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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 두지 않는다는 거... 저러다 휩쓸려 사라진 녀석도 있다.
사실 귀금속 종류는 서로 긁어대기 때문에 저렇게 두면 안 된다.  심지어 펜듈럼까지 굴러다니고 있음.
이렇게 방치하는 버릇을 보고 "물욕이 없는 거냐" 착각하기 쉬운데 순전히 게을러서 그렇다.

Posted by 미야

2012/12/03 19:10 2012/12/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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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33

예전에는 성인 남자가 공원 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신문을 펼치고 읽는 모습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그렇게 했다간 사람들 눈총을 받는다. 젊은 여자들은 천연두 병균이라도 발견했다는 투로 슬금슬금 피한다. 뿐만 아니라 순찰 중인 정복의 경관이 거동이 수상한 자가 나타났다며 긴장을 한다. 어깨에 달린 무전기로 425A (코드 : 거동 수상자) 이러고 순찰차량에 보고를 하는데 거 참, 테러리스트 잡겠다고 엉뚱한 사람을 막 의심하고 그런다.
『좋은 세월은 다 지나갔다니까.』
50대 후반의 사내는 불평하며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메일을 확인하는 척했다.
오전 늦게부터 비가 올 거라는 일기 예보가 있어 성가시다.
어디까지나 가명 - 로버트는 어깨에 총을 맞은 적이 있어 습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근육을 조이며 갉아대는 쓰라린 통증이 벌써부터 엄습하는 기분이다.

『사직서만 제출하고 끝나는게 아닐세. 50페이지가 넘어가는 비밀 유지 각서에 하나하나 서명을 하고,「약속을 어길 시에는 배를 째고 죽겠습니다」이러고 동의를 해야 하거든. 그리고 꾸준히 감시를 받지. 이게 참 독해. 농담이 아니라니까. 중국 쓰촨으로 관광을 가겠다고 비행기 표를 구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리는 거야. 머리 위로 투명한 감시 카메라라도 달린 것 같다니까. 분위기를 보아하니 자네도 잘 알 것 같은데... 이라크에도 다녀왔었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벤치에 동석한 수트 차림새의 남자는 로버트의 빈정거림에 쓰게 웃었다. 특히「투명한 감시 카메라」부분에 반응, 공원 어딘가에서 그들을 촬영하고 있을 렌즈를 찾아 가로등 위를 흘끔거렸다.
『그래서 쓰촨 여행은 포기한 겁니까.』
『그걸 왜 포기를 하나? 이 친구야.  비뚫어질테다, 구호 한 번 외치고 가족들과 같이 날랐지. 난 반역질하러 간게 아니고 관광하러 간 걸세. 떳떳하게 굴어야지.』
『여행은 좋았나요.』
『좋기는 개뿔. 과일 주스를 잘못 먹고 배탈이 단단히 났어. 일주일에 3kg나 체중이 줄었다니까. 일하러 간게 아니고 놀러갔는데 화장실을 들락거린게 추억의 전부야. 거기다 그쪽 관리 말이 만약 이질에 걸린 거라면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하잖아? 순간 누구를 저주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더군.』
개인적인 수다는 여기까지.
핸드폰 액정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직 시절에도 쓸데없는 말이 많다 지적을 들어왔던 그다. 나불거리는 가벼운 입은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고쳐지는게 아니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내가 비밀 유지 각서에 서명을 했다는 걸 이해해주게.』
일찌감치 선부터 긋는 로버트를 향해 리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비밀 유지 각서 어쩌고는 어디까지나 핑계고.
모르는 건 모른다는 얘기를 화려한 수식어로 돌려 말한 거에 불과하다. 물어봤자 아는게 없음 어차피 말을 못해주는데「미안하지만 잘 모르겠소」이러는 것보다「정부로부터 입 다물라는 압박을 받았소. 그리고 나는 뼛속까지 애국자요.」이러는게 훨씬 능력 있어 보이는 법이다. 정부 요원의 타이틀을 벗고 프리 마켓에 뛰어들면서 자신의 능력을 민간 고객에게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은 그는 일찌감치 엉덩이에 공작새 깃털 꽂는 방법을 능숙하게 익힌 듯했다.
「말로만 유능하고 허풍만 센 사람일지도 모르겠군. 갬브럴은 왜 이런 사람을 소개했지.」
리스는 로버트의 점수를 왕창 깍아내렸다.

그렇게 올리버 갬브럴이 사기를 쳤나 의심을 품기 시작하려던 찰나, 나뭇잎의 음영을 구경하던 로버트가 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곁눈질로 리스를 바라보는데「자네가 뭘 생각하는지 나도 다 알아」라는 표정이었다.
『방금 나로부터 얻을 수확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지 말게. 나도 아주 바보는 아냐. 게다가 내 고용주가 자기로부터 계속 월급 받고 일하고 싶으면 당신에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주더군.』
『...』
『있잖아. 100년 묵은 늙은 구렁이를 어떻게 요리한 건지 물어봐도 될까?』
리스는 깍지를 낀 자세로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들고 있던 커피도 장식품으로, 로버트와 나란히 벤치에 안고부터는 음료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걸 보고 로버트가 코웃음을 쳤다.
『마음대로 하시게. 아무렴 어때. 난 이제 국가를 위해 일하는 몸도 아닌데.』
그는 만사 지겹다는 투로 등을 구부렸다. 덕분에 그는 은행에 집을 빼앗긴 가엾은 모기지론 희생자처럼 보이고 있다. 이런 사내가 전직 CIA 요원이었다고 하면 믿어는 줄까. 그런데 의외로 현장 수습 요원들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생겼다. 눈에 띄는 타입은 간첩질에 불리하다.

손이 시린 것도 아니면서 로버트가 손바닥을 좌우로 싹싹 비볐다.
『나는 총을 쏘아대며 전쟁터를 누비진 않았어. 뒷구멍 작전이 내 장기였단 말일세. 그렇게 오랫동안 연락책을 해왔던 탓에... 지금도 인맥이 좀 있는 편이라 현장 요원이 행방불명이 되면 워싱턴에서 은밀히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있지. 그들이 국가를 배반한 건지, 아님 적에게 노출되어 희생된 건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잠수를 탄 건지 궁금해 하는 거지.』
잠시 리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로버트의 눈동자는 짙은 갈색이었다.
『그래서 기억을 하는데... 최근 두 명의 CIA 요원에 대한 은밀한 문의가 있기는 있었어. 이름이 스노우와 에반스였지. 마크 스노우는 이름이 익숙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 스노우는 일종의 쓰레기 청소반인데 급이 다른 청소 요원이라고 설명하면 될까. 지저분한 걸 엄청 많이 알아서 위쪽에서 그냥 놔주진 않았을 거고... 특이하게도 근래엔 외국에서 안 놀고 여기에 있었어. CIA가 뉴욕에서 어슬렁거렸단 말일세. FBI쪽에서 엄청 신경을 곤두세웠지. 이게 뭘 의미하느냐. 뻔하지! 다리 건너 아는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그들은 AAA급 무단 이탈자를 쫓는 중이라고 했네. 이거 상당히 느낌이 안 좋지. 아니나 다를까 한쪽이 호텔 지하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한참 분위기 타고 있는데 말꼬리를 불쑥 자르는 건 리스의 좋지 않은 버릇 중 하나다.
『행방불명된 여성 요원에 대한 워싱턴 쪽의 문의는 없었습니까.』
『뭐? 여자?』
『네.』
말꼬리가 잘린 건 둘째다. 로버트는 진정으로 놀란 눈치였다.
『남자가 아니고 여자? 여자는 없었는데.』
『그렇군요.』

턱을 만지는 그의 동작이 느려졌다.
『여자라고? 흠. 다음 질문을 멋대로 추측해서 대답하자면 우리 쪽으로 접근해온 여성 요원도 없었어. 그리고 미스터 갬브럴은 현장에 여자를 배치하는 걸 안 좋아한다네. 물론 고객 맞춤으로 여성 보디가드가 필요한 경우가 반드시 있어. 그런 경우 갬브럴은 전직 경찰이나 체육관 출신의 여자들을 고용하지. 다시 말해 여자는 반드시 남자의 지휘를 받으라는 거야. 나이가 있는 만큼 우리 보스는 성차별 의식이 쩔어. 잠자리 테크닉으로 알라의 추종자들을 후리려면 전화 몇 통으로 고급 매춘부를 사면 그만인데 CIA 출신의 전직 여자 요원을 골라 위험수당을 주고 싶어 하진 않아. 우리 보스는 그런 사람이야.』
『알겠습니다.』
『갬브럴 어망에 안 걸렸다면 햇빛 있는 쪽으로는 안 나타났다고 봐도 됨세. 지하로 빠졌다고 봐야겠지... 저어, 죽지 않은 건 맞고?』
『공식적으로 그녀는 작전 중 실종 상태입니다.』

로버트는 눈치가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나는 비공식 루트로 잠적한 여성 요원을 알아봐야 하나?』
『이름을 알려드리죠. 카라 스탠튼입니다.』
『알겠네. 조사를 해보지. 다만 많이 위험한 거라면 협력 못할 수도 있어.』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면서 리스는 또 한 번 쓰게 웃었다.
『이해합니다. 당신은 50페이지가 넘는 국가 비밀 유지 각서에 서명을 했으니까요.』

Posted by 미야

2012/12/03 14:23 2012/12/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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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의 상징 - 아니엘라 야페

"시각예술의 상징" 책에서 발췌.

많은 예술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대상이 "눈으로 보는 것 이상" 이라는 느낌은 이탈리아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에서 아주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략) 키리코는 자신의 자화상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그리고 수수께끼가 아니라면 내가 무엇을 사랑해야 할까?" 
키리코는 이른바 피투라 메타피시카(형이상학 회화)의 창시자다. 그는 이렇게 썼다. "모든 대상은 두 측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측면과, 오직 소수의 개인들만이 투시의 순간이나 명상의 순간에 보게 되는 유령 같은 형이상학적 측면이다. 예술작품은 그 눈에 보이는 형태에 나타나지 않는 어떤 것과 관련을 가져야만 한다."
키리코의 작품들은 사물의 이러한 "유령 같은 측면"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들은 현실의 꿈 같은 전위로서 무의식의 비전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형이상학적 추상화는 공포에 찌들린 엄격함으로 표현되며, 그림들의 분위기는 악몽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울한 분위기다. (중략)
키리코가 무시무시한 공허를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전위시키는데 성공했는지 아닌지는 의심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의 그림들 가운데 일부는 극히 혼란스럽다. 많은 그림들은 악몽처럼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키리코는 공허에 대한 예술적 표현을 찾느라고 노력하는 가운데 현대인의 실존적 딜레마의 핵심까지 파고들었다.


저자가 구스타프 융의 이론까지 들먹거려서 골치가 아픈데 간단하게 서술해도 되는 걸 무척 어렵게 적어요, 이 망할 사람들은... 하여간 미술사적 배경이 전쟁 전후 내지는 직후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해요. 세계는 붕괴된 거죠. 그래서 익숙한 사물들이 뒤틀리고 왜곡되고, 인간미가 줄어들고, 심지어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입체파까지 나오는 겁니다. 소피치라던가 아폴리네르가 무어라 말했든간에 - 저것은 탑, 저것은 광장 이렇게 사물의 모습이 명확하지만 르네상스적 원근법이 아닌 위태로운 공간들은 멜랑콜리를 너머 혼란과 공포감을 자아내지요.
그래서 사실 키리코의 회화는 그레이스에게 어울린다기 보다는 핀치에게 어울리는 화풍입니다. 묘사된 사물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꿈처럼 어딘가 이상하게 잘못되어 있어서 보는 이들을 조바심나게 만들죠. 그걸 삐딱선을 타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물까지 동원해서 제작진은 그레이스가 아닌 "엇나가버린 기울어진 핀치" 를 과장해서 보여줬어요.

한글자막까지 무사히 나와줘서 정말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Posted by 미야

2012/12/03 00:35 2012/12/03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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