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러분,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범인은 골렘 인형입니다. 냐하. ※
『짐을 꾸리도록 해라. 사흘 뒤에 출발할 거다.』
명령이나 다를 바 없는 존의 일방적인 통보에 두 소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짐을 꾸리라고요?』 보다 더 많이 찡그린 쪽의 소년이 반항적으로 눈을 치켜떴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 중인 은행 강도도 이보단 덜 거주지를 옮길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계산이 맞다면 - 딘의 수학 점수가 바닥이라는 점은 별개로 치고 - 윈체스터 가족이 사글세를 다 까먹고 길바닥으로 쫒겨나기까지 아직 2개월 가량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사흘 뒤? 샘은 탄식했다. 더하기와 빼기의 오류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이건 너무 빨랐다. 평소「최소한 다음 학기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이사 가지 않게 해주세요」라며 하늘의 반짝이는 별님에게 소원을 빌던 샘은 절박감에 사로잡혀 시선으로 그의 형을 찾았다. 왜냐하면 장남이 약간의 푼돈을 침대 매트리스 아래로 꿍쳐두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발 - 마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호소했다. 지금이야말로 돼지 저금통을 깨부술 시간이야, 형! - 그는 이사 가고 싶지 않았다.
『사이먼이...』 사이먼은 샘이 이곳에서 사귄 단짝 친구의 이름이다. 두 소년 모두 외골수인데다, 누가 뭐래도 고집쟁이이고, 변죽이 들끓었으며, 책이라면 환장했다. 그리고 엄마가 없어 불행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렇게 비슷한 점이 많으면 서로 반발할 것도 같건만, 둘은 찰떡처럼 붙어다녔다. 숙제도 곧잘 같이 했고, 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꽤 멀리까지 놀러나가는 일도 많았다. 게다가 그들은 이번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하여 계획도 짰다. 그중에는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서른 여덟 살 먹은 사이먼의 삼촌을 보호자로 대동하고 시카고까지 버스를 타고 가자며 틈만 나면 노선표를 들여다보곤 했다. 거사일도 7월 20일로 정해놨다.
『사자 박제가~!!』 마이클 더글러스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고스트 앤 다크니스」개봉 탓일까, 박물관 견학 기대에 부푼 샘은 140명 이상의 철도 인부를 잡아먹은 것으로 알려진 차보의 식인 사자의 박제에 대해 곧잘 떠들곤 했다. 어린애도 아닌데 솜을 넣어 만든 인형에 흥분하는 거냐, 딘이 구박을 해도 샘의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디즈니랜드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색연필로 달력에 표시를 해두고 비밀스런 미소를 짓곤 했다. 존이 반대를 하면?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그때는 가방 하나 끌어안고 가출을 감행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가출이고 뭐고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버리면 삽시간에 모든게 끝장.
뜬금없이 튀어나온 사자 박제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린 존은 가만히 두 아들을 응시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 『물론 있고 말고요. 아버지! 저는... 읍!』 저수지에 물이 말라 벼농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읍소가 터져나오기 전에 딘은 재빨리 팔을 앞으로 뻗어 동생의 아래턱을 재빨리 움켜잡았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아버지.』 발끈해서 크게 소리를 지르려던 샘은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재갈이 물린 짐승 신세가 된 건 둘째고 딘 가라사대, 아무 문제 없댄다. 화가 잔뜩 치밀어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쌍심지를 곤두세웠다. 그래봤자 딘은 동생을 쉽게 풀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팔꿈치를 세게 꼬집어도 요지부동. 발등을 밟아도 요지부동. 붙잡힌 턱이 쓰라렸다. 『더 하실 말씀이 없다면 방으로 돌아가도 될까요.』 앞에서는 아닌 척하고 뒤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아이들을 바라보는 존의 표정은 대단히 복잡했다.
거의 끌려오다시피 해서 방으로 돌아온 샘은 결국 계집애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난 이사 안 가! 못 가!』 꺼이꺼이 흐느끼며 침대를 향해 꺽다리 몸을 던졌다. 『딘은 바보!』 분에 넘쳐 주먹으로 베개를 마구 때렸다. 그 나이에 으앙 소리를 내어 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무릇 남자라면 울음이 나와도 꾹 참아야 하는 법 아닌가. 그런데도 샘은 봇물이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눈물을 쏟아내며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엉망진창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코를 들이마시면서 동시에 딸꾹질도 했다. 불가항력적으로 호흡이 짧게 끊어져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 그런 주제에 욕이란 욕은 죄다 주워 삼켰다. 『문어 대가리! 돼지 방구! 부스럼 땜빵!』 흑백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적에나 유행했을 욕말에 딘은 신음했다. 마지막으로는 구겨진 버스 노선표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샘. 그만해.』 우는 동생을 측은히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모든게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 애시당초 박물관 견학은 무리한 계획이다. 권총 한 번 잡아보지 않았을 평범한 사람에게 존이 샘의 안전을 위임할 리 없으니까. 그걸 모르지 않으면서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샘도 어지간히 징그럽다. 딘은 오른발을 사용해 구겨진 버스 노선표를 구석으로 걷어찼다. 『아빠가 뭐라고 하기 전에 그만 울어.』 막상 뱉어놓고 보니 아차 싶었다. 샘은 지금 반항기다. 존이 시끄럽다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노크하면 동생은 여봐라 해가며 더욱 크게 목 놓아 울어버릴 거다. 그래서 서둘러 말을 고쳤다. 『이사 가는 곳에서 새 친구를 또 사귀면 되잖니.』 순전히 입에 발린 말이다. 어울리지도 않은 땡땡이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사장에게 센스가 멋지다고 칭찬하는 것과 같다. 『아니면 나랑 같이 박물관에 갈 수도 있다고.』 동생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대하며 지키지도 않을 공수표를 남발했다.
계속해서 흐느껴 울던 샘은 만사 포기했다는 투로 질끈 눈을 감았다. 『새미?』 『됐어.』 『진짜야, 형이 약속할게. 그 유명한 살인마 사자 앞에서 둘이서 사진 찍자.』 『필요 없어.』 다 끝났다. 몽땅 망쳤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올해 여름 역시. 등 돌리고 누운 동생은 피곤했던지 그대로 잠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제기랄. 사이먼에게 뭐라고 말을 하지...』 훌쩍이는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끼며 다시 거실로 돌아온 딘은 이번에는 할 말이 잔뜩 있음에도 이마에 굵은 주름살을 만드는 것밖엔 재주가 없는 사내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인생이 왜 이렇게 거지 같을까. 딘은 순간적으로 뒤돌아 달아나고픈 충동과 싸웠다. 『음.』 벽이 얇은 집이다. 동생이 꺼이꺼이 흐느끼던 소리는 고스란히 거실까지 전해졌을 거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시라니까요 -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이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하려면 신문지에서 오려낸 5% 할인쿠폰을 쥐고 수퍼마켓에 가는 시늉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딘은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꺼냈다. 존은 다시 한 번 더 굵게 음, 목을 울렸다. 『맥주는 떨어졌어요. 아버지도 콜라 드실래요?』 『아니다.』 『좀 있다가 팬 케이크를 만들게요. 아니면 인스턴트 스파게티가 남았는데...』 『괜찮다.』 딘은 속으로 외쳤다. 괜찮지 않아요, 아버지. 하나도 괜찮지가 않다니까요!! 하지만 일부러 멍청한 표정을 지은 장남은 손에 쥐고 있던 콜라를 연거푸 홀짝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웨어울프를 쫓을 적에 샘이랑 저랑 밤낮으로 엄청난 양의 은탄환을 만들었었죠. 집세가 모자랄 법도 하네요. 게다가 지랄맞은 은탄환이라는 놈은 한 번 사용하면 재활용도 되지 않고... 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때 현금이 없어 카드로 긁었잖아요. 슬슬 청구서가 날아오면서 미스터 블로비치가 가짜라는게 들통날 것도 같은데.』 존은 위장이 쓰리다는 투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들통났다.』 과연... 그게 이 마을에서 떠야 하는 진짜 이유군. 딘은 씁쓸하게 웃었다.
신용카드 사기는 늘 뒷맛이 구리다. 싸구려 술집에서 사기 포커를 치다 조무래기 건달에게 들키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주먹으로 뒈지게 얻어맞는 일로는 절대로 안 끝난다. 일단 쫓아오는 상대가 완전히 틀린 것이다. 뱃지를 꺼낸 연방요원이 대문을 탕탕 치는 걸 상상한 딘은 마시다 남은 음료를 개수대 위로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사흘 뒤에나 여기서 빠져나가면 조금 위험한 거 아녜요? 아버지.』 『끄음.』 『어차피 샘은 사이먼에게 작별 인사따윈 하지 않을 거예요. 녀석은 늘 그래왔으니까. 사흘씩이나 죽치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예의 가래 끓는 소리를 내던 존은 이번엔 장남의 얼굴을 지긋이 응시하기 시작했다. 『너는 어떠냐.』 그건 딘으로선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었다. 『예?』 『줄곧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잖니. 이 애비는 그 여자애 이름은 잘 모르겠다만... 베키?』 서둘러 손사레를 쳤다. 『그냥 재미로 가끔 만나던 거예요. 친구도 아니니까 작별인사 따위 안 해도 괜찮아요.』 『음...』 『그보다 케일럽 아저씨에게 전화라도 해야겠어요. 지하실에 있는 몇몇 잡동사니는 집주인이 발견하면 골치가 아파지는 종류니까 사전에 완벽하게 정리를 해둬야 할 거예요. 저번에 산 만도 같은 건 임팔라 트렁크에는 안 들어갈 거구요.』 『자루와 날을 분리하면 된다.』 『떼어낸 날을 다시 끼우는게 골치 아프니까 그러죠.』 『연습하면 된다.』 『그럼 만도는 챙겨서 가져가고 블릿 프레스기 처리는 케일럽 아저씨에게 맡기죠.』 모처럼 중고로 산 식탁 세트와 샘이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소설책의 처리를 제일 먼저 걱정했으면서도 딘은 그 점을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건 끌어안고 가져갈 수 없다. 식탁은 임팔라 트렁크에 당연히 안 들어간다. 책? 그런 걸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최소한의 옷가지와 칫솔 같은 생필품만 챙겨도 자동차에 엉덩이를 꾸겨넣을 공간이 부족해진다. 더욱이 존은 무기에 관하여선 타협을 하지 않았다. 총 한 자루를 더 챙길 수 있다면 신던 구두를 유리창 밖으로 던지고도 남는 위인이었다. 그러니 고집쟁이 동생이 책을 가져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일은 엄청 복잡해질 것이다.
『잠시 밖에 있을게요.』 『어디 나가느냐.』 『담배 좀 피우려구요.』 숨이 턱턱 막히는 건 찌는 듯한 더위 탓이라 여기면서 현관으로 나섰다. 그래봤자 여름은 이제 막 시작이어서 그늘에 몸을 숨겨봤자 짜증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Posted by 미야
2009/07/07 11:00
2009/07/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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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위치한 - 그렇다고 해도 평생 찾아가본 일은 없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어쩌면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게 아닌 건지도 모른다 - 화물용 비행기 이착륙장 탓에 해리스 노블랜드의 온도는 타 지역보다 섭씨 3도가 더 높다. 『얼레. 무더위가 왜 비행기 탓인가?』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땀이 차니까.』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이 회색의 양철 뚜껑으로 보일 정도다. 지긋지긋한 열기. 아스팔트는 지글지글. 등팍이 젖어 둥근 소금의 얼룩을 그리고 있다. 나 같은 노인네에게 무더위는 건강에 좋지 않다. 심장이 엇박자로 뛰어 현기증이 난다. 불어오는 바람도 땀을 식혀주지 않는다. 되려 피부를 활활 핥는 열기에 짜증이 치솟는다.
『자네는 뭐든지 비행기 탓으로 돌리는군. 잘 해보라카이. 마누라 뱃살이 불어난 것도 다 뱅기 잘못이지.』 『뚱보는 자네 마누라잖나. 내 마누라는 날씬해! 그리고 미인이야!』 『망할 콩깍지... 그 나이가 되어서... 카아악, 퉤.』 더러워 죽겠다며 아니꼬운 시선으로 날 쳐다보는 이쪽은 친구인 제이크다. 잠시 소개하자면 일주일에 단 한 번도 샤워를 하지 않는 추악한 게으름뱅이에다 맥주를 너무 마셔 코가 빨간 작자다. 입냄새 지독하고, 머리는 벗겨졌다. 『그래, 내 머리는 인디언이 기념품 만든다고 홀랑 벗겨갔다. 어쩔겨.』 기분이 상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이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팔순이 내일 모레인 우리 나이에 신속한 반응 - 이를테면 주먹을 쥐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동작은 무리다. 몸이 안 따라주는 걸 억지를 부렸다간 동네 돌팔이 의사인 팔머 군에게서 무릎 관절에 대한 일장 연설을 들어야 한다. 깡마른 몸집의 팔머를 나는 대단히 싫어한다. 술을 끊으라고 하지를 않나, 담배를 줄이라고 하지를 않나... 딱 잘라 말해 인생 사는 맛을 모르는 녀석이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폐암 무섭다 담배를 끊나.
『폐암은 아니지만... 거시기가 암이라며.』 아까까지도 입을 삐죽거리던 노인네가 표정을 바꾸더니 조심스럽게 참견을 해왔다. 뻣뻣한 다리를 주무르던 나는 콧방귀만 뀌었다. 『걱정일랑 치우게, 제이크. 내 묘비에「프랭크는 전립선암으로 죽었다, 얼레리꼴레리~」라고 적진 않을테니.』 푸념조의 내 말에 친구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래? 의사가 좋은 얘기를 해줬나보군. 수술을 하면 괜찮아진다고 하던가?』 『알게 뭐람. 팔머가 하는 말의 절반도 제대로 알아듣질 못했는데. 골치가 아파 한쪽 귀로 흘려들었네. 나중엔 눈 뜨고 한참 졸았던 것 같기도 하고... 어허! 그렇게 노려보지 말게. 치료를 포기한 건 아니니까. 다만 이 나이에 악착같이 덤비는게 좀 그래서 그래. 치료비 문제도 그렇고...』 『...』 자기 일처럼 좋아하던 제이크는 어느새 쌍심지를 곤두세운 채 이쪽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안다. 화가 났다라기 보다는 속상한 것이리라. 그래서 일부러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우리는 곧 떠나간다. 누구도 그걸 막을 수 없다. 육신은 병들고, 정신은 쇠락해간다. 다리 하나는 이미 무덤 속에 집어넣었다. 저승사자의 낫질 소리가 가깝게 들려온다. 쉭쉭, 이러고 무거운 뭔가를 허공에 대고 휘둘러대는...
『소리는 나에게도 들리는데 자네가 표현한 것과는 조금 틀린데.』 『으음...』 정확하게는 어린 소년이 양손에 운동화를 쥐고 걸음아 나 살려라 달아나는 소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제이크가 목을 길게 빼고 주변을 탐색했다. 『무슨 일이지.』 그와 거의 동시에 호리호리한 몸집의 꺽다리 소년이 우리집 앞을 광속의 스피드로 스쳐 지나갔다.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선「거기 안 서, 샘 윈체스터?!」협박하는 외침이 들려왔고.
눈빛만으로 묻고 있는 제이크를 위해 짧게 대꾸했다. 『오드리네 집에 월세를 얻어 살고 있는 아이들일세. 아까 달아난 놈이 차남. 목청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러댄 쪽이 장남.』 오드리 할망네 집에 잠시 신세를 지고 있는 그들 식구들에 대해선 제이크도 잘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낯선 동네로 이사를 와서 처음으로 이웃과 악수를 나누는 자리에서「댁의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전등이 기이하게 깜빡거리는 일은 없나요」질문을 던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짐이라고 했던가?』 『아니. 그 남자의 이름은 존일세.』 『짐이 아니라 존이었나. 아무튼 그 존이라는 남자는 직업이 수리공인 모양이야. 저번엔 캐서린 여사의 집을 방문해선 똑같이 그 질문을 했다더군.』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하면 망가진 수도관을 살펴준다는 겐가?』 『배관보다는 전기 쪽이 전공인지도 몰라. 삑삑 소리가 나는 작은 라디오 같은 걸 들고 다니는 걸 봤거든. 계기판이 달린 작은 장치로 여기저기를 살피더라고. 빨간 단추가 반짝거리는데 그게 뭐요 - 하고 물어보니까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나쁜 게 없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대답하던 걸?』 『옳커니! 마침 잘 되었군! 지하실에 누전이 되는 곳이 있는데 그 남자가 고칠 수 있을까?』 『아마도.』
고칠 수 있나, 없나는 직접 물어보면 된다. 때마침 씩씩거리며 언덕을 내려온 장남을 불러세웠다. 『이보게, 젊은이.』 『예, 할아버지!』 이 친구는 싹싹하니 성격이 좋다. 맨발로 달아난 동생의 다리몽둥이를 분질러야겠다는 고결한 의무는 잠시 접고 구린내 나는 영감탱이들이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여 가까이 다가왔다. 『왜 그러십니까?』 그거 참 예의도 바르지. 제이크와 나는 흐믓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네 아버지가 수리공이지? 그럼 누전되는 곳을 고칠...』 『아까 보니 샘이 빠르게 뛰어가던데 뭔 짓을 저질렀나?』 제이크의 말을 자르고 도중에 끼어들었다. 하여간 이놈의 못 말릴 호기심.
다시 분통이 터지는 모양이었다. 장남의 목소리가 끝도 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녀석이 나 몰래 내 소지품을 뒤졌어요! 만지기만 하면 괜찮은데 그걸 망가뜨렸다고요!』 『저런. 뭘 망가뜨렸는데?』 『아시아 쭉쭉빵빵..........』흥분해서 솔직하게 불었다가 부끄러움에 뺨이 붉어졌다.『잡지요!』덧붙여 울분을 토했다.『차, 창간호라서 여지껏 기념으로 가지고 있던 거였는데!』 제이크와 나는 서로 눈짓을 나눴다. 그런 걸 누가 속아. 창간호는 핑계지. 『귀하다는 것도 모르고!』 딘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걸 하필이면 냄비받침으로...!!』 청년을 손가락 마디를 뚝뚝 소리내어 꺾었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샘 윈체스터!』
지하실 누전은 까마득히 잊어먹었다. 제이크는 응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을 보니 발이 엄청 빠르던데 이렇게 여유를 부려서 어디 잡을 수 있겠나.』 『물론 잡을 수 있죠!』 딘은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 이것 보라며 눈앞에서 흔들어댔다. 제이크와 나는 다시 의미심장하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뛰어서 달아난 사람을 자동차로 따라가 잡겠다니... 이거 너무 불공평하다.
그렇게 생각한 건 동생 쪽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애비뉴 거리까지 죽어라 뜀박질하던 소년이 돌연 방향을 바꿔 엔진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속력을 내던 자동차가 덕분에 옆으로 삐긋했다. 달아난 동생을 잡으려는게 목적이지 치어 죽이려는게 목적은 아니었으니까.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차를 세운 딘이 운전석에서 내렸다.
『임마! 무슨 짓이야! 사고 날 뻔 했잖아!』 『형! 멋지다! 임팔라잖아! 아빠가 형 혼자서 이걸 운전해도 된다고 허락하셨어?!』 멋지다고 하는데 이마를 찡그리고 있을 수 없다. 언제 화산이 폭발했느냐며 표정을 바꾼 딘이 실실 웃음을 쪼갰다. 뭐야... 실망스러운데. 제삿날로 만든다며. 『허락하셨으니까 이렇게 열쇠를 나에게 맡기셨지!』 『정말 근사하다!』 『엣헴!』 『앞으로 계속 형이 운전하는 거야?』 『아빠가 일 끝내고 돌아오시기 전까지만. 어때. 형이랑 같이 드라이브 할까?』 냄비받침이 되어버린 아시아 쭉쭉빵빵은 잊혀졌다. 흥분한 동생을 조수석에 태운 장남은 신나서 사라져버렸다.
『형제들끼리 사이가 좋네.』 『사이가 좋지.』 『그래도 나는 처음으로 내 차를 샀을 적에 우리 마누라를 태웠는데.』 『그랬던가.』 『그랬네.』 『자네는 누굴 태웠는지 기억하나?』 『글세. 그게 누구였더라. 이딴 똥차를 왜 샀느냐며 구박했던 인간이었는데.』 제이크가 발끈했다. 『똥차라고 구박하지 않았네! 제 가격보다 바가지를 썼다고만 했지!』 알게 뭐람. 웃음을 터뜨린 나는 머리를 흔들어대며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을 쳐다보았다.
Posted by 미야
2009/06/28 22:09
2009/06/2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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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대학생이냐?」라는 속마음을 고스란히 읽어내린게 분명하다. 한쪽 눈썹을 갈매기처럼 휘게 만든 고든은 두툼한 서류뭉치로 핸릭슨의 어깨를 쳤다. 시선은 노랗게 불이 켜진 승강기 버튼으로 고정시킨 채 말이다. 『이보게, 고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 『그러니까 머리통이 아닌 어깨를 쳤지.』 입 모양만으로「잘 해봐」말을 덧붙인 그는 땡 소리를 내며 멈춘 승강기 안으로 서둘러 몸을 구겨 넣었다. 자판기가 있는 2층으로 가기 위해서다. 꼭두새벽에 가까운 시간이기도 하거나와 일거리가 폭발을 일으킨 오늘 같은 날이면 햄버거 가게로 줄 서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때가 되면 배꼽시계가 어김 없이 난리를 치는 법이고, 시끄러운 알람을 끄기 위해 고든은 2층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려는 것 같았다. 『내 것도 부탁함세! 콜라 하나랑 땅콩 초콜릿 둘~』 다시 작동을 시작한 승강기 안에서「지랄한다」답변이 흐릿하게 들려왔다. 핸릭슨은 쓰게 웃었다.
『오래 있게 해서 미안합니다.』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안절부절해 하던 청년이 핸릭슨의 인사치레에 고개를 들었다. 『예.』 이 어중간한 답변은 실제로 그가 이 건물 안에 오래 머물렀다는 의미다. 새벽을 꼬박 달려 피곤하기도 하겠거니와 이곳의 의자는 영 불편하다. 체력이 받쳐주는 젊은 대학생 신분으로도 눈자위 밑이 꺼지는 건 피할 수가 없다. 거기다 심리적 불안감까지 더해져 안색이 나빴다. 말이 좋아 참고인 자격이지「최초 발견자는 유력한 용의자다」법칙에 따라 임시로 억류된 상태다. 화장실에 가겠다고 했을 적에 괜히 손을 씻는 척하며 따라붙는 사람까지 있으니 그리 즐거운 기분은 아닐 터, 핸릭슨은 그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투로 운동선수 스타일로 짧게 다듬은 뒷통수를 문질렀다.
『좀 그렇지?』 청년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뭐랄까... 이상해요.』 『뭐, 그렇겠지. 행방불명된 사람을 폐가에서 발견한다는 경험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까.』 순간 대학생 청년이 핸릭슨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방금 전의 말이 비꼬는 식으로 들렸던 걸까? 그래서 화가 났나? 약간은 달랐다. 딱 꼬집어 이거다, 하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묘한 뉘앙스가 있었다. 여섯 살 어린아이가 미적분에 관한 책을 읽고 있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우아한 귀부인이 우산도 없이 걸어가고, 토끼가 회중시계를 쳐다보며 파티에 늦었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핸릭슨은 덩달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가? 샘 윈체스터.』 『아니오. 저기... 뭐가 잘못되었다는게 아니고요. 이런 일은 아무래도 처음이라.』 말을 얼버무리며 청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은밀히 숨기는게 있는 사람 특유의 미소였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네.』 곤란한 화제에서 안전한 화제로 적절하게 말을 바꿨다. 직구를 던질 때가 있는가 하면, 커브를 던져야 할 때가 있다. 처음부터 바짝 긴장하게 만들어 입을 다물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는 건 나중으로 하고... 핸릭슨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 분은 괜찮다고 하던가요?』 『몸 상태가 안정되어 이젠 안심해도 된다더군. 후두부에 상처가 있지만 의사 말로는 그리 심각하진 않다고 했네. 탈수증이 약간 있고...』 『그거 다행이군요.』 『뻑치기를 당한 것치곤 운이 좋았지.』 『뻑치기?』 『둔기로 머리를 쳐서 순식간에 기절시킨 다음에 피해자의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걸세. 아마 그녀가 가지고 있던 지갑을 노렸던 모양이야. 노숙자나 뭐, 대충 그렇고 그런 자들의 소행이겠지.』 대학생이나 되어서 뻑치기가 뭔지도 모를 것 같지는 않은데... 또다. 젊은이는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빨간색 구두를 신은 문상객과 마주쳤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나.』 『범인이 노숙자라고 그 여자 분이 말하던가요.』 『아니. 우리 입장에선 우라질인데 자신을 폭행한 사람을 전혀 못 봤다고 했네. 갑자기 불꽃이 팍 튀면서 시야가 까맣게 변했다고 하더군. 날아오는 돌에 정통으로 맞은 것 같다나. 정확하게는「하늘에서 운석이 추락했다」표현했지만.』 『그렇담 누군가 악의적으로 돌을 던져...』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어두운 밤에 물매로 돌을 던져 걸어가는 여자를 명중시켰다면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 이상의 업적일테지. 우연이라는 걸 아주 배재할 수는 없겠으나 날아오는 돌에 당한 건 절대로 아니야. 가까이 접근해서는 이렇게, 이렇게-』 두 팔을 들어 야구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제스츄어를 취하던 핸릭슨은 입으로 기합을 넣는 이엽, 소리도 냈다. 말이 좋아 야구 방망이지 전적으로 두더쥐 잡는 시늉이었지만 유명 대학교 재학 중이라던 예의바른 청년은 입을 꾹 다물고 이렇다 참견은 하지 않았다.
『힘도 없는 여자를 때리다니, 진짜지 나쁜 놈이야. 가지고 있는 거 전부 내놔 위협만 해도 지갑을 얌전히 건내줬을텐데. 그런데도 일부러 때렸단 말이야.』 『처음부터 죽일 의도였다는 말씀인가요.』 『글세... 사실은 그게 좀 복잡하네.』 운전하던 차에 기름이 떨어졌다. 핸드폰과 지갑만 챙겨들고 여자가 차 밖으로 나간다. 부근에서 히치하이크를 하던 거렁뱅이가 그런 그녀를 보곤 이게 웬 떡이냐 조용히 다가간다. 그리고는 몽둥이를 높게 들어- 『여기까지는 그럴 듯하지?』 핸릭슨은 검지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로 둥글게 원을 그렸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영 말이 되질 않아.』
시간이 지나 기절했던 여자가 눈을 뜬다.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갈증도 느낀다. 『그런데 무슨 하느님의 기적처럼 코앞으로 생수병이 있었다더군. 보통 편의점에서 파는 1리터짜리 생수병 말일세.』 『물병?』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라 마시면 위험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더군. 뚜껑을 따서 절반은 바닥에 흘리고 절반은 어떻게 마셨다고 했네. 그리고는 다시 기절했고.』 『머리에 입은 상처 때문에...』 『아니. 약물 때문이었네.』 『예?』 『물에 수면제가 들어가 있었어. 범인이 사전에 준비해뒀던 거지. 여자를 때려눕히고, 으슥한 폐가로 옮겨놓곤, 여자 앞으로 약을 탄 생수병을 놓아두었어. 깨어나면 마실 수 있도록.』 돈을 노린 범행이 아니다. 남의 지갑만 원하는 노숙자는 그렇게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는다.
『범인이 왜 그랬을 것 같나?』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전혀 모르겠네, 샘 윈체스터. 정말이지 답답해 죽겠어. 단순한 의견이라도 좋으니 머리 나쁜 경찰들을 위해 추측을 한 번 해보지 않겠나.』 『.......... 강간을 하기 위해?』 『좋아. 그건 꽤 그럴 듯하군. 피해자에게 강간당한 흔적이 없다는 점만 빼면.』
거의 눕다시피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핸릭슨은 가볍게 끙 소리를 냈다. 기름칠이 덜 된 관절에서 귀에 거슬리는 삐그덕 소리가 났다. 남자는 마흔이 넘으면 녹슬기 시작한다. 때문에 다리를 외로 꼬는 작은 동작에도 다소의 무리가 따르게 된다. 결혼도 하지 못한 핸릭슨은 그 점이 슬펐다. 『브렌켄릿지에 있는 그 폐가엔 무슨 일로 가게 된 거지?』 샘의 안색은 처음보다 더 나빠졌다. 『우연입니다.』 『우연이라고?』 한밤중에, 차편도 없이,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장소에, 그것도 혼자서.
핸릭슨의 표정에서 호의가 지워졌다. 『처음에도 이렇게 말했지. 동행인 남자와 차를 타고 가다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래서 차에서 내렸다. 무작정 길을 걸었고, 어쩌다보니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집 앞에 이르게 되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집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쓰러진 여자를 발견했다.』 『맞습니다.』 『그 싸웠다는 자의 성함은?』 『이름은 딘이라고 합니다. 성은 모릅니다.』 『그 사람과는 어떤 관계인가.』 『관계라고 할 것도 없는 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왜 싸운 거지? 샘 윈체스터.』 이쯤해서 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군요.』 핸릭슨은 시치미를 뚝 잡아뗐다. 『자네가 범인인가?』 샘은 이를 악물었다. 『범인이 아닙니다.』 『그렇군. 그럼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지. 왜 싸움이 벌어졌지?』 『그냥요! 그냥 말다툼이 벌어진 거예요! 제기랄, 지금 제가 취조를 받는 건가요?』 『취조는 무슨. 절차상의 사전 조사일세.』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싫으면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네.』 『물~론 그러시겠죠. 하지만 나중에「매우 수상했음」메모를 붙여놓을 거잖아요!』 『메모는 안 붙여놓네. 다만 전화를 걸어대지. 하루에 세 번씩, 꼬박꼬박. 소중한 세금으로 다른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게 내 일이라서. 자, 그래서? 왜 싸웠던 거지? 마약인가? 아님 노름 빚?』
질린다는 시늉을 해보이며 두 팔을 벌렸다. 『그냥 싸웠다는 부분에만 집중하면 안 될까요. 형사님.』 『말하기 곤란한가.』 『곤란하고 자시고를 떠나 개인적인 거라서요.』 『그 여자를 죽이자, 말자, 그러고 의견이 틀어져 싸웠던 건 아니고?』 『당연히 아니죠!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알지도 못해요! 기가 막혀서.』 『좋아요... 댁은 차에서 내렸어. 그런데 왜 하필 브렌켄릿지로 갔나. 거긴 외진 곳인데다 인가가 없는 곳이라고. 밤에는 불빛이 전혀 안 보였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댁은 그쪽으로 걸어갔어. 게다가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이 통제된 다리까지 건너면서.』 『알게 뭡니까. 어차피 부근 지리에 대해 아는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다리에 붙은 표지판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았고요! 무작정 걷고, 또 걸었을 뿐입니다. 화도 났고, 판단력도 없었어요!』 『그리고 나서 여자의 흐느끼는 신음 소리를 들었다?』 『바로 그겁니다!』 『귀신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나. 나라면 무서워 한걸음에 달아났을 거야.』 『겁에 질려 달아나질 않은게 그럼 제 잘못이라는 거예요?!』 팔짱을 낀 청년이 죽을 힘을 다해 핸릭슨을 쏘아보았다.
Posted by 미야
2009/05/10 22:43
2009/05/1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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