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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년 뒤에 세계가 사라진답니다. 당신은 어떻게 살려 합니까.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작가는 그렇게 설정했다. 그러니까 8년 전, 미국 대통령은 운석이 지구를 향해 돌진할 거라고 발표한다. 그 순간부터 세계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모든 산업은 중지되었고, 절망을 이기지 못해 자살이 유행했다. 그렇게 4년을 우왕좌왕 살았더니 거리는 다시 조용해졌다. 죽을 사람은 다 죽고, 황혼의 질서가 잠시나마 자리를 잡은 것이다. 남은 시간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라도 한 것처럼, 한시적이나마 평온함이 감돈다. 이 마당에 한 빌라에 남은 여러 가족들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내일 모레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나사가 이 사실을 인정할 리 없다. 모든 산업이 마비되고 약탈자가 거리를 불사르는 일을 그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지구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8년이나 남겨두고「우리는 다 죽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쨔요.」라고 발표했다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자.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세 번의 가을이 남았다. 그 남은 시간동안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인가? 작가의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8년이나 남았는데「인생 쫑났음」을 선언한 미국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리지는 말자.


아내가 아이를 가졌다. 태어나면 두 살밖에 살지 못한다.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가장. 아버지가 남긴 서재의 모든 책을 다 읽어버린 처녀. 옥상에 망루를 만드는 할아버지. 딸과 화해하는 고집쟁이 영감님. 이 마당에 모여 축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캡틴이라 부르라고 하는 슈퍼마켓 주인. 비디오 가게를 꾸준히 운영하는 점장, 그야말로 종말을 맞이하는 바보들의 잔잔한 이야기들이다.


마치 암 환자의 마지막 밀월 여행 같다. 아름답게 죽어가기 위해 살아왔음을 정리한다. 그 와중에 인간성을 회복하고 삶의 가치를 재발견한다.

아둥바둥 살기 위해 악을 쓰던 우리들에게「그렇게 살지 말고 조금은 뒤로 물러서」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Posted by 미야

2006/09/27 13:21 2006/09/2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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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스텝파더 스텝.
엉뚱하다 못해 코믹하다. 쓰러져 웃다가 결국엔 고개를 끄덕이게 되어버린다.

프로 도둑 - 폭력을 싫어하는 나는 괜찮은 먹이를 소개받고 작업에 들어간다. 고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여자 혼자 사는 집이다.
음, 방범 장치가 만만치 않다.
그렇담 옆집 지붕을 통해 들어가자, 라고 작정하고 로프를 걸고 올라가는 순간 벼락이 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물체가 둘로 보인다.
아니, 원래가 둘이다.
보조개 빼면 구분도 가지 않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은 벼락 맞고 지붕에서 떨어진 나를 또랑또랑 쳐다본다.
- 우리, 지문도 채취해 놓았다? 감옥 가지 싫지? 그렇담 우리들 아버지가 되어줘.
벩 소리를 내어보지만 이미 걸려들었다.
엄마와 아빠가 각자 바람나서 가출, 졸지에 고아처럼 되어버렸지만 이 열 다섯 나이의 쌩뚱맞은 쌍둥이는 가볍게 어깨만 으쓱인다. 애들이 똑똑하면 부모가 탈선한다. 학교도 잘 나가고, 밥도 잘 해먹고, 은행 융자도 잘 갚아 나가면서 또릿하게 살아나간다. 냅둬도 잘 살겠다.
- 그런데 왜 날 아버지라고 부르는 거냐니까!
서른 다섯의 총각인 나는 그리하여 인생의 참맛을 깨닫는다. 자고로 여자보다 더 무서운 건 아이들이다.

무거운 색조의 [이유] 그리고 [모방범] 에 조금은 질려있던 찰나에 이렇게 밝고도 위트 가득한 소설을 접하게 되어 기뻤다. 한편의 행복한 [인간 극장, 홈 스토리] 같다.

Posted by 미야

2006/09/15 14:16 2006/09/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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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할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애용하는 책방 알바생은 원가에서 10% 할인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계산기를 달라고 해서 직접 손으로 톡톡톡 찍어서 나온 숫자를 직원에게 보여주고 그만큼 지불했다. 손님이... 가격을 계산하는 법이 어딨어!

아무튼 플리커 스타일이다. 순수하게 표지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고 하면 때릴테야?
책의 두께라던가, 내용이라던가, 가격이라던가, 심지어 작가가 누구라는 것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저 저 표지가 "어서 날 소장해줘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나요?" 라고 속삭였다.
그렇다.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 뉘앙스에서 짐작하겠지만 마음에 그리 들지 않았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보겠다.

- 아침에 일어나 눈을 부비고 보니 텔레비전에서 일기예보를 읊는 기상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졸린 머리로는 TV에서 무어라 말 하는 것인지 영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그 과장된 하이톤의 목소리만으로도 나는 오늘 하루가 대단히 더울 것을 예감했다.

이것이 일반적 문장이다.
이걸 다른 방식으로 적어보겠다.

- 여전히 머리는 멍하다. 눈꺼풀이 풀 발라놓은 것처럼 끈적거렸다. TV에서 빨간색으로 입술을 칠한 여자가 과장된 하이톤의 목소리로 무어라 떠들어대고 있다. 젠장, 외계인 가라사대 오늘도 덥댄다. 하여 눈을 부비며 그 망할 여자의 목소리를 뇌리에서 서둘러 지워버릴 궁리에 빠져들었다.

같은 내용이지만 뭐, 이런 식으로 스타일은 쓰는 사람마다 달라지는 법이다.
전자가 일반적이라면 후자는... 음, 폭력적이랄까, 아님 단편적이랄까. 스타일리쉬하다는 표현도 사용하던데 솔직히 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글자로 보는 데이비드 린치 스타일의 영화같아서 머리가 빙글뱅글 회전하기에 어지럽다.
플리커 스타일은 당연한 얘기지만 후자다. 거기다 작가가 써내려가는 내용은 극악의 극악인지라 소화가 잘 안 된다. (자세한 줄거리는 비밀) 미친 자의, 미친 혈육에 대한, 미친 혈액의 이야기랄까. 읽다가 각혈하기 딱인, 에궁 소리가 절로 나는 그런 이야기다.
오컬트적인 소설을 꽤나 좋아한다면 도전해보자.
결말이 뻔히 보여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

Posted by 미야

2006/09/12 15:32 2006/09/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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