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 블러드에 잠시 이성을 잃어 충동구매한 화보집.
11만원이었던가? 12만원이었던가.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출혈이 막대했던 구입품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무리다 싶은, 수입 수준에 비해 대단한 사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펼쳐본 일이 없다.
그 대망의 첫 느낌. 포장을 뜯고 가운데를 펼친 순간... 어랍쇼.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고 반문해봐도 딱히 설명할 어휘가 없다. 토레스상의 그림이야말로 과잉장식의 대명사라 딱 내 취향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짐작도 안 간다. 색채가 그런가? 아니면 이 뾰족한 코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트리니티 블러드가 식상해져서?
그리하여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화보집을 다시 포장해서 옷장 깊숙히 넣어버렸다.
가치를 몰라주는 사람 손에 들어와 참 고생이다.
팔아버릴까.
그런데... 이걸 얼마에... 어이쿠.
한정판이니 가치는 제법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최초 구입비가 11만원이 넘은 물건인데... 관심을 둘 사람이 있을까?
지인 말로는 있을 거랜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왕창 바가지를 씌워 팔랜다.
그런데 생판 모르는 남을 어디서 보고 사갈 거냐 의사를 물어보라는 거지?
옷장에 처박힌 화보집의 존재가 슬슬 짜증나고 있다.
다시는 충동구매를 하지 말아야지- 하며 가슴을 치고는 있는데 그게 잠깐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마치 죄악의 결과물 같다.
무게감까지 제법 있어 요즘 이것 때문에 아주 난감해 죽겠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