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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1 낙서-일상생활78 by 미야

낙서-일상생활78

※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눈으로만 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귀로 정보를 취득하는 것 중에서 어느 방식이 더 효과적일까.
반반의 가능성이었다. 스피커가 꺼져 있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뉴스를 보는 것과 라디오 채널로 뉴스를 듣는 것의 차이다. 솔직히 말해 이것도 답답하고 저것도 답답하다.
그래도 딱 한 가지 방식만 선택하라면 핀치는 두고 볼 것도 없다며 라디오를 고를 거다.
현장의 모습은 상상력만으로 충분히 그려낼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신은 사귈 친구를 잘못 골랐어요, 마이클.》
《친구? 누가 친구인데요. 로건을 말하는 거요? 그 녀석은 친구가 아니라 웬수요.》
《으하핫핫핫~!!》
《피어스 씨. 당신더러 웬수라는데 왜 그렇게 기분 좋다는 듯이 웃는 겁니까.》
《기분이 좋으니까 기분 좋게 웃는 거죠. 친구라는 건 지루해요, 존. 하지만 웬수는 재밌는 관계죠. 내 말이 맞지? 마이클.》
《꺼져라, 졸부!》
《거봐요. 맞다잖아요.》
《끄응... 나까지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군.》
세 명의 술주정뱅이가 삿대질을 서슴지 않으며 드잡이를 하는 광경이 그려졌다. 물론 그들 중 알콜을 섭취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 명의 목소리가 커진 건 단순히 아드레날린의 증가 탓이다.
《당신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싫은데.》
《권고하는게 아닙니다, 피어스. 자, 그만 차에서 내려요.》
《어, 어, 어! 실수하는 거요, 존. 나 같은 히든카드를 그냥 버릴 작정입니까?》
《누가 히든카드라는 겁니까. 카드로 치면 당신은 조커요. 그리고 골칫덩이요!》
리스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음... 이쯤해서 핀치는 방어하는 태도로 팔짱을 꼈다. 흥미롭다는 표현은 이럴 적에 사용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지금 그가 느끼는 감각은 뭐랄까... 딱 꼬집어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리스는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그가 화를 내는 방식은 매우 독특해서 눈빛이 날카로워지는 것과 비례하여 목소리가 착 가라앉는다. 그리고는 거대한 아마존 비단구렁이가 바닥을 소리 소문 없이 기어가는 그런 느낌으로 상대를 위협한다. 나에게 목이 꺾여 죽고 싶은 거냐 - 앵앵거리며 고함을 지르는 법이 결코 없다. 여자처럼 고음을 내는 건 쓸데없는 허세에 불과하니 오히려 적에게 얕잡아 보이기 십상이다, 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리고 소리를 낼 일이 없었어요. 죽기 싫으면 꺼져라 위협하기 전에 방아쇠를 당기던게 제가 하던 일이었죠. 움직이면 쏜다 경고하는 건 경찰이나 하는 거잖아요?」
그들이 의견 다툼으로 몇 번 싸웠을 적에도 두 사람이 내는 목소리는 조곤조곤 속삭이는 어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핀치 역시 감정적으로 변해 고함을 질러대는 걸 무척이나 혐오하는 편이었고... 솔직히 말해 무기를 가진 전직 CIA 요원을 향하여「계란에 소금을 너무 많이 뿌렸다니까요!」이러고 말싸움을 거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안경을 벗고 뻣뻣해진 눈가를 문질렀다.
리스는 이미 핀치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어먹은 눈치다. 와와 이러고 세 명의 사내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 새내기 대학생들이 대마초를 피우고는 어디로 놀러갈까 이러고 다투고 있는 것처럼도 들렸다.
《당신까지 안전가옥으로 데려갈 생각은 없습니다, 피어스.》
《이거 참 답답하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잖수. 당신 파트너에게 내가 찾아낸 용의자 사진을 보내드릴까 하는데 번호 좀... 응? 애인 번호 따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왜 그렇게 정색하는 거요. 그 안경 쓴 아저씨 번호를 불러달라니까. 안 돼? 진짜로? 이거 너무하네.》
《이봐요. 것보다 내 담당인 애나가 걱정할 거예요. 그녀에게 연락하고 싶습니다만.》
《마이클... 쯧쯧.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치만 갑자기 내가 없어졌다고 해봐. 난리가 날 걸세, 로건.》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 그만 징징거려. 그럼 내가 대신 문자할게. 마이클과 로건은 라스베가스로 놀라갔음. 사흘 정도 카지노에서 질퍽하게 놀다오겠삼. 굿 럭 애나.》
《야, 이 자식아~!! 날 그냥 망나니 인간으로 만들어라, 만들어!》
이쯤해서 리스가 뱃가죽에 힘을 잔뜩 넣고 고함을 질러댔다.
《모두 입 다물어요~!!》
그래봤자 다들 한 고집이라 배경으로 꺄륵꺄륵 싸우는 소리가 여전히 들려왔다.

바로 그때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의 존경하는 해커 씨.》
핀치는 메마른 눈을 꿈뻑거렸다.
리스가 하던 방식으로 로건 피어스 또한 리스의 핸드폰을 성공적으로 블루재킹한 모양이었다.
이가 다 빠진 사람처럼 입술을 안쪽으로 오물거리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젊은 천재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자신의 개구쟁이 짓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전혀 모르고 있다...
돌연 위가 쓰리고 아파왔다.
온 방안이 붉은 빛을 내뿜는 경고등으로 가득 찼다. 위험, 위험, 위험.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주제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라고 해줘요.」
모았던 손을 뾰족이 세워 코로 가져갔다. 옆에서 보면 콧물을 푸는 동작과 똑같아 보일 거다. 그 상태에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미스터 피어스.』
《어~흥.》
주저하며 대화를 시도했을 적에 그는 호랑이를 흉내를 내며 괴상하게 대답했다.
『이제부터 당신 친구는 우리가 돌보겠어요.』
《음... 그러니까 날 돌봐줬던 것처럼 말이죠.》
지금 누구와 통화하고 있는 겁니까, 이러며 짜증을 부리는 리스의 목소리가 배경음으로 같이 들렸다.
핀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미스터 피어스.』
《넵.》
『경고하는데... 나와 다시금 연락하기 위해 일부러 당신 친구를 위험에 빠뜨린 거라면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을 겁니다. 부탁이니 더 이상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말아요.』
《이크! 무서워라. 최종 보스님이 화내니까 소름이 돋는군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아침에 눈을 떠보니 침대 위에 댕겅 잘려진 말 대가리가 올라가 있더라」영화 장면이 재현되는 겁니까? 그거 무섭네... 그런데 각하. 틀린 가정 하에 이루어진 협박은 그다지 재미없으니 관두죠. 난 내 친구를 일부러 위험에 빠뜨리지 않아요. 것보다 우리 세 명이 요트 타고 바다로 나가도 될까요?》
『네?』
《제 개인 요트에 내 친구를 태우고 바다로 달아나고 싶습니다만. 거기라면 이상한 놈들도 따라오기 쉽지 않죠. 당연히 존은 동석할 수 있구요.》
『그! 기, 기다려...』
《오케이. 존~!! 최종 보스님이 허락하셨다! 하던 거 멈추고 요트로 갑시다~!! 할렐루야~!!》
피어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핀치를 뒤로 떠밀어버리고 그만의 자리를 꿰찼다.
싸악, 이러고 온몸의 피가 아래로 쏠리는 감각이다.
『미스터 피어스!』
상대가 제멋대로라서 화가 치미는게 아니다. 그런 것과는 약간 달랐다.
《존, 요트를 조정할 줄 아나요? 흠?》
이러면서 슬그머니 리스에게 어깨동무를 할 그가 너무나 미운 것이다.

Posted by 미야

2013/02/21 10:47 2013/02/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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