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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1 낙서-일상생활39 by 미야

낙서-일상생활39

※ 마이너지만 행복해,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


《줄리엣 프라이스, 여성, 38세, 기혼, 자녀 없음. 화장품 수출업체 사무직 직원...》
푸스코에게 종주먹을 들이댔는데 엉뚱하게 카터가 과제물을 가져왔다.
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이 왜 나에게 연락을 해요?』
《글쎄요, 왜 그런 걸까요.》
머리통 커진 자녀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 카터는 이 새끼야, 저 새끼야 욕하지 않고도 상대방 기를 꺾는 목소리를 낼 줄 알았다. 지금처럼 카터가 주파수 낮은 목소리를 내면 그녀의 외동아들 테일러는 재빨리 허리를 구부려 바닥에 떨어뜨린 더러운 양말과 바지를 주섬주섬 줍기 시작한다. 오래된 속옷을 모아놓지 않고 그것들 전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리스 또한 반사적으로 엄마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을 그 무엇인가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보니 쓰레기통이 가득 찼다. 문서 세단기가 잘게 씹어 토해낸 작은 꽃종이들만 모아도 대형 비닐 백으로 두 개의 부피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잘 비우지 않는다고들 하지.」
쓰게 웃으며 뇌 어딘가에 들어가 있는「오늘의 일정」에 목록을 하나 추가했다.
쓰레기를 내다 버릴 것.

핸드폰을 목과 뺨에 끼운 불편한 자세로 통화를 하고 있는게 분명한 카터가「아직 거기 있는 거 맞아요?」물어왔다. 바른 생활 사나이 존은 듣고 있다 착실하게 대답했다.
《핀치가 나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어요, 존.》
기분이 팍 상한다. 리스는 불쾌감을 감추려 하지도 않았다.
『그가 왜 당신에게 부탁을 합니까?』
《나도 그걸 묻고 싶군요. 그래서 말인데요, 존. 누군가를 옥상 지붕에 거꾸로 매달아놓고 알고 있는 것 전부를 털어 놓으라 윽박지를 예정이라면 나 모르게 해줘요. 핀치는 내가 당신의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는 눈치인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나도 알고, 당신도 알죠.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이 여자가 위험에 빠진 건가요?》
번호에 집중하라 요구한 핀치의 단호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리스의 머릿속에는「해롤드가 카터에게 전화를 걸었어. 해롤드가 카터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어.」두 문장이 반복해서 재생되었다. 반복만 되었던가. 짜증이 치솟았다. 다 팽개치고 메모리얼 병원으로 곧장 쳐들어갔음 좋겠다. 그러나 코푼 휴지조각이 되었을지언정 파편으로나마 흔적이 남은 이성이 그러한 태도를 비난했다. 위험에 처한 번호를 돕는게 먼저 - 위험을 조장하는 번호를 막는게 먼저 - 해롤드 버틀렛이라는 이름의 환자가 몇 호실에 입원했는지 컴퓨터로 찾는 건 이제 그만 - 현역 군인처럼 짧게 다듬은 머리통을 위아래 방향으로 쓸어내렸다. 번호에 집중하자.
『다시 연락할게요, 카터.』
《아, 아! 기다려요. 아직 끊지 말아요, 존.》
『달리 할 말이라도?』
《오른손을 들고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세요. 나, 존 리스는 사람을 건물 지붕에 거꾸로 매달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존은 뻔뻔해지기로 결심했다.
『분명하게 말해 여기는 건물 지붕이 아니거든.』
『사, 살려줘요~!! 히이익~!!』
『떨어진다고 해도 15층 발코니에서 추락하는 거지, 옥상은 아니야. 내 말이 맞지?』
『제발 그러지 말아요, 제발! 이렇게 빌게요. 사람 살려~!!』
요즘 사람들은 진짜지 이혼을 과격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잘 살아 보겠다고 해놓곤 사랑이 식자마자 상대를 죽이지 못해 안달을 내고 있으니 모양이 우습다. 한 여자를 사랑하겠다고 맹세를 했음 거짓이 없어야 하잖아. 바람까지 피워놓고, 정숙한 부인에게 몹쓸 성병까지 옮기고, 분노한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거액의 위자료가 아깝다며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해? 이거 정말 나쁜 놈일세. 리스는 슬그머니 미스터 프라이스를 잡고 있던 팔에서 힘을 뺐다.
몸이 아래로 더 기울어진다 싶자 남자는 사색이 되었다.
이어 더러운 양탄자의 먼지를 터는 요령을 실습하자 맹렬하게 울부짖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꽤애액~!!』
『여기로 올라오고 싶음 네가 고용한 살인 청부업자에 대해 말해봐.』
『저기요! 이, 인터넷으로 고용했거든요!』
『그리고?』
『여자 목소리로 발신 제한 전화가 왔어요!』
『여자?』
『억양이 특이했어요. 젊었고! 기, 기억나는 건 하느님께 맹세코 그게 전부예욧! 꺄악~!』
일을 이렇게 간단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데 핀치도 그렇고 카터도 그렇고 하지 말라 말리는 까닭을 도무지 모르겠다. 신이 나서 더러운 양탄자의 먼지 털기를 한 번 더 했다. 겁을 먹은 남자가 째지는 비명을 질러댔다. 오줌이라도 지렸는지 암모니아 냄새가 역하게 풍겼다.

병원에선 소독약 냄새가 났다.
면회 사절 메시지를 무시함에 있어 양심의 가책 따윈 느낄 수 없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손잡이를 밀었다. 핀치는 겁에 질린 소년처럼 담요를 머리 위까지 뒤집어쓴 채 자고 있었다. 평소의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수면제 처방이라도 받은 듯했다. 아니면 진통제 주사를 맞았을 수도 있다. 손등으로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눈은 감긴 채였고, 호흡은 얕았다.
『보고 싶었어요, 핀치. 그런데 많이 아팠나 봐요.』
그는「허리를 실수로 삐끗했다」라고 설명했지만 의사는 급성디스크가 아닌 부상으로 야기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의심하고 있다. CT-촬영에서 멈추지 않고 혈관 조영술이니 하는 여러 검사를 병행하는 건 다 까닭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몸은... 자칫 깨어나게 만들면 지구 대 참사에 버금가는 악몽이 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리스는 핀치의 뺨에서 쉬이 손을 거두지 못했다. 왼쪽 다리를 저는 건 리스로서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고 탓이다. 의료진들은 부러진 뼈를 특수한 핀으로 고정시켰다. 뿐만 아니라 총상으로 짐작된 상흔들은...
듣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고 소곤거렸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해롤드.』

누가 당신을 이다지도 아프게 만든 건가요.
누구 짓인가요.

행여라도 체중이 실려 그의 몸을 누르는 일 없도록 주의하며 핀치의 뺨으로 자신의 뺨을 가져갔다.
피부 한 장 사이로 옮겨 붙는 따뜻함에 어쩐지 눈물이 나려 했다.

『으으.』
『굿모닝, 핀치.』
『으?』
『꽤 힘들어 보이네요. 제가 대신 간호사를 불러줄까요.』
『아으?!』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엉금엉금 기고 있는 핀치를 향해 리스는 경쾌하게 웃음을 날렸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잠든 핀치를 지키며 선잠을 잤지만 피곤함도 잊었다.
『당신의 찡그린 얼굴이 많은 걸 말해주는군요. 일단 제멋대로 설명하자면 프라이드 부부의 일은 전부 해결하고 온 겁니다. 그러니「넌 해고야!」표정은 치워요.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랍니다.』
남편을 발코니에 매달았다는 건 쏙 빼먹곤 으쓱거리며 자랑이었다.
하지만 핀치의 표정은 그다지 밝아지지 않았다. 아니, 반대로 더 어두워졌다.
『그런게 아니라.』
어쩐지 다급해졌다.
『입고 있는 와이셔츠에 피가 묻었어요, 미스터 리스. 다쳤어요?!』

Posted by 미야

2012/12/11 16:54 2012/12/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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