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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이치 - ZOO

우쓰, 책을 잘못 골랐다... 라는 것이 첫 장을 넘기면서 든 생각이었다.
신 감각 호러 미스테리? 음?


책 표지는 야후 쇼핑 검색 사진에서 가져왔음


백화점 부근의 가로수 아래를 걷고 있다가 둔기에 머리를 맞아 기절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나와 같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이상한 방속에 누워 있었다. 일곱 개의 방과 토막난 시체가 떠내려가는 도랑... 우겍. 큐브잖아, 이거.

똑같지는 않지만 묘하게 중첩된다. 만사가 이런 식이다.


매일 아침, 우편함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시체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들어 있다. 사실 그 사진은 자신이 찍은 것이고, 헤어지자는 말에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질렀다. 남자는 행방불명된 애인을 찾는다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고, 주어진 사실들로 거슬러 올라가, 마침내 살인 현장에서 《내가 죽였어욤》진실과 마주한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고, 예의 행동의 반복.

만화《코인로커 베이비스》에선 부인이 죽어 상심에 빠진 사진작가가 나온다. 그는 과일이나 꽃과 같은 정물을 매일 한 방씩 찍어 썩어가는 사물을 두고 부인의 죽음을 애도한다. 이 건조해서 바스라질 것 같은 만화의 이미지를 그로데스크하게 왜곡시키면《ZOO》가 된다.


제목은 잊어버렸는데 - 국내 정발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일어로 된 원작 만화를 본 것이 10년 전이다 -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방송국에 출연해「부러져라!」외쳤는데 제어가 영 꽝이라서 방청객 및 TV 시청자 전부의 목이 댕겅 부러지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라는 내용의 만화가 있었다.

이게 이 책에서는「신의 말」로 각색(?)되어 있는데 이렇게 내용이 달라졌다.


「나는 갑자기 더 견딜 수가 없어 모두를 죽이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행사한 것입니다.

- 한 시간 뒤, 너희들의 목이 잘려 떨어진다

거기에 다시 다음 명령을 내렸습니다.

- 땅에 떨어진 너희들의 목은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에 대해 너희들에게 주어졌던 말을 똑같이 감염시킨다

물론 저만은 그 효력에서 제외된다는 말도 덧붙이고 기억에도 더욱 손을 댔습니다...」


죽음의 복제는 링이다. 작가는 링의 테마까지도 끌어당겼다.


일본 만화와 소설, 특히 호러 쪽으로 많이 접한 사람에겐 바람이 피익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 봤던, 어디서 읽었던, 이래서야 참신한 것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지 않는가!

뭐... 괴담이라는 것은 돌고 돌아 마침내 제자리로 언젠가 돌아오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Posted by 미야

2007/07/09 12:40 2007/07/0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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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 시마다 소지

배경이 일본이 아닙니다. 무려 스코트랜드입니다. 등장 인물의 이름은 조지, 린다, 배글리 등등입니다. 순간 제가 느낀 당혹감은 일식집에서 독일식 훈제 소시지가 서빙되어 나온 걸 보기라도 한 것 같았다우. 물론 일본인이 추리소설을 썼으니 그 배경이 꼭 센다이나 도쿄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요. 탐정 미타라이는 일본인이잖아아아아~!! 그나마 본문의 화자가 마타라이가 아니라는 사실. (극히 일부를 빼고)
혹시 나, 사기당한 건 아니야?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가 돌아왔다 - 는 띠지의 광고는 냉정하게 말해 오버입니다.

내용은 좀 뻔하다 싶은 구석이 있습니다. 트릭을 강조하는 범죄 소설의 다수가 그러하듯 기술을 앞세운 나머지「도대체 범인이 왜 그렇게 쓸데없이 힘들게 살인을 저질러야만 하는 거래?」라는 의문이 솟구치지요. 하지만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이라던가 외부에 발견되게끔 나열하는 방식이 대단히 엽기적인만큼 그 부분에 대해선 가히 독보적입니다. 범인이 누구이고, 왜 그런 짓을 저질렀고, 동기가 뭐냐는 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체를 다루는게 엄청납니다. 제목 그대로 마신(魔神)의 짓이다 - 로 오해가 가능할 정도로요. 정신 없이 읽어댔습니다. 흥분한 심장이 살짝 엇박자로 뛰는 바람에 약간 고생이라는 것을... 도구를 사용한 토막 살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찢는 겁니다. 으엥, 무셔.
대신 마무리는 김이 빠지고... 뭐, 기대가 커서 그랬을까.
그다지 잘 써진 추리 소설은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일부러 읽어보라 권하고 싶진 않네요.
아무래도 제가 스타인 탐정, 내지는 경찰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스타일을 좋아해서요. 술망나니 버니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사건 줄거리가 영 탐탁치 않았다우. 탐정 나으리가《범인은 너다!》이러는게 제일 유치하면서도 재밌잖아요. 그래도 이 책엔 꼬집어서 말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피안의 세계에서 한 걸음 내밀고 사람을 향해 이리로 오라 손짓하는 요괴처럼요.

Posted by 미야

2007/06/13 12:14 2007/06/1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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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허락된 글자를 다 읽어버렸다. 다음 달 구매일까지 손가락만 쪽쪽 빨게 생겼군... 아무튼 요즘은 괴로운 일 투성이다. 달력을 노려보며 <채액~ 채액~!! 책책책~!!> 울부짓고 있으시다. 도서관에서 퍼질러 앉아 미친듯이 글자를 읽어대던 시절이 그립다. 사는데 도움을 줄 공부는 전혀 안 하고 쓸데없는 책을 읽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만... 에라, 모른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은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괜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20% 부족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다.
왜 그럴까 한참을 생각해봤다. 캐발랄한 이야기에 개성적인 등장 인물들, 마지막까지 재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가 부족하다. 어째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둘겨봤다.
그리하여 나는 선언한다. 범인은 바로 당신!

* 여기서부터는 네타레바입니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의 두 주인공 중의 하나인 교텐이라는 인물을 창조함에 있어 작가는 실패했다. 그러니까 A와 B의 갭이 너무 커서 교텐이라는 인물이 붕 떠버린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졸업할 때까지 교텐이 입을 열어 말한 것은 <아야!> 라는 말이 전부다. 그것도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대형 사고였다.
그런데 십수년이 흘러 이놈의 인물은 맨발의 건강 샌들을 신고 느닷없이 버스 정류장에 나타나선 다다의 식객이 되어버린다. 그리고는 주인이 버리고 간 치와와를 두고 <목을 졸라서 쓰레기 버리는 날에 버리면 들킬 염려가 없다> 라고 당당히 말한다. 마약쟁이 모리오카 신을 보곤 손가락을 V자로 펼치고는 <신짜아아앙~!!> 이라 외치며 눈을 찌르러 달려간다.
댁은 누구쇼? 라고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냥 특이한 사람이라고? 어렸을 적에 부모로부터 학대받아 맛이 갔다고? 농담하냐.
다다가 기억하는 교텐과 지금의 교텐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몰입이 되지 않는다. 뭐, <사람은 누구든 변하는 법입니다> 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서도... 책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교텐이라는 인물을 짐작할 수가 없다.
주인공 빼고 반면 주변 인물들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대단히 기이한 느낌을 준다. 양아치 호시라던가, 아용 발음의 자칭 콜롬비아 매춘부라던가, 집앞을 지나가는 버스의 배차간격을 감시하는 오카라던가 하는 인물들은 톡톡 튄다. 조연이 주연을 잡아먹은 격이다. 그래서 캐발랄한 이야기들은 아쉽게도 살짝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뭐, 그래도 1시간의 즐거움이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일본 특유의 과장된 개그에 정신 없이 읽어댔다. 그래도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면... 쩝.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뭐, 어쨌든 다음 달까진 질러라 책은 불가능이고.
당분간은 <우부메의 여름> 부터 <광골의 꿈> 까지 다시 읽으련다.
장광설이 고파, 장광설이~!!

Posted by 미야

2007/05/28 21:03 2007/05/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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