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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A portent

※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내용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을 적엔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을 닫는 멋진 센스를 보여주세요. 그런데 이게 내 글이 아닌 것 같다능. 얘네들 누구냐능. ※


침착하게, 서둘지 말고, 하나, 둘, 하나, 둘, 여유를 가지고... 라고 해봤자 하나된 구호는 이미 바스라지고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꼬락서니다. 체면이고 뭐고 판자 부스러기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안 잡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소리도 지른다.
『하으읏!』
그가 빠진 곳이 푸른 물결 넘실대는 대서양 한 복판이 아닌「사랑」이라 할지언정.
죽을 힘을 다해 버둥거린다는 점에선 두 가지의 차이점이 뭔지 해명하기도 귀찮다.

『새미! 천천히 해, 천천히!』
딘은 진작부터 질려하고 있다. 그걸 모르는 샘이 아니다. 그래서 샘은 손바닥에 동그라미와 세모를 반복해서 그려대며《침착하게, 서둘지 말고, 여유를 갖고》주문을 반복하여 외우곤 했다. 그리고 우아한 여성 무용수가 빠드망 탄듀, 에뽈망 크로와제 동작을 연습하는 걸 상상했다.

문제는 주문의 효과가 겨우 5초간 지속된다는 것.

서로의 아랫입술이 맞닿자마자 배경으로 흐르던 하이든의 현악4중주는 순식간에 쾅쾅 대포 쏘는 굉음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혹자는 심장이 뛰는 소리라고 일축하겠으나 - 아무튼 팔다리를 버둥거리느라 정신이 없는지라 천둥과도 같은 비행기 엔진 소음엔 신경을 쓰는둥 마는둥 했다.
『야! 내가 그렇게 세게 잡아당기지 말랬지!』
항의하며 짐짓 몸을 떼려는 연인을 기를 쓰고 붙잡는다.
손톱이 피부를 파고 들어간다. 빨갛게 자국을 남기며.
『아프다고, 새미!』

딘의 바람대로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 죽을 거 같으니까, 숨이 막히고 목이 말라서 당장에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으니까, 물주머니 하나 없이 사막에서 조난당한 순례자는 지푸라기를 움켜쥐고 헐떡거릴 뿐이다.
『키스해줘.』
호흡을 삼키며 딘의 입술을 물어뜯었다.
『빨리... 제발, 빨리!』
타락한 대지로 유황의 불이 내린다. 신의 섭리를 배반한 그들에겐 낙원의 꽃향기는 정녕 꿈이다. 때문에 편안해질 수 없다.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계속해서 불안해지기만 한다. 깍아지른 절벽에서 거꾸로 굴러떨어지는 악몽을 꾸었을 때처럼 심장이 조여온다.
샘은 상상한다.
이것은 종말의 예감을 많이 닮았다.
아아, 별들이 높다. 별들이 떨어진다... 눈물이 나오려 한다. 샘은 불가사의한 구역질을 느꼈다.
번영하던 도시의 마지막 밤을 알았던 예언자도 그와 같은 심정이었던 걸까.

『워, 워!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샘.』
씁쓸한 미소를 지은 딘은 동생을 달랬다.
『지금 이 모든게 마지막인게 아니야.』
그는 샘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입술을 포개왔다. 따스하고도 부드럽다.
『우린 이걸 느긋하게 즐겨도 된다고.』

즐겨 - 라고 한 번 더 강조하여 말하고 딘의 눈동자가 스륵 감겼다. 동시에 뾰족하게 선 혀가 샘의 입안을 훑었다. 그리하여 샘은 다시금 높은 하늘에서 추락하는 별을 볼 수 있었다. 징조는 둥글게 궤적을 그리며 마침내 땅으로 내려선다. - 하느님 - 눈부신 섬광이 흙을 부순다. 바위를 쪼갠다. 파편은 어디에나 있다. 이제는 겁이 나 눈을 감을 수조차 없다. 갈증은 더욱 깊어지고 품었던 두려움은 곱절로 커진다. 덕분에 꼴사납게 흐느끼다 딘의 혀를 깨물었다.
괘씸했던 것 같다. 딘은 손바닥을 들어 동생의 엉덩이를 찰싹 갈겼다.

『너, 한 번만 더 그러며언~』
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가 흠칫했다.
둑이 무너졌다는 표현은 이럴 적에 써먹으면 아주 적합할 것이다. 채찍질을 당한 말은 허옇게 눈을 뒤집었고, 가파른 언덕길을 단숨에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어지럽다. 시끄럽다. 젖은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며 되지도 않은 말들을 주워삼켰다. 사랑하니까, 누가 뭐래도, 빼앗기지 않아, 내꺼, 내꺼, 떨며 매달려온다. 무게를 더하며 붙잡는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 나와 같이 죽어줘 - 그 긴 팔과 다리로 옭아맨다.

뿌옇게 가라앉은 동생의 눈을 들여다보며 딘은 대답했다.
『물론 그래줄 수 있어.』
그러고는 단단해진 성기를 동생의 달아오른 몸속으로 빠르게 집어넣었다.

Posted by 미야

2008/10/28 14:16 2008/10/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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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냐 2008/10/28 14:59 # M/D Reply Permalink

    엉..아니..뒤가..뒷부분이...;ㅅ;ㅅ;ㅅ; 우흑흑..

  2. 미야 2008/10/28 15:06 # M/D Reply Permalink

    넵, 잘랐습니다! (상콤하게도 대답함)

  3. 쥬레스 2008/10/28 22:56 # M/D Reply Permalink

    으아 뒷부분..뒷부분...ㅠㅠ이러시면 아니되요ㅜㅜㅜ

  4. 리다 2008/10/28 23:07 # M/D Reply Permalink

    으으..... 그래. 딘은 네꺼다. 근데.. 그 뒤에 어떻게 된 거니 샘! ㅜㅜ 너무하시와요.

  5. 안전제일 2008/10/29 08:33 # M/D Reply Permalink

    자르셨다는 말씀에 눈물 한웅큼..ㅠ.ㅠ

  6. 초코렛 2008/10/29 16:55 # M/D Reply Permalink

    아앗....ㅡㅜ 너무 상콤한 답글에.... 응석부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ㅜㅜ

  7. 슈뇌 2008/12/01 23:05 # M/D Reply Permalink

    ㅠ.ㅠ....미야님 안자르시면 안되나요?..

    아흑 감칠맛...

  8. 바자소녀 2009/02/28 04:38 # M/D Reply Permalink

    새미 천천히 해~라고 말해주는 딘오빠!! 뭔가 멋진듯 ^^

    아무튼 상콤하게 잘라주시다니~~미야님 댓글센스에 다시한번 감탄을^^;

    응석부리는 새미~~그것도 눈물을 달고^^ 뭔가 좋습니다(<-뭔소리하니?!ㅋㅋ)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그의 형은 빛의 속도로 권총을 꺼내곤 했다. 그리고 쿵푸 마스터 급의 실력으로 정확히 구멍을 낼 줄 알았다.
만사에 불만을 품었던 존도 - 기척을 죽이고 보다 더 빨리 뛸 수는 없는 거냐, 아들아? - 장남의 총 솜씨에 대해서만큼은 일절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웃집 아이들이 손가락을 들어 총 쏘는 흉내를 내며 입으로 탕탕 소리를 냈을 적에 그의 큰 아들은 평범한 맥주깡통을 윌리엄 텔의 사과로 잘도 바꿔놓고 있었다. 존은 그게 기뻤던 것 같다. 배가 나온다고 불평하면서도 엄청난 량의 맥주 캔을 식사 때마다 소비하며 빈 깡통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딘은「쓸만한 과녁」을 얻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아도 되었고, 언젠가는 우쭐해하는 표정으로 구멍이 나란히 두 개가 뚫린 깡통을 가져와 무슨 우승 트로피인양 자기 방에 장식해 두기도 했다.

『빌어먹을!』
그치만 그건 그거고.
『아우~웅!』
이건 이거다.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난리를 치며 권총을 마구 흔들어댔다.
『뭐냐고! 이건 뭐냐고! 이걸 뭐라고 해야... 젠장,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옷~!』
누가 뭐래도 귀신 박멸보단 임팔라가 우선이다. 딘은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거의 짐승 같은 소리로 울부짖었다.

샘은 별 미친놈 다 봤네, 식으로 운전석에 앉은 형을 노려봤다가 상황을 직시하고 뒷좌석으로 얼른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접근했다.
『크리스토!』
그걸 상대가 멋지게 오해했다.
「저어... 제 이름은 크리스가 아닙니다만. 그 크리스라는 분과 제가 많이 닮았습니까?」
샘은 딘을 응시하며 그의 네 살 터울의 형이 제시할 온전하고도 이성적인 의견을 기다렸다.
『이 씹새꺄, 빙신아! 내 차에서 당장 내려~! 아우웅, 아웅!』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완전히 논리적인 것이었다.

처음부터 환영받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남자는 양손의 검지손가락을 붙였다 뗐다 하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다리를 절룩거리는 비루먹은 떠돌이 개가 먹다 남은 햄버거를 얻으려 주춤거리며 행인에게 접근하려는 걸 연상시켰다. 한 입만 주시겠어요? 발로 차진 말아주세요.
상대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긴장했음을 깨달은 샘은 약간만 차분해졌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천사입니다.」
『네?』
그는 자기 목소리가 작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샘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거라 여겼던지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해서 아까와 같은 문장을 반복하여 다시 말했다.
「나는 천사입니다.」

날개도 없으면서 무슨...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 부분이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신성모독」을 우려한 샘은「댁이 정말로 천사란 말이오?」반문하지 않았다. 대신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외출을 감행한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 형의 옆구리를 꾹 찔러렀다.
『딘... 천사라는데.』
『지랄하고 자빠졌네.』
『어쨌든 악마는 확실히 아는 것 같아.』
『그래서 뭐. 저딴게 네 처녀임신을 알리러 왔다는 거냐?! 응?! 그럼 백합꽃은 어딨어!』
『기분 나쁘네. 난 성처녀 마리아가 아니야, 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그리고 저건 가브리엘도 아니지!』

골치가 아프다는 걸 굳이 숨기지도 않으며 딘은 신음했다.
기적도 기적다워야 기적이라 믿을 수 있는 거다. 초록색 작업복 점퍼 차림새로「말세가 다가왔으니 회개하시오」선포하는 건 너무하다. 특징이라고는 없는 기다란 얼굴은 신심을 자극하기는커녕 뙤약볕을 지나치게 쬔 박넝쿨처럼 믿음을 시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조금 뒤에 딘이 고개를 똑바로 들었을 적엔 그 얼굴에는 절망적인 표정이, 동시에 애써 그 절망을 무시하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거대한 빙산을 발견했으나 차마 방향을 돌릴 수 없었던 타이타닉호의 선장이 아마도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솔직히 불어. 천사는 무쉰.』
딘은 신앙이 없었다. 그는 교회에 가지도 않았으며, 기도를 한 적도 없다.
『자꾸 거짓말 하면 소금 뿌려 확 불질러 버린다.』
「부, 불을 지르다니오. 정말입니다!」
『십계명에도 나와 있다고. 제 팔의 계명은, 거짓말하면 똥구멍에 털 난다.』
「어느 성경에 그렇게 적혀져 있다는 거요! 여덟 번째 계명은《도적질하지 말라》입니다.」
『바락바락 대들긴. 내가 맞다면 맞아. 그리고 아홉 번째 계명은《남의 자동차에 무단으로 올라타면 안 된다》닷! 그리고 열 번째는《귀신은 자동차에 올라타선 결코 안 된다》고! 진짜야. 정 의심스러우면 여기에 있는 샘에게 물어봐. 이 녀석은 나와는 달리 박식하다고. 이 괴짜는 콥트 어로「네 발냄새는 양파 썩은내를 능가한다」라고 말할 줄도 알아.』
듣고 있던 샘은 난처했다. 형의 말이 맞다 진지하게 맞장구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딘? 이, 일단은 진정하고...』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딘의 음성은 격렬했다. 그러나 샘은 단단히 화가 났다는 투의 그의 말투를 한 꺼풀 벗겨내면 겁을 단단히 집어먹은 어린애가 나타날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천사는 그가 다룰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 점이 딘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난 안 믿어!』
딘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고백해봐, 샘. 너, 뒷좌석에다 나 몰래 이상한 거 막 던져놨지. 오래된 책이라던가, 아시아 인형이라던가, 저주를 받은 금반지라던가, 뚜껑이 열리지 않는 오래된 양철 깡통, 내지는 부두교 사제가 쿠폰처럼 나눠준 개구리 뒷다리 같은 거... 그러니까 이상한게 내 차에 달라붙은 거야. 틀림없어.』
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형님. 억측도 그 정도면 병입니다. 난 물건을 아무렇게 어지르지 않는다고요.』
『그럼 저걸 뭘로 설명할 거얏! 우리 베이비에게 저게 뭐냐고!』
외침은 이미 비명을 닮아 있었다.

『정말로「천사」일지 모른다는 말은 내 앞에선 하지 마. 지나가던 개가 웃을테니. 설령 진짜로 천사가 존재한다고 해도 저렇게 볼품없고 꽝인 외모는 아닐 걸!』
「천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대놓고 못 생겼다는 말에 나름 상처를 입은 듯했다.
「천사 조나단이라는 드라마도 못 보셨습니까. 천사라고 모두 금발에 푸른 눈은 아닙니다.」
『조나단은 또 누구야.』
「그러니까 NBC에서 방영한 고전 드라마예요. 마이크 랜든, 빅터 프렌치 주연... 모르십니까.」
『어랍쇼. 천사도 TV를 보나?』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거예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다 말고 흐린 가을날과 흡사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그게「바보들에게 말귀를 알아듣게 설명하는 건 쉽지 않군」라는 의미로 보여 딘은 기분이 나빴다. 누런 침을 흘리며 보라색 혀를 내밀었다면 차라리 그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거다.

『좋아. 백 번 양보해서 댁이 천사라고 치자.』
그렇다고 내가 똥통에 오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건 아니야 - 라는 단서를 덧붙인 딘은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댁이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그럼 뭐지?』
그러니까 자신의 사자를 이리로 내려보낸 하느님의 뜻이 뭐냐는 의미다.
『천사 조나단이라는 TV 드라마가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샘은 그의 형이 진심으로 화낼 적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제발 도와달라고 간절히 빌었을 적엔 바쁘다며 코빼기도 안 비쳤으면서!』
자동차 안이라는 공간의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딘은 발을 세게 굴렀다.
『말을 해봐. 혓바닥이 얼어붙었냐, 이 자칭 천사라는 자식아!』

그런데 여기서 자칭 천사 나으리는 불에다 끓는 기름을 부어댔다.
「나도 모르오.」
『뭐?!』
「나도 모릅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얼씨구?』
「다만 내 도움이 필요한 장소에 내가 있다는 것만 압니다.」
『뭐시라!』

이제 딘은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저울질하기 시작한 눈치다.
① 암연탄으로 갈겨보면 어떨까. 뒷유리창이 박살나긴 하겠지만 까짓 것...이 아니잖아!
② 성수를 뿌린다. 가죽 시트가 망가진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③ 소금 뿌리고 라이터로 확 불지른다. 단, 소중한 베이비도 같이 화르륵 타버릴 가능성 높음.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치는 그의 표정엔 증오심이 가득했다.

이윽고 딘은 배를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훅 하고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좋다구, 조나단.』
「내 이름은 조나단이 아닙니다.」
『거, 무지 짜증스럽구먼. 솔직히 난 당신이 케빈 코스트너라고 해도 상관이 없어. 어쨌든 우린 남의 도움따윈 필요 없거든? 그러니까 우린 우리의 갈 길을 가고, 당신은 당신의 갈 길을 가는 거야. 어때.』
「글쎄요.」
『당신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윗분에게 꼰지르지도 않을게. 이래뵈도 난 입이 무겁다?』
「그런다고 해도...」
남자는 난처한 기색이었다.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낯선 자동차 속에 앉아있곤 합니다. 벌써 5개월쨉니다. 난 내 의지로 떠날 수가 없어요. 뭔가가, 그러니까 어떤 골치 아픈 것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말이죠. 항상 그랬어요.」

붉그락푸그락 난리가 난 딘을 대신해서 샘이 끼어들었다.
『5개월?』
「저번에는 포드 템포우였습니다. 어린 여자애와, 부부가 있었지요.」
『하아?』
「남자가 직장 동료와 바람이 났더군요. 제가 알아듣게끔 잘 설득했습니다.」
『자, 잠깐만...』
「그 전에는 렉서스였지요. 팔뚝에 문신을 요란스럽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눈물을 한 바가지나 흘리면서 자신이 왜 마누라와 아이들을 패기 시작했는지를 장황스럽게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두 변병에 불구했습니다. 부인과 이혼을 하고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남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저와 약속했습니다.」
『이봐요?』
「낙태를 하기 위해 핸드백 하나만 쥐고 루이지애나를 떠난 여자와 만난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자는 대단히 민감한 주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피력했다.
「나는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에 찬성합니다. 임신 중기가 넘어가면 의사들은 유도분만으로 태아의 일부를 자궁 밖으로 끄집어내선 그 머리를 도구로 때립니다. 지독하게 잔인하지 않습니까?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대법원에 상소한 캘리포니아주 멍청이들은 큰 벌을 받을 겁니다.」
누가 그런 걸 물어봤냐고 - 샘과 딘은 바보처럼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08/10/26 20:18 2008/10/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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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전제일 2008/10/26 20:29 # M/D Reply Permalink

    ....부분출산 낙태법은 정말 무섭군요...덜덜덜///

  2. 소나기 2008/10/26 21:37 # M/D Reply Permalink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대는 딘~~~
    "아우웅~~" <-- 이거 너무 귀엽지 말입니다!!!!

  3. 쥬레스 2008/10/26 23:55 # M/D Reply Permalink

    아 이번편 딘이 정말 귀엽네요/ ㅅ/ '아웅~'이라니 ㅋㅋㅋㅋ

    진짜 이거 올라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ㅅ;..ㅠㅠㅠ

    얼마만에 ㄷㄷㄷ

    흑흑 뼈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

  4. 라니스터 2008/10/28 12:48 # M/D Reply Permalink

    억... 이건 무슨... 끔찍하군요..
    형제들은 자,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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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취향에 따라 때로 그 내용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을 적엔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을 닫는 멋진 센스를 보여주세요.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딘 윈체스터에게 있어 67년도 세비 임팔라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① 동생에게조차 운전대를 넘기길 거부 - ② 광고 전단지라도 붙여놨다 싶으면 끝까지 쫓아가 이단옆차기 - ③ 카메라로 그 우아한 모습을 찍어 고이 모셔두고 - ④ 얼굴에 검댕 묻혀가며 고장 난 부분을 직접 수리...
살인혐의로 수배중인 주제에 경찰서 증거물 보관 창고에 몰래 숨어들어가 임팔라를 꺼내왔을 정도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데다, 기름 값이 장난 아니게 들고, 단추 하나만 누르면 웬만한 건 자동으로 조작되는 요즘 자동차와는 달리 부랴부랴 핸들을 돌려 유리창을 내려야 한다는 불편함 따위는 머리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완벽했다. 낡은 클래식 카에 대한 숭배는 유별나서 알 아크사 순교자여단에서 차량 아래로 폭탄을 설치했다고 알려와도 밖으로 몸을 날리는 대신 장렬하게 같이 폭사하는 편을 택할 것이 뻔했다.

『딘!』
형이 운전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기에 샘은 대신 움직여야만 했다.
『나와!』
딘은 차문을 벌컥 열어젖힌 동생을 멍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어쩐지「내가 왜?」라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샘이 분명한 의도를 갖고 옷자락을 움켜쥐자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그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안으로 뒷걸음질 쳤다.
『제발~!!』
샘은 자신의 팔이 평균치보다 1인치 더 길다는 점에 감사했다. 크고 단단한 손바닥을 가졌음에 기뻐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잘도 피하며 묘기를 연출하던 딘을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잔뜩 흥분한 딘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뜨거운 피가 몰린 관자놀이가 무섭게 불끈거렸다.
『네놈 머리빡에 기생충이라도 들어갔냐?! 상대가 틀렸잖아!』
울부짖다 말고 자동차 뒷자석을 향해 신랄하게 손가락질했다. 여기서 생략된 말은「내가 아니라 저놈을 끌어내야 맞다고!」다. 하지만 자음과 모음이 제대로 된 언어로 조합되기도 전에 딘은 몸을 휙 돌렸다. 오로지 운전석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미치겠네. 딘!』
형의 움직임이 다람쥐처럼 얼마나 잽싸던지 샘은 하마터면 그를 놓칠 뻔했다.
『진짜지 바지를 질질 흘리고 돌아다니는 로완 앳킨스*(미스터 빈)처럼 굴거야?!』

그들은 헌터다. 설령 입싸움에 정신이 팔렸다고 해도 제3자가 자동차에 몰래 올라타는 걸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게다가 세비 임팔라 양은 나이를 하도 잡수셔서 이쪽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도 문을 열고 닫을 적마다 듣기 싫은 찌그덩 소음을 냈다. 그 소리가 너무나 커 주유소에서 몰래 기름만 넣고 도망치기란 절대로 불가능할 거라며 형제들은 농담 아닌 농담을 나누기도 했었다.
『어. 난 아무 소리 못 들었는데.』
허리춤에 손을 올린 딘은 그쯤해서 온전하고도 정상적인 사고를 했다.
『맙소사! 문도 안 열고 저게 어떻게 안으로 들어왔지?!』
『바로 그거야, 딘.』
겨우 한숨 놓았다는 어조로 샘이 대꾸했다.

이 경우엔 38구경 권총은 그다지 쓸모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를 감을 잡지 못한 채 딘은 임팔라 주변을 천천히 배회했다. 안쪽에 앉은 그것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샘은 만약을 위해 반대편으로 자리를 잡고 다리를 벌렸다. 그런다고 해봤자 낭패다. 각종 부적이니 암염탄이니 하는 귀중한 장사 밑천(?)은 죄다 트렁크 속에 모셔두고 있는 상태라서 현재 샘의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건 민트향 껌 한통과 볼펜 한 자루가 전부다.
『어떨 것 같아, 딘.』
『제기랄,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 거야?』
눈으로 봐선 상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보인다. 조금은 왜소한 체격이고, 짧게 자른 갈색 머리는 관리 미숙으로 일부가 완전히 드러누웠다. 1시간 전에 잠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 양치질만 해치우고 휴일 날 출근한 영업사원 분위기다. 실수로 양말을 짝짝이로 신었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내가 입은 작업복 분위기의 녹색 점퍼에는「오래된 친구들」이라는 로고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게 이름도 생소한 중소 가전제품 업체 이름인지, 아니면 댈튼 고등학교 졸업생 모임을 의미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사비로 제작한 앨범을 겨우 500장 정도만 팔고 쫄딱 망해버린 록 밴드 이름일 수도 있다. 어쨌든 딘은 그의 옷 입는 취향이 샘보다 곱절로 나쁘다고 결론지었다.
『내 옷이 뭐가 어때서!』
『네놈이 여차하면 꺼내 입는 분홍색 왕대박 프린트 셔츠는 걸레짝 같아 구역질난다고.』
『하아?! 걸레짝~?! 언제는 귀엽다고 했으면서!』
『넌 농담과 진담도 구분 못 하냐. 그건 반어법이었어, 이 원숭이야.』

그것의 눈동자가 목소리를 쫓아 딘으로부터 샘에게로 이동했다. 침착하고도 조용한 눈빛이었다. 딘은 흠칫해서 얼른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에서 음산한 섬광이 번쩍였다. 조심해야 한다. 외견만으로는 악마에 씌인건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 그것은 친절한 소방관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쇼핑센터에서 에나멜 구두를 고르는 아가씨의 모습을 취할 수도 있다. 잘 구워진 베이컨 소시지를 써빙하던 웨이츄리스가 갑자기 돌변하여 그를 공격한 일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씨발! 내 엉덩이에서 눈 떼지 못해?!」라고 외쳤다.
『으이그, 형... 말은 똑바로 하고 살자. 그건 악마가 아니잖아.』
『왜 실눈을 뜨고 날 쳐다보는 건데? 난 그 여자 D컵 가슴만 훑어봤지 맹세코 엉덩이는 감상 안 했다고. 그런데 그 암탉은 플라스틱 쟁반으로 내 머리를 후려갈기려 했어.』
『나라도 후려쳤다. 성추행으로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
『예쁘니까 쳐다봤다. 그런데도 내가 죄인이냐?!』
각설하고, 딘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며 동생에게 눈짓했다. 봉마의 힘이 깃든 라틴어 주문은 그보다 동생이 능숙하게 잘 읊는다. 딘은 수첩을 보면서 더듬더듬 읽는 수준이고, 그나마 간혹 틀렸다.

『헤이!』
바짝 긴장한 상태 그대로에서 유리창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그런 자세가 위협적으로 보여지길 희망하며 - 그런다고 쫄아붙을 악마도 없지만 - 목소리를 밑바닥까지 내리깔았다.
『당신, 뭐야.』

영원처럼 지루한 3, 4초가 흘렀다.
형제는 그 남자의 눈동자 안으로 짙은 암흑이 번져나가는 걸 상상했다. 땅은 요동치고, 별은 추락하리라. 무저갱의 큰 구멍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와 낮의 해는 어두워지고 공기는 전갈의 독으로 더러워질 것이다. 청동의 말이 달린다. 그 위로 올라탄 해골은 커다란 낫을 쥐고 있다. 그리하여 선포되는 것은 죽음의 저주이자 종말의 임박이다.
『뭐냐니까!』
하지만 돌풍과 함께 벼락이 수직으로 내리꽂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징조는 그들을 비껴갔다.
사내의 눈꺼풀이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깜빡깜빡 움직였다. 무어라 운을 떼면 좋을지 속으로 열심히 궁리하는 눈치다. 너무 뜨거운 나머지 삼키지 못하게 된 국물인양 에, 또, 그러니까 식의 모호한 표현을 오물거리며 인상을 썼다. 돼지 꼬리 모양으로 손가락도 꼬았다.
그 모습은 1959년 12월 1일에 맺어진 남극조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이건 형의 숙제지 내 숙제가 아니야!」불만스럽게 따지던 샘과 비슷했다.
그래서 딘은 달각 소리가 나게끔 문의 손잡이를 단숨에 잡아올렸다.
『내 차에서 당장 내려.』
사람에게 빈대붙은 악마 좋아하시네.
딘은 그가 지능이 약간 모자른 사람이라고 추정했다.

『잠깐! 이러고 끝이야? 정말 끝이냐고.』
『웃기는 해프닝이었어. 잊어버려, 샘.』
『아무래도 악령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이 멍청아. 그러니 더더욱 잊으라는 거다.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라고.』
『저렇게 길가에 아무렇게나 세워두고「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렵니다」이래도 되는 거야? 저 남자는 심지어 가방도 갖고 있지 않아! 내버려두면 조난당해 죽을지도 몰라!』
『맘대로 하셔, 샘. 경찰서에 얼른 전화해서「132번 국도에 방황하는 포레스트 검프가 나타났소이다. 부탁이니 붕대로 꽁꽁 감싸서 정신병원으로 얼랑 데려가쇼」신고하라고.』
『형!』
『알게 뭐야! 저런 정신 나간 히치하이커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곤란에 처한 사람알 수도 있어. 강도에게 소지품을 몽땅 빼앗긴 건지도 몰라.』
『흥! 네 말대로라면 말이다, 샘. 자길 도와달라고 소리소리 질렀을 걸.』

듣고보니 그 말이 맞다. 샘은 혀를 깨물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차렷 자세로 앉아「위험하니 계속 갓길에 정차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설교조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발 도와줘요, 살려줘요, 911을 불러줘요, 임신한 내 아내에게 진통이 왔어요. - 만삭의 여성이 근방으로 안 보였으니 이건 취소 -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가 방금 풀려났어요, 기타등등. 결국 강도 어쩌고 가설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남자는 학교 선생님처럼 침착했으며, 어디가 아픈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뒤돌아볼 것 없다니까, 샘.』
모르겠다. 속도를 내는 운전 탓에 솟아오른 먼지 너머로 언뜻 비치는 사람 그림자는 이미 무척 작아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오래되어 망가진 교통 표지판처럼 느껴졌을 뿐, 그것이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샘은 괜히 불안해졌다.

『도대체 정체가 뭐였을까.』
『미친 놈이지 뭐겠냐.』
『그치만 형? 이거 하나는 확실해. 난 그 남자가 임팔라에 올라타는 걸 보지 못 봤어.』
『그래. 나도 알아. 그 자식이 빛의 속도로 움직였거나, 아님 네가 눈 뜬 장님이라는 거지.』
『농담이 아니야. 난 심각해, 딘.』
『나도 심각하다, 아가. 내가 지금 웃고 있는 걸로 보이니?』
『제기랄! 내가 보지 못했으면 보지 못한 거야! 꼭 그렇게 미심쩍다는 식으로 말해서 사람 기분을 언짢게 만들어야 만족스러워?』
『과민반응하는 넌 어떻고! 사람 눈이 만능은 아니야. 네가 한 눈을 팔았을 수도 있잖니. 너야말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니다, 새미.』
『새미가 아니라 샘!』
『으이그, 또 시작이군.』
『형이야말로 그만둘 수 없어? 난 열 두 살 꼬맹이가 아니라고!』

하지만 새로 시작한 형제들의 말다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서 그럽니다만, 반대편 차선으로 대형 트럭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뭐야?!』
「그리고 제한속도를 준수합시다.」
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작업복처럼 생긴 점퍼를 입은 남자가 언제부터인가 비굴한 표정으로 이쪽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베시시 웃는 건 어딘지 모르게 배우 칼 펜* 을 닮았다.
제 발로 차에서 내린게 언제라고?
끼익 소리를 내고 임팔라가 정지했다.

Posted by 미야

2008/10/15 14:38 2008/10/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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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다 2008/10/16 23:45 # M/D Reply Permalink

    두둥. 딘의 완소 임팔라에 라이브 네비게이션 장착~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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