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역행

모심에도 댓글로 적었지만,
전두환의 손녀딸이 그럼 나도 대통령이 되어야지 이러고 정계진출 할 수 있다는 거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분들은 생각을 다시 해보기 바람.
보수와 진보 이념을 떠나 도덕과 윤리 탓에 그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누리당에서 문후보가 나와줬으면 어땠을까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뭐, 그럴 수는 없는 거였고.
이명박 대통령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자자손손 부귀를 누리겠구나 생각하니 이가 갈릴 뿐이고.
밥 먹으면서 뉴스 보는데 이중국적 취득 완화와 4년 중임제 헌법 개헌 이야기부터 나오더군.
깔린게 철판이라도 너무 그러지 말자, 제발.
것보다 나꼼수 4인방 전부 감옥 가게 생겼다. 돈 쥐어주고 미국으로 도망가라고 해야 할지도.
당장 아청법... 어쩔겨. T^T 이게 무슨 애국법도 아니면서 2D 미소녀 구하겠다고 전국민을 감시하는 사태가.

Posted by 미야

2012/12/20 13:37 2012/12/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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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상생활44

※ 아청법 개정이나 폐기는 사실상 물 건너갔네요. 인터넷 검열은 더 심해지겠죠. 공지는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


벽돌을 어설프게 쌓은 뒤에 얇은 합판을 덧대어 만든 벽은 생활소음을 막아주지 못했다.
301호실의 3개월 된 아기가 울기 시작했고, 그 옆집인 302호실에서 F자가 들어간 쌍욕을 퍼부어댔다. 한계에 이른 그는 당장 조용히 시키지 않으면 아기를 직접 목 졸라 죽이거나 바닥에 내동댕이치겠노라 위협 중이었다. 내용을 옮겨 적기가 무서울 정도의 협박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리스는 침대에 웅크린 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트럭을 운전하는 302호실 사내는 입만 거칠 뿐이어서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로 돌입할 가능성은 적었다. 게다가 아기에게 손을 대느니 자기 눈깔을 뽑아버릴 위인이었다. 다만 그는 만성적 수면장애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앞집인 306호실 주인은 화장실에 들어가 용변 처리 중이었고, 5분도 되지 않아 배관이 텅텅 소리를 냈다. 막노동꾼인 306호 사내는 새벽 6시면 일을 나간다. 5시 30분에는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한다. 이 양반에겐 좀 특이한 버릇이 있는데 변기의 물을 꼭 세 번 내린다. 똥이 굵어서? 결벽증이 있어서? 알게 뭐람. 항상 같은 시각에 들리는 물 내리는 소음은 일종의 모닝콜 역할을 해줬다. 리스는 끙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즐거운 아침.
시트를 정리하고 군대식으로 홑겹이불을 접었다.
숙면을 취한 시간이 짧은 탓에 하품이 나왔다.
엉덩이를 긁으며 욕실로 향했다.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정확히 3분.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 너머로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난 중년의 남자가 치매 환자를 닮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날짜를 물어봐도 도리질하고, 요일을 물어봐도 도리질을 하게 생겼다. 오늘의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질문하면 케네디라고 대답할까봐 무섭다.
설탕을 넣지 않은 진한 커피가 필요하다.
뜬금없이 그는 핀치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제 입었던 셔츠를 집어 들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곧 인상을 찡그린 그는 쓰레기통을 열고 때가 탄 셔츠를 꾸겨 넣었다. 옷장에는 비닐로 포장된 새 셔츠 일곱 개가 수평으로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맨 위의 것을 집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포장을 벗겼다. 중국에서 건너온 싸구려 기성품은 바느질이 엉망이다. 특히 단추를 꿰맨 방식이 후지다. 눈썰미가 제법 있는 핀치는「월급으로 수류탄만 사지 말고 제대로 된 옷도 좀 사라」잔소리를 퍼붓곤 한다. 하지만 재밌게도 제대로 옷을 갖춰 입으면 그때는 또 얘기를 바꿔 너무 눈에 튄다고 무어라 한다. 지나가는 여성들이 뒤를 돌아다볼 정도로 꾸미고 다니면 안 된다고 -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단추를 하나하나 채우기 전에 속칭「강철의 브래지어」라고 불리는 특수 소재의 가슴 패드를 둘렀다. 이것이 있으면 중거리에서 22구경에 맞았을 경우 (운이 좋으면) 심장과 폐를 보호할 수 있다.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거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안심이다. 무게도 가벼운 편이라 활동감에 제약을 주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핀치가 이걸 좋아한다. 벌어진 옷 틈새로 강철의 브래지어가 보이면 그는 매우 흡족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걸 알고부터 리스는 위로부터 단추 세 개를 일부러 풀어헤치고 고용주의 시야에 잘 보이도록 각도를 맞춰 의자에 앉곤 한다. 애인에게 실리콘 보정물을 삽입한 가슴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여자라도 된 기분 - 어쨌든 핀치가 좋아하니까 그걸로 되었다 - 지금은 핀치가 없으니까 두 개를 남기고 셔츠 단추를 전부 채웠다.
단추에서 손을 떼어내기 전, 그는 핀치가 보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향하는 곳은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체육관이다.
살을 빼려는 목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닌, 그러니까 뒷 세계에서 흔히 주먹이라고 여겨지는 어깨들이 실력이 녹슬지 않게끔 트레이닝을 하는 장소다.
체육관의 주인이 금룡회의 부두목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장소가 차이나타운이라서 그런지 90%가 넘는 사람들이 동양인이다. 그런다고 중국어로만 대화를 하는 건 아니며, 흘러나오는 노래 또한 중회권의 인기가요가 아니다.
「기분 잡치게 여기에 왜 흰둥이가 있는 건데?」
따라서 영어로 흘리는 배척의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만둬. 함부로 나서지 마라. 저 자는 칭 노인의 친구다.」
「에?」
「그는 우리를 보지 않을 거다. 그러니 우리도 그를 보지 않는다. 너는 아직 이곳 규칙에 익숙하지 않군. 이제 알았으면 그만 저쪽으로 가서 메요와 스파링이나 해.」
이곳에서 리스는 유령이다. 아무도 그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심지어 이용 요금을 받으려 하지도 않으며, 수건을 빌려주는 법도 없다. 유일한 예외는 리우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이인데 오직 그만이 리스에게 반갑게 아는 척을 해온다.
『헬로우.』
그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게 문제긴 하다. 리우는 미국에 온지 이제 2년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일반회화는 그럭저럭 가능하지만 문장이 짧고 말이 서툴다.
『헤이, 존. 나와 권투 경기를 하지 않겠어? 3라운드로. 어때?』
『싫어.』
『쳇, 냉담하네.』
『자네는 손을 다치면 안 되잖아.』
『피아니스트도 아닌데 손가락 다칠까봐 걱정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리우가 길죽하게 생긴 손가락을 활짝 펴 보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야매 의사다. 조직원이 총에 맞으면 총을 빼내는 일은 온전히 그의 몫으로,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어깨들은 그를 제법 공손히 대하는 편이다. 리우의 손에 목숨을 맡겨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일단은 한 수 접어주는 것이다. 반면 칭 노인의 먼 친척뻘 된다는 점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육촌 고모의 남편, 다시 그 아들의 조카가 되는 관계는 사실상 남남이나 마찬가지라며 리우는 손사래를 치곤했다. 본인의 입으로 그렇게 떠들고 다니니 조직원들도 그렇게 여긴 듯하다. 내면으로 숨겨진 진실은 몇몇의 관계자만 알고 있다.

운동화를 정리하려는데 리우가 도발하는 것처럼 리스의 발을 툭툭 건드렸다.
『후지마 테크로닉스.』
애들처럼 장난치지 말고 저리로 가라며 인상을 쓰던 리스가 그 단어를 듣자 돌연 얌전해졌다.
그러든 말든 리우는 툭툭 차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나라면「그것」은 안 건드릴 거야, 존.』
『그것?』
『가능하면 상대하지 마. 우린 분명 경고했어.』
거기까지만 말한 리우는 그대로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리스는 모두로부터 무시를 당하며 40분 정도 땀을 흘렸다.
무아지경 속에서 샌드백을 때리고 또 때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마침내 샌드백을 껴안고 나 죽는다 소리를 꺼냈다.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나이는 속일 수가 없다.
핀치가 보고 싶었다.

베어가 바닥에 떨어진 책을 또 망가뜨렸다.
개는 지금 욕구불만이다. 여기서 더 심해지면 일부러 도서관 책장에 대고 소변 테러를 가하기 시작할 거다. 색상으로 표현하자면 주황색. 빨강이 되기까지 멀지 않았다.
『나쁜 개.』
먹이와 물을 챙겨주면서 개의 머리통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야단치는 목소리엔 그다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리스는 베어의 심정을 이해했다.
모르는 사람이 그를 데리고 퇴원 수속을 마쳤다는 걸 알았을 적에 리스 또한 병원 대기실에 비치된 잡지책을 이로 물어뜯고 갈가리 찢고 싶어졌다. 사설 경호업체 직원인게 분명한 남자는 사전에 학습한 그대로 의뢰인을 데리고 안전한 장소로 비밀리에 이동했다.
이동을 예정대로 무사히 마치자 핀치는 문자로 퇴원 소식을 전달했다.
《저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미스터 리스. 번호가 나오면 연락하겠습니다.》
어찌나 그다운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참 정 없는 사람이다.

도서관의 작업용 의자에 앉아 쓸데없이 빙글빙글 돌았다.
베어는 사료를 절반 정도나 남겼다. 식욕이 없다며 그대로 엎드려선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지 않아 리스 또한 공복이었다.
『끼니마다 먹어야 하는 것도 귀찮구나.』
나가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대신 부적인양 핸드폰을 손에 쥐고 끼릭끼릭 소리가 나게끔 의자를 좌우방향으로 회전시켰다.
배는 고팠다. 그래도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만사 귀찮아졌다.
그는 진실로 핀치가 보고 싶었다.

Posted by 미야

2012/12/20 12:13 2012/12/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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