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그의 형은 빛의 속도로 권총을 꺼내곤 했다. 그리고 쿵푸 마스터 급의 실력으로 정확히 구멍을 낼 줄 알았다.
만사에 불만을 품었던 존도 - 기척을 죽이고 보다 더 빨리 뛸 수는 없는 거냐, 아들아? - 장남의 총 솜씨에 대해서만큼은 일절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웃집 아이들이 손가락을 들어 총 쏘는 흉내를 내며 입으로 탕탕 소리를 냈을 적에 그의 큰 아들은 평범한 맥주깡통을 윌리엄 텔의 사과로 잘도 바꿔놓고 있었다. 존은 그게 기뻤던 것 같다. 배가 나온다고 불평하면서도 엄청난 량의 맥주 캔을 식사 때마다 소비하며 빈 깡통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딘은「쓸만한 과녁」을 얻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아도 되었고, 언젠가는 우쭐해하는 표정으로 구멍이 나란히 두 개가 뚫린 깡통을 가져와 무슨 우승 트로피인양 자기 방에 장식해 두기도 했다.

『빌어먹을!』
그치만 그건 그거고.
『아우~웅!』
이건 이거다.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난리를 치며 권총을 마구 흔들어댔다.
『뭐냐고! 이건 뭐냐고! 이걸 뭐라고 해야... 젠장,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옷~!』
누가 뭐래도 귀신 박멸보단 임팔라가 우선이다. 딘은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거의 짐승 같은 소리로 울부짖었다.

샘은 별 미친놈 다 봤네, 식으로 운전석에 앉은 형을 노려봤다가 상황을 직시하고 뒷좌석으로 얼른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접근했다.
『크리스토!』
그걸 상대가 멋지게 오해했다.
「저어... 제 이름은 크리스가 아닙니다만. 그 크리스라는 분과 제가 많이 닮았습니까?」
샘은 딘을 응시하며 그의 네 살 터울의 형이 제시할 온전하고도 이성적인 의견을 기다렸다.
『이 씹새꺄, 빙신아! 내 차에서 당장 내려~! 아우웅, 아웅!』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완전히 논리적인 것이었다.

처음부터 환영받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남자는 양손의 검지손가락을 붙였다 뗐다 하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다리를 절룩거리는 비루먹은 떠돌이 개가 먹다 남은 햄버거를 얻으려 주춤거리며 행인에게 접근하려는 걸 연상시켰다. 한 입만 주시겠어요? 발로 차진 말아주세요.
상대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긴장했음을 깨달은 샘은 약간만 차분해졌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천사입니다.」
『네?』
그는 자기 목소리가 작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샘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거라 여겼던지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해서 아까와 같은 문장을 반복하여 다시 말했다.
「나는 천사입니다.」

날개도 없으면서 무슨...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 부분이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신성모독」을 우려한 샘은「댁이 정말로 천사란 말이오?」반문하지 않았다. 대신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외출을 감행한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 형의 옆구리를 꾹 찔러렀다.
『딘... 천사라는데.』
『지랄하고 자빠졌네.』
『어쨌든 악마는 확실히 아는 것 같아.』
『그래서 뭐. 저딴게 네 처녀임신을 알리러 왔다는 거냐?! 응?! 그럼 백합꽃은 어딨어!』
『기분 나쁘네. 난 성처녀 마리아가 아니야, 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그리고 저건 가브리엘도 아니지!』

골치가 아프다는 걸 굳이 숨기지도 않으며 딘은 신음했다.
기적도 기적다워야 기적이라 믿을 수 있는 거다. 초록색 작업복 점퍼 차림새로「말세가 다가왔으니 회개하시오」선포하는 건 너무하다. 특징이라고는 없는 기다란 얼굴은 신심을 자극하기는커녕 뙤약볕을 지나치게 쬔 박넝쿨처럼 믿음을 시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조금 뒤에 딘이 고개를 똑바로 들었을 적엔 그 얼굴에는 절망적인 표정이, 동시에 애써 그 절망을 무시하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거대한 빙산을 발견했으나 차마 방향을 돌릴 수 없었던 타이타닉호의 선장이 아마도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솔직히 불어. 천사는 무쉰.』
딘은 신앙이 없었다. 그는 교회에 가지도 않았으며, 기도를 한 적도 없다.
『자꾸 거짓말 하면 소금 뿌려 확 불질러 버린다.』
「부, 불을 지르다니오. 정말입니다!」
『십계명에도 나와 있다고. 제 팔의 계명은, 거짓말하면 똥구멍에 털 난다.』
「어느 성경에 그렇게 적혀져 있다는 거요! 여덟 번째 계명은《도적질하지 말라》입니다.」
『바락바락 대들긴. 내가 맞다면 맞아. 그리고 아홉 번째 계명은《남의 자동차에 무단으로 올라타면 안 된다》닷! 그리고 열 번째는《귀신은 자동차에 올라타선 결코 안 된다》고! 진짜야. 정 의심스러우면 여기에 있는 샘에게 물어봐. 이 녀석은 나와는 달리 박식하다고. 이 괴짜는 콥트 어로「네 발냄새는 양파 썩은내를 능가한다」라고 말할 줄도 알아.』
듣고 있던 샘은 난처했다. 형의 말이 맞다 진지하게 맞장구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딘? 이, 일단은 진정하고...』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딘의 음성은 격렬했다. 그러나 샘은 단단히 화가 났다는 투의 그의 말투를 한 꺼풀 벗겨내면 겁을 단단히 집어먹은 어린애가 나타날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천사는 그가 다룰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 점이 딘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난 안 믿어!』
딘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고백해봐, 샘. 너, 뒷좌석에다 나 몰래 이상한 거 막 던져놨지. 오래된 책이라던가, 아시아 인형이라던가, 저주를 받은 금반지라던가, 뚜껑이 열리지 않는 오래된 양철 깡통, 내지는 부두교 사제가 쿠폰처럼 나눠준 개구리 뒷다리 같은 거... 그러니까 이상한게 내 차에 달라붙은 거야. 틀림없어.』
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형님. 억측도 그 정도면 병입니다. 난 물건을 아무렇게 어지르지 않는다고요.』
『그럼 저걸 뭘로 설명할 거얏! 우리 베이비에게 저게 뭐냐고!』
외침은 이미 비명을 닮아 있었다.

『정말로「천사」일지 모른다는 말은 내 앞에선 하지 마. 지나가던 개가 웃을테니. 설령 진짜로 천사가 존재한다고 해도 저렇게 볼품없고 꽝인 외모는 아닐 걸!』
「천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대놓고 못 생겼다는 말에 나름 상처를 입은 듯했다.
「천사 조나단이라는 드라마도 못 보셨습니까. 천사라고 모두 금발에 푸른 눈은 아닙니다.」
『조나단은 또 누구야.』
「그러니까 NBC에서 방영한 고전 드라마예요. 마이크 랜든, 빅터 프렌치 주연... 모르십니까.」
『어랍쇼. 천사도 TV를 보나?』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거예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다 말고 흐린 가을날과 흡사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그게「바보들에게 말귀를 알아듣게 설명하는 건 쉽지 않군」라는 의미로 보여 딘은 기분이 나빴다. 누런 침을 흘리며 보라색 혀를 내밀었다면 차라리 그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거다.

『좋아. 백 번 양보해서 댁이 천사라고 치자.』
그렇다고 내가 똥통에 오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건 아니야 - 라는 단서를 덧붙인 딘은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댁이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그럼 뭐지?』
그러니까 자신의 사자를 이리로 내려보낸 하느님의 뜻이 뭐냐는 의미다.
『천사 조나단이라는 TV 드라마가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샘은 그의 형이 진심으로 화낼 적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제발 도와달라고 간절히 빌었을 적엔 바쁘다며 코빼기도 안 비쳤으면서!』
자동차 안이라는 공간의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딘은 발을 세게 굴렀다.
『말을 해봐. 혓바닥이 얼어붙었냐, 이 자칭 천사라는 자식아!』

그런데 여기서 자칭 천사 나으리는 불에다 끓는 기름을 부어댔다.
「나도 모르오.」
『뭐?!』
「나도 모릅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얼씨구?』
「다만 내 도움이 필요한 장소에 내가 있다는 것만 압니다.」
『뭐시라!』

이제 딘은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저울질하기 시작한 눈치다.
① 암연탄으로 갈겨보면 어떨까. 뒷유리창이 박살나긴 하겠지만 까짓 것...이 아니잖아!
② 성수를 뿌린다. 가죽 시트가 망가진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③ 소금 뿌리고 라이터로 확 불지른다. 단, 소중한 베이비도 같이 화르륵 타버릴 가능성 높음.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치는 그의 표정엔 증오심이 가득했다.

이윽고 딘은 배를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훅 하고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좋다구, 조나단.』
「내 이름은 조나단이 아닙니다.」
『거, 무지 짜증스럽구먼. 솔직히 난 당신이 케빈 코스트너라고 해도 상관이 없어. 어쨌든 우린 남의 도움따윈 필요 없거든? 그러니까 우린 우리의 갈 길을 가고, 당신은 당신의 갈 길을 가는 거야. 어때.』
「글쎄요.」
『당신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윗분에게 꼰지르지도 않을게. 이래뵈도 난 입이 무겁다?』
「그런다고 해도...」
남자는 난처한 기색이었다.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낯선 자동차 속에 앉아있곤 합니다. 벌써 5개월쨉니다. 난 내 의지로 떠날 수가 없어요. 뭔가가, 그러니까 어떤 골치 아픈 것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말이죠. 항상 그랬어요.」

붉그락푸그락 난리가 난 딘을 대신해서 샘이 끼어들었다.
『5개월?』
「저번에는 포드 템포우였습니다. 어린 여자애와, 부부가 있었지요.」
『하아?』
「남자가 직장 동료와 바람이 났더군요. 제가 알아듣게끔 잘 설득했습니다.」
『자, 잠깐만...』
「그 전에는 렉서스였지요. 팔뚝에 문신을 요란스럽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눈물을 한 바가지나 흘리면서 자신이 왜 마누라와 아이들을 패기 시작했는지를 장황스럽게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두 변병에 불구했습니다. 부인과 이혼을 하고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남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저와 약속했습니다.」
『이봐요?』
「낙태를 하기 위해 핸드백 하나만 쥐고 루이지애나를 떠난 여자와 만난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자는 대단히 민감한 주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피력했다.
「나는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에 찬성합니다. 임신 중기가 넘어가면 의사들은 유도분만으로 태아의 일부를 자궁 밖으로 끄집어내선 그 머리를 도구로 때립니다. 지독하게 잔인하지 않습니까?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대법원에 상소한 캘리포니아주 멍청이들은 큰 벌을 받을 겁니다.」
누가 그런 걸 물어봤냐고 - 샘과 딘은 바보처럼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08/10/26 20:18 2008/10/26 20:18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064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List

  1. 안전제일 2008/10/26 20:29 # M/D Reply Permalink

    ....부분출산 낙태법은 정말 무섭군요...덜덜덜///

  2. 소나기 2008/10/26 21:37 # M/D Reply Permalink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대는 딘~~~
    "아우웅~~" <-- 이거 너무 귀엽지 말입니다!!!!

  3. 쥬레스 2008/10/26 23:55 # M/D Reply Permalink

    아 이번편 딘이 정말 귀엽네요/ ㅅ/ '아웅~'이라니 ㅋㅋㅋㅋ

    진짜 이거 올라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ㅅ;..ㅠㅠㅠ

    얼마만에 ㄷㄷㄷ

    흑흑 뼈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

  4. 라니스터 2008/10/28 12:48 # M/D Reply Permalink

    억... 이건 무슨... 끔찍하군요..
    형제들은 자, 잘 보고 갑니다.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026 : 1027 : 1028 : 1029 : 1030 : 1031 : 1032 : 1033 : 1034 : ... 1973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991209
Today:
102
Yesterday:
122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