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흐릿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왼쪽 어깨로 앉은 사악한 악마 한 마리가 쉬어빠진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아주 끝내줘. 그러니까 계속 점잖게 굴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 이제는 완전히 드러누운 자세가 되어버린 샘은 무방비한 태도로 그 다음을 기다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일 의지도 없다. 될 대로 되라 심정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리하게 삽입을 당하면 무척 아플 것이다. 하지만 고통 다음으로 느껴질 쾌락에 대한 기대가 컸다. 뜨겁고 단단한 것을 몸속에 가득 채워 넣고 민감한 내벽을 반복해서 문지르는 거다. 더욱 깊게, 더욱 강하게 -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항문 근육이 움찔거리며 수축했다. 그때로부터 시일이 제법 흘렀음에도 샘의 몸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딘과의 행위를, 그 열락의 감각을... 그러니까 탐욕스럽게 반응하는 것이다. 수치스러움과는 겨우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 기대감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딘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곧바로 샘에게서 떨어졌다. 그와 시선도 맞추지 않았고, 이렇다 말도 하지 않았다. 바지와 속옷을 발목 아래까지 내린 채 벌렁 드러누운 샘을 내버려두고 그대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자동차 밖으로 나간 딘은 노상에서 소변을 눌 때처럼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섰다. 스스로 뒤처리를 하는 건 빠르게 끝났다. 딘은 짧게 음 소리를 냈고, 붉게 발기된 성기를 몇 번 잡아당기는 것으로 간단하게 사정했다. 이미 몇 번이나 그렇게 해본 투다. 아무렇지도 않게 허공에 대고 정액이 묻은 손가락을 탁탁 털곤 바지 지퍼를 닫았다.
그제야 속옷을 허겁지겁 끌어올린 샘은 낯 뜨거움에 얼굴을 붉혔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숨길 수가 없었다. 덥혀졌던 체온이 차디차게 식어갔다. 나는 화가 나지도 않았고, 마음이 상하지도 않았어. 딘이 위로 올라 타주길 원하지도 않았고, 엉덩이가 크게 벌려지는 걸 기대한 적도 없어 - 순간 맥이 탁 풀렸다. 저것들이 모두 반어적 표현임을 감안하자면 지금 그가 느끼는 실망감의 정체는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었다. 날 안아주지 않아 실망했다고? 내가 완전히 미쳤군 - 망연자실하여 입을 벌렸다. 어떻게 바지의 버클을 채웠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노망이 난 나머지 오늘이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도 구분 못하는 늙은이처럼 그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어이. 담배라도 피울래?』 이미 불을 붙인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있던 딘은 유리창 너머로 샘에게 담배를 권했다. 『아니. 나, 담배 안 피워.』 『하지만 아버지와 전화로 말다툼을 하고 난 뒤에는 꼭 핀다며.』 『누가 그런 말을 해?』 『주둥이가 가랑잎만큼 가벼운 네 친구가. 이름이 랠프랬던가... 랜돌프였던가.』 샘은 허망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걸 신호로 딘은 들이밀던 담배를 도로 치웠고, 다시 두 사람 사이로 어색한 적막감만 맴돌았다.
이따금씩 하얀 연기가 허공을 향해 뿜어졌다. 부끄러웠다. 참담했다... 2분 동안 내내 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잘못을 곱씹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거였다면 딘은 담배를 피우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약 올리는 말이나 어떠한 비아냥거리는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자신의 폐를 더럽히는 행위에만 열중했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인 건지, 아니면 샘을 배려하기 위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방금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해 언급하기 싫은 건 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마치 그것이 어처구니없는 실수였음을 인정하는 것 같아 샘의 마음은 더더욱 안 좋았지만... 어차피 애정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었으니 실수였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껄끄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태도로 딘이 자신의 목덜미를 문질렀다. 『브렌켄릿지.』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어 샘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뭐라고?』 딘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예의 단어를 반복하여 말해주었다. 『브렌켄릿지.』 소름끼치도록 깊은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반짝였다. 샘은 담배 냄새 섞인 딘의 체취를 가까이서 맡을 수 있었다. 싸한 맛이 느껴지는 남자의 냄새였다. 『그 여자가 있는 곳이야.』 찰칵 소리를 내며 조수석의 손잡이가 잡아당겨졌다. 『이제 됐지? 도중까지만 태워다주겠다고 했으니 그만 내려. 여기서부터는 난 가지 않아.』 같이 가지 않아. 우습다. 그 말을 듣는게 어쩐지 벌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샘은 빠른 걸음으로 계속해서 앞을 향해 걸었다. 자동차 엔진에 시동을 거는 소음은 한참 뒤에야 들려왔다. 딘은 꽤 오랫동안 그의 뒷모습을 전송하며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걸 깨닫자 가슴이 욱씬 조여오는 듯했지만 그 통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좋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샘은 편한대로 아예 생각을 안 하기로 결심했다. 대신 브렌켄릿지, 주술의 단어처럼 딘이 가르쳐준 주소를 중얼거리며 낯선 장소에서의 낯선 공기를 코와 입으로 하나 가득 들이마셨다. 멀지 않은 곳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량이 그리 많지는 않다. 강이라고 하기보단 개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날씨가 가물어 그 많던 물이 다 마르고 바닥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었다. 『완전 엉터리야...』 확실히 그렇다. 강이든 바다든, 상관없지 않을까. 돌부리에 걸려 잠시 비틀거리던 샘은 어둠으로 채워진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에는 동쪽이란 방향이 없었다. 서쪽도 없다. 동서남북이 송두리째 지워진 어둠은 샘이 느끼는 절망과 많이 흡사했다. 『빌어먹을!』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갑자기 구제불능의 바보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나쁜 자식!』 돌을 주워 이미 멀리 가버린 사람을 향해 던졌다. 『쳇!』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 그 순간만큼은 찾아내야 할 시체에 대한 생각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대신 샘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던 건 오직 하나 - 끝까지 갈 수 있었음에도 절제의 미덕을 발휘한 딘이 이번에는 그를 안지 않았다는 거였다.
속이 단단히 상한 샘은 돌을 하나 더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멀리 던질 수 있었다. 강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다 썩어가는 다리를 만났다. 겉모습만 위태위태한 것이 아니라 안전상의 문제로 통행을 금한다는 표지판이 정면으로 크게 붙어 있었다. 달빛에만 의지해서 그 다리를 건넌다는 건 모험이었다. 하지만 딘은 그 장소를 지나야 한다고 못을 박았고, 실제로 겁대가리를 상실한 그 남자는 임팔라를 운전해 그 위를 두 번씩이나 왕복하여 지나치기도 했다. 『무거운 자동차가 지나갔는데 사람이 못 지나갈 이유가 없지.』 질끈 주먹을 쥔 샘은 가급적 아래를 보지 않으려 애를 쓰며 오른발을 올려놓았다. 이곳을 지나 20분을 더 가면 - 어디까지나 자동차로 운전했을 때가 기준이니 오로지 두 다리로만 이동해야 하는 샘의 입장에선 몇 시간은 걸어야 할 것이다 - 오래 전에 버려진 집이 한 채 나온다고 했다.
「버려진 집이라고? 글쎄... 경찰들이 그곳에 대한 수색을 빠뜨렸을 것 같진 않은데.」 「어쩌면. 하지만 그렇게 꼼꼼하게 뒤져보진 않았을 거야. 빗물에 썩은 마루가 폭싹 주저앉은 부분이 있는데 그걸 소파로 가려놓았거든. 얼핏 봐선 지나치기 쉬워. 손전등으로 대충 비춰봐선 바닥 아래로 구덩이가 있는지 알아차릴 수 없을 거야. 가구를 치우고 냄새 지독한 카펫트까지 걷어야 하니까.」 그러면서 딘은 웃었다. 「그거 알아, 샘? 경찰은 게을러.」 그 의견에 딱히 이렇다 맞장구칠 기분은 아니다. 글쎄다... 그보다는 시체를 감추기엔 지나치게 눈에 띄는 곳이라서 열심히 수색할 기운이 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사람이 살지 않게 되어 버려졌다고 해도 그로부터 10년은 지나지 않은게 확실하다. 활짝 벌이진 입구 주변으로 쓰레기가 널렸어도 아주 험한 상태는 아니었다. 유리창도 부분적으로만 깨졌고, 지붕의 형태는 온전했다. 지하수가 마른 탓에 외지로부터 수도를 끌어와야 한다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지금도 거주가 가능할 것 같았다. 을씨년스런 분위기도 페인트만 바르면 도로 산뜻해질 것이다. 청소를 하고, 문짝을 손보고, 천장에 핀 곰팡이를 닦아내고... 『휴우, 내 팔자야.』 좌우를 살펴 부근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샘은 부러진 의자 나부랭이를 옆으로 치웠다. 생각보다 기척이 커서 깜짝 놀랐지만 그 소리를 듣고 뛰쳐나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호흡을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이제부터 시체를 찾아야 한다. 반쯤 무너진 벽과 썩은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카펫트, 커다란 소파. 딘이 사전에 설명한 바 그대로였다.
딱 하나만 빼고.
인상을 쓰며 더러워진 여자의 머리카락을 노려보았다. 구덩이에 빠져 있을 거라던 여자가 바닥에 얼굴을 향한 채 납작 엎드려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혼잣말을 주워 삼키며 더 가까이 접근해봤다. 낡은 바닥이 삐그덕거렸다. 순간, 에이미의 몸뚱이가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꿈틀 움직였다.
얼마나 놀랐던지 샘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깜짝이야! 이, 이봐요?! 괜찮아요?』 『제발... 물을 좀... 목이...』 『세상에. 아직 살아 있잖아! 정신이 들어요? 이봐요!』 『도와줘...』 『그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 도와줄 사람을 찾아봐야겠어요!』 『안돼! 날 혼자 두고 가지 말아요.』 죽었다던 여자가 멀쩡히 살아 있었다. 탈진하여 숨이 가늘었지만 의식이 있었다.
뒷통수에 굳은 피가 엉겨붙은 걸 눈여겨 보던 샘은 조바심을 내며 질문했다. 『이 상황에 이상한 질문이라는 건 알지만요... 당신, 혹시 지금 입에 뭐 물고 있는 거 있어요?』 여자는 초점이 잘 맞지 않는 흐릿한 눈을 들어 샘을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셔츠 조각이라던가! 하여간! 입에 뭐 물고 있느냐고요!』 도움을 받게 되어 천만다행이지만 하필이면 정신 나간 미친놈에게 구조를 받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끙끙 신음하던 여자가 마룻바닥에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911에 전화... 부탁... 허억.』 벌레구멍(윔홀)에 빠졌다던 에이미 웰치는 그렇게 해서 샘 윈체스터에게 발견되었다.
Posted by 미야
2009/05/0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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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성 페인트로 현관과 부엌 벽을 칠했어요. 아직 다 칠하진 못하고 팔과 다리가 아파 도중에 뻗었는데 괜한 짓을 시작했다 싶더라고요. ※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도서관에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허나 샘에겐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시청한다거나, 양치질을 하면서 동시에 머리를 감는다거나, 세탁기를 돌리면서 식탁을 정리하는 건 무척 어려웠다. 어느 한쪽으로도 집중이 되질 않아 결국 두 가지 일을 망쳤다. 매사에 요령이 부족한 샘은 그래서 하던 일을 꼼꼼하게 마무리한 뒤에야 다른 일에 눈을 돌렸다. 그의 학업 성적이 좋은 까닭은 여기에 있다. 동시에 아버지와 사이가 나쁜 원인도 이것에 있다. 풀을 뽑으면서 X와 Y의 답을 구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샘에겐 불가능했고, 어쩔 수 없이 우거진 뒤뜰의 잡초는 어른 키 높이가 되도록 내버려두었다. 덕분에 매년 여름이라는 계절이 돌아올 적마다 존은 마당 꼬락서니가 아마존 정글처럼 되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 일수였다. 하나뿐인 아들이 힘든 일에 농땡이를 부린다고 오해하며 화도 냈다. 한 마디로 햇볕 뜨거운 로렌스에선 풀이 자라는 속도가 학교 숙제를 끝마치는 것보다 더 빨랐다는게 비극이었다. 「진정하자. 싫든 좋든 나중에라도 아버지와 입을 맞춰둬야 해. 사슴 사냥을 나갔다는 양반이 알고 보니 미국전지역농민대회에 참석 중이었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귀청 따가운 록 음악을 들으면서 앞으로의 일을 궁리하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사냥 중엔 외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제시카에게 미리 언질을 두기 잘했어. 아버지가 전화기에 대고 퉁명스런 목소리로 사냥은 뭐고 농민대회는 뭐냐 반문하는 날엔 모두 망하게 되니까... 마무리가 되는대로 로렌스에 들려야겠어. 나중을 위해 현금 영수증이나 모텔 숙박기록 같은 것도 챙겨둬야 해. 제리코가 아닌, 로렌스로 향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니까.」
일을 망치지 않으려면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야 한다. 고맙게도 딘이 파리한 이쪽의 안색을 살피며 음악의 볼륨을 낮춰주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까보단 훨씬 나았다. 샘은 팔짱을 낀 자세로 계속해서 에이미와 그 썩어가는 육신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지문을 남겨선 안돼. 사전에 장갑을 껴야 할 거야. 핀셋이 있음 더 좋고...」 슈퍼마켓에서 파는 냉동 닭만 보고 자란 동급생과는 달리 샘에겐 죽은 동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죽은 너구리나 다람쥐를 땅에 묻어준 적도 있다. 요리에 사용할 오리의 멱을 뜯어본 적도 있다. 그렇다고 죽음에 익숙한 건 아니다. 이제 곧 시체를 만져야 한다고 생각하자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에이미의 턱을 잡고, 그 입을 벌려... 「내가 죽인게 아니니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앞으로 그가 할 일이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행동인지를 근심하다 곧 그 생각마저 접었다. 음악이 시끄럽다. 아니, 테이프는 진작에 꺼지고 지금은 잔잔한 심야 라디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신 샘의 두뇌회전을 방해하는 건 딘의 성가신 입방정이다.
『만약에 말이야. 경찰이 너보다 빨리 에이미를 발견하면 어쩔래?』 핀셋으로 여자의 목구멍에서 찢어진 옷가지를 끄집어내는 상상은 중지되었다. 샘은 화가 치밀었다.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툭툭 내던진 질문이었지만 그런 걸 묻는 딘의 의중은 그를 살살 약올리려는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제시카를 속이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타개책을 궁리하고, 알리바이를 공작하고... 성실한 샘 윈체스터 만세.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면서 손발이 차가워졌다. 눈빛을 다르게 하고 얼굴을 빳빳하게 세운 샘을 향해 딘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내가 그 여자를 안 죽였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불확실한 가정과, 수많은 가설들이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추었다. 『만약에 에이미가 아닌 다른 여자가 죽어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일련의 질문들에 대해 샘은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가 자동차 핸들을 잡고 있다는 걸 잊고 주먹으로 딘의 얼굴을 후려친 것이다. 『이해를 못 하겠어. 뭐가 목적이지?!』 타이어가 찢어지는 굉음을 내며 육중한 차체가 미끌어졌다. 『그저 단순히 날 놀리고 싶었던 거야?!』 위험하게도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이 벌어졌다. 『도대체 내가 뭘 해주길 바라?!』 그 와중에 짝 소리가 나게끔 뺨을 맞았다. 『오냐!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다.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동시에 허탈하게 웃고 싶기도 했다. 딘의 뺨을 강하게 부여잡고 입술을 맞부딪치며 이 틈새로 으르렁 소리를 흘려보냈다. 이 남자를 증오한다. 이 남자를 진심으로 증오한다. 피가 나도록 이로 물어뜯으며 빨아당겼다. 마찬가지로 딘도 샘의 입을 가르고 뜨거운 혀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멱살을 붙잡고, 흔들면서, 새파랗게 멍이 들만치 이마를 찧고, 거칠 것 없이 서로를 미워했다. 『내가 뭘 원하느냐고?』 싸늘하게 죄어드는 목소리로 딘이 으르렁거렸다. 날렵하게 생긴 눈초리가 지금만큼은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두 손으로 목이 졸리게 된 형국에 미소가 나올 리 만무하지만 - 혼란과 동요로 가득차 그 또한 샘의 목을 세게 눌렀다. 『나도 몰라!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악귀처럼 변한 얼굴이 보라색으로 변해간다. 어쩌면 붉은 것도 같다. 불쾌감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밀착된 신체에 부적합한 열기가 몰려들었다. 어이없게도 입맞춤의 농도는 더욱 깊어졌다. 샘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 딘의 허리를 더듬었다. 셔츠 위로 뜨거운 손바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했다. 어쩌면 권총과 같은 무기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딘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청바지 앞섶이 문질렀을 적엔 제법 뜨끔했지만 그런 의미에선 이쪽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딘은 샘의 셔츠 단추를 이미 세 개까지 뜯어 날렸다. 체중을 실어 찍어 누르며 배꼽에서부터 가슴까지 단숨에 쓰다듬었다.
『오호라, 칼을 갖고 있군, 샘.』 『아무렴 내가 빈손으로 나왔을까봐?』 『그래봤자 애들 장난감이잖아. 더 그럴 듯한 건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거야?』 호신용으로 가져왔던 등산용 나이프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딘의 손은 샘의 허리와 엉덩이를 집요하게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그런 걸로는 생선도 못 다듬는다고.』 『알아. 나도 쪽팔린다는 생각은 했어. 하지만 제다이의 광선검은 마트에서 안 팔더라고.』 『하! 광선검!』 반쯤 발기된 샘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조소했다. 『다 큰 어른이 장난감 막대기 같은 거에 너무 집착하면 못 써요, 새미.』 『말도 안돼. 집착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잖아! 그리고 지금 딘이 잡아당기고 있는 건 절대로「장난감 막대기 같은 거」가 아니란 말이얏!』 노여움 속에 성욕과 비슷한 감정이 섞여있다. 그게 두려워서, 당혹스러워서 호흡이 더욱 흐트러졌다. 『그만 눌러, 딘.』 『너야말로 그만 비키시지.』 『무거워.』 『내가 할 소리다. 내 다리를 누르고 있는 건 바로 너라고.』 비슷하게 욕설을 주고받으면서도 두 사람은 악착같이 서로에게 달라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계속해서 딘을 노려보았다. 바지의 지퍼를 열고 그 속으로 손을 넣은 딘은 뚫어져라 쏘아보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샘의 발기된 성기를 정성껏 주물렀다. 정확하게 어디를 어떻게 만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그렇게 한다는게 문제였다. 샘은 입술을 깨물었다. 옷 위로 스치는 것뿐인데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끔찍스러울 정도로 오싹하다. 덕분에 미간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하앗, 하앗 내뱉는 숨소리가 스스로가 듣기에도 민망하게 컸다. 쾌감이 달려 허리가 들썩거리려 했다.
사랑하기에 애무하는 것도 아닌데. 느낀다. 느껴버린다. 밉다.
『당신은 내가 알고 있던 세계를 파괴했어!』 옳고 그름이 명확한 세계였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곤란에 처한 사람을 도우며,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사랑이 충만했으며, 믿음이 있었고, 신뢰가 있었다. 바르게 살면 칭찬을 듣고, 나쁜 일을 저지르면 벌을 받았다.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렸다고!』 짐승이 사는 세계로 똑바로 추락해버렸다. 그 추악한 세상에선 선과 악이 명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착한 사람이 악한에게 뼈 채로 씹어 먹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젠 나라는 인간마저 파괴하려는 거야?! 대답해!』 딘은 이렇다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대신 속옷 위를 왕복하는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했다. 손톱으로 긁자 둥근 모양새의 젖은 얼룩이 한층 더 선명해졌다. 『아앗, 아앗!』 참지 못하고 교성을 질러댔다.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바지를 속옷과 같이하여 아래로 끌어내렸다. 『역시 넌 절조가 없어.』 그것은 무척이나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애액을 흠뻑 흘리고 있는 성기를 향해 살짝 혀를 가져가면서 굵어진 혈관을 따라 핥아 올렸다. 강렬한 자극에 몸이 오그라질 지경이다. 딘이 양손으로 사타구니를 누르면서 뾰족하게 혀를 세워 선단을 간질이자 어렵게 참았던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다. 『아아앗... 아앗?!』 한계를 느꼈는지 신음소리는 흐느낌을 닮아갔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딘이 전부를 집어 삼키려는 듯 입술을 벌려 샘을 입에 가득 담았다. 이젠 어쩔 수 없다. 모르도르의 암흑의 계곡에서 추악한 괴물 골룸과 나란히 추락한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자신의 어리석음과 유약함을 책망하지만 바로 이것을 너무나 원했음을 거짓으로라도 부정할 수가 없다. 제일 정직한 곳에서 신호를 보내왔고, 거친 숨소리와 같이해서 딘의 입안에 전부 뿜어내면서 괴로움에 눈을 감았다. 흘러나온 탁액을 전부 삼키고 나서야 딘은 입을 떼어냈다. 가볍게 기침을 터뜨린 그는 별 거 아니라는 느긋한 자세로 여전히 조금씩 흘러나오는 샘의 정액을 손가락으로 마저 닦아냈다.
Posted by 미야
2009/04/20 00:18
2009/04/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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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타협과 양보의 의미로 좋아하는 카세트 테이프의 록 음악 듣기를 포기한 딘은 잔잔한 라디오 방송을 찾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물론 그런다고 샘의 불만이 크게 줄어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부패한 통조림처럼 잔뜩 부풀어 있지는 않았다. 대신 넓은 가슴께로 두 팔을 X자로 깍지를 끼고는 유리창 너머를 심각하게 쳐다보았다. 마치 지구상에 언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입을 꾹 다문 채 말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딘은 운전에 집중했고, 샘은 그 운전에 집중하는 딘을「없는 사람」취급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게 아니라면 온몸의 뼈가 발밑으로 흘러내리도록 딘의 어깨를 쥐고 마구 뒤흔들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단순히 기진맥진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임팔라에 딘과 샘이 함께 타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일정한 직업도 없는 딘이 운전하기엔 1967년도 세비 임팔라는 분수에 넘치는 차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고인지, 아님 단순한 질투인지 분간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고풍스런 클래식 차는 실제로 과잉의 보살핌을 요구했고,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어쩌다 부품이 망가지기라도 하는 날엔 꽤 많은 돈을 잡아먹었다. 한 번은 숫자가 대단히 많이 적힌 청구서를 받아들고 눈이 튀어나온 적도 있다. 덕분에 은행을 털어야하나 고민도 해봤다. 얼마나 심각했으면 차라리 그 돈으로 싸구려 수입차를 구입하는 걸 고려해 보는 건 어떻겠냐며 중고차 매매인이 손바닥을 부비며 알아서 달려왔을 정도다. 「진짜로 은행을 털 수는 없잖습니까. 여기 손님에게 딱 맞는 10개월 무이자 할부가 있습니다.」 아줌마들이나 마음에 들어 할 중고 스포츠 밴을 소개하던 대머리 사내는 이런 말도 했다. 「임팔라 옆 좌석에 멋진 여자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씽씽 달리는 것도 좋지만요, 이 미니 밴 뒤에서 편하게 섹스하는 것도 썩 괜찮답니다. 보기와는 달리 안쪽 공간이 제법 넓어...」 연락처가 인쇄된 명함이 입속에 가득 차는 바람에 하던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의 주장은 처음부터 틀렸다. 여자를 꼬시기 위해 임팔라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옆 좌석에 배꼽티를 입은 늘씬한 미녀를 태우고 해변가 도로를 질주하는 취미는 딘에겐 없었다. 꼭 타고 싶다 졸라대는 여자들은 많았지만 - 직접 운전대를 잡아보면 안 되겠느냐 우는 소리를 내는 남자들 만큼이나 많았지만 딘은 그때마다 적당히 핑계를 둘러대며 거절했다.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옆자리에 누군가가 있으면 불편했다. 뭐랄까. 비유하자면 엄지손톱 아래로 박힌 고약스런 이물질처럼 느껴졌달까, 때문에 기분 좋게 웃으며 맛있는 햄에그 샌드위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빨리 제거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곤 했다. 때로「없애버리고 싶다」충동이 너무 커 실제로 살인으로 이어진 적도 있다. 딘은 그들이 내는 숨소리가, 코를 만지는 작은 손짓이, 가죽시트를 덥히는 체온 전부가 못 마땅했다. 그렇지 않은 인간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곁눈질로 샘을 훔쳐보았다. 미안하지만 마지막 말은 바꿔야겠다.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었을 뿐, 그렇지 않은 인간을 만나는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 딱 한 명만 빼고.
『피곤하면 눈 감고 자도 좋아, 샘.』 『안 졸려.』 샘은 오전의 뜨거운 땡볕 아래서 고통에 처한 사람처럼 눈을 가늘게 했다. 『피곤하지도 않아.』 요컨대 빈큼따윈 없으니 헤집고 후빌 생각은 일찌감치 관두라는 의미인 듯했다. 『눈 감았다 도로 뜨니 몸에 튼튼한 밧줄이 감겨있었다 - 줄거리는 안 반갑다고.』 『흐음. 내가 그렇게 할 것처럼 보이니?』 그렇게 보인다, 안 보인다의 답변 대신 샘은 이렇게 못 막았다. 『꿈도 꾸지 마.』 『아이고 무서워라.』 농담으로 넘기는 태도에 샘이 발끈했다. 『진짜야!』 어쩐지 그 느낌이 첫 데이트에 나온 여자가「갑자기 키스하려고 하면 혀 깨물고 죽어버릴 거야」협박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럴 적에 웃으면 진정한 남자가 아니다. 때문에 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다.
『있잖아. 혹시 레드 제플린의「트래블링 리버사이드 블루스」라는 곡 알아?「렘블 온」과 같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야.』 『뭐?』 샘은「이건 또 뭔 수작질이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바짝 당겨 자세를 똑바르게 했다. 인정한다. 얼간이 같은 발언이었다. 그래서 심드렁한 어조로 화제를 바꿨다. 『배가 고프면 말해. 편의점에서 산 땅콩 초콜릿 바가 몇 개 남았거든. 그런 걸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느냐 따진다면 할 말은 없지만 공복에 먹으면 정신이 맑아져. 어때. 먹을래? 물론 너에게 치명적인 땅콩 알레르기가 있다면 하는 수 없고.』 샘은 기가 막힌다며 코웃음을 쳤다. 『맙소사. 다음엔「지루하면 이거라도 읽어」그러면서 포르노 잡지를 던져주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난 안 지루해.』 『말의 요점이 틀렸어, 딘.』 샘은 싸늘하게 대꾸했다. 그렇게 해서 대화는 다시 끊겼다.
전혀 심심하지 않다는 말과는 달리 지루한게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굳이 싫다는 상대에게 딘은 다시 말을 붙였다. 하긴, 색이 지워져 흑백으로밖엔 보이지 않는 길죽한 나무와 가로등이 전부인 살풍경 앞에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긴 하다. 늦은 새벽이라 반대편으로 마주보고 달려오는 차도 보이질 않았다. 어쩌다 다른 세계와의 경계선에 뚝 하고 잘못 떨어진 듯한 착각도 불러 일으켰다. 『만약에 말이야...』 도중에 어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만약에 내가 시체를 어디에 숨겼는지 끝까지 말을 하지 않음 넌 어떻게 할래?』 『뭐?』 『생각해보니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뭐야, 그 말은... 지금 돈을 달라 요구하는 거야?』 샘이 불쾌하게 인상을 찌푸린 것만큼이나 딘도 불쾌해졌다. 『만약에 라고 했잖아! 그리고 난 가난한 대학생에게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할 만큼 절박하지 않아. 마약이나 도박에 빠진 것도 아니겠다, 돈이 없어 쪼들린 적은 없어.』 『그러니까 왜 여기서「만약에」라고 토를 다는 거냐고! 그 말은「시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내 마음이 바뀌면 그럴 수도 있지. 흥! 안 그래?「지금 당장은 좀 그렇고 10년 뒤에 말해줄게」이래도 다 내 맘이라고.』
마냥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두 손은 무릎 위에 놓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이 딘을 한 대 치고 싶어서인지, 아님 자신의 머리를 세게 때리고 싶어서인지는 구분이 가지 않았다. 『지금 나더러 10년씩이나 기다리라고?!』 『오오~ 바로 그거야, 샘. 거기에 계속 앉아 10년을 기다리는 거야. 나는 이렇게 운전을 하고... 무리일까? 그 전에 어쩌면 둘이서 나란히 악성 치질에 걸려버릴지도. 그건 좀 끔찍하겠다.』 샘의 표정이 굳었다. 물론 치질을 염려해서는 아니었다.
『있잖아. 만약에 말이다.』 『제기랄. 또「만약에」?!』 『소리는 그만 질러, 샘. 난 바로 네 옆에 앉아있다고. 바락거리지 않아도 잘 들려.』 『듣기 싫단 말이야! 그「만약에」라는 말!』 그만하라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딘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내가 말한 장소에 에이미의 시체가 없음 넌 어떻게 할래?』
이런 경우엔 도발하는 사람이 나쁘다. 샘은 함부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이 상황은 그의 이성이 지배권을 행사하기엔 다소 무리였다. 뭔가가 울컥했고, 동시에 저 밑바닥에서부터 빨간불이 점등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먹을 쥐고 있었고, 게다가 주먹은 딘의 뺨에 닿아 있었다. 아니, 여기서 닿았다는 표현은 살짝 어폐가 있다. 닿기만 해선 주먹이 얼얼할 리 없으니까.
타이어가 지면을 긁는 소음을 내며 차체가 차선을 벗어났다. 당연한 거 아닐까. 운전 중인 사람을 때려선 안 된다고 교통 법규에 나와 있다. 뭐? 찾아보니 그런 건 안 보인다고? 법규고 뭐고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아닌가!
턱이 돌아간 것 같다는 충격은 둘째로 하고 딘은 허겁지겁 운전대를 고쳐 잡았다. 도랑으로 빠지지 않고 원래의 차선으로 돌아가려면 바짝 긴장해야 했다. 그런데 핸들을 너무 꺾었다. 의도와는 달리 차체가 S자 곡예운전을 펼쳤다. 안 되겠다 싶어 브레이크를 밟았다.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몸이 앞으로 쏠렸다. 기울어지다 못해 뒷바퀴가 들뜬다 싶었다. 당황하여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순간 차가 기적적으로 멈춰섰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 잠시였다. 『죽으려고 환장했어?!』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지만 샘은 듣고 있지 않았다. 다만 신경질적으로 안전벨트를 풀려고 버둥거렸다. 그는 벗어나려고 했다. 차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 모습에 딘은 숨을 멈췄다. 얼굴을 맞았다는 사실도 있지만 딘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로 해서 폭발했다. 한 손으로 샘의 멱살을 잡았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쥐었다. 『만약에, 만약에 라고 했잖아!』 『알아! 딘은 그렇게 말했지. 그리고 난 그 소리가 듣기 싫다고 했어!』 샘은 또다시 딘을 때리려고 했다. 정확하게는 발버둥에 불과했지만 - 운이 좋아서였는지, 아님 나빠서였는지 팔꿈치가 딱 소리를 내며 방금 전에 주먹으로 맞은 부위를 가격했다.
이번 건 위험했다. 딘은 진짜로 화가 났다. 손바닥을 들어 샘의 뺨을 짝 때렸다. 때문에 누구의 피 맛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일 듯한 기세로 쏘아봤고, 전쟁을 치루듯 머리를 부둥켜 쥐었고, 격렬하게 입술을 겹쳐 눌렀다.
이것은 증오다. 틀리지 않다. 배려라던가 부드러움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키스였다. 물어뜯고 탐했다. 당한 만큼 갚아준다. 서로의 혀를 구속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움직였다. 그렇다. 이것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딘은 자신의 혀가 샘의 목구멍을 전부 틀어막을 정도로 충분히 길지 않음에 분노하며 미끌어져 달아나는 샘의 혀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어깨를 잡은 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동시에 힘차게 반격하며 딘의 입안으로 깊숙이 침범하여 다량의 타액을 흘려보냈다. 지는 건 싫다. 이대로 질 수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입을 떼어낸 사이, 손바닥을 치켜든 딘은 샘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서 그보다 더 빠르게 샘이 딘의 뺨을 짜악 갈겼다. 욱씬거리는 통증은 곱절로 커졌고, 딘은 어쩌면 이 싸움에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품게 되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고통에 차 신음소리를 흘리는 입술을 향해 샘이 덤벼들어 깨물었다. 애무하며 깨무는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물어뜯는 수준이었다. 피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딘은 흥분했고, 이성을 잃었다. 증오에 차 자신을 노려보는 샘에게 모든 걸 내던지며 돌진했다. 체중을 실어 밀치면서 샘의 입안으로 혀를 깊이 집어넣었다. 마찬가지로 흥분한 샘이 그 혀를 강하게 빨아올렸다.
Posted by 미야
2009/04/13 00:43
2009/04/1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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