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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31 노아드롭 1-11 by 미야

노아드롭 1-11

내용이 엉망이라 죄송합니다. 슬럼픕니다.
아울러 고정 방문 갓파님들께 알림. 심즈3 수퍼내츄럴 확장팩 출시일은 9월 4일입니다.
괜찮습니다. 심즈 게임에서 강종이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오는 것처럼, 우물통에서는 연중이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오지요. 헐헐헐. (도망간다)


분해 결정은 완곡한 표현이다.
허나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기에 모두들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러서?」
그때마다 리스는 1)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 새를 모르고 잡아먹었다 농담을 한다거나, 2)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딴청을 부린다거나, 3)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다 한 편의 드라마를 지어내는 건 어떨까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곤 했다.
하지만 늘 싱거운 공상으로 끝났다.
「제1급 살인죄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피터 아덴트라는 자를 맨손으로 살해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접한 자들의 반응은 엇비슷했다. 다수가 강한 혐오를 보였고, 그 즉시 리스로부터 얼굴을 돌렸다. 미친 괴물과 같은 공간에 있기를 거부하고 아예 문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호기심 비슷한 걸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드시 다섯 걸음 이상 떨어져 그와 대면했다. 여차하면 비상 단추를 누를 채비를 단단히 하고서 말이다.
어쩌면 그에겐 일종의 자학 증상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흉하게 일그러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적마다 정작 상처를 받는 건 자기 자신이었음에도 곧이곧대로 말해버리는 걸 봐선 자학하는게 맞았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려 들지 않았다.
- 왜냐하면,
과거 저지른 행동에 대해 오늘에 이르러서도 후회라는 걸 눈꼽만큼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먹으로 피터 아덴트의 얼굴을 후려칠 때의 감각은 여전히 선명하다. 그의 이가 부러져 나가고, 안구가 터지고, 코뼈가 주저앉는 걸 보며 희열을 느꼈다. 목구멍으로 하나 가득 피가 흘러넘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피터는 살려 달라 애원조차 하지 못했다.
리스는 일부러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주먹만을 이용해 그의 숨통을 끊었다. 피터 아덴트가「아내 제시카를 죽인 건 바로 접니다.」자백을 하고 나서 25분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하지만 그건 실수였습니다.」변명을 하고부터는 24분 후의 일이기도 하다. 깨어진 유리조각만 사용했어도 30초면 끝날 일이었다. 덕분에 그의 목적과 의도와는 별개로 사건 현장은 지나치게 사악해 보였다.

아까부터 핀치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게 신경이 쓰였다. 튀어나온 두 가닥의 전선을 하나로 묶는 건 싱거운 일이었지만 뒷통수에 달린 눈으로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어 일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단순히 지쳐서 저러는 걸까? 하긴 그들은 1시간 가까이 걷고, 문을 열고, 수직으로 놓여진 사다리를 밟았다. 핀치는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타입인 듯했고, 아무리 점수를 후하게 준다고 해도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많이 피곤합니까. 좀 쉴까요.』
『아뇨.』
어깨 너머에서 핀치가 재빨리, 그리고 태도를 바로잡으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순간 처치 곤란한 자학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이게 뭐고 저건 뭐냐」물어보질 않네요. 궁금한게 더 이상 없는 건가요?』
그가 흠칫해서 몸을 사렸다. 하지만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입술을 위로 끌어당겨 미소 비슷한 모양새를 억지로 꾸며냈다.
『사실... 음. 아뇨. 원리가 뭔지 알 것 같습니다, 미스터 리스. 마이너스와 플러스 전극을 바꿔 서로 잡아당기는 힘을 서로 미는 것으로 바꾸는 거죠. 그럼 단단히 맞물려 있던게 떨어져 나갈 것이고, 그것으로 자물쇠가 풀리는 거죠.』
영리한 사내다. 어디 한 번 밟아보라고 미끼를 던졌음에도 교묘히 피해가는 걸 보니「분해 결정이라뇨.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무슨 까닭으로 분해 결정이 내려진 건데요.」식의 질문이 나올 일은 앞으로도 없겠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이 복잡한 미로를 뚫고 지상으로 올라가야만 했고, 이 상황에서 의존할 수 있는 지푸라기는 리스 하나밖에 없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지푸라기를 훨훨 타오르는 불쏘시개로 만들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쪽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속된 말로 아양을 떠는 중이었다.

「그래봤자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데.」
예전에는 진짜 미소와 꾸며진 미소의 차이점을 구분 못했다. 그래서 실수했다.
그녀는 잘 웃었다. 그래서 제시카 아덴트 박사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착각했다. 손목의 타박상은 어쩌다보니 생긴 거였고, 목에 두른 실크 스카프는 여인들이 멋을 내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 돌이켜 보면 박사는 뭔가를 감추는 일엔 명수였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말 못할 불편한 진실에 대해 전혀 눈치를 못 챘다. 박사의 결혼 생활은 나이트메어 그 자체였는데도 모두 그녀의 남편 피터를 칭찬하느라 바빴다. 피터는 유복한 집안의 둘째 아들이었고, 아덴트 가는 권위 있는 명문가였다. 하얗게 칠해진 동화 속 궁전이 속까지 썩어가도 어쨌든 외관은 지극히 화려했다.
「나는 정말 괜찮아요, 존.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하여 박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결국「나는 괜찮아요」가 되었다.

가슴이 쓰리다. 이 상실감은 유감이라는 단어로는 결코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때 그녀가 지은 미소가 진짜가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차렸어도 좋았을 것을.

『있잖아요. 웃고 싶지 않을 적엔 웃지 않아도 됩니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이 말은 경고 따위가 아니었는데도 핀치는 눈에 띄게 숨을 들이마셨다.
뭐, 이제는 상관없지 않을까. 리스는 떫게 웃었다. 이제 곧 출구다. 미닫이 식으로 된 덧문을 열자 수직의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어두운 탓에 맨 꼭대기 부분까진 보이진 않았지만 손잡이를 붙잡고 조금만 올라가면 저 위로 해치가 있다. 리스는 위쪽을 한 번 쳐다본 후, 핀치의 등을 가볍게 떠밀었다. 지금부터는 혼자 가라는 의미였다.

『당신은요.』
『해치를 열려면 이쪽에서 조작을 해야 합니다.』
잘 가라 의미로 손을 흔들려면 아마 지금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작별이에요.』
『리스 씨.』
『거기에 발을 올려요, 잘 하고 있어요. 아래는 쳐다보지 말아요. 현기증이 생기니까.』

시키는대로 손잡이에 매달렸다. 꾸물거리는 동작으로 세 칸을 올라갔다.
그리고 핀치는 비로소 내려다볼 수 있게 된 키 큰 사내를 향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별 말씀을.』
『그리고... 이렇게 하는 절 용서하세요.』
핀치의 손가락이 리스의 이마 한 가운데 닿았다.

《CAC 권한으로 명령을 수행 : AI를 전부 초기화 하시겠습니까 - YES》

경악에 찬 리스의 표정을 보지 않으려 후다닥 몸을 돌려 사다리만 탔다. 올라가는 내내 단 한 번도 멈추어 서지 않았다. 해치는 이쪽에서도 조정할 수 있다. 리스가 입력했던 임시 식별 코드는 진작에 외워뒀으니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다. 스스로가 밉고 환멸스러웠지만 핀치는 울지 않으려 노력했다.
서두르다 발판에서 오른 다리가 미끌어졌다.
심장이 벌렁거려 죽을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매달렸다.
해치 손잡이를 돌렸다.
철컹 소리가 나면서 밤하늘의 별이 보였다.
돌아왔다. 이곳은 그가 속한 속죄의 지옥이다.

Posted by 미야

2012/08/31 14:12 2012/08/3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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