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139 : 140 : 141 : 142 : 143 : 144 : 145 : 146 : 147 : ... 233 : Next »

※ 졸다가 끄적이는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밖으로 나간 형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샘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텔에서의 체크아웃은 오전 12시가 기준으로 (* 아니면 말고) 착착 소리를 내며 움직이던 시곗바늘은「이대로라면 싫든 좋든 하루 투숙비를 더 내야할 걸세」라며 낮은 목소리로 주장했다.
하루 더 머문다고 누가 뭐랄 것은 없겠으나 샘은 그들이 머물던 방이 정말 싫었다.
썩은 이끼색의 외벽은 촌스러웠고, 굵직한 무늬의 벽지와 카펫은 지나치게 현란했다. 거기다 초록색 소파와 보라색 침대커버의 조화라니. 천장에 거울이 달린 것만큼이나 현기증이 난다. 어느 인테리어 업자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정리하던 가방에서 손을 떼어내고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으로 맞은편 침대로 시선을 주었다. 상대적으로 동생보다 늘 늦게 기지개를 켜고, 동생보다 늘 지저분하던 딘은「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다」라는 걸 몸소 보여주며 모든 정리를 일찌감치 끝마쳤다. 아무도 자리에 눕지 않았다는 식으로 시트는 주름 하나 없고 베개는 부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불의 모습만 보자면 시끄럽게 코를 고는 그의 형은 샘의 머릿속에서 나온 환상이다.

경기를 일으키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혼란스러웠다. 또한 무서웠고, 안정이 되지 않았다.
환상 따위가 아니야. 딘은 여기에 나와 같이 분명 있었어.
참을 수가 없어져 일부러 시트자락을 헝클어뜨렸다.
창문 너머로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뚜벅뚜벅 걷는 기척. 에취 재채기 소리...
이제 곧 종업원이 방들을 청소하러 들이닥칠 것이다. 샘은 숙였던 머리를 똑바로 들었다.

소지품을 모두 끌어내 임팔라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두 다리를 써가며 온 동네를 정처없이 휘저었다. 여기 마을은 규모가 작다. 주민의 수는 기껏해야 1,214명밖에 되지 않는다.
샘은 제일 먼저 도넛 가게로 찾아가 커피 향기에 반응하며 코를 킁킁거렸다. 찢어지게 하품을 하던 어린 점원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으며 보조 테이블을 걸레로 문질렀다. 그래봤자 졸음이 길게 매달린 속눈썹은 무거워 보였다. 할로윈 파티의 후유증이다. 친구들과 마신 술이 채 깨지 않아 지금이 21세기가 아니라 3세기 전쯤 앞당겨 살고 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일 터, 샘이 서있는 방향에선 등만 보일 거라 판단한 점원은 재차 하품을 터뜨렸고 테이블을 닦는 동작은 점점 더 둔해졌다.
아무튼 딘 윈체스터는 이곳엔 없다. 샘은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사서 손에 쥐고 가게를 나왔다.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아마도 딘은 곧장 대답할 것이다.
《여어, 얼간아. 숨을 헐떡거리며 뭔 일이고?》
호주머니로 넣던 손을 도로 뺐다.
이걸 뭐라고 설명하면 좋은지 그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전화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1월 1일, 토요일.
가판대에서 여러 종류의 선정적인 잡지와 신문을 팔던 흑인 남자는 딘을 기억하지 못했다.
『날씨가 매우 좋죠?』
하느님의 사자로부터 그 삶을 온전히 빼앗길 뻔했던 1,214명 중의 한 명인 그는 종말이 자신에게서 비켜간 것 역시 알지 못했다.
『이런 날엔 꽤 멀리까지 산책을 나가도 될 거예요.』
다이어트 펩시를 홀짝거리던 사내는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래봤자 눈에 익은 고슴도치 머리통을 찾아「99센트 스토어」쪽을 기웃거리던 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요즘은 물가가 많이 올라서...』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흑인 남자는 손사레를 쳤다.
『99센트짜리 물건은 이제 애들 풍선껌밖엔 남지 않았죠. 중국에서 수입한 싸구려 고무 깔창도 1달러가 넘어요. 클린턴 시절엔 안 그랬는데 진짜지...』
듣는둥 마는둥 해가며 주말 신문을 1부 구입했다.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사는「할로윈 대소동, 공동묘지에서 시체가 진짜로 부활하다?」였다.

바람이 불어와 샘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다.
딘은 공원 벤치에 앉아 야구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공들의 방향을 좇아 그의 머리와 좌우로 왔다갔다 움직였다. 와, 하고 함성이 일었다. 빨간색 운동화를 신은 소년이 공을 줍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귀를 쫑긋 세운 강아지가 이때다 하며 운동장을 가로질렀고, 최근들어 개를 끔찍하게 혐오하게 된 딘은 다리를 움찔 오무렸다. 글쎄다, 공을 먼저 줍는게 임자라면 소년은 오늘 입장이 꽤나 곤란하게 될 것이다. 풀밭에 떨어진 공을 입에 물고 꽤나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은 개는 이미 반대편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중이었다.
『형.』
그는 길을 잃은 노인처럼 보였다. 피부에 주름이 많이 잡혔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물이 튄 더러운 바지를 입고 셔츠 단추를 엇갈려 채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뭐랄까... 그랬다. 딘은 끔찍하게 지쳐 있었다.
『여기 있었네?』
딘은 심란한 적마다 늘 그랬듯이 오른손에 낀 반지를 빙글빙글 돌렸다.
『아아.』
그러다 곧 그 행동을 그만두었다.
『샘... 왔니?』

토요일, 11월의 첫째 날.
사탕을 얻으러 어둠 가운데로 쏘다니던 할로윈의 밤은 이미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다.
『내 공을 돌려줘, 스투피~! 돌려달라니까!』
화난 아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몇몇의 어른이 그 광경에 킬킬 웃음을 터뜨렸다.
『스투피~!!』
야구를 다시 시작하려면 이제 그들은 흥분한 개를 먼저 붙잡아야 할 것이다.

어느새 딘도 빙그레 따라 웃기 시작했다.
저 멍청한 개는 자칫하면 오늘이 제삿날일 수도 있겠군 - 약간의 심통도 섞여있긴 했지만, 아무튼 세상은 겉으로 봐선 젼혀 변하지 않았다. 목을 뻣뻣이 세워가며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것이 우스워질 정도로 한결 같았다. 그네를 타는 소녀들이 만화 주제가를 허밍하고, 엄마들이 손을 흔들었다. 구석에선 닌텐도 게임기를 두고 싸움이 났다. 보다 덩치가 큰 소년이 게임기를 오래 차지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를 얄밉게 느낀 소년이 덩치의 등을 두 팔로 확 떠밀었다.「5분만 한다고 그랬잖아!」진짜지 질리도록 변함이 없는 세계다.

『그러고보니 이 형은 너랑 야구를 한 기억이 없구나.』
『그야 우리 형편에 야구 글러브는 비쌌으니까.』
『야구 글러브는 핑계다, 너. 손목 힘이 형편없어 공을 던지라고 하면 발잔등 아래로 뚝 떨어뜨리곤 하던 녀석과 캐치볼 놀이가 가능했을 것 같냐.』
『실례야! 멀리 던질 수 있었어! 다만 방향 조절이 잘 되질 않아서... 힘껏 던지면 맨날 유리창이 깨졌지. 그래서 일부러 살살 던졌던 거야!』
『아이고, 무서워. 알았어, 이 지지배야. 그렇게 눈 부릅뜨고 말하니까 무섭다, 얘.』
『정말이라니까!』

샘은 신문을 둥글게 말아 그걸로 벤치의 등받이 부분을 탁탁 두들겼다.
초겨울의 바람이 다시 불었고, 나뭇잎이 사방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샘은 고개를 조금 숙이고 눈썹을 찌푸렸다.
누렇게 바랜 작은 잎사귀 하나가 딘의 어깨로 내려앉았다.

『우린 옳은 결정을 내린 거야.』
딘은 둥글게 말았던 손을 내리고 보다 자세를 편안하게 했다.
『삼하인의 봉인은 풀렸고, 넌 초능력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영롱한 헤이즐넛 빛깔의 눈동자로 동생을 응시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덩어리져 뭉쳤던게 풀어지려 한다.
샘은 안도감과 무한의 감사를 느끼고 공 던지기에 열중하는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  아무래도 자판을 새로 사야겠사와요. 종종 Num-Lock 버튼의 불이 꺼지면서 모든 키가 먹통이 되어버리네요. 재부팅을 하거나 본체와 연결된 줄을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면 도로 돌아오지만 것도 한 두번이지...;; 글자 치는데 아주 전쟁이었다능. 차라리 컴퓨터를 새로 샀음 좋겠다능.

Posted by 미야

2008/11/02 21:00 2008/11/02 21:00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072

Comments List

  1. 소나기 2008/11/02 23:57 # M/D Reply Permalink

    408이 이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한다니까요...
    또 훌쩍 건너뛰어서 임팔라안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ㅠ.ㅠ

  2. 음냐 2008/11/03 01:59 # M/D Reply Permalink

    우린 옳은 결정을 내린거야...좋아요 ^^
    저역시 그들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해요..
    천사씨들이 경고를 했지만서도,,,
    좋은 일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쓴걸요 ;ㅅ;
    그리고, 전 도대체 왜 힘을 쓰지 말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능...
    왠지 아깝다능...;ㅅ; 하지만 샘에게 심적, 육체적으로 무리가 올 듯 해요...

Leave a comment

[S☆N-fanfic] A portent

※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내용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을 적엔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을 닫는 멋진 센스를 보여주세요. 그런데 이게 내 글이 아닌 것 같다능. 얘네들 누구냐능. ※


침착하게, 서둘지 말고, 하나, 둘, 하나, 둘, 여유를 가지고... 라고 해봤자 하나된 구호는 이미 바스라지고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꼬락서니다. 체면이고 뭐고 판자 부스러기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안 잡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소리도 지른다.
『하으읏!』
그가 빠진 곳이 푸른 물결 넘실대는 대서양 한 복판이 아닌「사랑」이라 할지언정.
죽을 힘을 다해 버둥거린다는 점에선 두 가지의 차이점이 뭔지 해명하기도 귀찮다.

『새미! 천천히 해, 천천히!』
딘은 진작부터 질려하고 있다. 그걸 모르는 샘이 아니다. 그래서 샘은 손바닥에 동그라미와 세모를 반복해서 그려대며《침착하게, 서둘지 말고, 여유를 갖고》주문을 반복하여 외우곤 했다. 그리고 우아한 여성 무용수가 빠드망 탄듀, 에뽈망 크로와제 동작을 연습하는 걸 상상했다.

문제는 주문의 효과가 겨우 5초간 지속된다는 것.

서로의 아랫입술이 맞닿자마자 배경으로 흐르던 하이든의 현악4중주는 순식간에 쾅쾅 대포 쏘는 굉음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혹자는 심장이 뛰는 소리라고 일축하겠으나 - 아무튼 팔다리를 버둥거리느라 정신이 없는지라 천둥과도 같은 비행기 엔진 소음엔 신경을 쓰는둥 마는둥 했다.
『야! 내가 그렇게 세게 잡아당기지 말랬지!』
항의하며 짐짓 몸을 떼려는 연인을 기를 쓰고 붙잡는다.
손톱이 피부를 파고 들어간다. 빨갛게 자국을 남기며.
『아프다고, 새미!』

딘의 바람대로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 죽을 거 같으니까, 숨이 막히고 목이 말라서 당장에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으니까, 물주머니 하나 없이 사막에서 조난당한 순례자는 지푸라기를 움켜쥐고 헐떡거릴 뿐이다.
『키스해줘.』
호흡을 삼키며 딘의 입술을 물어뜯었다.
『빨리... 제발, 빨리!』
타락한 대지로 유황의 불이 내린다. 신의 섭리를 배반한 그들에겐 낙원의 꽃향기는 정녕 꿈이다. 때문에 편안해질 수 없다.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계속해서 불안해지기만 한다. 깍아지른 절벽에서 거꾸로 굴러떨어지는 악몽을 꾸었을 때처럼 심장이 조여온다.
샘은 상상한다.
이것은 종말의 예감을 많이 닮았다.
아아, 별들이 높다. 별들이 떨어진다... 눈물이 나오려 한다. 샘은 불가사의한 구역질을 느꼈다.
번영하던 도시의 마지막 밤을 알았던 예언자도 그와 같은 심정이었던 걸까.

『워, 워!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샘.』
씁쓸한 미소를 지은 딘은 동생을 달랬다.
『지금 이 모든게 마지막인게 아니야.』
그는 샘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입술을 포개왔다. 따스하고도 부드럽다.
『우린 이걸 느긋하게 즐겨도 된다고.』

즐겨 - 라고 한 번 더 강조하여 말하고 딘의 눈동자가 스륵 감겼다. 동시에 뾰족하게 선 혀가 샘의 입안을 훑었다. 그리하여 샘은 다시금 높은 하늘에서 추락하는 별을 볼 수 있었다. 징조는 둥글게 궤적을 그리며 마침내 땅으로 내려선다. - 하느님 - 눈부신 섬광이 흙을 부순다. 바위를 쪼갠다. 파편은 어디에나 있다. 이제는 겁이 나 눈을 감을 수조차 없다. 갈증은 더욱 깊어지고 품었던 두려움은 곱절로 커진다. 덕분에 꼴사납게 흐느끼다 딘의 혀를 깨물었다.
괘씸했던 것 같다. 딘은 손바닥을 들어 동생의 엉덩이를 찰싹 갈겼다.

『너, 한 번만 더 그러며언~』
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가 흠칫했다.
둑이 무너졌다는 표현은 이럴 적에 써먹으면 아주 적합할 것이다. 채찍질을 당한 말은 허옇게 눈을 뒤집었고, 가파른 언덕길을 단숨에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어지럽다. 시끄럽다. 젖은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며 되지도 않은 말들을 주워삼켰다. 사랑하니까, 누가 뭐래도, 빼앗기지 않아, 내꺼, 내꺼, 떨며 매달려온다. 무게를 더하며 붙잡는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 나와 같이 죽어줘 - 그 긴 팔과 다리로 옭아맨다.

뿌옇게 가라앉은 동생의 눈을 들여다보며 딘은 대답했다.
『물론 그래줄 수 있어.』
그러고는 단단해진 성기를 동생의 달아오른 몸속으로 빠르게 집어넣었다.

Posted by 미야

2008/10/28 14:16 2008/10/28 14:16
Response
No Trackback , 8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065

Comments List

  1. 음냐 2008/10/28 14:59 # M/D Reply Permalink

    엉..아니..뒤가..뒷부분이...;ㅅ;ㅅ;ㅅ; 우흑흑..

  2. 미야 2008/10/28 15:06 # M/D Reply Permalink

    넵, 잘랐습니다! (상콤하게도 대답함)

  3. 쥬레스 2008/10/28 22:56 # M/D Reply Permalink

    으아 뒷부분..뒷부분...ㅠㅠ이러시면 아니되요ㅜㅜㅜ

  4. 리다 2008/10/28 23:07 # M/D Reply Permalink

    으으..... 그래. 딘은 네꺼다. 근데.. 그 뒤에 어떻게 된 거니 샘! ㅜㅜ 너무하시와요.

  5. 안전제일 2008/10/29 08:33 # M/D Reply Permalink

    자르셨다는 말씀에 눈물 한웅큼..ㅠ.ㅠ

  6. 초코렛 2008/10/29 16:55 # M/D Reply Permalink

    아앗....ㅡㅜ 너무 상콤한 답글에.... 응석부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ㅜㅜ

  7. 슈뇌 2008/12/01 23:05 # M/D Reply Permalink

    ㅠ.ㅠ....미야님 안자르시면 안되나요?..

    아흑 감칠맛...

  8. 바자소녀 2009/02/28 04:38 # M/D Reply Permalink

    새미 천천히 해~라고 말해주는 딘오빠!! 뭔가 멋진듯 ^^

    아무튼 상콤하게 잘라주시다니~~미야님 댓글센스에 다시한번 감탄을^^;

    응석부리는 새미~~그것도 눈물을 달고^^ 뭔가 좋습니다(<-뭔소리하니?!ㅋㅋ)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그의 형은 빛의 속도로 권총을 꺼내곤 했다. 그리고 쿵푸 마스터 급의 실력으로 정확히 구멍을 낼 줄 알았다.
만사에 불만을 품었던 존도 - 기척을 죽이고 보다 더 빨리 뛸 수는 없는 거냐, 아들아? - 장남의 총 솜씨에 대해서만큼은 일절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웃집 아이들이 손가락을 들어 총 쏘는 흉내를 내며 입으로 탕탕 소리를 냈을 적에 그의 큰 아들은 평범한 맥주깡통을 윌리엄 텔의 사과로 잘도 바꿔놓고 있었다. 존은 그게 기뻤던 것 같다. 배가 나온다고 불평하면서도 엄청난 량의 맥주 캔을 식사 때마다 소비하며 빈 깡통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딘은「쓸만한 과녁」을 얻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아도 되었고, 언젠가는 우쭐해하는 표정으로 구멍이 나란히 두 개가 뚫린 깡통을 가져와 무슨 우승 트로피인양 자기 방에 장식해 두기도 했다.

『빌어먹을!』
그치만 그건 그거고.
『아우~웅!』
이건 이거다.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난리를 치며 권총을 마구 흔들어댔다.
『뭐냐고! 이건 뭐냐고! 이걸 뭐라고 해야... 젠장,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옷~!』
누가 뭐래도 귀신 박멸보단 임팔라가 우선이다. 딘은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거의 짐승 같은 소리로 울부짖었다.

샘은 별 미친놈 다 봤네, 식으로 운전석에 앉은 형을 노려봤다가 상황을 직시하고 뒷좌석으로 얼른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접근했다.
『크리스토!』
그걸 상대가 멋지게 오해했다.
「저어... 제 이름은 크리스가 아닙니다만. 그 크리스라는 분과 제가 많이 닮았습니까?」
샘은 딘을 응시하며 그의 네 살 터울의 형이 제시할 온전하고도 이성적인 의견을 기다렸다.
『이 씹새꺄, 빙신아! 내 차에서 당장 내려~! 아우웅, 아웅!』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완전히 논리적인 것이었다.

처음부터 환영받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남자는 양손의 검지손가락을 붙였다 뗐다 하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다리를 절룩거리는 비루먹은 떠돌이 개가 먹다 남은 햄버거를 얻으려 주춤거리며 행인에게 접근하려는 걸 연상시켰다. 한 입만 주시겠어요? 발로 차진 말아주세요.
상대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긴장했음을 깨달은 샘은 약간만 차분해졌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천사입니다.」
『네?』
그는 자기 목소리가 작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샘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거라 여겼던지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해서 아까와 같은 문장을 반복하여 다시 말했다.
「나는 천사입니다.」

날개도 없으면서 무슨...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 부분이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신성모독」을 우려한 샘은「댁이 정말로 천사란 말이오?」반문하지 않았다. 대신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외출을 감행한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 형의 옆구리를 꾹 찔러렀다.
『딘... 천사라는데.』
『지랄하고 자빠졌네.』
『어쨌든 악마는 확실히 아는 것 같아.』
『그래서 뭐. 저딴게 네 처녀임신을 알리러 왔다는 거냐?! 응?! 그럼 백합꽃은 어딨어!』
『기분 나쁘네. 난 성처녀 마리아가 아니야, 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그리고 저건 가브리엘도 아니지!』

골치가 아프다는 걸 굳이 숨기지도 않으며 딘은 신음했다.
기적도 기적다워야 기적이라 믿을 수 있는 거다. 초록색 작업복 점퍼 차림새로「말세가 다가왔으니 회개하시오」선포하는 건 너무하다. 특징이라고는 없는 기다란 얼굴은 신심을 자극하기는커녕 뙤약볕을 지나치게 쬔 박넝쿨처럼 믿음을 시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조금 뒤에 딘이 고개를 똑바로 들었을 적엔 그 얼굴에는 절망적인 표정이, 동시에 애써 그 절망을 무시하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거대한 빙산을 발견했으나 차마 방향을 돌릴 수 없었던 타이타닉호의 선장이 아마도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솔직히 불어. 천사는 무쉰.』
딘은 신앙이 없었다. 그는 교회에 가지도 않았으며, 기도를 한 적도 없다.
『자꾸 거짓말 하면 소금 뿌려 확 불질러 버린다.』
「부, 불을 지르다니오. 정말입니다!」
『십계명에도 나와 있다고. 제 팔의 계명은, 거짓말하면 똥구멍에 털 난다.』
「어느 성경에 그렇게 적혀져 있다는 거요! 여덟 번째 계명은《도적질하지 말라》입니다.」
『바락바락 대들긴. 내가 맞다면 맞아. 그리고 아홉 번째 계명은《남의 자동차에 무단으로 올라타면 안 된다》닷! 그리고 열 번째는《귀신은 자동차에 올라타선 결코 안 된다》고! 진짜야. 정 의심스러우면 여기에 있는 샘에게 물어봐. 이 녀석은 나와는 달리 박식하다고. 이 괴짜는 콥트 어로「네 발냄새는 양파 썩은내를 능가한다」라고 말할 줄도 알아.』
듣고 있던 샘은 난처했다. 형의 말이 맞다 진지하게 맞장구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딘? 이, 일단은 진정하고...』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딘의 음성은 격렬했다. 그러나 샘은 단단히 화가 났다는 투의 그의 말투를 한 꺼풀 벗겨내면 겁을 단단히 집어먹은 어린애가 나타날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천사는 그가 다룰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 점이 딘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난 안 믿어!』
딘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고백해봐, 샘. 너, 뒷좌석에다 나 몰래 이상한 거 막 던져놨지. 오래된 책이라던가, 아시아 인형이라던가, 저주를 받은 금반지라던가, 뚜껑이 열리지 않는 오래된 양철 깡통, 내지는 부두교 사제가 쿠폰처럼 나눠준 개구리 뒷다리 같은 거... 그러니까 이상한게 내 차에 달라붙은 거야. 틀림없어.』
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형님. 억측도 그 정도면 병입니다. 난 물건을 아무렇게 어지르지 않는다고요.』
『그럼 저걸 뭘로 설명할 거얏! 우리 베이비에게 저게 뭐냐고!』
외침은 이미 비명을 닮아 있었다.

『정말로「천사」일지 모른다는 말은 내 앞에선 하지 마. 지나가던 개가 웃을테니. 설령 진짜로 천사가 존재한다고 해도 저렇게 볼품없고 꽝인 외모는 아닐 걸!』
「천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대놓고 못 생겼다는 말에 나름 상처를 입은 듯했다.
「천사 조나단이라는 드라마도 못 보셨습니까. 천사라고 모두 금발에 푸른 눈은 아닙니다.」
『조나단은 또 누구야.』
「그러니까 NBC에서 방영한 고전 드라마예요. 마이크 랜든, 빅터 프렌치 주연... 모르십니까.」
『어랍쇼. 천사도 TV를 보나?』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거예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다 말고 흐린 가을날과 흡사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그게「바보들에게 말귀를 알아듣게 설명하는 건 쉽지 않군」라는 의미로 보여 딘은 기분이 나빴다. 누런 침을 흘리며 보라색 혀를 내밀었다면 차라리 그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거다.

『좋아. 백 번 양보해서 댁이 천사라고 치자.』
그렇다고 내가 똥통에 오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건 아니야 - 라는 단서를 덧붙인 딘은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댁이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그럼 뭐지?』
그러니까 자신의 사자를 이리로 내려보낸 하느님의 뜻이 뭐냐는 의미다.
『천사 조나단이라는 TV 드라마가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샘은 그의 형이 진심으로 화낼 적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제발 도와달라고 간절히 빌었을 적엔 바쁘다며 코빼기도 안 비쳤으면서!』
자동차 안이라는 공간의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딘은 발을 세게 굴렀다.
『말을 해봐. 혓바닥이 얼어붙었냐, 이 자칭 천사라는 자식아!』

그런데 여기서 자칭 천사 나으리는 불에다 끓는 기름을 부어댔다.
「나도 모르오.」
『뭐?!』
「나도 모릅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얼씨구?』
「다만 내 도움이 필요한 장소에 내가 있다는 것만 압니다.」
『뭐시라!』

이제 딘은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저울질하기 시작한 눈치다.
① 암연탄으로 갈겨보면 어떨까. 뒷유리창이 박살나긴 하겠지만 까짓 것...이 아니잖아!
② 성수를 뿌린다. 가죽 시트가 망가진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③ 소금 뿌리고 라이터로 확 불지른다. 단, 소중한 베이비도 같이 화르륵 타버릴 가능성 높음.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치는 그의 표정엔 증오심이 가득했다.

이윽고 딘은 배를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훅 하고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좋다구, 조나단.』
「내 이름은 조나단이 아닙니다.」
『거, 무지 짜증스럽구먼. 솔직히 난 당신이 케빈 코스트너라고 해도 상관이 없어. 어쨌든 우린 남의 도움따윈 필요 없거든? 그러니까 우린 우리의 갈 길을 가고, 당신은 당신의 갈 길을 가는 거야. 어때.』
「글쎄요.」
『당신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윗분에게 꼰지르지도 않을게. 이래뵈도 난 입이 무겁다?』
「그런다고 해도...」
남자는 난처한 기색이었다.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낯선 자동차 속에 앉아있곤 합니다. 벌써 5개월쨉니다. 난 내 의지로 떠날 수가 없어요. 뭔가가, 그러니까 어떤 골치 아픈 것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말이죠. 항상 그랬어요.」

붉그락푸그락 난리가 난 딘을 대신해서 샘이 끼어들었다.
『5개월?』
「저번에는 포드 템포우였습니다. 어린 여자애와, 부부가 있었지요.」
『하아?』
「남자가 직장 동료와 바람이 났더군요. 제가 알아듣게끔 잘 설득했습니다.」
『자, 잠깐만...』
「그 전에는 렉서스였지요. 팔뚝에 문신을 요란스럽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눈물을 한 바가지나 흘리면서 자신이 왜 마누라와 아이들을 패기 시작했는지를 장황스럽게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두 변병에 불구했습니다. 부인과 이혼을 하고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남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저와 약속했습니다.」
『이봐요?』
「낙태를 하기 위해 핸드백 하나만 쥐고 루이지애나를 떠난 여자와 만난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자는 대단히 민감한 주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피력했다.
「나는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에 찬성합니다. 임신 중기가 넘어가면 의사들은 유도분만으로 태아의 일부를 자궁 밖으로 끄집어내선 그 머리를 도구로 때립니다. 지독하게 잔인하지 않습니까?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대법원에 상소한 캘리포니아주 멍청이들은 큰 벌을 받을 겁니다.」
누가 그런 걸 물어봤냐고 - 샘과 딘은 바보처럼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08/10/26 20:18 2008/10/26 20:18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064

Comments List

  1. 안전제일 2008/10/26 20:29 # M/D Reply Permalink

    ....부분출산 낙태법은 정말 무섭군요...덜덜덜///

  2. 소나기 2008/10/26 21:37 # M/D Reply Permalink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대는 딘~~~
    "아우웅~~" <-- 이거 너무 귀엽지 말입니다!!!!

  3. 쥬레스 2008/10/26 23:55 # M/D Reply Permalink

    아 이번편 딘이 정말 귀엽네요/ ㅅ/ '아웅~'이라니 ㅋㅋㅋㅋ

    진짜 이거 올라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ㅅ;..ㅠㅠㅠ

    얼마만에 ㄷㄷㄷ

    흑흑 뼈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

  4. 라니스터 2008/10/28 12:48 # M/D Reply Permalink

    억... 이건 무슨... 끔찍하군요..
    형제들은 자, 잘 보고 갑니다.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39 : 140 : 141 : 142 : 143 : 144 : 145 : 146 : 147 : ... 233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25815
Today:
442
Yesterday:
620

Calendar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