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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들쭉날쭉 할 거예요

2월 말에 근로계약이 종료됩니다.
직장을 잃는다는 고통 이전에 마음 접고 훌쩍 떠나면 좋은데 벼라지 웃긴 일들이 좀 생기네요.
할 줄 아는게 없는 상관 대신 일을 하면 건방지게 나선다고 비난만 듣고, 손 놓고 있음 일을 안 한다고 또 말을 듣고, 그려. 전부 내 책임이라고 뒤집어 씌우든가 말등가 - 구정 연휴 전에 불러내어 개소리 다 한다.
정나미 떨어져 사무실 밖에 나와 베스킨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1시간 앉아 있었어요.
그리고나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네요.

이번에 산 책은 다 읽어버렸고.
그런데 왜 이렇게 내용이 우울한 책이 걸렸냐... 토머스 H 쿡의 "붉은 낙엽" 을 읽었는데요. 무척 좋은 내용인데 읽다보면 괴롭고 고통스럽더군요. 지금 제 상황에선 보면 안 될 것 같은데 도중에 눈을 뗄 수가 없어 다 읽어버림. 그리고 울증이 닥쳤고... 레드존에게 살해당한 딸의 시신을 발견한 제인 심정이 되버림.
장담하는데 제인은 통곡도 못 했을 거임. 꽉 막히면 눈물따윈 오히려 말라버림.

내가 원한 건 그저 마음의 평화일 뿐이건만 알고 보면 그게 돈이나 건강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거더군요.

Posted by 미야

2013/02/06 19:25 2013/02/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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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도 시리즈의 외전 격이라는데 등장인물 안 따지고 그냥 괴기소설... "우부메의 여름" 으로 시작하는 교고쿠도 시리즈와 그다지 느낌이 같지 않다. 한 줄 요약하면 요괴에 홀린 미친 사람들 이야기.
사전지식 없이 책을 펼쳤다가 "이 소녀의 이름... 가나코, 결코 낯설지 않다" 로 시작해 결국 진실을 깨닫고 얼굴이 굳었다. 몰랐는데 교고쿠 나츠히코 이 사람, 엄청난 다작의 작가였던 걸지도.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 배경인 글도 있어 일부는 잘 와닿지 않는다.
역시 요괴라서 그런가, 읽다보면 기분이 언짢아진다. 무서운게 아니다. 언.짢.다.
특이한 점은 글의 표현이 묘하게 매끄럽지 않은데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꿈의 이미지를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듯한... 장광설의 오라를 내뿜는 교고쿠도가 등장하지 않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단부는 표지에 인쇄된 책의 소개.

* 첫 번째 밤 <고소데의 손>
- 아이들이 무서워서 일자리에서 쫓겨 난 전직 교사의 이야기
* 두 번째 밤 <후구루마요비>
- 자신을 관찰하는 ‘작은 여자’를 환시하는 병약한 여자 이야기
* 세 번째 밤 <모쿠모쿠렌>
- 방안에서 시선을 느끼고 무서워하는 장인의 이야기
* 네 번째 밤 <오니히토쿠치>
- 거리에서 귀신을 보게 되는 인쇄공의 이야기
* 다섯 번째 밤 <엔엔라>
- 연기에 매료되어 각별한 집착을 갖는 소방관 이야기
* 여섯 번째 밤 <케라케라온나>
- 웃지 못하는, 고민이 많은 준엄한 여교사의 이야기
* 일곱 번째 밤 <히마무시뉴도>
- 귀찮음으로 인해 전락하는 형사의 이야기
* 여덟 번째 밤 <에리타테고로모>
- 교주인 아버지를 깊이 미워하는 승려의 이야기
* 아홉 번째 밤 <게로조>
- 자살한 숙모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하는 형사의 이야기
* 열 번째 밤 <가와아카고>
- 무언가를 잊는다는 불안감에, 바다에 강한 혐오감을 갖는 작가의 이야기

Posted by 미야

2013/02/05 15:44 2013/02/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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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72

※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문득 알제리에서 체포되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막연히 감상에 젖어 그런 것이 아니다. 수감된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겠다, 신원불명의 미국인이 들어왔다며 웅성거리던 그곳의 분위기와 이곳의 모양새가 묘하게 많이 닮아서다.
《들었어? 멍키 슈트를 입은 수사관들이 기소 절차 없이 4명의 남자를 여기로 데려왔어.》
《기소 절차도 없이? 뭐야, 그거. 정체가 뭐래. 테러리스트?》
《비슷한 건가봐. 교도관들 분위기가 살얼음이야.》
소문은 의외로 빠르다. 그리고 불안감은 질병처럼 전염되는 법이다.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으스스해졌다. 좁은 감방에 홀로 앉아있어도 느껴질 정도라서 저도 모르게 두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굳게 닫힌 쇠문을 응시했다.
원래 리스는 유령이니 귀신이니 하는 걸 믿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두꺼운 쇠붙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들어올 악령의 존재를 경계해야 했다. 먼 옛날에 귓동냥으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이런 장소엔 사람 혼을 쏙 빼먹는 못된 것들이 배회하고 있다고...

폐쇄공포증에라도 걸릴 것만 같은 무개성의 좁은 공간에 갇혀 한참을 있다 보면 머리가 이상해지기 쉽다. 뇌세포를 갉아먹는 균이 코를 통해 머릿속까지 들어가 버릴 것만 같다. 귀로 들릴 리 없는 웅성거림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커진다. 건물 자체가 진동한다.
이쯤 되면 못 견디고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도 나온다. 감옥이란 존재가, 그러니까 악령이 몸속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하여 횡설수설해하며 간수를 부르고, 가족을 부르고, 신의 이름을 불러댄다.
《나는 죄를 짓지 않았어! 나는 이곳에 있을 수 없어!》
그래봤자 부질없다. 눈에 띄게 자해를 하지 않는 이상 일부러 날뛰게끔 내버려둔다. 그리고는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 감옥은 평범한 은행원을 순식간에 체포된 은행 강도로 둔갑시킨다.
악령이 한 목소리로 합창한다.
태어난 이상 모두가 죄인. 그렇지 아니한가.
죄를 인정하고 순순히 벌을 받아라. 벌을 받아라.

멀리서 철컹, 이러고 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때를 밀고 있다는 식으로 손바닥을 문지르던 리스는 귀를 세우고 바깥 분위기를 상상했다. 그래봤자 머리로 아무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마음에 높은 벽을 세워둔 탓에 상대적으로 외부의 자극에 둔감해졌다. 발걸음 소리를 들어도 그게 누구일지 짐작도 안 간다. 교도관? 아니면 FBI 요원들? 그런데 지금 와서 그걸 구분하는게 과연 중요할까? 다시금 손바닥 한 가운데를 반복하여 문질렀다. 어느새 피부가 자극을 받아 벌겋게 타들어갔다.
몇 시나 되었을지 돌연 궁금해졌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그의 고용주가 수감실에 핸드폰을 심어두었다.
누가 발견이라도 하면 곤란해지기에 통화는 대단히 짧게 이루어졌다.
《앞으로 72시간만 참으세요, 미스터 리스.》
『걱정 말아요, 핀치. 제가 알아서 할게요.』
《탈옥이라도 하려고요? 내 말 들어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준비해둔 것이 있어요.》
핀치의 목소리엔 높낮이가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얼핏 듣기에는「복사용지가 다 떨어졌어요」수준이어서 상당히 매몰차게 느껴졌다.
하지만 리스는 감사했다. 반대로 걱정하고 있다는 티를 냈다면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무덤덤하게 얘기해 주는게 기뻤다.
『번호가 또 나오면 어떻게 하죠? 핀치.』
《불행하게도 번호는 끊임없이 나오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볼 겁니다.》
여기서 생략되어진 말은「지금 상황에선 당신은 당신 걱정만 하면 됩니다」라는 거겠지.
핸드폰을 귀에 대고 가만히 문질렀다.
지금 그는 마분지를 오려서 만든 것 같은 밋밋한 표정을 하고 있으리라.
그래도 리스는 핀치의 손이 가냘프게 떨리고 있으리라는 걸 잘 알았다.
《다음엔 보다 좋은 상황에서 대화를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마치 어린 학생들 앞에서 책을 낭독하는 뉘앙스였다.

핀치와 그를 이어주었던 핸드폰은 그것으로 수명을 다 마쳤다.
전원을 끄고 심카드를 분리했다. 몸체는 텅 빈 것과 마찬가지니 기회를 봐서 없애버리면 된다. 딱히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제자리에 두면 이걸 심어둔 사람이 증거 인멸을 시도하며 도로 거두어갈 수도 있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심카드는 발로 밟아 망가뜨려 침상 밑에 잘 숨겼다. 불시에 수색하더라도 놓치기 쉬운 틈새는 어디에든 있는 법이다. 수십, 수백 명의 죄수가 머물다 떠나간 만큼 공통된 분모는 분명 있다. 뭐, 정 찾을 수 없다면 잘게 부수어 목구멍으로 삼켜도 그만 - 심카드보다 더 커다란 것도 삼켜본 적도 있다. 그까짓 것, 어려운 결정도 아니다.

『심문은 하지 않는 겁니까.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나요.』
식사가 들어왔을 적에 문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일부러 말을 걸어보았다.
리스가 듣기에도 잔뜩 갈라진게 듣기 괴로운 목소리였다. 이 정도면 동정심을 유발하기 충분할 터, 하소연하듯 다른 이야기도 흘렸다.
『내 이름은 존 워렌입니다. 여보세요. 듣고 있습니까?』
여기서 지나치게 평정심을 보여선 의심받을 거다. 리스는 적당히 동요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곳에 절 데리고 온 FBI와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문 반대편의 사람은 매뉴얼에 입각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곧 체념했다는 투로 식판을 향해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즉시 식욕이 사라졌다. 수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종류는 죽으나 사나 햄버거밖에 없다는 거냐 - 마요네즈와 뒤섞인 인스턴트 스파게티 소스가 역한 향미를 내뿜었다. 이번엔 연기가 아니었다. 정말로 토기가 올라와 절반은 먹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었다. FBI 녀석들은 치사하다. 먹는 걸로 정신 고문을 하려고 들다니.

딱 한 번 직급이 제법 있는 위치의 사람이 방문했다. 모르는 얼굴에 모르는 목소리가 아니다. 리스가 이곳으로 이송되어져 왔을 적에 도넬리 요원과 나란히 서있었던 사람으로 이 시설의 책임자다.
『문제될게 없다 판단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요.』
눈치로 보아 그는 같은 대사를 네 명의 수감자들에게 한 번씩, 정확히 네 번 반복했다.
요컨대 법이 한계로 정한 72시간의 타임아웃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소장은 혹시라도 이 일의 뒤끝이 소송으로 번질까봐 두려운 눈치다. 동시에 법 규정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도넬리 요원에게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을 적에 책임만 뒤집어쓰게 되는 건 절대로 사양이다 -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는 자세가 많은 걸 암시했다.

리스는 민간인의 태도를 다시 연기했다.
『주변에서 절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제가 이곳에 있노라 바깥에 연락해줄 수 있습니까?』
소장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연방 요원들이 알아서 잘 처리했을 거요.』
속으로 다리를 접질러 넘어진 핀치를 상상했더니 효과가 있었다. 슬퍼하는 것도 같고 염려하는 것도 같은 리스의 표정에 소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낯짝 두꺼운 종신범들을 자주 보아서 그런지 무죄를 호소하며 애걸하는 사람에겐 한 수 접어주는 눈치다. 무뚝뚝했으나 희망적인 이야기를 흘렸다.
『곧 나갈 수 있을 거요.』
핀치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는 상상을 했다. 덤으로 그의 체취를 떠올려 보았다.
그걸 다른 각도로 이해한 교도소장이 조금만 더 참으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Posted by 미야

2013/02/04 16:41 2013/02/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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