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53)

카터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경계하는 편이다.
「엄마는 아직도 군인 같아요. 정시 기상, 차렷, 경례, 물건은 각 맞춰서 제자리에.」
테일러는 자기 물건 정리를 만족스럽게 못하는 편이다. 기껏해야 색깔 빨래와 흰 빨래를 구분하여 내놓는게 전부다. 10대 청소년들 중에 누가 자기처럼 빨래를 구분할 줄 알겠느냐 본인은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지만 잡동사니로 어질러진 책상을 보면 울화가 치솟는다. 침대 시트는 늘 구겨져 있고, 초코바 봉지라던가 빈 음료수 깡통이 무슨 보물단지처럼 꼭꼭 숨겨져 있다. 방 청소는 내킬 적에 가끔씩 하는 눈치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지 않으면 아들 방에서 이상한 홀애비 냄새가 나기도 한다.
『이걸 확 체포할 수도 없고.』
카터는 두 팔을 벌렸다가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죄 지은 표정을 지은 아들은 눈치가 백단이어서 쏜살같이 도망치며 크게 외쳤다.
『프랭키랑 같이 학교에 갈 거니까 데려다주지 않으셔도 되요. 엄마, 사랑해~!!』
카터는 아들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따라서 귀신 소굴인 자녀의 방을 대신 청소하지도 않을 것이고, 넘치기 일보직전의 쓰레기통을 대신 비워주지도 않을 것이다.
『할머니와 같이 저녁 먹으렴. 엄마는 오늘 늦는다. 테일러!』
걸리면 제대로 훈계를 듣게 될 거라 생각하고 양손에 운동화를 쥔 채 현관문 밖으로 달아난 아들이 그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튼 테일러는 학교로 향했고, 카터는 자동차 열쇠를 움켜쥐었다. 오늘 그녀는 출근이 늦었다. 그래봤자 퇴근한지 이제 겨우 7시간 지난 상황... 하늘에서 사건이 우박처럼 떨어지고 있다. 지쳐서 몸이 문드러질 지경이다. 식욕마저 잃은 그녀는 아침 식사를 거르기로 결정했다.


『카터. 코드 434(*총격사건). 인원이 모자란다고 하니 지원 나가봐.』
『다른 사람은요.』
『라이오넬이 뻗었으니 핸더슨과 같이 나가 보게.』
경찰서 내부로 때 아닌 식중독이 유행하고 있다. 라이오넬 후스코도 그 희생자 중 하나다. 설사 증상이 심하고 배가 환장하게 아프다고 했다. 그는 병가 신청을 냈고 요청이 받아들여져 사흘간 자택에서 쉬고 있다.
글쎄다... 카터는 책상 위의 볼펜이나 스템플러 같은 문구류를 정돈하며 인상을 구겼다. 몸은 좀 어떠냐 안부 전화를 걸었을 적에 많이 나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하던 후스코의 목소리는 설사병 환자의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베이스로 묘한 죄책감이 느껴졌다. 덕분에 육군 심문관 이력이 꿈틀거리며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다
.
「이 남자는 지금 꾀병을 부리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모래 빛깔의 군복을 입은 또 한 명의 카터가 굳은 표정으로 경고했다.
라이오넬은 인사부다. 그는 부패한 경찰이다.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좋지 않은 종류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핸더슨은 어디에 있나요.』
복잡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자. 카터는 억지로 웃었다.
『식사 중. 그 친구는 굴착기식 식사를 하니 뱃속으로 음식물을 처넣는데 시간도 얼마 안 걸릴게야. 현장에서 합류하도록.』
지시를 마친 부서장은 비만한 몸을 흔들며 다른 동료 형사를 향해 이리 가까이 오라는 손가락질을 했다. 카터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투였다.

자동차 시동을 끄고 차 밖으로 내렸을 적에 핸더슨은 끄윽, 이러고 복잡한 표정으로 트림을 하고 있었다. 좋은 경찰이고, 모범적인 남편이자, 훌륭한 아버지였으나 그의 식사 습관은 야만인에 가까웠다. 그는 점보 사이즈 햄버거를 단 1분만에 먹어치운다. 그렇게 먹고 난 뒤에는 또 무식하게 트림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대단히 혐오스러워 한다는 걸 잘 알기에 주의는 하는 눈치다. 그치만 방구와 트림은 불가항력이었고, 핸더슨은 주먹으로 입가를 가린 채 급하게 삼킨 공기를 눈치껏 배출했다.
진짜지 때려주고 싶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핸더슨?』
『여~어, 어서 와요. 카터.』
핸더슨은 황급히 표정을 달리하고 유능한 경찰관 모습으로 돌아갔다. 키가 큰 흑인인 그는 구식 트위드 정장을 잘 차려 입어서 트림만 하지 않으면 풍채가 아주 보기 좋았다. 그리고 목소리도 아주 근사했다.
『신고가 빗발쳤어요. 지금은 목격자 진술을 받는 중입니다. 중구난방이지만 누군가 건물 꼭대기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고성능 라이플로 쐈어요.』
『에?! 저격?!』
『단 한 방, 퓨슝.』
핸더슨은 손가락으로 총잽이 흉내를 내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사람이 쓰러진 흔적은 안 보였다. 순찰 경관들이 보도블럭 위로 접근 금지선 테이프를 설치하고 있긴 했지만 주변엔 엠블런스도 보이지 않았고 검시관처럼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바람막이 점퍼 차림새의 감식 요원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구석구석 증거 사진을 찍어대는게 전부였다.

『라이플로 단 한 방 쏘긴 했는데 아무도 총에 맞지 않았다는 건가요.』
『아뇨. 피를 흘린 사람이 있었대요. 쓰러져 죽지는 않았고요. 실력이 똥이라서 빗맞은 거죠.』
『그 사람은 지금 어딨고요. 병원에?』
『에밀리 탄 양의 설명에 의하자면 - 저쪽에 보이는 큰 가방을 든 여자분입니다. 많이 놀란 상태지만 사건 묘사가 정확해요. 키가 큰 남자가 부축해서 사건 현장에서 재빨리 도망쳤답니다.』
『흠... 도심 한복판에서 갱들의 전쟁인가.』
『글쎄요, 카터. 총에 맞은 사람은 백인, 175cm 정도의 신장. 50대 후반. 깔끔한 옷차림에 안경을 쓰고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답니다. 변호사 분위기였다는군요. 늦게 출근하는 모습이었답니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대요. 탄 양의 남동생이 소아마비라서 아무래도 그 사람이 다리를 절며 걷는 모습이 눈에 띄었답니다. 뒤따라온 사람도 백인. 키는 더 컸고, 마른 체격. 짧은 머리. 탄 양은 이 사람 얼굴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그런데.』
여기까지 말한 핸더슨은 메모를 적은 수첩을 반으로 접었다.
『키 큰 남자가 피해자의 이름을 불렀답니다. 해롤드, 라고요.』

순간 카터의 눈이 확 벌어졌다.
『거짓말.』
『왜요, 짐작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핸더슨의 질문에 그렇다 아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다만 카터는 땀이 찬 인중을 검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오전의 태양빛이 건물의 유리창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12/08/14 22:17 2012/08/1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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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30 좁은 부지에 지은 주택입니다. 아주 작지요.
2층 침실에는 벽난로도 있으나 호화스럽다는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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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탭키를 누르고 사진을 찍으면 광활한 만주벌판이 나타난다능... 캐사기.
요즘 어둑어둑한 브라운 계통이 좋아졌어요. 부분 조명 켜두고 사진 찍는 재미가 들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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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야

2012/08/14 20:37 2012/08/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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