... 뒤집으려 노력했다.
추측하자면 졸려 정신이 없는 나머지 제일 가까운 침대로 몸을 던진 모양이다.
결국 피해자는 딘이 아니라 샘으로, 78kg짜리 인간 폭탄에 얻어맞은 격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멍한 눈으로 동생을 쳐다보며 혀를 찼다.
「곧 죽어도 자기 침대다 이거지. 어쩜. 옆으로 비키면 남극 빙산이 무너지냐.」
블랙 아웃한 형의 머리를 향해『이건 내 침대야! 형 침대는 옆이란 말이야!』고함을 질렀을 샘을 상상하자 허탈해졌다. 나아~쁜 놈, 팔짱을 끼고 절대로 비켜주지 않은 행태가 야속하기만 하다. 이 불쌍한 형님, 편하게 잠 좀 자자. 여기서조차 내꺼 네꺼 싸워야 하냐. 하루 정도는 양보해도 좋잖아. 텁텁한 혀로 입술을 축이고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싱글 침대를 설계한 사람은 애초부터 성인 남자 둘이서 매트리스에 나란히 누울 수도 있다는 걸 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는 표준 사이즈를 넘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필연적으로 겹쳐졌을 팔다리가 쿡쿡 쑤셨다.
 
온기 없는 이불 속에 몸을 집어넣는 건 정말 싫다. 끙끙거리며 빳빳하게 정리된 침대에 새 주름을 만들었다. 싸늘한 감촉에 움찔거리며 무릎을 오무렸다. 편하게 두 다리를 쭉 뻗었음 좋으련만, 가슴이 텅 빈것처럼 허전해서 차마 그렇겐 못 하겠다.
다시 따뜻해지길 기다리며 발가락을 꼼질거렸다.
「이 비단 이불이 네 이불이냐.」
비몽사몽인 와중에 존이 무뚝뚝하게 물어왔다.
「아님 이 육중한 돌 이불이 네 이불이냐.」
딘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존을 한참동안 쳐다봤다.
감정이 메마른 것이 분명한 존은 무감각한 얼굴로「옛다, 돌 이불」하고 아들을 향해 바위를 던졌다.

답답한 기분에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그는 벼랑 끝에 몰려 있었고, 코가 뾰족한 악당이 등을 콕콕 찔러댔다.
옆 침대로 옮겨가겠노라 마음만 먹고 꿈에서나 실행에 옮겼나.
고개를 뒤로 돌리자 아까처럼 웅크리고 누운 샘이 보였다.
「내가 진짜로 많이 피곤했나 보다. 계속해서 꿈만 꾸고 있잖아.」
어쨌든 그는 요의를 느꼈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부스스 일어났다.

전등은 켜지 않은 채 달빛에만 의지에 주섬주섬 바지를 내렸다.
시든 페니스로 변기를 조준하고 오줌 발사, 물 떨어지는 조로록 소리를 귀로 들으며 하품했다.
『형?』
덩달아 요의를 느꼈나 보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샘이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로 방안을 어슬렁거렸다. 딘은 다시 찢어져라 하품했고, 손도 안 씻고 화장실에서 얼른 나왔다.
『어... 비었어. 들어가.』
어디가 위쪽이고 어디가 아래쪽인지도 헷갈린다. 그래도 문에서 제일 가까운 침대쪽으로 방향을 잡고 기어갔다. 때려죽여도 잔다. 배게로 얼굴을 파묻곤 이번에야말로 보드라운 비단 이불을 덮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변기의 물 내리는 소리가 안 났다.
대신 방안을 빙빙 도는 걸 멈춘 샘은 가볍게 한숨을 쉬곤 딘의 옆으로 가서 도로 누웠다.
『음?』
거북살스런 바위 이불에 딘이 이마를 찌푸린 건 그로부터 약 3초 뒤다.

Posted by 미야

2008/03/15 19:37 2008/03/1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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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기 2008/03/15 21:26 # M/D Reply Permalink

    샘으로 만들어진 돌 이불이라면!!!!!
    평생 참으며! 아니 즐기며 덮겠어요!!!
    그러면 딘으로 만들어진 섹시한 가죽이불도 따라오겠지요?ㅎㅎ

  2. 로렐라이 2008/03/16 01:17 # M/D Reply Permalink

    'ㅂ'* 올라온 소설을 보며 기쁨을 감출수가 없는 저였지요~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바위 이불 새미...ㅠㅠㅠㅠ

  3. 밤맛만쥬 2008/03/16 04:45 # M/D Reply Permalink

    돌이불 새미~평새 덮고잘 수만 있다면 그 무슨 행복이겠어요~아웅.
    결국 범인은 샘이었던가요~ㅋㅋㅋ 귀여워요

  4. 아이렌드 2008/03/17 12:30 # M/D Reply Permalink

    「옛다, 돌 이불」.....아버님이 허락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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