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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다가 끄적이는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밖으로 나간 형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샘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텔에서의 체크아웃은 오전 12시가 기준으로 (* 아니면 말고) 착착 소리를 내며 움직이던 시곗바늘은「이대로라면 싫든 좋든 하루 투숙비를 더 내야할 걸세」라며 낮은 목소리로 주장했다.
하루 더 머문다고 누가 뭐랄 것은 없겠으나 샘은 그들이 머물던 방이 정말 싫었다.
썩은 이끼색의 외벽은 촌스러웠고, 굵직한 무늬의 벽지와 카펫은 지나치게 현란했다. 거기다 초록색 소파와 보라색 침대커버의 조화라니. 천장에 거울이 달린 것만큼이나 현기증이 난다. 어느 인테리어 업자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정리하던 가방에서 손을 떼어내고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으로 맞은편 침대로 시선을 주었다. 상대적으로 동생보다 늘 늦게 기지개를 켜고, 동생보다 늘 지저분하던 딘은「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다」라는 걸 몸소 보여주며 모든 정리를 일찌감치 끝마쳤다. 아무도 자리에 눕지 않았다는 식으로 시트는 주름 하나 없고 베개는 부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불의 모습만 보자면 시끄럽게 코를 고는 그의 형은 샘의 머릿속에서 나온 환상이다.

경기를 일으키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혼란스러웠다. 또한 무서웠고, 안정이 되지 않았다.
환상 따위가 아니야. 딘은 여기에 나와 같이 분명 있었어.
참을 수가 없어져 일부러 시트자락을 헝클어뜨렸다.
창문 너머로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뚜벅뚜벅 걷는 기척. 에취 재채기 소리...
이제 곧 종업원이 방들을 청소하러 들이닥칠 것이다. 샘은 숙였던 머리를 똑바로 들었다.

소지품을 모두 끌어내 임팔라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두 다리를 써가며 온 동네를 정처없이 휘저었다. 여기 마을은 규모가 작다. 주민의 수는 기껏해야 1,214명밖에 되지 않는다.
샘은 제일 먼저 도넛 가게로 찾아가 커피 향기에 반응하며 코를 킁킁거렸다. 찢어지게 하품을 하던 어린 점원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으며 보조 테이블을 걸레로 문질렀다. 그래봤자 졸음이 길게 매달린 속눈썹은 무거워 보였다. 할로윈 파티의 후유증이다. 친구들과 마신 술이 채 깨지 않아 지금이 21세기가 아니라 3세기 전쯤 앞당겨 살고 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일 터, 샘이 서있는 방향에선 등만 보일 거라 판단한 점원은 재차 하품을 터뜨렸고 테이블을 닦는 동작은 점점 더 둔해졌다.
아무튼 딘 윈체스터는 이곳엔 없다. 샘은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사서 손에 쥐고 가게를 나왔다.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아마도 딘은 곧장 대답할 것이다.
《여어, 얼간아. 숨을 헐떡거리며 뭔 일이고?》
호주머니로 넣던 손을 도로 뺐다.
이걸 뭐라고 설명하면 좋은지 그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전화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1월 1일, 토요일.
가판대에서 여러 종류의 선정적인 잡지와 신문을 팔던 흑인 남자는 딘을 기억하지 못했다.
『날씨가 매우 좋죠?』
하느님의 사자로부터 그 삶을 온전히 빼앗길 뻔했던 1,214명 중의 한 명인 그는 종말이 자신에게서 비켜간 것 역시 알지 못했다.
『이런 날엔 꽤 멀리까지 산책을 나가도 될 거예요.』
다이어트 펩시를 홀짝거리던 사내는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래봤자 눈에 익은 고슴도치 머리통을 찾아「99센트 스토어」쪽을 기웃거리던 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요즘은 물가가 많이 올라서...』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흑인 남자는 손사레를 쳤다.
『99센트짜리 물건은 이제 애들 풍선껌밖엔 남지 않았죠. 중국에서 수입한 싸구려 고무 깔창도 1달러가 넘어요. 클린턴 시절엔 안 그랬는데 진짜지...』
듣는둥 마는둥 해가며 주말 신문을 1부 구입했다.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사는「할로윈 대소동, 공동묘지에서 시체가 진짜로 부활하다?」였다.

바람이 불어와 샘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다.
딘은 공원 벤치에 앉아 야구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공들의 방향을 좇아 그의 머리와 좌우로 왔다갔다 움직였다. 와, 하고 함성이 일었다. 빨간색 운동화를 신은 소년이 공을 줍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귀를 쫑긋 세운 강아지가 이때다 하며 운동장을 가로질렀고, 최근들어 개를 끔찍하게 혐오하게 된 딘은 다리를 움찔 오무렸다. 글쎄다, 공을 먼저 줍는게 임자라면 소년은 오늘 입장이 꽤나 곤란하게 될 것이다. 풀밭에 떨어진 공을 입에 물고 꽤나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은 개는 이미 반대편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중이었다.
『형.』
그는 길을 잃은 노인처럼 보였다. 피부에 주름이 많이 잡혔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물이 튄 더러운 바지를 입고 셔츠 단추를 엇갈려 채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뭐랄까... 그랬다. 딘은 끔찍하게 지쳐 있었다.
『여기 있었네?』
딘은 심란한 적마다 늘 그랬듯이 오른손에 낀 반지를 빙글빙글 돌렸다.
『아아.』
그러다 곧 그 행동을 그만두었다.
『샘... 왔니?』

토요일, 11월의 첫째 날.
사탕을 얻으러 어둠 가운데로 쏘다니던 할로윈의 밤은 이미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다.
『내 공을 돌려줘, 스투피~! 돌려달라니까!』
화난 아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몇몇의 어른이 그 광경에 킬킬 웃음을 터뜨렸다.
『스투피~!!』
야구를 다시 시작하려면 이제 그들은 흥분한 개를 먼저 붙잡아야 할 것이다.

어느새 딘도 빙그레 따라 웃기 시작했다.
저 멍청한 개는 자칫하면 오늘이 제삿날일 수도 있겠군 - 약간의 심통도 섞여있긴 했지만, 아무튼 세상은 겉으로 봐선 젼혀 변하지 않았다. 목을 뻣뻣이 세워가며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것이 우스워질 정도로 한결 같았다. 그네를 타는 소녀들이 만화 주제가를 허밍하고, 엄마들이 손을 흔들었다. 구석에선 닌텐도 게임기를 두고 싸움이 났다. 보다 덩치가 큰 소년이 게임기를 오래 차지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를 얄밉게 느낀 소년이 덩치의 등을 두 팔로 확 떠밀었다.「5분만 한다고 그랬잖아!」진짜지 질리도록 변함이 없는 세계다.

『그러고보니 이 형은 너랑 야구를 한 기억이 없구나.』
『그야 우리 형편에 야구 글러브는 비쌌으니까.』
『야구 글러브는 핑계다, 너. 손목 힘이 형편없어 공을 던지라고 하면 발잔등 아래로 뚝 떨어뜨리곤 하던 녀석과 캐치볼 놀이가 가능했을 것 같냐.』
『실례야! 멀리 던질 수 있었어! 다만 방향 조절이 잘 되질 않아서... 힘껏 던지면 맨날 유리창이 깨졌지. 그래서 일부러 살살 던졌던 거야!』
『아이고, 무서워. 알았어, 이 지지배야. 그렇게 눈 부릅뜨고 말하니까 무섭다, 얘.』
『정말이라니까!』

샘은 신문을 둥글게 말아 그걸로 벤치의 등받이 부분을 탁탁 두들겼다.
초겨울의 바람이 다시 불었고, 나뭇잎이 사방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샘은 고개를 조금 숙이고 눈썹을 찌푸렸다.
누렇게 바랜 작은 잎사귀 하나가 딘의 어깨로 내려앉았다.

『우린 옳은 결정을 내린 거야.』
딘은 둥글게 말았던 손을 내리고 보다 자세를 편안하게 했다.
『삼하인의 봉인은 풀렸고, 넌 초능력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영롱한 헤이즐넛 빛깔의 눈동자로 동생을 응시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덩어리져 뭉쳤던게 풀어지려 한다.
샘은 안도감과 무한의 감사를 느끼고 공 던지기에 열중하는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  아무래도 자판을 새로 사야겠사와요. 종종 Num-Lock 버튼의 불이 꺼지면서 모든 키가 먹통이 되어버리네요. 재부팅을 하거나 본체와 연결된 줄을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면 도로 돌아오지만 것도 한 두번이지...;; 글자 치는데 아주 전쟁이었다능. 차라리 컴퓨터를 새로 샀음 좋겠다능.

Posted by 미야

2008/11/02 21:00 2008/11/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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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기 2008/11/02 23:57 # M/D Reply Permalink

    408이 이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한다니까요...
    또 훌쩍 건너뛰어서 임팔라안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ㅠ.ㅠ

  2. 음냐 2008/11/03 01:59 # M/D Reply Permalink

    우린 옳은 결정을 내린거야...좋아요 ^^
    저역시 그들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해요..
    천사씨들이 경고를 했지만서도,,,
    좋은 일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쓴걸요 ;ㅅ;
    그리고, 전 도대체 왜 힘을 쓰지 말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능...
    왠지 아깝다능...;ㅅ; 하지만 샘에게 심적, 육체적으로 무리가 올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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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차피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는 없겠지만 우리엘과 카스티엘더러 개자식이라고 욕하는 건 동조를 못하겠습니다. 제게는 <크립키, 뭔 일이야. 보약이라도 먹었어?>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잘 뽑아낸 걸로 보였거든요.

천사가 인간에게 상냥할 거라는 생각은 평소에도 한 적이 없었고, 그들이 딘과 샘에게 우호적일 이유도 없지요. 신의 명령은 절대적이고, 카스티엘이 자기 소개를 했을 적에 언급한 "그리스도의 군대" 는 함축적으로 그들의 정체를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군대에선 상관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민간인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져도 따라야 하는 거지요. <어째서입니까. 그래서는 안 됩니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항명하면 처벌받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신에게 항명하는 천사를 타락천사 = 악마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오히려 카스티엘이 딘에게 "나도 의혹을 품는다" 라고 말하는 부분은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서.
샘 윈체스터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천사는 개자식인 겁니까?
아니면 "봉인" 의 안전을 위해 마을 하나를 정화하겠다는 그들이 개자식이라는 겁니까?
새미가 워낙에 예쁘니까 "우리 귀여운 똥강아지를 누가 괴롭혔어" 이건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으하, 천사가 샘의 코피를 터뜨린 것도 아니네요. 난 뭣도 모르고 천사가 샘에게 한 방 날렸다고 착각했다능. 파이트, 힘내라, 엔젤스 앤드 브라더스 이랬다능. 망신살 뻗쳤다능. 망했다능.

애시당초 60억 인류와 천 명의 주민은 비교가 안 됩니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카스티엘의 말은 옳다고 봅니다. 그럼 거기에 휩쓸려 네가 죽어야 한다면 넌 그냥 넘어가겠느냐 제 지인이 묻더군요.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원망이 되지 않음 그게 인간이냐. 그렇다고 해도 어느 것에 더 가치를 두어야할지는 명백합니다.

딘의 선택은 그래서 위태위태한 것이기도 합니다. 언제라도 그는 눈앞에 놓인 사람들을 구할테니까요. 놀이터와 어린이들, 휴식을 취하는 노인들, 그는 당장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풀려서는 안 되는 "봉인" 이 풀렸다는 것이고, 동생이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능력"을 다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하나를 얻고, 둘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은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똑같이 선택하겠다고 말합니다.

이게 왜 무서운 건지 아십니까.
우리엘의 지적대로 딘은 지옥을 실체험한 인간입니다. 지옥이 어떻다는 걸 알아요.
그리고 "봉인"이 풀리면 지옥도 열립니다. 모든 인간에게 지옥이 닥치는 거지요.
그것을 천사가 경고했음에도 딘은 보다 안전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으으음! 바로 이런 부분이 고든이나 아빠 존과 같은 헌터들과 차별되는 부분이겠지요? 그래서 전 딘 윈체스터라는 캐릭터가 좋긴 합니다만... 딘 윈체스터의 어깨로 올라간 짐이 부럽지 않다는 카스티엘의 말이 가슴을 쿡쿡 찌르네요.

Posted by 미야

2008/11/01 21:55 2008/11/0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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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 망상

망상녀의 넋두리니 크게 신경쓰지 말 것.
카스티엘이 지옥에서 딘을 꺼내온 까닭이라는 거... 혹시?!

「자네 동생에게는 아자젤의 저주받은 피가 흐르고 있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일세.」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그래서 말일세, 우린 걱정하고 있네.」
「샘이 괴물이 될까봐서?! 흥.」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뭐라고 말을 꺼내면 좋을까. 자네들은 인간이고, 그리고 젊지. 생육에 대한 본능이 아주 강할 때일세.」
「뭣?」
「솔직히 말함세. 우린 샘이 다른 여성과 관계해서 아이를 낳는 걸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네.」
「이 자슥이. 신경 끄셔! 그 녀석은 나랑 같이 자고 있다! 메롱이닷!」
「그래서 너를 지옥에서 꺼내온 거야. 알겠는가. 샘을 잘 감시하게. 특히 밤.나.들.이.」

Posted by 미야

2008/11/01 09:56 2008/11/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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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렌드 2008/11/01 19:33 # M/D Reply Permalink

    ...........그런 깊은 뜻이........;;

  2. 쥬레스 2008/11/01 22:31 # M/D Reply Permalink

    아 이런 이유군요...ㅋㅋㅋㅋㅋ

    왠지 납득이 간다는...카스티엘 아찌 잘했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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