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 19 : Next »

person of interest (22)

플랫부쉬에서의 총격전은 어쩐지 수사기관 공무원들의 밥그릇 쟁탈전으로 비화되는 듯했다.
제일 먼저 조직 폭력 전담반이 싸이렌을 울리며 출동했다. 그러더니 SVU 팀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합류했다. 다음으로는 양복을 잘 차려입은 FBI 무리가 옷자락을 펄럭이며 등장했다.
연필은 씹어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우걱우걱 - 이라는 얼굴을 한 카터가 맞은편 데스크에 앉은 후스코를 향해 질문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누가 가져갈 거래요?』
12개의 미해결 사건으로 허우적거리던 중이던 후스코는 32개의 미해결 사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동료 형사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누가 이기나 가위바위보라도 하겠죠, 뭐.』

문 닫긴 서장실에선 허리에 손을 얹은 남자들이「황야의 결투」라는 제목의 오래된 고전 영화를 재촬영 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신호를 하면 동시에 권총집에서 무기를 꺼내 서로를 향해 총질이라도 할 분위기다. 조직 폭력 전단반의 웨슬러가 강한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보자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 가운데서 서장은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 쓴 보안관 역할을 자청하며 이쪽저쪽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아무나 이겨라.』
카터는 끝이 보이질 않는 서류 작업으로 돌아갔다. 이틀 전에 발생한 수퍼마켓 2인조 강도 사건으로도 충분히 골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어제 밤엔 그녀의 잘 생긴 아들네미가 사전에 이렇다 말도 없이 통금시간을 어기고 늦게 귀가했다. 정녕 외출금지를 당하고 싶은게냐 위협하며 아들의 귀를 잡아 당긴게 오늘 아침의 일이다.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흘깃 쳐다보았다. 강도 사건 목격자 진술을 받으러 슬슬 나가봐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목격자를 설득하러 가야 한다. 서른 두 살의 구두 판매원이라던 목격자는 완전히 겁에 질려 CCTV에 찍힌 자기 얼굴은 사실은 비슷하게 닮은 다른 사람의 얼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 하부 조직이 아동 포르노 DVD를 팔다 일라이어스 조직에게 두둘겨 맞았습니다.』
모양새는 합동 수사 방식으로 가기로 했단다. 영광스런 최종 보스 타이틀을 거머쥐지는 못했으나 정보의 공유를 약속받은 FBI는 서장실에서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카터의 치맛자락부터 잡고 보았다.
『죄송하지만... 도넬리 요원.』
『자기네들끼리 실수로 오인 사격을 한 모양이긴 합니다만, 사망 한 명에 중상자 다섯 명입니다.』
이쪽에서「지금은 제가 많이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찾아와주세요」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넬리 쪽에서 선수를 쳐서 카터의 말꼬리를 잘랐다.
『양복 입은 남자가 무소음 기관단총으로 무장을 하고 습격을 했다더군요. 러시아 계열과 이탈리아 계열이 전쟁 중인 지역에서 일라이어스가 먼저 선승을 날린 거죠. 그리고 러시아 마피아 쪽에 잠입한 우리 정보원 말로는 일라이어스가 일방적으로...』
카터는 귀 기울려 듣는 척하며 도넬리가 꺼내든 사진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죄다 모르는 얼굴의 스킨헤드 족속들이었다.
「총 맞아서 유감이에요, 그런데 그게 본심은 아니라는 거 알죠?」내용으로 카드라도 보내면 적당할 것 같다.

『흐음... 일라이어스 쪽으로는 잠입한 정보원이 아직 없는 건가요, 요원님.』
『노력은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군요.』
『하지만 경찰서 쪽으로는 유능한 잠입 정보원을 한 명 두셨네요. 제가 알게 되는 내용이 있음 따로 긴밀하게 연락드릴게요. 보아하니 웨슬러는 요원님을 따돌림할 분위기군요. 그는 자기 사건을 가져가는 FBI를 좋아하지 않아요.』
『이해합니다, 형사님. 그것보다 시멘스키 형사님을 만나보고 싶은데요.』
『왜요.』
『이번 플랫부쉬 사건과 연관된 중요한 물증이 그쪽을 통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거요. 시멘스키도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은 거라고 하던데요.』
『그 익명의 제보자가 혹시 일라이어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흐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는데요, 요원님. 일라이어스는 영리하니까요. 적을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적을 이용하는 거죠.』
거기까지 말한 카터는 이제는 정말 나가봐야 한다는 투로 입구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넬리는 얌전히 물러서며 길을 터줬다.

경찰서 건물을 벗어나고 1분 뒤, 발신 제한으로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 제한」글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통화 버튼을 누르는 대신 폴더를 그냥 닫았다.
그리고 핸드폰에 대고 삿대질을 했다.
『대신 수퍼마켓 강도를 잡아줄 것도 아니잖아요! 난 오늘 바쁘다고요, 존.』

Posted by 미야

2012/06/12 11:50 2012/06/12 11:50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511

Leave a comment

person of interest (21)

검정색 더블백을 챙겨들고 600번대 서가로 향했다.
600번대 책장에 붙은 도서 분류 총목은「기술」, 아이러니한 느낌이지만 총기류를 숨겨두기엔 적합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티타늄으로 인공 관절을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기 역시 인류가 발전시킨 기술 중 하나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인명을 살상할 수 있도록 원시적인 손도끼와 몽둥이로부터 시작해 부지런히 그 성능을 개조시켜왔다. 현대에 사용되는 총기류는 이제는 예술 수준이다.
리스는 허리를 굽히고 교묘하게 가려놓은 나무판자를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책 보다 훨씬 무거운 것들이 정체를 드러내었다.

이중의 소음제거 장치가 부착된 MP5SD 무소음 기관단총과 9mm 탄창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탄창 하나에는 서른 발의 탄약이 장전된다. 1점사로 조정하면 서른 번을 발사할 수 있고, 3점사로 조정하면 열 번을 발사할 수 있다. 물론 자동연사 모드도 있다. 하지만 리스 탄약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드르륵 갈기는 건 겉멋이 잔뜩 든 코흘리개 길거리 갱들이나 하는 짓이다.

살짝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MP5SD가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쥐고 왼손으로 총신을 지탱하도록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리스는 성인 인구의 약 13%에 해당하는 왼손잡이다. 오른손으로 글씨까지 쓸 수 있도록 훈련했으나「보다 익숙한 손」이라는 건 분명 존재한다. 왼손잡이용 가위를 만들어낸 것처럼 왼손잡이 전용 기관단총이라는 것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 있다.

『글쎄요. 독일인들은 자기 고집이 꽤 강하지요.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다치는 건 똑같다고 생각할 겁니다.』
『제작사인 해클러 앤드 호크는 진작에 영국으로 넘어갔는데요, 핀치.』
『오우.』
수류탄과 연막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핀치에겐 군수 회사의 다국적 합병은 관심 밖이었다.
회사가 넘어갔어? 그럼 다시.
『영국인들은 전통을 고수하려는 습성이 꽤 강하지요.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 건 똑같다고 생각하고...』
『핀치.』
살짝 핀잔하며 약 6kg의 무게를 담은 더블백의 지퍼를 닫았다.

핀치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었다. 어느 쪽 손가락이든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도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로 싸우러 가는 사람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핀치는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철부지 어린애처럼 투덜거렸다는 사실이 속상했고, 이런다고 상황이 개선될 리 없다는 점에서 또한 속상했다.

『미안합니다.』
리스는 그가 초조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기에 간단한 고갯짓으로 핀치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요, 핀치. 상대는 군사훈련을 받은 헤즈볼라가 아닌데다 자기 몸에 발신기가 달렸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바보들이니까요. 당신이 염려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대머리 뒷통수에 독수리 문신을 새긴 사내의 옷 주머니로 발신기를 몰래 붙여두었다. 직접적으로 몸싸움을 벌이게 되면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이런 일을 하는게 가능하다.
덩치는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다. 나름 머리를 써서 추적을 피한답시고 지하철을 이용해 뉴욕 곳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었다. 이쪽에서는 마우스 버튼을 몇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그의 위치를 정확히 잡아낼 수 있었다.
1시간여의 무료한 지하철 투어를 마친 사내는 이쯤해서 되겠거니 긴장을 풀고 결국 지상으로 올라왔으며, 최종적으로 부르클린 플랫부쉬에서 멈춰섰다.
리스는 오늘 밤 안으로 플랫부쉬에 있는 그들의 모처를 날려버릴 작정이었다.

『그들이 버터워스 씨의 집을 엉망으로 망가뜨렸더군요. 빈집털이 흉내를 내어 가재도구 전부를 부쉈어요.』
『증거 자료가 들어가 있을 컴퓨터를 노린 거군요.』
『네. 그들이 컴퓨터 하드를 뜯어갔어요, 핀치.』
『하지만 우리는 없어진 하드 드라이브의 완벽한 복사본을 이미 가지고 있지요.』
『그걸 카터에게 전달해줘요.』
『그렇게 하죠, 미스터 리스. 어렵지 않습니다.』

정작 어려운 점은 따로 있었다.
핀치는 문득 생각났다는 투로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조나단 버터워스 씨에게 자기소개를 어떻게 마무리 했습니까? 미스터 리스. 당신이 넥타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의심했잖아요.』
『...』
『연방 요원이나 사복 경관이 사용할 법한 디자인의 넥타이를 제가 몇 개 골라드릴까요?』

리스는 미소로 보였으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핀치가 보기에 그 미소는「나에게 그딴 건 묻지 마」였다.

Posted by 미야

2012/06/07 22:05 2012/06/07 22:0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508

Leave a comment

person of interest (20)

몇 가지 정리가 필요한 시점.
엘리어스 이름 표기는 일라이어스로 변경함. 일라이어스 아직 감옥 안 갔음.
카터와 후스코는 서로 도서관 팀과 관련되어 있음을 모르는 것으로 설정.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습니까?』
통조림은 함석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다. 뚜껑이나 모서리 부위는 특히 두께가 얇고 날카로워 자칫하면 손을 다치게 된다. 버터워스의 오른손은 콩과 옥수수, 그리고 베인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오히려 그는 리스를 걱정하며 안색을 살피려 했다.
『보아하니 뉴욕 출신이 아니군요. 강도에게 맨몸으로 덤비다니. 정신이 나갔습니까. 총을 든 사람에게는 주먹질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강도가 지갑을 달라고 하면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지갑을 줘버리는게 좋습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그러다가 깨달음의 벼락이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겠다고 나선 선한 사마리아인에게 과제물을 까먹은 학생 대하듯 잔소리부터 퍼붓다니.
『내 정신 좀 봐.』
손에 묻은 콩을 바지춤에 털어내던 버터워스가 쓰게 웃었다.
『미안합니다. 학생 훈계하는 버릇이 있어서... 인사가 늦었군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나단 버터워스입니다. 그런데 그쪽 성함은...』
『존이라고 합니다.』

존은 신경이 곤두선 것처럼 보였다. 안색도 나빴다. 강도에게 얻어맞은 곳이 많이 아픈 모양이라 지레짐작한 조나단은 허둥거렸다. 어쩌면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한 사마리아인은 멍든 곳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대신 두 눈을 부릅뜨고 버터워스를 마구 야단쳤다.
『왜 도망가지 않은 겁니까.』
코앞으로 살기등등한 얼굴이 다가오자 버터워스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추렸다.
『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통조림으로 암살범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암살범? 암살범이라뇨.』
『그가 지갑을 내놓으라고 요구합디까. 처음부터 그자의 목적은 하나였어요, 버터워스 씨.』

바닥에 떨어진 총은 손으로 집어 올리지 않고 하수도 방향을 향해 발로 찼다.
리스는 시간제 학교 선생의 팔을 세게 움켜쥐고 빠른 속도로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버터워스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암살이니 뭐니 떠들어도 당장은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땅에 떨어진 비닐봉투와 냉동식품들이 더 현실적이어서 못쓰게 된 물건이 아까워 죽겠다는 투로 계속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러다 퍼득 깨닫고 마른침을 삼켰다.
방금 전 그는 총에 맞을 뻔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지금은?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남자에게 팔을 붙잡혀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고 있다.
버터워스는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처럼 발버둥쳤다.

『기다려요! 기다리라고요. 경찰서에 가서 신고부터 해야겠어요.』
『평상시라면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을 겁니다, 조나단. 하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선 안전한 장소로 몸을 숨기는게 먼저입니다.』
『뭐요? 내 목숨이 위험하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는 학교 선생님이라고요. 애들은 물론 날 싫어하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는 콜롬바인 고등학교가 아니라고요!』
『조나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내 말 잘 들어요. 아동 포르노요. 당신 위장이 탄로났어요. 그들은 당신이 가짜 포르노 컬렉터라는 걸 알고, 목적이 뭔지도 전부 알아냈어요.』

버터워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다. 이제야 돌아가는 내용이 이해가 간 것이다.
『나, 나는... 맙소사.』
그리고 존을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올려다 보았다.
『좋아요. 침착해야지, 침착. 그, 그럼 당신은... 연방 요원이었던 겁니까.』
아쉽게도 연방요원 신분증은 가지고 있지 않다. 리스는「당신 생각이 맞소」긍정하기가 곤란했다. 수중에 있는 거라고는 고인이 된 스틸스에게서 빼앗은 형사 뱃지가 전부다.
뭐라고 설명하는게 좋을까 잠시 고민하는 동안 버터워스가 넥타이가 빠진 리스의 옷차림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실례라는 것도 까먹고 손가락질했다.
『아니야! FBI 요원은 그렇게 옷을 후질근하게 입고 다니지 않아!』

내 옷이 뭐가 어때서. 리스는 발끈했다.

Posted by 미야

2012/06/05 15:39 2012/06/05 15:39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504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 19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995109
Today:
173
Yesterday:
110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