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136 : 137 : 138 : 139 : 140 : 141 : 142 : 143 : 144 : ... 233 : Next »

※ 딘은 올해도 샘이 만들어준「이걸 음식이라꼬」에그노그 먹었을까. 에잇, 커플지옥 솔로천국이다.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대학물을 꽤나 먹었음에도 멘델스존이나 브람스의 음악을 접할 적마다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장래 희망이 변호사라면 - 아울러 술에 취해 남의 집 지붕으로 기어 올라가는 바보들을 상대하는 무료 국선 변호사가 장래 희망이 아니라면 - 1920년에 발생한 사코와 반제티 무장강도 사건과 정치 사회적 이슈를 화폭에 담은 미국의 화가 벤 샨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줄 알아야 했다.
물론 *도널드 주드와 잭 영거맨을 몰라도 유능한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샘의 높은 성적으로 보자면 그건 확실하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에서「오페라의 유령」뮤지컬을 감상하면서「*팜플렛에 소개된 가스통 루루라는 사람이 주인공인가요?」식의 멍청한 질문을 던져선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한 여성을 고객으로 맞이하긴 힘들다는 것 또한 상식이었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샘은 찢어져라 악을 써대는 소프라노 가수들을 향해 전기 충격기를 들이미는 자신을 상상하며 극장 좌석에 앉곤 했다. 티켓은 눈이 튀어나오도록 고가였고, 혀가 꼬부라지는 이탈리아어 가사는 충분히 골칫거리였다. 푸치니를 좋아하느냐고? 쓴 표정을 짓고 있는 인간에게 참 적절한 질문을 하고 있으시다.
그렇다고 모두가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였다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돈 조반니의「카달로그의 노래」같은 건 나름 괜찮았다.

그럼 나리의 애인 명부를 읽어보겠사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640명, 독일에서는 231명, 프랑스에서는 100명, 터키에서는 91명,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무려 1003명의 여성을 헤아릴 수 있사옵니다. 시골 처녀, 하녀, 거리의 여자, 백작부인, 공작부인, 지휘고하, 스타일을 막론합지요. 금발의 여성은 아름답다 칭송하며, 갈색의 여자는 정숙하다고 찬양합니다. 몸집이 크면 당당하구나 말씀하옵고, 작으면 귀여웁다 하옵나이다. 부자건, 못생겼건, 이쁘건, 밉건, 치마만 둘렀다 하면...

와우! 모차르트에게 신비한 초능력이라도 있었던 걸까? 무슨 재주로 그 먼 옛날에 딘 윈체스터라는 인간이 저지른 업보를 이리도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걸까.
이걸 현대로 고치면 이렇게 바뀐다. 미주리에서는 7명, 와이오밍에서는 11명, 조지아에서는 5명. 금발은 섹시하고, 갈색머리 여자는 머리가 좋지요. 엉덩이가 펑펑해도 핫, 허벅지가 투실해도 핫. 다만 전갈좌의 여자는 남자를 깔고 올라가 리드하려 하니까 약간은 곤란...
빠른 속도로 맥주를 들이키던 샘은 낄낄 소리를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황당하다. 기분은 최악인데 수도꼭지가 망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웃음을 그칠 수가 없다.
낯짝 두꺼운 하인 레포렐로가 다시 노래를 부른다.
송구하오나 작성된 바람둥이 리스트를 이 미천한 입으로 읊어보겠습니다.
차가운 맥주 거품이 곧바로 심장으로까지 내려간다.
뉴햄프셔에서 8명, 루이지애나에서 2명... 죽죽 내려가 샘 윈체스터 1명. 그런데 어랍쇼, 이게 끝이 아닙니다. 뉴저지에서 1명, 메릴랜드에서 3명... 숨 한 번 쉬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까요.
아픈 곳을 직접적으로 건드린 맥주가 역겨운 맛으로 변해 역류하려 들었다. 추태를 바라지 않았던 샘은 손등으로 입술을 닦는 척하며 구토를 막았다.

전쟁과도 같았던 오랜 신경전 끝에 한 침대를 사용하게 되었지만 결코 그것이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다. 딘은 틈틈이 유리창 너머로 시선을 돌렸고, 그 점을 애써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너와 행복한 기분으로 섹스하는 건 크게 잘못된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잘못되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 딘은 되풀이해서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아 방황했다.
「그거 아니? 죄다 엿 같아.」
여명이 밝아올 무렵에야 돌아와 등 돌리고 자는 동생의 어깨 위로 차갑게 식은 뺨을 가져갔다.
「잘못된 길, 잘못된 방향... 때로 난 숨 쉬기가 힘들어.」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샘이 잠들었다고 확신한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너는? 새미... 숨 쉴 수 있니?」
자신이 성인군자도 아니고, 대인배도 아님을 깨달은게 그 즈음이다.
생각만으로 살인이 가능하다면 샘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범이 되었을 터,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그 최초의 희생자는 딘 윈체스터다.

『여어, 샘. 이 아름다운 숙녀님과 인사해라. 루이스? 이쪽은 내 바보 얼간이 동생이예요.』
즐겁고 기쁘다는 표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술기운 탓에 시야가 흐릿했다. 이번에는 갈색 머리인가. 열심히 눈꺼풀을 깜빡거려 여자의 외모를 자세히 보고자 했지만 눈코입이 피카소가 그린 아비뇽의 아가씨처럼 일그러지기만 할 뿐이라서 그녀의 외모가 고릴라를 닮았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싶을 지경이다.
『아아녀엉하세요.』
갈색 머리가 웃었다. 그녀는 샘이 쏟아지는 졸음을 참고 있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하지만 천만에. 자랑은 아니지만 지난 1년 반동안 주당 뺨치게 마시는 양이 늘었다. 제3자의 눈엔 혀가 꼬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정신까지 꼬인 건 아니라는 말씀.

『안녕, 샘. 그럼 당신도 형님처럼 소방관인가요?』
그건 또 뭔 소리랴. 방송국 기자 레퍼토리는 어쩌고? 이번엔 소방관인가.
옆에서 입을 실실 쪼개던 딘은 눈치껏 루이스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명량한 웃음소리가 배경으로 깔렸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러니까 뭐라더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거예요.』
경황이 없어 내용을 못 따라가겠다.
『신발 보관 창고에 큰 불이 났고, 짐작이 가겠지만 사방이 꽉 막혀 있었죠. 우리는 불길을 쉽게 잡을 수 없었어요. 유독가스가 대단히 심했고... 시커멓게 폭발이 일어나면서 천장이 주저앉았죠. 덕분에 거의 죽을 뻔했고, 지금도 전 무시무시한 불길에 빨려 들어가는 악몽을 꿔요.』

화재 현장에서 죽을 뻔한 소방관이 외상후 스트레스라는 판명을 받아 동생과 같이 휴가를 얻었습니다 - 라는게 아무래도 이번에 딘이 꾸며낸 줄거리인 듯했다. 주섬주섬 소매를 말아 올려 천사가 남긴 손자국을 보여주자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덕분에 카스티엘이 일으킨 기적의 자취는「열기에 눌러붙은 마미손 고무장갑」따위로 전락했지만 루이스의 깜짝 놀란 표정만 보자면 딘의 허풍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진짜지 지옥에서 힘들게 꺼내온 보람이 없는 인간이다.

『그래서요? 우리의 용감한 소방관님.』
여인은 딘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그의 용감함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필라멘트 전구로 불이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기다란 호스로 굵은 물줄기를 쏘아대는 건 제 천직이라는 거지요.』
『뜨겁게 불타오르는 곳을 향해서요.』
『바로 그거예요. 멈추지 않고, 흠뻑 젖어들도록 똑바로 쏩니다.』
노출된 젖가슴을 노골적으로 훑으며 딘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여기까지 단계가 진행됐다면 다음으로는 적당한 장소만 찾으면 되었다. 붕가붕가의 신이여, 감사합니다. 딘은 점찍어 둔 여성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이! 이 형이 지대로 껀수 올렸다, 샘. 너 먼저 모텔로 돌아가... 어?』
너댓 개의 빈 잔이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동생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이놈이 화장실에 갔나?』
짜증스러움은 곧 당혹감으로 변질되었다.
『샘?!』
그들에게는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말도 없이 사라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샘은 규칙을 어겼다. 표정이 바뀐 딘은 주섬주섬 호주머니부터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틀렸다. 음성 사서함으로 건너뛴다. 이제 샘은「무슨 일이 생겨도 전화를 받는다」는 두 번째 규칙마저 어겼다.
급한 김에 멧돼지처럼 목이 굵은 사내에게 다가가 샘의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이봐요? 이 만큼 키가 크고...』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남자는 채 듣지 않고「모르겠수다」라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딘은 대단히 화를 낼 것이다. 샘은 그 점을 모르지 않았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휴대용 기계는 반복해서 뒤집어지는 소음을 자아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어쩐지 그 신호는 더욱 절박하게 느껴졌다. 샘은 고개를 들어 - 머리는 굉장히 무겁고, 손발은 술기운에 나른했지만 - 화물트럭이 똑바로 전진하는 걸 쳐다보며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옮겼다. 정면에서 쏘아오는 헤드라이트가 눈부셨다. 순간 트럭의 엔진음이 핸드폰 소리를 압도했다.
『이봐! 죽으려고 환장했어?!』
하늘에 맹세하지만 결코 그렇진 않다. 죽고 싶으냐고?
『위험하다고!』
벌린 두 무릎 사이로 상체를 구부리고 입을 크게 벌렸다. 구역질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온 것은 두 번의 커다란 딸국질 뿐이었고, 아무리 애를 써도 개운해지지 않았다.

딘은 웃지 않을 것이다. 웃기는커녕 어리광은 용서치 않겠다며 엄격한 눈초리를 할 것이다.
그런데 환하게 미소 짓는 그의 모습만이 떠올랐다. 오로지 그만이 아는 표정을 지으며 상냥하게 눈을 맞춰온다. 딘... 샘은 가만히 사랑스런 그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상상은 보다 힘을 얻어 한층 더 구체적인 모습을 띄었다. 희미한 코롱 냄새, 못이 박힌 투박한 손바닥, 흔들리지 않게끔 꽉 잡아주는 팔,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입술...
걷는 속도가 빨라졌다. 뛰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걷고 있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있을 것이다. 저 너머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딘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리고 달콤한 확신에 숨이 차올랐다.
이 세상에는 친구와 약속을 잡는 미첼이 있고, 쇼핑센터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는 미첼이 있다.
마찬가지로 술집에서 여자를 꼬시는 딘이 있고, 아직 샘에게로 돌아오지 못한 딘도 있다.
만나러 가야 한다. 찾아서 데리고 와야 한다. 손을 붙잡아야 한다.
『딘.』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그 사람을.
샘을 똑바로 바라보며「내 처음을 너에게 줄게」라고 기쁘게 말해줄 그 사람을.
멀지 않을 곳에 있을 내 사람을.
마치 올가미에 걸렸던 동물이 상처를 핥듯이 곰곰이 생각했다.

『이봐요! 당신 말이오. 이봐요!』
트럭은 일단 후진해서 육중한 몸체를 회전시켰다. 덜컹 소리가 컸다. 곧 문이 열리면서 사람이 뛰어내렸다. 도로 한 복판에서 젊은 남자가 미친 듯이 팔다리를 휘적거리고 있으니 무슨 문제라도 생긴 모양이라 판단한 것 같았다. 설령 아무 문제 없다고 쳐도 정신 나간 술주정뱅이를 길 밖으로 끌어내려야 했다. 이 상태라면 멀잖아 달려오는 차에 치여 온몸의 뼈가 부러질게 뻔했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저리 가라고.』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샘은 휘청거리며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제멋대로 해석한 다리가 꽈배기처럼 꼬여 이마저 쉽지 않았다. 곧바로 아스팔트의 싸늘하고도 쓴 냄새가 물씬 코를 찔렀다. 그리고 나서야 샘은 자신이 두 손을 땅바닥에 짚은 자세로 엎드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발소리가 났다. 딘이 웃는다. 샘은 어떻게든 일어나려 기를 썼다. 벌겋고 두툼하게 살찐 얼굴이 걱정스럽게 그를 내려다본다. 딘이 웃는다. 의사가 필요한 거냐고? 아무 것도.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다. 오로지... 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딘... 나만 보고 웃어줘.』
눈물이 흘러내렸음에도 그게 눈물인줄 모르고 땀이라고 생각했다. 경치가 이중으로 보이는 것 역시 땀 때문이라 여겼다.

『젠장! 당신, 미쳤어?』
트럭 운전사가 짜증을 섞어 외쳤다.
『그런가봐요.』
밀물과 썰물처럼 들락날락하는 자신의 거친 호흡소리를 귀로 들으며 샘은 눈을 감았다.

Posted by 미야

2008/12/25 19:46 2008/12/25 19:46
Response
No Trackback , 11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119

Comments List

  1. 비밀방문자 2008/12/25 23:16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티티캣 2008/12/25 23:36 # M/D Reply Permalink

    어허헝~! 새미랑 같이 훌쩍거리고 있어요.
    딘이 이노무 자식! 귀하디 귀한 동생 맘 썩어문드러지는 것도 모르고, 어디서 언니야들이랑 희희낙락이얏!
    (계속 들락거리고는 있었는데, 댓글은 오랜만에 다는 것 같아요. 나름 머리복잡한 일들이 많았답니다. 속썩이는 직장동료 한 명때문에 요 몇 주 사이, 제 속도 새미 못지 않게 썩어 문드러지고 있어요. 같은 동료들도요.. 뭐, 저희 부장님만이야 하겠습니까만은...)

    그.. 그런데.. 삽질하는 새미가 너무 좋아서 어떡하지요. 말로는 딘이 혼내고 있으면서 여전히 이 시리즈가 너무 좋아효~!!!!!!!!!
    흐응~ 지난 편에서 딘이도 같이 삽질하게 되나, 싶어 오옷+_+ 했었는데, 말씀처럼 삽은 새미용 한 개만 있네요. ^^
    딘. 얼렁 돌아와아아아....

  3. 테리온 2008/12/26 10:43 # M/D Reply Permalink

    아아..역시 삽은 일인용이었던거군요.흑흑흑 새미야...........
    진짜 저렇게 삽질하다가 속은 악바리만 남고 팔에는 근육만 남는거 아닌가모르겠...;;
    아무튼 미야님 이번시리즈 너무 좋아요..근데 이게 하편이면 다음 스토리 진행은 안되는건가요...덜덜
    으아....새미가 저의 속을 다 파서 헤집어 놓게 해 놓으시고 혹시 이게 마무리라고 하시면...ㅠㅠ

  4. 나마리에 2008/12/26 17:05 # M/D Reply Permalink

    아. 새미 팔 근육이 어디서 온 건가 했더니 저 무참한 삽질 때문이었군요....
    ㅠ.ㅠ
    미야님 글을 보면 정말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나오는 걸까 막 신기해요. 너무 가슴 아파요. 흑. 어흐흑

  5. 달려라딘 2008/12/26 18:44 # M/D Reply Permalink

    이게 뭔가요....... 으어 불쌍해.............. 새미 삽질 ..... 이래서 일인용... 일인용은 슬퍼....ㄷㄷㄷ

    1. 미야 2008/12/27 09:23 # M/D Permalink

      삽을 하나 더 주문해서 이번엔 딘에게 줘볼까요? 라고 해도 옵화의 든든한 갑빠는 "그 정도야 껌이지" 이럴 것도 같네요. 상체는 새미가 더 든든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역대 후레쉬맨(손전등 담당)이었다는 걸 염두에 두자면 그럴 것 같지가 않아요.

  6. 달려라딘 2008/12/27 15:39 # M/D Reply Permalink

    으어 ㅋㅋㅋㅋㅋ 삽질하는 딘 보고싶네요... <-이런

  7. 티티캣 2008/12/28 16:00 # M/D Reply Permalink

    아아앗~! 딘의삽질 강력 원츄~ 합니다.
    말씀처럼 든든한 갑빠 덕에 딘이는 삽질도 정말정말 잘 할 거여요. 얼마나 열심히 파겠어요. 미야님, 부디 딘이한테도 튼튼하고 좋은 삽 한 자루 선물해 주세요~
    후레쉬맨 새미와는 비교도 안되게 깊게깊게 잘 팔 겁니다. 암요~ 암요~

    1. 미야 2008/12/28 18:05 # M/D Permalink

      긍데 제가 워낙에 편애가 심해 샘에겐 공사장 삽을 쥐어줬으면서 횽아에겐 꽃분홍색 꽃삽을 쥐어주게 생겼어요. ^^

  8. 초코렛 2009/01/05 20:05 # M/D Reply Permalink

    오오옷! 뒤의 글을 먼저 봐버렸지만.. ^^ 이렇게 앞이 만들어진 것이었군요~! ^^ 정말 불쌍한 트럭기사양반;;;; 진심으로 명복을 빌어줘야겠어요~

  9. 바자소녀 2009/02/27 23:17 # M/D Reply Permalink

    새미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저도 미야님 처럼 딘 한정 무한 편애(그렇다고 새미

    별로 라는 말은 아니예요^^;;) 꽃분홍색 꽃삽정도로 만족 할수 있을 것 같아요

    ~~딘은 슈내 안에서 너무 많은 삽질을 해서리;; 아무튼 트럭기사아저씨 불쌍

    하게 됐어요~딘이 워낙 샘을 챙겨야 말이죠^^;;

Leave a comment

※ 새미야, 이 누나가 삽 가져왔다~♬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마우스를 움직여 재빨리 화면을 닫아주세요. ※


고장난 인공위성을 머리 위로 이고 앉았다는 막중한 압박감을 일부러 즐기는 사람은 없다.
나름 스트레스가 컸던 딘은 대놓고「악마고 신이고 닥치고 꺼지삼」이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한 손에는 시뻘건 멕시코 고추와 다른 한 손에는 삼지창을 쥔 코믹한 풍의 악마 그림이 인쇄된 피자 포장지를 이쑤시개로 마구 찔러대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갔다. 단지 입에서 불이 나온다는 의미일 뿐인데 - 설명하기도 귀찮아진 샘은 도저히 삼킬 수 없었던 매운 맛의 피자를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그리하여 공짜로 얻은 10% 할인 쿠폰은 재앙으로 끝났다.

위장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버려지는 양이 많다는 건 모르는 척 외면하기 힘든 문제다. 지금도 9억 2천 3백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식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무려 전 세계 인구의 7분의 1이나 된다.
머리 속이 뒤엉켜 엉망이었어도 맛도 보지 않은 채 파이를 꿀꺽 삼키곤 하던 딘은 그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을 낭비하면 벌 받아, 샘. 먹을게 없어 굶어죽은 사람이 널 보면 뭐라고 하겠냐.』
『다시는 거기서 배달시키지 말아요 - 라며 충고하겠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대꾸한 샘은 휴지를 들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어차피 식욕도 없었고, 것보다 노트북 화면을 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펜실베니아 지역 신문으로 이런 기사가 났어.』
『워워, 난 아직 식사 중이야. 혹시라도 내게 구역질나는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거라면...』
『형을 구토하게 만드는게 목적이었다면「어제 저녁에 실수로 형의 칫솔을 변기에 빠뜨렸는데 새 걸로 바꿔놔야지 생각만 하고 그만 깜빡 잊었어」라고 말했어.』
유치한 애들 장난을 치려는게 아니라는 걸 강조하며 전원이 켜진 노트북을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리고는「난 아무 것도 몰라요」라며 순진하게 되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속이 울렁거려?』
『욱, 새미...』
노트북은 뒷전이다. 딘은 동생을 두 손으로 목 졸라 죽이는 문제에 대해 잠시 심사숙고 했다.

웹 사이트에 기재된 신문 내용은 단순했다.
『미첼 로프만,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목격되다. 응? 이거 *도플갱어냐?』
올해 마흔 여섯 살의 평범한 전업주부인 샌드라는 손으로 직접 그림을 넣어 구운 수제 도자기를 두고 이웃 주민인 미첼과 즐거운 수다를 떨... 대화를 나눴다. 마침 근처 공방에서 일반인을 위한 도자기 교실을 열고 있었는데 일련의 교육 과정을 끝마친 취미생들이 각자의 작품을 팔아 유기동물을 위한 성금을 모으자며 결정을 내린 참이었다. 샌드라는 붓으로 보라색 난초를 그린 도자기 접시에 대한 기대가 컸고, 미첼은 개를 좋아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목요일에 만나 같이 쇼핑을 하자 약속을 잡았고, 각자 손을 흔들며 반대편으로 헤어졌다. 그로부터 10여분 뒤, 샌드라는 식료품을 가득 싣고 쇼핑센터를 빠져나오는 미첼을 목격했는데 그녀가 걸어간 방향이라던가, 쇼핑에 할애되는 시간을 고려하자면 이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래서?』
딘은 두 다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우두커니 샘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이 형더러 어쩌라고?」묻는 구석이 있었다.
샘은 조심스럽고 민감한 얼굴이 되어 볼 안의 살을 가만히 빨아들였다.
『어... 그러니까 내 생각엔 형이 관심을 가질 법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어서.』
맙소사, 딘의 판단으로는 그 주장은 완전히 엉터리였다.
『이보라우, 동무. 어딜 봐서 이게 내 흥미를 끈다는 거니? 첫째, 이건 우리가 아는 그 도플갱어가 아니야. 양쪽에서 목격된 미첼은 모두 유령으로 착각되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뚜렷했고, 샌드라와 대화까지 나눴어. 나라면 이 미첼이라는 여자에게 어려서 헤어진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지부터 조사할 거야. 둘째, 설령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미첼의 도플갱어가 맞다 해도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냐. 이건 녹색을 띄는 *세인트 엘모의 불이 높은 산꼭대기에서 번쩍이는 거나 마찬가지야. 도플갱어는 사람을 해치려는 악령이 아니라 그 자체로 불길한 징조일 뿐이라고. 따라서 당신이 타고 가는 버스가 도중에 전복될 수 있으니 부디 조심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어. 그러니까 내 말은, 무지개가 떴다고 그때마다「삽 가져와라, 저기에 요정이 숨겨둔 황금단지가 있다」달려갈 수는 없다는 거야. 알겠니?』
그리고 딘은 재미없다는 투로 푸념하며 바닥에 깔린 카페트로 시선을 내렸다.
『여성 전용 피트니스 클럽 샤워실로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면 또 모를까, 아메바처럼 둘로 분열한 노땅 아줌마라니. 기가 막혀서.』

이쯤해서 딘은 동생이 보일 반응을 추측했다.
1번,「그래, 여성 샤워실에서 유령이 나오질 않아 정말 안 됐다!」버럭 고함지르며 테이블을 뒤엎는다.
2번, 가소롭다는 식으로 웃으며「형은 구제불능의 변태야」스트레이트로 한 방 날린다.
3번,「내가 미리 알아봤는데 그 아줌마에겐 쌍둥이 자매가 없었어. 그리고 덧붙이지면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라서 외모가 닮았을 또래의 유전적 형제의 존재 가능성도 사실상 제로야」라며 상식적으로 설득하려 든다,
기타등등.

곁눈질로 동생을 흘끔거렸다.
기대가 어긋났다. 샘은 냉동된 생선을 가득 실은 트럭이 식당 주차장에서 천천히 후진하는 광경을 보고 있다는 식으로 굴었다. 쉽게 말하자면 그 표정은 일상적이었고, 어떠한 뜻과 의미를 부여하기엔 지극히 평범했다. 단단히 골이 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헛다리짚었다. 샘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노트북을 자신의 침대 쪽으로 옮겼고, 나아가「알았어. 혹시 샤워실에서 목격된 유령이 있는지 조사해볼게」라고 말하는 것으로 딘의 안구가 앞으로 돌출되게 만들었다.

네가 내 동생이 맞냐. 그 샘 윈체스터 맞냐고.
최근들어 딘은 불투명한 차단막이 내려진 유리창 너머로 뿌옇게 흐려진 동생의 형상을 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감정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아니, 사고방식 자체를 모르겠다. 화를 내야 할 부분에선 웃었고, 웃어야 할 부분에선 짜증을 냈다. 때로는 회로가 끊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둘 다 하지 않았다. 그럴 적의 샘은 흡사 솜뭉치로 만들어진 인형처럼 보여 딘을 바짝 긴장시켰다.

『샘?』
이건 절대로 아니다. 커피에 소금 두 스푼을 넣어 마시는 것만큼이나 괴상하다. 번들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노려봤음 희망하는 건 결코 아니나 밋밋한 목소리로「샤워실에 출몰하는 유령이 있는지 알아볼게」말하는 건 하느님께 맹세코 분명히 잘못된 거다.
『너, 어디 아프냐?』
네 살 터울의 동생을 보살피는 형의 목소리를 낸 건 그래서 불가항력적이었다.

『아프지 않아.』
샘은 그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아픈 사람으로 보여?』
딘은 심심하게 받아넘겼다.
『아니, 그게... 어흠. 평소의 너 같지 않아서.』
다르고말고.「맨날 읊어대는게 샤워실, 탈의실, 누드 해변... 지겨워. 혹시 형은 불알이 다른 사람처럼 두 개가 아니라 하나인 건 아니야?」라며 빈정거려야 샘 윈체스터다. 그러면 딘은 킬킬 웃으며「궁금하냐? 그럼 형님 몸에 달린 방울이 몇 개인지 보여줄까, 새미」이러며 바지 지퍼를 내리는 시늉을 해보였을 터. 아니, 시늉만 하는게 아니라 진짜로 벗었다. 그러면 샘은 얼굴을 붉힐 것이고, 무릎을 꿇을 것이고, 눈을 감을 것이고, 입을 벌릴 것이고...
『어?』
순간 뭐라 설명하기 힘든 오싹함이 등줄기를 타고 빠르게 흘러내렸다.

음식을 먹을 때처럼 입을 벌려선 제대로 삼킬 수가 없다. 하마가 하품하는 걸 흉내내어 턱을 더 내려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행위에 난처함마저 느끼던 샘은 콧잔등을 찡그린다. 그렇다고 해도 입 안 가득 채운 페니스를 도로 뱉어낼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다. 오히려 혀 위에서 커다랗게 부풀어가 그것이 전해주는 짜릿함에 잔뜩 취했다. 남자의 냄새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쪽쪽 빠는 음란한 소리는 커져갔다.
「무리하지 마.」
위로도 아니고 격려도 아닌 그 말에 샘은 부스스 눈을 뜬다. 하지만 동생의 눈꺼풀은 다시 감긴다. 오로지 집중하기 위하여.
딘도 이를 악물고 주의를 기울인다. 허리를 움직여 보다 더 깊숙이, 안쪽까지 단번에 밀어넣고 싶다. 하지만 진짜로 그랬다간 샘을 질식시켜 죽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동생이 진심으로 원하던 바라고 할지언정 그렇게 결론이 나는 건 끔찍하다. 그러니 인내심을 발휘해서 샘이 찝찔한 맛의 분비물이 아닌 공기를 제대로 들이마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천천히.」
부드럽게 만류하며 목구멍 깊숙이 삼켜졌던 페니스를 도로 꺼내려 했다.
불평 섞인 신음소리.
딘의 동작을 거부하며 따라붙는다.
고개와 혀를 빙글 돌려 더욱 열심히 애무한다.
「안돼. 나에게 전부 쏟아, 딘.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모두. 다 마셔버릴 테니까.」
유혹하는 샘의 목소리는 깊고 나른하다.

목울대 바로 밑에서부터 울렁거렸다. 갑자기 토할 것만 같았다. 딘은 인상을 구긴 채 손바닥을 들어 벌레를 쫓는 시늉을 했다.
『날파리라도 있어?』
『비슷한 거겠지.』
욕구불만이다. 그렇고말고. 보다 적절하게 설명하려면 머리가 돌았다고 하면 될 것이고...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옳고... 미쳤다고 해도 그럴 듯하고... 샘이 그의 물건을 빨았다고? 그것도 좋아하면서? 맙소사, 샘에게 이 말을 꺼내면 고지식한 동생은 화산을 폭발시키는 기세로 자동차 뒷트렁크에서 산탄총을 꺼내올 것이다.
암연탄이 장전되는 찰칵 소리를 귀로 들으며 딘은 도리질했다.
『여자가 필요해.』
『뭐?』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으려면 여자가 필요하다고, 새미.』
아마도 샘은 그가 (저질스런 수준의) 연극 대사를 연습하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좋다, 싫다의 반응을 깡그리 생략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걸 봐선 그랬다. 물론 찰나와도 비슷하게 시퍼런 불꽃이 번쩍였지만 번개가 친 건 너무도 순식간이라 어쩌면 샘 본인도 깨닫지 못했을 수 있었다.
『여자?』
『이 형을 봐, 샘. 흉터 하나 없이 말짱하다고. 부러진 곳이 잘못되어 휘어버린 손가락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반짝반짝해요.』
『그래서?』
『내 거시기도 완전히 신품이라는 거지!』
『뭐?』
『귀 먹었냐. 네 형은 동정이라고.』
입을 쩍 벌린 샘은 자기 몫의 대사를 낭독하기를 거절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젠장맞을 연극이라니.

Posted by 미야

2008/12/14 22:57 2008/12/14 22:57
Response
No Trackback , 11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114

Comments List

  1. 테리온 2008/12/15 00:40 # M/D Reply Permalink

    이제 슬슬 딘의 손에도 삽이 들릴거 같은데요...
    다시한번 퍼스트픽이 시작되는건가요.
    완전기대기대..'ㅂ'

    1. 미야 2008/12/15 12:28 # M/D Permalink

      삽은 1인용으로 주문하였습니다. 핫.핫.핫. (웃을 때가 아니지 않나)

  2. 달비 2008/12/15 11:51 # M/D Reply Permalink

    아.. 정말요.. 둘이 동시에 파는 건가요?
    아직 들어가 누우려면 멀은거죠?
    무덤가에서 삽질하는 두 형제를 비석위에 앉아 흐뭇하게
    지켜보는 심정이랄까요..ㅎㅎ

  3. 나마리에 2008/12/15 17:21 # M/D Reply Permalink

    아이고 미야님 저를 말려 죽이시는군요.
    여자가 필요해라니, 형님 말씀에 새미 눈에 불꽃 튈만 하지요. 에고고.
    담편은 죽어라 파는 새미 삽질편인가요?
    기대되면서도 무서워서.. 흑. ㅠㅠ

  4. 비밀방문자 2008/12/16 00:42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5. 쥬레스 2008/12/16 01:31 # M/D Reply Permalink

    으허ㅠㅠㅠ 그래요

    샘 혼자 삽질을 할 바에는 차라리
    형제가 같이 삽질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ㅠㅠ(응?)

  6. lukesky 2008/12/16 02:00 # M/D Reply Permalink

    아아, 드디어 삽질 시작이군요! 행복합니다. ㅠ.ㅠ 땅파는 새미도, 옆에서 같이 땀빼는 딘도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요. 이것이 바로 팬심의 본질![응?]

  7. 슈뇌 2008/12/16 15:38 # M/D Reply Permalink

    핫!!미야님 이젠 지발 우리 딘이 정신좀 번쩍나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번개라도 한방 맞아서 번쩍!!!다음회에는 지발 울딘이와 새미가

    부비부비하는거 넣어주시면 정말 마구마구 감사할텐데요..ㅜ.ㅜ

  8. 달려라딘 2008/12/25 15:09 # M/D Reply Permalink

    아아....... 이거 다음편 보고싶어요.... <- 얘를 어쩌면좋니

  9. 초코렛 2009/01/05 20:02 # M/D Reply Permalink

    아아... 이번에는 제발.. 댓글올리다 혈압이 올라갈 듯해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써봅니다.(이번마저 올라가지 않음...ㅠㅠ)
    둘이서 열심히 삽질하는 모습,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크핫핫핫.

  10. 바자소녀 2009/02/27 23:14 # M/D Reply Permalink

    며칠동안 미치도록 미야님 글을 보면서 달렸던 주제에~~

    이제서야 댓글을 다네요..(죄송^^;;)

    여자가 필요해! 라고 하는 부분에서 쯔쯧..기억을 잃었어도 본능적으로

    아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미의 삽질과 함께 재미나게

    보고 있었는데 이제 딘도 같이 삽을 들게 생겼네요^^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Leave a comment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짧은 습작. 그나저나 요즘 갑자기 새미 괴롭히기 운동본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드네요. ※


시야가 온통 붉다. 아니 파란 것도 같다. 해석하기 힘든 색이 어지럽게 뒤섞여 순식간에 암전된다.
이것은 비명인가. 통곡을 닮은 침묵... 듣는 기능을 상실한 귀가 쑤시듯 아파온다.
기진맥진한 몸으로 내 것이 아닌 토막난 다리를 베고 가프게 호흡한다.
이곳은 정글이다.
그러나 하늘에서 쏟아지는 건 폭우가 아닌 살점, 핏덩이, 오물, 그리고 놈이 내는 웃음 소리.
기어서라도 도망쳐야 하지만 슬프게도 바닥을 휘저을 팔이 없다. 버둥거리고 싶어도 허리 아래로 감각이 없다. 결국 춤추며 내려오는 거대한 낫을 무기력하게 쳐다보며 이를 악다무는 것밖에는...

『후욱!』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꿈을 꿨다. 그리고 굉장히 놀랐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뭘 봤는지도 상세하지 않다. 요컨대「블로우잡을 해주던 창부가 갑자기 광분해선 남의 귀한 똘똘이를 물어뜯었다」라는 줄거리였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상어가 헤엄치는 바다에서 조난을 당한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쥬라기 공원에서 긴박감 넘치는 티라노사우르스 투어를 즐기던 내용이었을지도. 하여간 땀이 많이 났고, 시체 썩는 악취가 희미하게 남았다. 실제로 그런 냄새를 맡은 것도 아닌데 불가사의한 뇌는 사실도 아닌 정보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그의 판단력을 교란시켰다. 귓속에서 파리가 앵앵거리는 감각이다. 딘은 구역질을 참으며 숨을 헐떡였다.

샘도 덩달아 잠에서 깨어났다.
『딘.』
작게 속삭이던 동생은 날렵한 동작으로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다. 그리곤 불도 켜지 않은 채 순식간에 벽 반대 편까지 이동했다. 딘은 순간 당황해서「그게 아냐, 임마!」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던 샘의 동작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그 소리가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다. 동생의 움직임은 흡사 먹이를 추적하는 육식 동물과도 같았다. 천천히, 동시에 확실하게 기척을 읽으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등 근육이 덩어리지며 단단하게 뭉쳐졌다.

『괜찮아.』
여전히 창밖을 응시하며 샘이 말했다.
『괜찮아, 딘.』
그제야 동생은 꼭 쥐고 있던 권총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원래 잠이 짧은 녀석이다. 신경이 예민해서 조그만 소리에도 반응하여 깨어났다.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는 이러한 증상을 악화시켜 눈자위를 붉게 충혈시키기도 했다.
뭐, 그걸 모르는 바 아니긴 한데...
지금의 건 오버 아니야?
딘은 손가락으로 콧망울을 긁었다.
그걸 엉뚱하게 오해한 모양이다. 샘은 빠르게 다가와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 딘의 어깨를 툭 쳤다.
안심해도 된다고, 수상한 건 없다고, 절대로 지켜줄테니 마음 놓고 계속 잠들어 있어도 된다는 뜻이리라.

딘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엄마 오리처럼 행동하는 샘을 올려다 보았다.
나는 네가 돌봐야 할 어린애가 아니라고!

아무래도 불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방안에선 표정을 읽기 힘들다.
동생은 다시 딘의 어깨를 힘 줘서 툭, 툭 쳤다.
마침내 입이 풀려 꿀 먹은 벙어리 신세에서 해방된 딘은 버럭 외쳤다.
『무섭다, 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샘은 흠칫해서 딘에게서 재빨리 멀어졌고, 그는 곧바로 자신의 방정맞은 주둥이를 저주했다.
징그럽다, 웃기게 논다, 같지도 않게 유세를 떤다, 그 외 다른 표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무섭다」라는 말을 했고, 그 표현은 지금의 그들에겐 일종의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젠장, 그게 아니라.』
동생의 얼굴이 어떤 식으로 일그러지는지 딘은 알 수 있었다.
『알지? 내 말은 네가 무섭다는게 아니라...』
그래봤자 이미 늦어서 샘은 자기 침대로 되돌아가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버렸다.

우는 것도 아니다.
눈을 감은 것도 아니다.
단지... 뭐랄까, 단지.

그저 뼛속까지 안타까울 뿐.

Posted by 미야

2008/12/10 11:26 2008/12/10 11:26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109

Comments List

  1. 달비 2008/12/10 17:53 # M/D Reply Permalink

    저도 뼛속까지 안타까워지는 느낌입니다. 아니 누가 뼈를 긁어주는 듯한 느낌인거 같기도 합니다.

  2. 야금 2008/12/10 23:50 # M/D Reply Permalink

    딘은 평생 저기억을 갖고 살아야한다니..ㅠ
    그걸또 초조하게 지켜보는샘도..ㅠ 이넘들은 언제 행복해질까요..

  3. 슈뇌 2008/12/11 11:42 # M/D Reply Permalink

    혹시나 하고 들어왔더니 글이 올라왔네요 ...에혀..근데 너무 안타깝다는거...
    둘이 걍 행복하게 해주세요~~~~~~~~~

  4. 쥬레스 2008/12/12 15:03 # M/D Reply Permalink

    어흐흑ㅠㅠㅠ 진짜 ...ㅠㅠㅠㅠㅠ

    안타까울뿐...ㅠ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36 : 137 : 138 : 139 : 140 : 141 : 142 : 143 : 144 : ... 233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25849
Today:
476
Yesterday:
620

Calendar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